※ DC 입문은 약간의 애니 감상이 전부라서 설정이 엉망입니다. 이야기 전개 매우 느립니다. 감안하고 감상 부탁함요. 외부로의 유출은 사절합니다. 지속적으로 본문 수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브로맨스 있을 예정입니다. ※

그간 잘 쌓여져 있던 뭔가가 뿌리째 흔들려 붕괴되었다.
『무슨 짓이야---!!』
정신이 나간 상태로 짐승처럼 포효하며 애정하던 이를 향해 곤봉을 휘둘렀다. 경악해하는 그의 얼굴이 둥글고 매끄러운 헬멧에 반사되어 기이한 모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곧장 수평 찌르기로 들어간 곤봉이 헬멧의 표면을 움푹 파이게 만들면서 거울처럼 비추던 슬픈 얼굴 표정을 지웠다.
레드후드는 딱히 맞받아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얌전히 얻어맞고 있지만도 않았다. 딕 그레이슨의 손목을 움켜쥐고 안쪽으로 비틀어 회전시키는 것으로 곤봉을 놓치게 만들었다. 동시에 무릎올려치기로 배를 노렸다. 다만 어디까지나 노리기만 했을 뿐으로 직접적인 카운트가 들어가지는 않았다. 레드후드가 원했던 건 그저 흥분한 딕 그레이슨과의 간격을 벌리는 것뿐이었지,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넌 그래선 안 되었어!』
곤봉을 떨어뜨린 딕은 주먹을 뻗어 재차 레드후드의 어깨와 아래턱을 타격하려 했다.
하지만 감정이 너무 많이 섞여서인지, 아니면 이를 피하는 레드후드의 움직임이 훌륭해서인지 주먹은 계속해서 애꿎은 허공만 훑었다. 덕분에 더욱 격앙된 딕은 팔꿈치로 옆구리를 찍으려 들었다. 그래봤자 이번에도 레드후드는 구부린 팔을 몸통에 바짝 붙이는 것으로 손쉽게 방어했다.
『진정해.』
『그래선 안 되었다고---!!』
『딕, 그만하라고.』
원망하는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똑바로 바라보며 레드후드가 날아오는 주먹을 간단히 잡아챘다.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대량의 붉은 피는 그 날을 떠오르게 만든다.
끊어져버린 서커스의 공중그네. 관중들의 비명.
아무런 안전장치 없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목덜미까지 하얀 분칠을 하고 코에 빨간색 공을 붙인 피에로가 고무줄이 늘어진 호박바지가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뛰었다. 그리고 절규하며 무대 중앙으로 달려 나가려던 어린 소년을 도중에 낚아챘다.
보면 안 돼. 가까이 가면 안 돼. 보아선 안 돼.
높은 곳에서 추락한 어머니는 두 눈을 부릅뜨고 누워있었다. 머리부터 지면에 닿았기에 피의 양이 상당했다.
그런 어머니와 팔과 다리가 얽힌 채 떨어져 척추가 두 동강이 난 아버지의 몸은 기괴한 자세로 뒤틀려 있었다. 하체는 위로, 상체와 얼굴은 바닥을 향한 채였다.
덜덜 떨며 죽은 어머니의 파란 눈동자로부터 못 박힌 소년을 피에로가 등 뒤에서 끌어안았다.
눈물은 아주 한참 뒤에야 터져 나왔고, 소년의 눈을 가린 피에로의 장갑은 속수무책으로 젖어들어 갔다.

『하느님 맙소사.』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직접적인 뇌의 손상으로 심장의 펌프질은 진작에 멎었으나 상처를 통해 계속해서 혈액이 흘러나왔다.
얻어맞은 탓에 이미 부어오르기 시작한 마이클의 눈은 거의 감긴 상태였다. 눈동자가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며 재차 마른세수를 했다. 늘 피곤해하고 졸려하던 사내는 총에 맞으면서도 나사가 두어 개 빠진 듯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죽음을 끝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걸까, 차라리 그랬다면 좋을 것이다.

『다리만 맞췄어도 충분했어. 그것으로도 충분했다고.』
『과연 그럴까.』
『이미 증거는 수집해놨어. 곧 익명으로 고발할 예정이었고.』
『맞아. 넌 뒤로는 증거를 모으면서 앞에선 선배님, 후배님 이러고 소꿉장난이나 하고 있었지.』
레드후드의 말투가 날카롭게 변했다.
『씨발. 저 남자는 일부러 고담에 범죄자를 유입시켰어. 그들은 어둠을 틈타 누군가를 칼로 찌르거나, 강간하거나, 무차별 폭행을 저질렀지. 그런데도 너는 가슴 아파하는 표정을 짓고 있군. 좋아, 딕 그레이슨. 가서 강간당한 피해자를 앞에 두고「저 남자는 죽을죄까진 저지르지 않았어요. 그저 다리에 구멍만 뚫리면 충분했죠.」라고 지껄여. 그리고 애도의 시간을 가지라고. 하! 그거 무지 우스꽝스럽겠다.』
『제발... 제이슨.』
『정신 차려. 세상엔 죽어 마땅한 사람이 있는 법이야.』
『제이슨!』
연거푸 본명으로 이름이 불린 레드후드는 불쾌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알량한 동정심! 그놈의 연민! 증거를 수집해서 감옥으로 보내면 된다고? 그것으로 족하다고? 이거 왜 이래. 너도 이미 경험해봤잖아. 너 또한 범죄 피해자였잖아! 저 남자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었을 사람들이 어떤 심정인지 모르지 않잖아!』
그러자 딕 그레이슨의 눈매가 금방에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일그러졌다.
『네 말대로야. 잘 알고 있어, 제이슨. 아끼는 사람을 잃는다는 거, 그게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난 지금 더 어쩔 줄 모르겠어... 그거 알고 있니? 제이슨. 마이클의 집에는 스스럼없이 냉장고를 열고 음식을 꺼내먹는 어린 소녀가 있어.』

그럴 리 없다. 레드후드는 의심의 눈으로 딕을 쳐다봤다. 마이클 윈저는 지금껏 독신이었고, 혼외 자녀가 있다는 기록 따윈 없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너도 빈민가 출신이니까 잘 알겠지, 제이슨. 핏줄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키우는 아이가 있어. 원색적으로 욕을 하고 싸우지만 음식을 챙겨줘. 학교를 빼먹는 날에는 꿀밤을 먹이고. 나는 봤어, 제이슨. 애 아버지가 술에 취해 나타나면 그 어린 여자애는 슬리퍼를 양손에 쥐고 마이클 집으로 허둥지둥 도망을 쳐. 그러면 마이클은 그녀를 투명 인간 취급을 하지. 그는 어떠한 위로도 하지 않아. 본 척도 하지 않아. 하지만 여자애는 눈에 띄게 안도해하며 구석에다 여러 장의 담요를 구겨 자기 이부자리를 만들어... 그렇게 구석에서 시아라가 등을 구부리고 잠이 들면 마이클은 켜뒀던 TV를 꺼. 평범하게 자란 사람들은 몰라도 뒷골목에서 태어나고 자란 너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거야.』
딕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애에게 가서 유감이라고 말을 해야 해. 오, 젠장...!! 시아라는 울겠지. 그런 그녀 앞에서 범죄자를 처단하는 고담의 안티히어로인 네가 마이클을 죽였다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마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왜냐하면, 왜냐하면...』
『......』
『시아라가 뼛속까지 네 녀석을 증오하게 될 테니까. 네가 조커를 증오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슈퍼맨과 같은 투시 능력 없이 헬멧 속의 제이슨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길은 없었다.
그래도 평소와는 달리 조금은 찡그리고 있지 않을까, 자신이 저지른 폭력행위를 후회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딕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
크게 한숨을 내쉰 딕 그레이슨은 레드후드로부터 시선을 돌렸고, 이는 레드후드도 마찬가지였다.
입을 굳게 다문 레드후드는 마찬가지로 딕을 외면한 채 출입구 쪽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기분이 더러웠다. 걸레를 빤 물을 한 바가지 들이마신 것처럼 아주 더러웠다. 찝찝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흡사 시커먼 뻘에 두 다리가 전부 빠진 느낌이었다. 힘을 주어 허리를 비틀어도 질퍽거릴 뿐이고, 조금이라도 공간이 생길라치면 거기로 진흙이 빈틈없이 채워지고 있는 듯한...
다리가 무거워진 그는 결국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이 감각은「후회」라고 불리는 놈이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다 한들 미안하다 말할 것도 아니면서.
무언가에게 끌어당겨진 것처럼 온기를 잃고 있을 마이클 윈저를 향해 돌아섰다.

「어?」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오로지 붉고 붉은 피 웅덩이 뿐.
시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뭐야.」
흠칫 놀라 몸을 경직시키고 있노라니 갑자기 경찰용 곤봉이 레드후드를 노리고 똑바로 날아들었다.



전격 좀비물 스타트...

Posted by 미야

2016/07/13 14:40 2016/07/1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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