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상생활73

※ 순서도 꼬이고 멘붕 회복도 안 되고...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어중간한 점심식사로 피시앤칩스를 주문하고 일단 커피부터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피시앤칩스는 이 가게에서 가장 빠르게 나오는 메뉴다. 맛은... 음. 카터는 쓰게 웃었다. 배가 고프면 말똥 파무침에 쇠똥 보쌈도 맛있는 법, 팔을 들어 직원의 시선을 잡아끈 뒤에 입만 뻥긋거려 바쁘니까 빨리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가게 로고가 인쇄된 앞치마를 걸친 점원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주방을 향해 무어라 외쳤다. 아마도「손님 가라사대 번갯불에 튀기랍신다」, 대충 그런 이야기였을 거다. 뭐, 그런다 해도 특별히 신경을 쓰는 눈치는 아니어서 느린 걸음으로 테이블 사이를 움직였다.「당신은 바빠도 나는 아니거든」이라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결국 재촉한 입장에서 접시에 침 뱉을 기회를 노리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시간부터 확인했다. 앞으로 30분 안으로 서로 돌아가 봐야 한다. 브롱크스 지역에서 벌어진 이중살인 사건 관련으로 몸도 마음도 바빠 죽을 지경이다.
주변 탐색은 일단 끝마쳤고 목격자 진술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용의자도 두어 명 올라왔다. 사체의 신원을 조사했더니 강도로 복역한 기록이 나와 과거에 피해자를 체포한 경관을 만나 사견도 주워들었다.
「아, 맥케이? 알다마다. 죽마고우라던 녀석이랑 둘이서 거시기한 술집을 털었는데 또라이는 가게 주인이 쏜 총에 맞아 죽었고 맥케이는 붙잡혀 8년 형을 살았소. 어설픈 2인조 강도였지.」
「거시기한 술집이 뭐죠?」
「말 그대로 거시기. 아이리쉬 마피아가 주인으로 있는 바였소.」
「예? 진짜요?」
「그럼 그게 가짜겠나. 그 둘은 손님으로 가장해 술을 주문한 뒤, 갑자기 권총을 꺼내들고 위협해 지갑을 전부 털어가는 수법을 썼소. 몇 번은 성공했지. 그런데 뭐에 홀려 왜 그런 가게를 털려고 했나 몰라. 우리들끼리 농담으로 덤앤더머라 불렀다오.」
「그랬군요. 저어... 한 가지 더요. 이 사진을 한 번 봐주시겠어요? 맥케이와 같이 살해된 남자인데 혹시 아는 얼굴인지요.」
「모르겠는데. 감방 동기나 뭐 그런 거겠지. 둘이서 덤앤더머 2편을 찍을 예정이었을지도.」
하여 장물거래가 잘못되었을 거라는 의견과 옛날 버릇 못 고치고 강도질을 하다 잘못된 거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충돌하고 있다. 수사관들끼리 의견조율이 급하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서든 사전 추측은 그다지 좋은 태도가 아니다. 그래서 카터는 일단 수거된 총탄의 탄도 검사 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판단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불현듯 이 희생자들을 존이 왜 돕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주문한 음식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로 넣는지 입으로 넣는 건지 모르겠다. 뻣뻣하게 튀겨진 생선살은 배가 고팠음에도 짜증이 치솟을 정도로 맛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식사를 하지 못하면 언제 다시 배를 채울 기회를 얻을지 짐작도 안 갔다. 싫어도 먹어야 산다. 그러니 돌격. 우아함과는 담을 쌓은 채 기계적으로 씹고 삼키기를 반복하며 맹렬한 속도로 접시를 비어나가기 시작했다.
원시인이 날고기를 게걸스럽게 뜯어먹는 것도 아니고.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즉시 체념했다. 형사 생활 3년이면 고상함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도 힘들게 된다.

- 좀 씹어요, 형사님
부웅, 진동음을 내고 문자가 도착했다.
기다리던 탄도 검사 결과가 나왔나 싶어 허겁지겁 핸드폰을 움켜쥐었던 카터는 음? 이러고 눈을 치켜떴다. 동시에 입 밖으로 삐져나온 으깬 감자 덩어리를 손가락으로 꾸역꾸역 다졌다.
몇 초의 간격을 두고 두 번째 문자가 날아들었다.
- 그러다 체하겠어요
도대체 이게 누구야 고개를 들었을 적에 식당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핀치와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화들짝 놀란 카터가 입을 가리기 위해 손을 올리던 찰나, 핀치가 다시 엄지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이 지긋한 영감님인 주제에 자판 누르는 속도가 10대 아이들처럼 날렵하다.
- 괜찮습니다. 보지 못한 것으로 할게요. 그럼 계속 식사하세요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그녀는 입 안 가득 물고 있던 덩어리를 꿀떡 삼키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밖을 향해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
『뭐예요! 여기까지 날 미행한 거예요?!』
카터의 외침이 가게 밖으로 전달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유리는 방음효과도 가지고 있어 도로를 달리는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마저 어느 정도 막아준다.
다만 입모양을 보고서 그녀가 무어라 외친 건지 그 내용을 알아차린 눈치다.
카터는 다시금 쥐고 있는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꾹꾹 가리켰다.
겹 쌍꺼풀이 진 눈을 동그랗게 치켜뜬 핀치가 곧바로 카터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형사님.》
『핀치... 설명해봐요.』
《우연입니다.》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길이었다고요?』
《전 이 주변에서 식사하지 않아요. 게다가 이 가게는 음식 맛이 형편없지요.》
『하!』
《그리고 제 취미는 스토킹이 아닙니다. 스토킹은 어디까지나 리스 씨의 취미죠.》
『내가 쓰는 컴퓨터에 원격조정 바이러스를 심어둔 사람이 하는 말을 믿으라고요?』
《당신이 믿든 믿지 않든, 그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형사님이 걱정하는게 그거라면... 절대로 소문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흘린 음식이 셔츠에 묻었네요. 얼룩이 지기 전에 닦아내는게 좋을 거예요.》
여기까지 말한 핀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내빼려 했다.
어딜 도망가 - 카터는 통유리 창을 손바닥으로 쾅쾅 쳤다. 순간 핀치가 싫은 표정을 지었다.

이 남자는 잘 웃지 않는다. 성격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배불뚝이 서장보다 툴툴거리는게 더 심하다. 차가운 표정을 지으면 약간은 무서워질 때도 있다. 높은 구름 위에서 하계의 어리석은 인간을 내려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즘해서 카터는 손바닥으로 날파리를 쫓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러든 말든, 다 떠나서 핀치는 여성에겐 한 수 접어주는 경향이 있다.
푸스코는「같은 형사인데 전자사전 씨가 당신과 나를 차별한다」며 진심으로 서운해한 적도 있다. 
아마도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 그럴 것이다.
『저는 이미 점심을 먹었는데요, 형사님.』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도 부탁받은 대로 동석하는 걸 보면 분명 그는 신사다.
『알아요, 잠시 앉아봐요, 핀치.』
『절대로 소문내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누가 상관한대요? 게걸스럽게 밥 먹는 여자라고 소문내도 난 끄떡없어요.』
『오 - 그래요? 그럼 스마일 이러고 웃어요.』
『잠깐! 내 사진은 왜 찍는 거예요?!』
『칼 비처 형사님에게 전송하려고요』
『맙소사. 비처의 핸드폰 번호도 알고 있는 거예요?!』
『물론.』
신사라는 거, 취소.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우지도 못한 카터가 커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파이를 사려고 했는데 관둬야겠구먼.』
『파이요? 그거 좋죠. 애플파이로 부탁합니다. 아, 그리고 절대 미행한 거 아녜요, 형사님.』
『우연이라는 거죠? 알았어요. 거기 앉아서 파이를 다 먹으면 믿을게요.』
『그러죠.』
핀치는 들고 있던 마크 트웨인의 책을 펼치고 조용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파트너」도 없는 외로운 독불장군 여형사가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었다.

Posted by 미야

2013/02/07 14:37 2013/02/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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