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휘적휘적

※ 즉석에서 휘갈겨 여전히 제목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여자가 있어.
딘이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 딘이 싫어하는 타입의 여자.

여기서 여자를 보는 눈이 나랑 (바보)형이 서로 똑같은 거 아니냐 묻지 말아줘. 딘의 취향이 곧 내 취향이라는 건 아니니까. 다만 여자를 보면 머리 어딘가에서 오른쪽, 왼쪽 화살표가 빙글빙글 돌며 움직여. 그게 오른쪽으로 회전하면 딘이 실실 웃음을 쪼개기 시작해. 언제 여자 엉덩이로 손을 내려도 괜찮을지를 열심히 계산하면서 말이야. 그게 왼쪽으로 돌면? 음... 굳이 설명할 필요 없지 않나. 여자 앞에서「치마를 두른 전봇대보다 못한 존재」라고 말하는 건 정말 심한 짓이지.

『벨라, 이 개 같은 년.』
벨라는 분명 왼쪽.
『지금 누가 누구에게 신경질이야! 내가 일을 망쳤다고? 웃기고 지랄하네!』
흥분하거나 화가 나면 딘의 목소리 톤은 가성의 영역까지 앙칼지게 올라간다. 스스로는 잘 모르는 듯하다. 제임스 해필드*도 아니면서 높은 음으로 소리를 질러대면 쇼핑센터 주차에 실패하고 엉뚱한 담벼락에 히스테리를 부리는 뚱뚱한 중년 아줌마처럼 되어 버린다. 내가 방금 자동차 타이어를 날려먹었어 - 아우성을 치는 딘의 목소리는 더도 말고 딱 그거였다.
『그딴 마법 주머니는 진작에 태워버렸다! 그래서 뭐!』
벨라는 지금 휴대폰을 귀에 대지 않고 멀직히 떨어뜨려놨을 거다.
『네 고객의 사정따윈 알 바 아니쥐! 흥!』
안 그랬다면 쩌렁쩌렁한 음성에 고막이 상당히 아팠을 터.

세상에는 참 이상한 사람들도 많다.
귀신을 사냥하는 형이나 나나「보통」과는 인연이 먼 이상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괴상함의 단계를 A, B, C로 나누어 구분하자면 우리는 겨우 C-레벨이라고나 할까.
마녀의 저주가 걸린 마법 주머니를 엄청난 웃돈을 주고 거래를 하는 인간들이야말로 괴상함의 A 클래스다. 잘못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어요 - 친절한 충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돈 냄새에 코를 킁킁거린다. 이게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희귀 아이템이라고 착각들 하고 있는 겐지. 그게 아니라면 크롬 도금된 가짜 성배를 지하 금고에 넣어두고 좋아라 하는 바보들일 것이다.

『1만 달러?!』
딘의 눈동자가 도토리처럼 땡그래졌다.
『내가 태워버린 그... 그게 1만, 1만... 1만 달러라고?! 도, 돈이 썩었냐?』
벨라도 지지 않고 악을 써대는 모양이었다. 푹신한 솜 대신 지폐를 가득 채워넣은 베개를 베고 잠든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그녀다. 고가로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을 우리가 도중에 가로채어 불살라 버렸으니 듣기 좋은 소린 나오지 않을 터, 이쪽에서도 잘 들렸다.
영국식 엑센트가 실린, 음절 딱딱 끊긴「엿 먹어」.
『뭐?! 엿 먹어?! 제기랄. 살을 빼고 싶음 저주 주머니 같은 건 집어 치우고 츄리닝 입고 운동장이나 뛰라고 그래! 당해보질 않아서 그런 태평스런 소리가 나오는 거지! 먹지도 못하고 토하는게 다이어트인 줄 알어?! 너도 똑같아! 변비에나 걸려버렷, 이 똥돼지 뱃살 마녀 계집아!』
발을 쾅쾅 굴러댄 딘이 마침내 핸드폰을 던졌다.
『여자들이라니!』
아까부터 왼쪽으로 돌던 내 머릿속의 화살표는 이제 가속이 붙은 움직임을 보였다.

줄리아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문제의 마녀는 토마스라고 하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남자와 사귀었다. 평범하게 영화를 보고, 평범하게 식사를 하고, 평범하게 뽀뽀를 하고.
하지만 딘과 나는 그들의 연애가 결코 평범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음. 그게... 줄리아가 마녀라서 그런게 아니라.

『토마스 212kg, 줄리아 197.5kg. 와우!』
『차별하는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둘이서 자가용을 몰고 나가 평범한 해변가 드라이브를 즐기는 건 불가능했겠어.』
『그래도 합계 409.5kg이야, 딘. 일반적인 승용차의 최대 적치물 하중은...』
『닥치고 목욕에 집중해주지 않겠니? 동생아.』
『집중이 가능할 것 같아? 무지하게 따갑단 말이야.』
『어쩔 수 없잖아, 소금물인데.』

활짝 열린 욕실문 저쪽으로부터 아랫입술을 삐죽 내민 딘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잔소리했다.
『욕조 속에서 발가락만 꼼지락거리지 말고 구석구석 잘 닦아.』
『제발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세요. 지금 어딜 보고 있는 거야!』
『고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바닥으로 가린 고추.』
『정신병 걸리겠구먼... 남의 거기를 봐서 뭘 하겠다고!』
『네가 남이냐? 이 몸은 네가 젖병을 빨았던 시절부터 널 보아왔다고.』
삐죽대던 형은 아예 입구에 몸을 기대고 섰다.

『좋아, 새미. 그럼 이 형에게 말해봐. 뭔가 화~ 하고, 뻥~ 하고, 뽀로롱 하고...』
『그딴 의성어로 표현하면 내가 알아먹을 것 같어?』
『달라지는 게 있냐고 묻고 있는 거다.』
달라져? 대답 대신 두 팔을 벌려보였다. 화~ 하고 느낌이 있냐고? 아무 것도 못 느끼겠다.
딘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가랑이 사이로 집중되었다.
참방 소리를 내며 얼른 팔을 물속으로 담궈 중요 부위를 가렸다.
『젠장,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그게 언젠데.』
『몰라.』
『모른다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어느날 토마스는 줄리아와 말다툼을 했다. 원인은 사소한 거였다. 줄리아의 새 옷이 토마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색이 칙칙하다고 했다. 그리고 가슴이 너무 파인 것 같다고도 했다.
줄리아는 발끈했다. 그래서 다음에는 화살이 토마스의 머리 스타일로 옮겨갔다. 그녀는 남자친구의 머리가 1950년대를 연상시킨다고 쏘아붙였다. 머리숱이 적어 보인다고도 했다.
다음은 지독했다. 줄리아는 현관에 놓여진 우산을 들어 토마스를 때렸고, 신나게 얻어맞은 토마스는 숨을 씩씩거리며 그녀더러 뚱뚱한 돼지라고 욕했다. 격분한 줄리아는 남자친구의 면상을 할퀴기 위해 팔을 휘둘렀는데 그 충격으로 집의 판자가 떨어져 나갔다. 그 와중에도 토마스는 돼지, 돼지 이러고 떠들어댔고...
진짜지 그러고 싶었을까. 얘기만 들어도 얼굴이 붉어진다.

『한심한 남자... 그래서 보란 듯이 날씬해져 돼지의 오명을 벗겠노라 줄리아가 그 마법 주머니를 만든 거군.』
『틀려. 그건 토마스를 골탕먹이려고 만든 거야. 어떤 마녀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저주할 수는 없으니까.』
토마스는 다른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퀴벌레를 환장하고 먹어치웠다고 한다.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보내졌을 적엔 몸무게가 158kg으로 줄어 있었다.
『오, 베리아트릭 수술보다 효과적이네. 엄청 살 빠졌잖아.』
『부탁이니 진취적이고도 획기적인 비만 치료법이 개발되었다는 투의 발언은 삼가줘, 샘.』
줄리아와 토마스가 화해를 하고 잠시나마 엇갈렸던 서로의 감정을 다시 확인했을 무렵, 그의 몸무게는 99kg였다. 그녀는 오히려 살이 붙어 207kg. 아뿔싸. 좌우대칭이 맞지 않게 되어버렸다.
『굉장한데.』
『마약 중독자처럼 푹 꺼진 뺨을 하고 지금 감탄이 나오냐.』
쯧쯧 혀를 찬 딘이 대포장 소금 봉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이쪽의 눈치를 살펴가며 욕조에 소금을 더 넣었다.
 
『어떠냐, 새미. 뭔가 화~ 하고, 뿅~ 하고, 샤라랑~ 하고...』
『그딴 의성어로 묻지 말라니까. 몰라. 아무 느낌 없어.』
아무 느낌이 없긴. 온몸이 따가워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아니면 그저 내 신세가 서러운 건지도 모른다.

무릎을 세우고 정 중앙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양말 먹고 싶어, 딘.』
대꾸할 말을 잃은 딘은 그저 새미, 새미, 새미 이러고 내 이름만 불러댔다.

Posted by 미야

2009/07/31 15:45 2009/07/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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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마리에 2009/07/31 17:55 # M/D Reply Permalink

    푸하하하핫. 저주걸린 새미 뒷 편이군요. 미야님!! 너무 좋아요!!!
    바람직한 목욕씬!!! >.<)/

  2. T&J 2009/08/04 01:05 # M/D Reply Permalink

    아,놔-마지막 샘의 대사를 보며 왜 토끼발 에피의 아이 로스트 마이 슈즈.가 생각나는 거냐며...ㅋ샘 귀엽네요.

  3. 제노 2009/08/09 00:29 # M/D Reply Permalink

    딘의 양말이라니 저도 먹고 싶...아... 이러면 안되는데..

    귀여워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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