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Orion 04

※ 바비의 이름을 팔아 형제에게 일을 맡긴 천사. 터미네이터처럼 음성 변조가 가능하다는 거겠지. 능력자 맞구나, 카대리! 꺄울~ ※


지금 웃고 있느냐고? 샘은 주먹을 꽉 쥐고 대답했다.
『전혀.』
『진짜로?』
『여자를 주먹으로 쳤다는 말에 실실 웃으면 정신이 제대로 박힌 남자가 아니지.』
『곤란한데, 샘. 지금까지 뭘 듣고 있었냐. 방금 전에 내가 한 말은「여자를 때렸다」는게 아니라「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거였어.』

퉁명스레 쏘아붙였지만... 뭐, 그래도 괜찮다. 비록 1년치 햄버거 값을 일시에 날렸어도 결과적으로 딘은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샘은 바다 건너 외국으로 달아나지 않았다. 대신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스탠포드 대학 법학부에 진학했다. 천진난만하게 자신에게 이것저것 털어놓던 신변잡기 - 한치의 오차도 없이 - 그대로여서 딘은 처음엔 믿지 않으려 했다. 설마, 벽촌에서 태어나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그 샘 윈체스터는 아닐 것이다. 아버지가 반대했다고 무려 로렌스에서 스탠포드 대학까지 두 다리로 걸어가겠노라 가출을 단행했던 건 아마 다른 사람일 것이다. 딘이 임팔라에 태웠던 건 동명이인이다. 자동차 뒷좌석에 놓인 여성용 가방이 대량의 혈흔만 남기고 행방불명된 마리아 윌튼의 소지품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산비탈을 넘어 달아나려고 했던 샘과는 우연히 이름만 같을 뿐이다. 급한 마음에 휘두른 쇠파이프에 다리를 다친 샘은 평범한 대학생 샘과는 다르다. 옷을 벗겨내고 결박했던 것도, 마음껏 뒤를 꿰뚫고 듬뿍 귀여워해주던 것도, 더 깊이 찔러달라며 신음하고 허리를 뒤틀던 것도, 부끄러움도 잊고 매달려오던 것도 전부 다른 샘, 다른 사람...

가로등 불빛을 향해 몇 걸음을 떼어 놓았다가 휙 소리가 나게끔 돌아섰다.
『달아나라고 했던 내 말을 귓잔등으로 듣고 흘려버렸냐?! 믿을 수가 없어!』
심지어 샘은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넌 내가 마리아 윌튼의 시체를 자동차 트렁크에서 꺼내 모텔 주인에게로 넘기는 것도 봤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상한 사람이 커다란 비닐에 뭔가를 싸서 으슥한 곳에 버렸다는 내용의 익명 제보는 없었다.
『맙소사. 널 다시 봤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되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해진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처음부터 내가 널 잘못 봤다고 해야 할까. 어느 쪽이야?』

유령의 흔적처럼 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지만 허깨비를 보았나 싶어 눈꺼풀을 비비는 순간 감쪽같이 증발하는게 바로 유령이다. 그렇게 유령이 물러가자 순진함을 가장한 거짓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가 계속 겁에 질린 코요테로 있어줬음 하고 생각했구나.』
얄미울 정도로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실망시켰나보네. 벌벌 떨며 숨지 않아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으면서 사과부터 하고 보았다.

어디를 가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땅 끝까지 달아나봤자 소용 없으리라.
경찰의 보호따윈 바람에 덜컹덜컹 요동치는 얇은 합판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24시간 내내 곁에 붙어있어 주지도 않는다.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한들 어쩌다 가끔 순찰차를 보내주는 것으로 끝날 뿐이다. 그리고「귀찮은 민원인」으로 샘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 천성이 친절한 경찰 몇 명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시골뜨기 새내기 대학생을 측은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한 두 번쯤 늦은 귀가길을 따라가며 골목 안쪽을 유심히 관찰할 수도 있다. 그래봤자 관심은 한 달을 넘지 않는다. 그리하여 언젠가 벌어질 샘의 실종 사건은 단순 가출로 결론날 것이다.
그래서 샘은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미친 듯이 공부에 매달리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하던 일을 팽개치고 달려올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었다. 높은 학점과 선량한 품성은 의도한바 그대로 그의 주변으로 사람을 불러 모았다. 인간 방패다.

딘은 방금 그가 한 말을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너, 원래 그렇게 치사한 인간이었냐?』
『이런 경우엔 치사하다는 말 대신 치밀하다는 말을 사용하는게 좋겠지.』
살기 위해 변한다. 생존하기 위해 변화한다.
『그리고 친구들만 맹신하며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려서부터 농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터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격투기를 배우고 호신술을 연습했다. 역기를 들고 런닝머쉰 위를 달렸다.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해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었던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실전용으로 편의점 강도와 대적해서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키웠다.
『나는 이제 당신을 두려워하지 않아.』
반대로 그가 샘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머잖아 당신이 손댈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갈 거야.』
일주일 뒤면 로스쿨 면접이 있다. 친구들 앞에선 대놓고 자랑하지 않았지만 합격은 따낸 당상이다. 변호사의 미래가 있고, 검사의 미래가 있다. 살인마에게 쫓김을 당하는 대신, 법치국가의 권력으로 살인마를 뒤쫓게 될 것이다. 샘은 거만하게 코를 세우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겁을 집어먹고 들판에서 울부짖던 코요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흐응.』
딘의 반응은 의외로 단순했다. 샘이 상상한 반응은 아니다. 오히려 뭐랄까... 예측과는 정반대다.
『그래서 똘똘이 새미퍼프는 아름다운 금발의 스머패트를 아내로 얻어 수영장이 딸린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황새가 물어다 준 아이를 기르며 행복하게 잘 살 거라는 것? 맙소사, 샘. 이렇게 틀에 박히고 고리타분한 애들 동화는 생전 처음이다.』
딘의 비웃음에 샘의 뺨이 빨갛게 물들었다.
『애들 동화가 아니야, 딘.』
『그 말이 맞다. 요즘 애들 보는 만화도 그보단 수준이 훨씬 높다고.』
『마음대로 지껄여.』
『웃긴다. 그게 미래의 거물 변호사님의 으름장이라는 거냐? 늙은이들 떡치는 소리가 그보단 낫겠다.』
『허튼 소리가 아니야.』
샘은 침착하게 딘을 응시했다.
『지금쯤 제시카가 몇 명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을 거야. 그들이 이리로 오기까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어. 만약에 날 죽이고 싶다면 서둘러야 할 걸. 하지만 썩 좋은 판단은 아니지. 내가 당신과 같이 밖으로 나갔다는 걸 그녀가 증언할테니. 경찰은 당신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할 거야. 미국 온 전역에 당신과 비슷하게 그려진 몽타주가 붙는 걸 상상해봐.』
언젠가 딘이 그에게 했던 말을 이때다 하고 고스란히 갚아주었다.
『이름을 바꾸고 숨어야할지 몰라. 누군가 전단지의 그림을 보고 알아볼지도 모르니 외국으로 달아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아참~! 당신은 비행기가 싫다고 했지? 걱정하지 마. 배를 타면 되니까. 멀미가 그리 심하지 않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여기서 떠나버려!
속으로 부르짖었다.
계속해서 지나가는 여자애들이나 괴롭히면서 살아가라고!
거칠게 심장 뛰는 소리가 도로 건너편까지 울려퍼졌다.

『에이미 웰치... 센테니얼 고속도로에서 행방불명되었다고 신문에 나오더군. 식장에서 주방보조 일을 하던 갈색 머리카락의 여자 말이야. 모른다고 하진 말아줘. 당신 짓이지?』
그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바꿀 수도 없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지은 죄를 후회하라느니,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느니 떠들어봤자 빈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보내는 일이다. 샘은 사막에서 꽃이 피어나는 기적까진 바라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살아.』
나직히 속삭였다.
나는 나대로 살아갈테니.
우리의 접점은 그렇게 해서 끊어지는 거야.

『차에 기름이 떨어진 것도 몰랐다던 그 바보 계집의 이름이 에이미였나?』
당황한 기색도 없었다. 딘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살 부추겨도 자기 이름이 뭔지 가르쳐주질 않더라고. 그래서 그녀의 이름이 에이미인지 에미년인지 전혀 몰랐지 뭐야. 다만 식당 일을 한다는 건 눈을 감고도 알겠더라고. 몸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거든. 특히 목덜미와 손목에서 누린내가 심하게 났어. 그리고 여기.』
딘은 여성의 가슴 굴곡 부위를 암시하며 엄지손가락으로 정 중앙을 쓸었다.

건조한 방안에서 울 스웨터를 벗어던진 것도 아닌데 따끔거리고 아팠다.
『했어?』
『응?』
『했냐고.』
『뭘?』
딘은 어리둥절해하는 눈치였다. 하다니? 뭘?
『섹스.』
『뭐?』
『섹스 했냐고.』
말도 안 된다. 상식적으로 나가자면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먼저 물어야 옳다. 납치된 여자의 안부를 묻는 건 깔끔하게 생략한 채 다짜고짜 섹스했느냐 묻는 건 반칙이다. 딘은 눈을 크게 떴다. 이럴 적의 적절한 대답이라는게 뭔지 헷갈렸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샘으로부터 상황에 걸맞는 적절한 질문을 들었다고 가정하고 - 그 여자를 죽였어? - 거기에 맞게끔 고쳐서 대꾸했다.
『죽였어.』
덩달아 샘에게도 혼란이 왔다.
『하고 난 뒤에?』
『이봐!』
그만하자는 신호로 팔을 벌려 보였다. 이것저것 따져묻고 싶었지만 일단 샘은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완전히 질투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딘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정말 듣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 여자 얘기가 나와서 다행이야. 사실 그 년 때문에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거든.』
『왜. 에이미가 허리를 얼마나 잘 흔들었는지에 대해 자랑하고 싶어서?』
딘이 한숨을 쉬는 건 당연하다. 비뚫어졌다. 샘은 스스로에게 깊은 혐오감을 느꼈다.
『샘...』
『나도 알아! 제기랄!』
어린애를 타이르는 듯이 제스츄어를 취하는 딘에게 그래서 신경질이 났다.
『진정하라고, 새미. 왜냐하면 이제부터가 진짜 본론인데 말이지...』
거기까지 말한 딘은 주차되어 있던 임팔라 자동차의 뒷트렁크를 의미심장하게 손바닥으로 탁 내리쳤다.

오, 맙소사.
샘은 사색이 되었다.
이렇게 빌테니 에이미 웰치의 시체가 그 안에 들어있다고 하지 말아줘.

Posted by 미야

2009/03/16 12:55 2009/03/1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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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렌드 2009/03/16 16:12 # M/D Reply Permalink

    ...........막나가는 형님은..... 알흠다워요 흙흙....;ㅇ; 오라버니~~~!!!

  2. 나마리에 2009/03/16 17:51 # M/D Reply Permalink

    ...... 두둥.
    아이구 새미야, 너무 너무 속 보여!
    진짜 아슬아슬 하네요!! ㄷㄷㄷㄷ

  3. 쥬레스 2009/03/16 22:23 # M/D Reply Permalink

    ㄷㄷㄷ...진짜 막나가시는군요 형님(..)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orion입니다/ㅂ/

  4. 미야 2009/03/17 12:02 # M/D Reply Permalink

    트렁크 속에 시체가 있을까욤, 없을까욤. 알아맞춰 보세욤~

  5. lukesky 2009/03/17 22:09 # M/D Reply Permalink

    시체는 없고 임팔라를 함께 타고 떠나자는 제스처가 아닐까요? 새미를 데리러 온 형님. ^^*

  6. 아이렌드 2009/03/18 08:17 # M/D Reply Permalink

    알아맞추면 상품으로 다음주에는 2편 분량이 올라온다든가...그런건가효 ☞☜
    전 있다에 한표... 트렁크 속 시체를 미끼로 새미에게 뭔가 수작(응?)을 걸 것 같아요...

  7. T&J 2009/03/18 08:27 # M/D Reply Permalink

    시체.............가 아닌 더비?-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심각한 분위기의 딘은 뭔가 새롭네요,,,,,,,음, 딘에게서 도망치는 것보다 관계를 만들어나감으로써 인간 바리케이트를 쳤다는 부분.....좋아요-ㅠ-

    죽였냐,를 묻기보다 섹스했냐, 고 먼저 묻는 샘의 머릿속엔 뭐가 들어 있을까요?........다음편도 기대합니다!

  8. 달비 2009/03/19 11:37 # M/D Reply Permalink

    ㅎㅎㅎ 에이미가 살아서 들어있는건 아닐까요?
    으아엫햐ㅓㅇ냐이 궁금해서 미치겠어요>_<

  9. egon 2009/03/29 12:17 # M/D Reply Permalink

    딘이 그럼 공일까나요?? 그 덩치로?? 새미를 상대로?? 난 요런 쫌 싸가지없고 개념 없는 캐릭이 좋더라..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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