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4시즌도 시작했겠다, 게으름은 그만 피워야겠죠. ※


일반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약장을 열고 아스피린부터 찾는다.
그러나 딘 윈체스터는 무기부터 챙긴다.
속이 텅 빈 커다란 스포츠 백을 동생의 발치로 던지면서 그는 명령했다.
『거기다 그득 챙겨서 돌아와.』
그것은 존의 가르침이기도 했다.
만사에 조심해라. 징검다리는 건너기 전에 반드시 두드려라. 그러고도 미심쩍다 생각되면 지렛대를 써서라도 돌을 뒤집어라. 싸구려 여인숙에서 하룻밤 머물지언정 밤마다 유령이 목격되는 폐옥에 떨어진 것처럼 긴장을 늦추지 말아라.
그 말을 어찌나 자주 들었던지 귀에 딱지가 앉았을 정도다. 그래서 딘은 아파 죽을 것 같은 몸뚱이를 끌고 방의 이곳저곳을 확인하며 최첨단 도청 장치를 찾는 CIA 요원처럼 굴었다. 가구의 문짝을 모조리 열어봤고, 서랍을 끝까지 잡아당긴 뒤에 밑바닥을 손으로 휘저었고, 밝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전기 스위치를 죄다 눌러 깜빡깜빡 흔들리는 전등이 없는지를 점검했다.

그들의 직업은 헌터다. 뭐, 조심해서 나쁠 건 하나 없지만... 샘은 산소 호흡기를 통해 최후의 숨을 들이마시는 중환자처럼 쿠룩 소리를 냈다.
『형. 이러다 연방 정부 은행을 털려는 나쁜 놈으로 신고 당할 거야.』
베개 밑으로 바짝 날이 선 칼을 감춰두는 건 순전히 버릇이라고 치고.
침대 아래로 장전된 산탄총을 두 자루나 꾸겨 넣는 모습엔 할 말을 잃었다. 다음으로는 옷장에 한 자루 추가. 그러고도 성이 차질 않았는지 재떨이를 치우고 협탁으로 38구경을 올려뒀다. 뿐만 아니다. 딘의 손에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총이 두 자루 더 남아 있었다.

『여기다 항공기 정비교본에다 경비행기 비행요강만 있음 완벽하겠군. 그럼 우린 무역센터를 공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자가 될 수 있어. 이름도 압둘라니 알 쉐리로 고쳐 불리우고 말이야.』
『뭐? 경비행기 교본? 그게 무슨 헛소리냐. 이 형이 비행기를 끔찍이 싫어한다는 거 몰라?』
잠시 걸터앉았던 침대 모서리에서 몸을 일으키던 딘은 동생의 불평에 손사래부터 치고 보았다.
두 개의 싱글 베드 중에서 입구에서 떨어진 쪽은 샘의 몫이다. 딘은 거기서 팔을 아래로 뻗어 준비해둔 총이 손에 잡히는지를 점검했다. 이만하면 되겠나 - 너무 깊숙이 숨겨두면 정작 필요할 적에 써먹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발에 차이게 가까이 두면 오발 사고의 우려가 높다. 딘은 잠시 턱을 어루만진 뒤에 동생의 팔이 자신보다 훨씬 길다는 걸 염두에 두고 위치를 다시 고쳤다.

『끙차! 그런데 소금은?』
『응?』
『동생아. 지금 오페라 하우스로 닭이 등장했냐. 왜 그런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어.』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먹으려는데 정작 필요한 조미료가 없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딘은 입 모양만으로「소금」이라는 단어를 한 번 더 반복했다.
『뭐야, 새미. 소금 어딨어. 트렁크에서 안 꺼내온 거야?』
『어, 그게... 저기, 음...』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인석아! 까먹을 걸 까먹어야지!』

두 손을 청바지 뒷주머니로 찔러박은 채 주차장까지 달음박질한 샘은 오리 주둥이가 되었다.
언젠가 딘도 결혼하여 그만의 가정을 꾸리겠지만 결코 좋은 남편은 되지 못할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 그의 특기는 100년 사랑도 잿더미로 만들기에 충분했다.「여보, 사랑해. 그런데 당신 요즘 무지 살졌어」면박을 주는 식이랄까. 한 핏줄인 그조차 악 소리를 낼 때가 한 두 번이 아닌데 어느 여자가 과연 참아줄지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고랑내 나는 양말만 쳐도 충분히 이혼감 - 씩씩거리며 임팔라의 뒷 트렁크를 열어젖힌 샘은「빌어먹을!」고함을 질러댔다.

『딘! 지금 뭐하는 거야!』
신성한 왕소금 두 포대를 끌어안고 방으로 돌아온 샘은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다.
핸드폰을 들고 통화하고 있다. 누구와? 무슨 까닭으로? 샘은 당황했다. 여기에「도대체 나 없는 사이에 어느 년이랑 붙으려고!」비명까지 덧붙이면 그야말로 완벽한 아침 불륜 드라마 그 자체 - 머리가 살짝 돌은게 아닌 이상에야 딘을 추궁할 수 없는 그는 마른 침만 꿀꺽 삼켰다.
『응? 뭘 하고 있냐니. 네 눈은 해태냐. 이 형님은 전화하고 있으시다. 점심 먹은 걸 죄다 게워냈더니 뱃속이 헛헛해서 말이야. 뭐라도 주문해서 먹으려고.』
동생이 뿜어내는 불온한 공기를 눈치채지 못한 딘은 그대로 등을 돌리며 핸드폰에 대고 외쳤다.
『내 말 들었어요? 영어 몰라요? 배달 되냐고요!』

리는 그들 형제에게 간단히 악수를 나눈 뒤 다른 뱀퍼들과 마찬가지로 캐나다로 향했다. 단, 남미에서 날아온 사냥꾼들과는 달리 표정이 푸르죽죽했는데 미국의 국경을 넘는 까닭이「즐겁고 기쁜 사냥」이 아니고「지루하고 골치 아픈 조율」에 더 가까운 탓이었다.
『그만 싸우라며 뜨거운 물을 끼얹는 건 내 취향이 아닌데. 젠장.』
뱀퍼들의 목적이「남의 피를 빠는 개새끼들의 완벽한 멸종」이라 의심치 않았던 샘은 솔직히 리가 불평하는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하~ 주님의 은총이어라.」
「무슨...?」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야. 큰 전쟁으로 인구가 급감하면 평화 조약이 체결되자마자 베이비붐이 일어나지. 집집마다 아기가 앵앵대고 기저귀 찬미가가 울려퍼지면 즐거울 것 같지? 알다시피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인플레이션, 실업자 증가, 가치관 혼란, 사회보장 제도의 붕괴... 좀 이해가 가니, 스탠포드 전액 장학생 씨?」
가방 속으로 속옷 꾸러미를 억지로 쑤셔 넣다말고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짙은 커피 빛깔의 스타킹 한 짝이 무슨 족쇄처첨 발목에 걸려 데롱거렸다. 그래서 샘의 시선은 리의 얼굴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다리 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사냥이 끝난 뒤엔 뱀파이어의 숫자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건가요?」
「실제로 늘어나. 두뇌가 피로해지는 일이지. 당연하지 않겠어? 그 자식들도 번식을 한 줄 안다고. 거기다 인간의 여자들처럼 임신에서부터 출산까지 10개월이나 잡아먹지도 않아요. 그냥 아무나 붙잡아 피를 빨고, 다시 피를 주입하면 끝. 그렇게 하기까지 1분도 채 안 걸려.」
리는 제대로 짜증을 부리면서 스타킹을 잡아챘다.
「그래서 일부는 적당히 살려둬야만 하는 거야. 보이는 족족 잡아 죽인다고 능사가 아니거든. 자칫하면 그 반동으로 뜨내기 뱀파이어 숫자만 늘어나게 돼.」
웃음기라곤 요만큼도 없는 얼굴로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은 화장품 파우더 통을 걷어찼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뭔지 알아?《어쩌다보니 뱀파이어가 되었거든요》족속이야. 흡혈 충동을 제어할 줄도 모르는 주제에 힘은 바보처럼 세지. 머리도 나쁘고 지혜도 없어. 목마름에 헐떡이다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날아다니지.」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숨을 고른 리는 화장실 안쪽에서 양치질 중인 딘을 향해 버럭 외쳤다.
「어이, 형씨! 캐나다 관광에 관심 없어? 내가 공짜로 시켜줄게!」

샘은 감았던 눈을 도로 떴다. 딘은 그때까지도 광고지에 실린 음식 사진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또띠아 속에 토마토와 쇠고기를 가득 넣고 표면에 치즈를 입힌 멕시코 음식이었다.
『예! 치즈를 입힌 비프 타코 세트요! 네? 뭐라고요? 잘 안 들린다니까요!』
『이 바보 식충아. 그거 먹음 위장이 다시 뒤틀릴 거라고.』
『어... 지금 네가 말한 거냐.』
『그래. 내가 말했다. 전화기 내려놔, 딘. 눈물 콧물 펑펑 흘리면서 게워냈던게 언제라고 벌써 밥 타령이야. 미쳤어?』
『이거 은근히 기분 더럽네. 말투가 불손하구나, 새미.』
『내 탓은 아니야. 바보에겐 친절하게 굴 맘이 안 드는데 어쩌라고.』
『인석아! 형에게 자꾸 바보, 바보 하지 마!』
『정 듣기 싫음 똑똑하게 굴던가.』
『이건 말도 안돼! 소금처럼 기초적인 것도 빼먹고 안 챙기는 동생에게 내가 왜 바보라고 욕을 먹어야 해?!』
두 팔을 벌리며 분통을 터뜨리는 형을 짐짓 모르는 척하며 손바닥으로 자기 입술을 문질렀다.

작별 인사를 나눈 이후 리는 샘에게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럴 까닭도,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샘은 캐나다로 같이 가자 그녀로부터 어떠한 권유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딘은?

긴박한 거래 날짜가 코앞으로 닥쳤는데 직원들이 죄다 찜질방으로 도망쳤다고 아우성을 치는 사장님처럼 딘은 주먹을 들었다 놓았다 야단이었다.
『배고파~!』
『침대에 눕기나 해. 한숨 푹 자고난 뒤에 느긋하게 저녁을 먹자.』
『무리야!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와.』
음식에 대한 욕구는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지 딘은 계속해서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 샘은 그게 신경에 거슬려 미칠 지경이었다.

- 나 몰래 리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건 아닐까.

소금을 가지러 주차장으로 내려간 사이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 나름 서두른다 했어도 3분은 족히 걸렸고, 그 정도 시간이면 상대로부터의 답장이 도착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어? 새미 너, 표정이 왜 그래.』
『피곤해졌어.』
『어쭈?! 바보 형을 상대하느라 아주 녹초가 되었다 이거냣!』
형의 핸드폰을 들여다봐야 한다. 샘은 엄지손가락을 지긋이 깨물었다. 물론 만사 용의주도한 그의 형은 통화내역을 따로 저장해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딘의 핸드폰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렇게라도 확인을 하지 않음 편안히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샘은 방구쟁이!』
『유치해.』
『샘은 여자 속옷 입는다!』
『유치하다고.』
『샘은 똥구멍에 털이 났어요! 잔뜩 났어요!』
『딘!』

쫓아가서 목을 졸라버리겠다는 식으로 팔을 크게 휘저었다. 그런다고 해봤자 허풍에 가까운 동작이어서 딘은 낄낄대며 쉽게 피해버렸다.
『알았다고, 동생아. 네 말대로 밥은 좀 있다가 먹도록 하자.』
그리고는 핸드폰을 다시 귀에 대고 신경을 집중시켰다.

『여보세요... 바비? 저예요, 딘! 목요일까지 도착할 거라고 연락드렸었잖아요. 예! 우린 다 무사해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물론이죠!』
그런 딘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샘의 얼굴에는 근심과 불안이 가득했다.

Posted by 미야

2008/09/21 20:52 2008/09/21 20:52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015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 List

  1. 아이렌드 2008/09/22 12:38 # M/D Reply Permalink

    의부증일까 독점욕일까... 어느쪽이든 횽아는 머리가 아픈겁니다.

  2. 멍든물고기 2008/09/25 20:53 # M/D Reply Permalink

    와우,,, 새미..... 의심이 많네요 딘피곤하겠다 ㅋㅋㅋ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065 : 1066 : 1067 : 1068 : 1069 : 1070 : 1071 : 1072 : 1073 : ... 197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992460
Today:
282
Yesterday:
213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