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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찬가라며. 그런데 이렇게 사람을 암울하게 만들어도 괜찮은 거야? 봄이라고 봄!

언더 더 로즈 3권이 나왔기에 주문했습니다. 뭐, 작가가 폭풍과도 같은 충격을 줄 거라는 건 1권부터 이미 학습한 바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을 못하고 여전히 [꾸에에엑~] 소리를 내고 있으니 구제불능이라고 할까요.

커버를 장식하고 있는 차남의 그림이 3권의 모든 걸 축약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절대적으로 고독하고, 그렇기에 오만하며, 마음이 왜곡되어져 있는... 한 마디로 무서운 놈입니다.
다만, 간혹 보이는 그 표정이라는 것이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찔러대는군요.


그래봤자 마더콤.
그럴지도.

어쨌든 견딜 수 없게 무거워요. 이렇게까지 불편한 감정을 고무시키는 만화는 처음입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참을 수가 없어져요. 마지막 장면은 뭐랄까... 욕지기 나오게 싫었어요.

PS : 저 차남의 눈빛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바닥으로 살며시 아자세 콤플렉스가 느껴지는 건 제 착각일까요? 가끔씩 그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증오하는 것처럼도 보여요.

Posted by 미야

2006/07/19 20:31 2006/07/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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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gy 2006/07/20 18:33 # M/D Reply Permalink

    3권보고 '이게 봄이면 여름은?' 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봄의 찬가가 이 정도면 여름은... 아무래도 뽀샤시샬랄라는 절대로 안되겠죠?(툴툴=3)

  2. 까뮤 2006/08/03 22:33 # M/D Reply Permalink

    우..우와.... 신기하네요. 얼마전에 본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여기서도 보다니. 하지만, 3권은 아직 안 봤으니 미야님, 이 글은 넘길게요-_-;; 3권 본후 이글 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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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4 : 풀무불의 노래 10

서관에 알림글을 올렸지만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는 분들이 다수인 듯하여.
칸자카 하지메씨의 원작 설정과 다릅니다. 여기서 [시즌]으로 나누는 건 순전히 개인적인 팬픽션 작업에서의 보조 개념입니다. 슬레이어즈 1기, 넥스트, 트라이를 생각하시고「그건가?」라고 짐작하시면 하나도 맞지 않습니다.

1기 : 신마전쟁으로부터 시작해서 리나 인버스가 가우리를 만나기 바로 직전까지의 시간대
2기 : 리나 인버스 대 모험기 시절
3기 :《죄는 반복된다》시기
4기 : 리나 인버스 사후

오리지널 성향입니다. 누군지도 모를 인간들이 우굴거리는 글이 싫으신 분은 모쪼록 패스하십시오.


낮잠을 자는데 꿈에 모르는 남자와 여자가 나왔다. 여자는 과일을 깎으면 딱일 것 같은 짧은 날의 칼을 들고 벽장에서 나타났고, 남자는 불쏘시개를 쥐고 식탁 아래서 벌떡 일어섰다.
어차피 현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판 모르는 자들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었어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기왕 나타날 바엔 절세 미녀가 발가벗고 하늘에서 떨어졌으면 하고 내심 바랬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바로 꿈이다. 그래서 잠자코 내버려 두었다.

세계는 칙칙한 회색이었고, 소리는 깊은 우물 속에서 들려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왕왕 울렸다. 묵직한 돌이 눈꺼풀에 씌워져 방해가 되었다. 그렇고 말고. 눈이 이상하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 본 손바닥이 곰 발바닥에 악어 이빨을 촘촘히 달아놓은 형상이다. 손바닥 가운데를 세게 누르자 표범의 어금니처럼 생긴 손톱이 스프링 장치가 달린 무기처럼 튕겨 나왔다. 자신의 것이면서 동시의 자신의 것이 아닌 손이었다.
불쾌감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슬슬 불안해지려 했다.
남자는 속으로 반복하여 되뇌였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왜 꿈에서 깨어나질 못하는 걸까.

기분이 더욱 가라앉았다. 그저 신사답게 모자를 고쳐 썼을 뿐이다. 그런데 불쏘시개와 함께 식탁 아래서부터 떠오른 청년은 눈가가 벌개져선 안타까운 시선을 떼지 못했다. 손등으로 얼굴을 북북 문질러대는 그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10년도 전에 유행이 지난 모자를 여태껏 쓰고 있는 내가 불쌍하냐.
입을 열어「가난은 죄가 아니니 동정은 그만둬」라고 말하려 했다.
《파르픗픗...》
망할 꿈이었다. 혀가 돌덩이처럼 굳어 이상한 소리밖에 나오질 않았다. 꼭 얼간이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노력해서 혀를 ㄴ자로 굽혀 얼~ 소리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하지만 고양이가 혀를 베어가기라도 했는지 혀 굴리는 소리는커녕 어와 아 발음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소가 오랜 여물질 끝에 커억 하고 트림하는 소리밖엔 나오지 않았다.
창피해서 트림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고 싶었다. 하여 더욱 힘 주어 끄억거렸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는 그것이 요란한 방구 소리였다고 해도 별 상관 없는 눈치였다. 자기네들끼리 심각해져선 끄억 소리엔 반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선 말이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방법은요.』
『없다.』
그렇게 대답하고 꿈속의 여자는 차분히 몸을 돌려 계단쪽으로 향했다. 동작으로 보아 밖으로 나가려는 것 같았다. 그걸 불쏘시개 청년이 황급히 붙잡고 말렸다.
『잠깐만요. 그냥 떠나는 거예요? 이 사람은 어쩌고요!』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남은 여생을 포기한 채 평생 저 반인반마와 같이 살아줄테냐? 그럴 자신 없잖아. 아니면 기적을 만들어 사람으로 돌아가게 만들거냐? 네가 신이야? 아니잖아. 할 수도 없으면서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밀어? 웃기지 마.』
『또 모르잖아요. 어딘가에 방법이...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만 억지 부려. 방법 같은 건 없다니까.』
열려진 문 저편으로부터 늦은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등지고 선 여자의 머리카락 속으로 한줄기 빛이 통과했다. 피부가 빨갛게 핏빛을 띄고 반짝반짝 빛났다.

유나가 알기로는 반인반마 분리법이 성공한 사례는 지금껏 딱 한 번밖에 없다.「되낳기(*)」라는 고대의 방법이다. 모체로부터 인간의 부분만을 태아의 모습으로 만들어 체내 밖으로 출산한다. 이를 돌려 말하면 자궁을 가지고 있는「여성」에게만 그 시술이 가능하다. 누군지도 모를「되낳기」시술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문제 이전에 다리 위로 붙어 있는 고환부터 손봐야 한다. 치마만 두르면 성별이 바뀐다면야 도전해볼만도 하지만. 그럴 일이 절대로 없다는 점에서 유나는 일찌감치 손을 들었다.
지금 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고민하는 건 바보 짓이다. 그건 시간 낭비다. 반대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고민하는게 훨씬 낫다.
유나는 커다란 장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에 둘러맸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태가 훨씬 고약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사람들이 데몬으로 변해갈지 모른다. 머뭇거릴 짬은 없다.

순간 데몬으로 변한 남자가 축농증 심한 킁킁 소리를 냈다.
만약 그가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저 콧소리는 어떠한 단어였을까 하고 유나는 생각해봤다.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고자 한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것은 어쩐지 감기 걸린 강아지의 재채기 소리를 닮아 있었다.
의사소통을 할 수 없으니 이쪽이나 저쪽이나 똑같이 답답하다. 구강 구조가 극적으로 변한데다 혀까지 움직이지 않으니 모음이고 자음으로 발음은 죄다 불가능. 그가 다시 부지런히 킁킁 코를 훌쩍였다.

『연필을 쥐어주면...』
그라바스가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저 커다란 손에 연필을?』
『아아, 무리겠죠.』
『무리고 말고. 쇠 몽둥이를 쥐어도 즉석에서 박살날 터인데 무슨 재주로 연필을 잡나.』
핀잔만 들었다. 그라바스는 필답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한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집밖으로 도로 나왔다. 결국 스스로 알아내는 수밖엔 없었다. 그래서 걷는 걸음이 곱절은 빨라졌다.

『대단한 마법사의 짓이었다고 해도 주민들 전부를 데몬으로 바꾸진 못했을 겁니다.』
『맞는 말씀.』
하급 요마를 조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왕실과 계약한 톱 클래스의 마법사도 수십 마리의 데몬을 조종하려면 진이 다 빠진다고 했다. 입장이 반전되어 거꾸로 불러낸 데몬에게 공격당해 죽을 수도 있다. 쥐나 고양이를 데몬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인쇄소에서 광고물 찍어내듯 대량으로 양산했다간「어서 나를 잡수시지요」사태로 악화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소환된 데몬이 주인을 죽이고 달아나는 일은 대단히 잦다. 데몬에겐 의리나 충성 같은 개념이 없다. 힘으로 눌리면 얌전하게 있지만 기회만 왔다 싶으면 순식간에 뒤돌아 이를 드러내고 마법사를 죽인다.
구제불능의 낙제 점수를 받은 적이 있는 마법사라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터.
자살을 결심한게 아닌 이상 수 백명을 한꺼번에 데몬으로 바꾸어 바깥에 풀어놓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다수의 사람들이 어딘가에 갇혀 있겠군요.』
『...』
그라바스의 의견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유나는 손가락에 침을 발라 바람의 방향을 확인했다.
그것이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 걸까. 그라바스는 의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 저기요? 바람의 방향에 무슨...』
『아아, 이건 그냥 버릇이다.』
그녀는 슬쩍 멎적은 얼굴을 했다.
『북풍이 부는 건 무섭거든.』
『북풍?』
『별 거 아닌, 개인적인 징크스 같은 거랄까.』
거기까지 말하고 재빨리 표정을 바꾸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건지 남에게 설명을 하고 싶은 눈치는 아니다. 자신의 약점 같은 것이라 대놓고 떠벌리고 싶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많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감시하려면 어디가 좋을 것 같아?』
그라바스는 머뭇거림 없이 즉답했다.
『학교 운동장이오.』
『우와. 그거 엄청 특이하군. 너희 나라에선 곧잘 그렇게 하나?』
『그런 건 아니고요. 일단 많은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모아둘 수 있는 장소는 그리 흔한게 아니잖아요. 가둔다, 감시한다 그러면「감옥」을 떠올리는게 먼저긴 해도 이런 규모의 마을 유치장 안엔 수백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긴 힘들죠.』
『일리는 있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테라에는 버젓하게 생긴 초등학교 운동장이라는게 없다. 사막 마을에서 자라는 어린 아이들의 숫자는 땡볕에서 피어난 에델바이스만큼이나 희귀한 법이니까. 좋은 환경을 찾아 세 번이나 이사를 감행한 맹자의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낳은 사막의 여자들은 젖먹이를 데리고 곧바로 초원 지대로 빠져나간다. 연약한 아기들에게 사막의 열기와 데몬의 입냄새는 살인 무기와도 같은 법이다.
따라서 학교 운동장은 빼고... 유나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말을 이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집합시킬 수 있을 것. 훤히 뚫린 광장은 안되고... 벽과 지붕이 있을 것. 출구를 통제할 수 있고, 그 출입문에 열쇠가 있을 것... 아!』
이거다 하고 생각나는 곳이 딱 하나 있다.
돌아보니 그라바스도 같은 걸 떠올린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달리고 있다.

사막 사람들은 성당에서 두손모아 신에게 기도할만큼 물러터지지 않았다. 물이 급해지면 기우제를 지내는 대신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우물부터 파고 본다. 신심은 바닥을 때려 지나가는 열 여섯 소녀를 강간하고도 천벌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강간범을 벌 주는 건 정의의 여신이 아니라 피해자 소녀의 부모다. 분노한 아버지가 돌을 들어 강간범의 머리를 친다. 여기서 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저 지고한 하늘의 뜻은 사막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역사하고 있다.
그럴지언정 사막 사람들에게도 성당은 필요하다. 머리가 깨진 강간범의 시체를 묻으려면 영원의 향불을 흔들어줄 사제가 있어야 한다. 죽음의 영역에 속한 자들을 검은 안식의 대지로 인도하기 위한 절차도 밟아주고, 행여나 좀비가 되어 돌아다니는 일 없게끔 시체 단속도 해주고.
그래서 믿음은 없어도 성당은 꼭 짓고 본다. 마을에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장소를 빌려 토론도 할 수 있으니 없는 것보단 훨 낫다. 마침 이형제회(異形際會) 사제단(*)에서 포교를 목적으로 보란 듯이 돈까지 쥐어주니 님도 보고 뽕도 딴다.

일행은 이형제회의 상징인 심장을 꿰뚫은 세 개의 검을 찾아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끔찍한 고난을 상징하는 그 문양이 새겨진 돔 지붕이 분명 마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밥사발 모양의 둥근 지붕을 얹는 건 엄격히 따져 대륙 남동부 스타일로 사막에선 어울리지 않는다. 흘깃 보기만 해도 덥다. 그러나 그게 또 묘미다. 청동 덮개를 단단히 씌워 그 안은 극강 찜통이 되었을지언정, 신의 날개는 더위와는 상관 없이 지붕에 내려 앉을 터이니 이거야말로 이형제회의 진정한 상징이다. 그까짓 더위가 다 뭐라냐. 사제는 웃통을 벗어던지며, 사각이는 소금 투성이의 몸으로「쉬피드의 영광이여, 이땅에 얼른 내리소서」하고 열심히 경을 외운다.

『저쪽이예요!』
큰 길을 따라 15분 가량을 달리자 사람의 손을 탄 키 작은 나무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더하기 풍선을 닮은 둥그런 돔.
슬라브로 편편한 지붕을 얹은 술집은 간판을 빼면 평범한 가정집과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유나는 고집을 부려가며 돔 지붕을 얹은 건축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었다. 지붕은 훌륭한 표지판이 되어 그들의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인도했다. 전광판에 네온싸인으로 번쩍번쩍 화살표를 달아놓은 것 같다. 왼쪽으로 돌아 다시 직진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뛰고 또 뛰었다.
흘깃 뒤돌아보니 모자를 쓴 데몬 아저씨가 어적대며 열심히 따라오고 있다.
바람에 날아가랴 한손으로 모자를 누른 채 구두도 신지 않은 발로 모래를 박찼다.
그가 도움을 줄 것인지, 아니면 방해가 될 것인지는 당장 판단이 쉽지 않았다.

유나는 잠시 생각했다가 손가락 셋을 높게 들었다.
『각자 한 바퀴 조심해서 돌아본다.』
그라바스가 제일 먼저 반응,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오른쪽으로 돌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데몬은「나도?」라는 식으로 잠시 움찔거렸다가 눈치껏 그라바스가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유나는 발자국 소리를 죽여가며 길을 따라 빠르게 걷다 넙죽 엎드렸다.
사막은 이래서 짜증난다. 널린게 고운 모래이다보니 몸을 숨기기에 도움이 되어줄 은폐물이 별로 없다. 높은 담벼락이 있기를 하나, 심어진 나무가 크기를 하나, 바위가 있나.
몸에 잔뜩 묻은 누런 흙먼지가 그나마 시야를 교란해주고 있을 뿐이다.
흙으로 목욕하는 참새인양 그래서 잔등으로 모래를 일부러 끼얹었다.
그 자세에서 고개만 살짝 들어 관찰해봤다.

높이가 제법 되는 건물이었다. 네모난 장식 기둥 둘이 입구 양쪽으로 세워져 든실한 느낌을 전달했다. 유리로 끼운 창문이 없어 튼튼한 요새 같다. 그나마 달린 창문엔 두꺼운 판자 덧문이 내려져 있다. 환기를 위한 구멍은 한참 위로 뚫려져 있다. 그것도 어린애 손목 굵기라서 그다지 도움이 되어줄 것 같진 않다.
지붕 위로는 수상한 기척은 없는 듯하고.
시험삼아 작은 돌을 집어 아무렇게나 훌쩍 던져봤다.
모서리에 숨어 있던 그라바스가 이에 반응, 재빨리 화살을 쏘는 동작을 취하면서 한쪽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퓽- 하고 보이지 않는 뭔가가 날아가면서 조약돌이 공중에서 퍽 하고 부셔졌다.

유나는 얼른 손을 들었다.
『워워, 나야. 공격하지 마.』
『미안합니다, 유나. 좀 긴장해서...』
『두 번 긴장했다간 사람 잡겠군. 그나저나 한 바퀴 빙 돌아보니 상황이 어떤 것 같나?』
『글세요... 일단은 조용합니다만.』
『...일단은?』
『문제가 하나 있어요. 입구를 마법으로 봉쇄해놔서 아무리 지랄해도 열 수가 없게 생겼어요.』
라고 말하면서 그라바스는 턱을 움직여 성당 입구를 가리켰다.


* 되낳기 : 「그 여자의 왼쪽 눈동자」편 참조... 라고 해도 서관에 아직 미등록. 우와악!
모태를 마물로, 인간을 태아로 해서 출산과 함께 반인반마를 분리시킨다. 출산시 모태는 반드시 죽으며, 유감스럽게도 완벽 분리는 되지 않는 듯하다. 모태를 인간인 여성으로 하는 건 인간의 자궁이 마물을 품기엔 너무 약해서 불가능하다고 한다. 가장 궁금한 점은 되낳기에「씨앗」이 필요한 건가 아닌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일단은 처녀생식일 거라는 설이 압도적이다.

* 이형제회 : 결계 밖에서 생성된 독특한 종교 집단. 쉬피드가 죽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신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한다. 때문에 대단히 엄격하며, 까다롭고, 도덕 우월주의적이다. 민간인들에게까진 그 엄격함을 강요하지 않지만 사제들은 신의 대리인으로서 품격을 잃으면 결코 안 된다.
지상으로 살아 있는 신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 신앙의 목적으로 대륙 남쪽에선 왕족보다 이형제회 사제의 지위가 더 높은 경우가 많다.
항마전쟁 직후, 거룩한 숙녀라고 불리우는 불사자가 카타트 산맥에서부터 남하하여 이형제회를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에 세 개의 칼이 교차하여 찔러박힌 그림이 그 상징이다. 의미는 고난.

Posted by 미야

2006/07/17 18:57 2006/07/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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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스캐너로 걍 밀어버림. 디카로 찍어도 뽀샤하겐 안 나오니 그게 그거.

오랜만에 비즈로 목걸이를 만들어 봤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요즘에 롱 타입 목걸이가 유행이라서 클래습 없이 그대로 머리 위로 뒤집어 쓸 수 있는 길이로 만들었는데요, 그냥 봐선 썩 괜찮았는데 정작 목에 걸고 거울을 보니까 왕창 깨더라고요.

거기다 시드 비즈로 하루 웬종일 꿴 저 줄이 핸드폰 줄 같아서 소름 돋지 뭡니까.

악세사리라는 건 정말 짐작이 안 가는 세계입니다. 손바닥 위에 놓고 보는 것과, 착용하고 멀리서 보는 느낌이 같지 않거든요. 옷도 마찬가지지만 악세사리 역시 몸에 붙였을 적에 예뻐야 [엄지손가락 척-] 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최종 점검에서 탈락. 영 아니올시다.
이럴 적엔 속상해져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 접고 곧바로 분해해버리는데... 어유, 이번 건 그러기도 주저하게 되는 것이... 스탠드 불 밝히고, 눈 부벼가며, 하루종일, 저 시드 비즈를 땀 흘려가며 뀄단 말입니다. (버럭~!)

덕분에 전국적으로 물 난리가 났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Posted by 미야

2006/07/17 12:45 2006/07/1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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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r 2006/07/18 12:30 # M/D Reply Permalink

    저는 홍수로 사람이 죽었단게 좀 믿기지 않아요. 제 일상이랑 너무 동떨어져 있는걸요. 물 무섭습니다. 시대가 어느땐데 아직도....란 생각이 들어요. 저거 만들때 힘드셨을텐데 어째요^^; 줄 묶은 부분이 멋진데요. 아까우시겠어요. 저는 수작업은 금방 지쳐버려서 완제품을 사요.. 앤틱한 반지라든지 좋아하는 편이에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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