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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

나오키상 수상작인「이유」를 시작으로 지금은「모방범」1권을 읽기 시작했다.

.......... 등장 인물, 각오는 단단히 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많다. 으악.


특이한 분위기다. 추리 소설이 아니라「추적, 사건과 사람들」을 비디오가 아닌 활자로 읽어대는 느낌이다. 그것도 엄청난 분량 - 그 두꺼움에 흐믓해하라 - 의 리포트로 경찰 관계자와 피해자, 피의자, 거기다 용의자까지 순식간에 등장, 넋 놓고 있다간 파도에 휩쓸려 조난당하기 딱이다. 머리가 나쁘면 「어라, 이게 누구더라」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용 따라 가느라 정신 없는 가운데 다시 뒤로 Back, 「아, 이 사람은 형사였고, 이 사람은 피해자야」하고 반복 학습을 해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 복잡한 형식이 사람을 흥분시킨다.


소설은 흡사 TV 뉴스 아나운서가 두 눈을 반짝이면서「경기도 모 야산 부근에서, 지난 27일 경에 실종되었던 주부 37세 아무개 씨의 시신이 우연히 동네 주민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라는 뉴스를 전달하는 식이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훈련에 의해 차분히 가라앉아 있다. 피 냄새는 희석되어 있다. 시각화된 자료 화면은 어쩐지 의미 불명이고, 당연히 시체나 그 시체 비슷한 건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나왔다간 방송 사고다) 피 묻은 셔츠 같은 건 모자이크로 처리되어 순식간에 휙 지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율하게 되는 건, 그것이 꾸며진 가짜가 아닌, 실제로 폭력에 희생된 희생자의 진실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것은 진짜라는 것.

죽음, 그리고 폭력.

누군가 신을 우습게 알고 죄를 저질렀다.

희생자는 썩어 파리 밥이 되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가 나열하는 이야기들은 당연히 꾸며진 픽션이다.

하지만 흡사 뉴스를 전달하는 식의 특유의 분위기 탓에 영 진정이 되지 않는다.

충격적인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작위적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한 달 전에 있었던「진짜」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우리 사회에서「이런 일은 언제든지 벌어지고 있어」라는 외침이 되어 큰 파장을 일으킨다. 밀납으로 만들어진 시체에서 살 썩는 냄새가 풍겨나오면서 공포는 뇌를 잠식해 들어간다. 그렇다. 이런 일은 어제도 일어났고, 오늘도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내가 아니라는 법이 없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걍 뒈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 소설은「범인을 잡으면 소설은 끝」이라는 공식에서 한참 벗어난다. 살인범이 잡혀도 살인 행위는 남아 모두를 괴롭힌다. 그 혐오는 상상 초월이다.


바로 코 앞에서 일탈 행동 - 신이 엄금한 행위는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뉴스 아나운서는 오늘도 변함없이 그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줄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도 그 사실을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다.

Posted by 미야

2006/08/10 11:49 2006/08/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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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면 살인도 나는 것이다

날씨가 무더우니 차가운 차가 좋아진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차게 녹차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곤 하는데... 뒤돌아서면 없다. 누가 먹어대는 거야, 진짜!
먹는 거 갖고 짜증부리는게 가장 치사하다. 그치만 "가져다 바치는" 입장이 되면 꼭지 돈다. 냉커피 여섯 잔 분량을 타서 "빨리 차가워져라" 마법을 걸고 있는데 얄름 다 먹어버린다고 해봐라. 내가 다방 레지야? 진짜 이런 식으로 바닥까지 싹싹 비우고 "어, 땀 난다" 할 거야?
냉동실에 넣어둔 아이스크림을 "이거 나 먹어도 되지?" 하면서 슬그머니 가지고 나가버린다.
찐 옥수수를 봉투에 넣어 쟁겨뒀더니 다음 날 안 보인다.
초코렛 봉지를 선물받아 냉장고에 넣었는데 봉지 채 사라졌다.
최소한 세 번 먹었으면 한 번은 자기가 알아서 채워넣는 센스라는 걸 가져봐라.
너무들 뻔뻔하게 남의 걸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유혹을 떨쳐내기엔 날씨가 덥다는 건 안다.
그치만 진짜 정나미 떨어진다.
손님 접대용으로 만든 아이스티를 벌컥대는 걸 보고 두손 두발 다 들어버렸다.
그래. 이제부턴 이열치열, 뜨거운 차만 준비해주지.
한국 남자들, 뻔뻔하다. 결혼해서 챙겨주고픈 마음 절대 안 생긴다.

Posted by 미야

2006/08/09 22:49 2006/08/0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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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kr 2006/08/13 19:41 # M/D Reply Permalink

    헉헉헉 설마 누가 그랬는지 안드러난건 아니겠지요? 한두번이 아니잖아요. 글만 읽는데도 얄미움이 모니터밖까지 느껴집니다. 하나도 치사하지 않아요! 자기만 쏙 빼먹는게 얼마나 얄미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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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 카드 게임

더워요. 더워 죽겠어. 이러다 진짜 죽겠어...
다루핀과 만담 커플을 이루는 골디는 슬레이어즈 오리지널이 아닙니다. 슬레이어즈에서 골디라는 녀석이 나왔던가 고개를 갸웃하시는 일 없기를 바랍니당. ^^ 그가 주인으로 있는 마족 카페는 이전에도 여러번 나왔으니까 설명은 생략할게요
.


마족들도 카드를 갖고 놀 수 있느냐 의아해 하진 말아주기 바란다. 그들에게도 놀이 문화가 있다.
20년 전까진 체스가 인기였다. 그 전에는 오목이었고, 그 전전에는 부르마블 게임이 대 유행이었다.

『자! 카드 한 장 받으시고, 넘기시고.』
룰은 초 간단하여 단순한 도둑잡기 게임 비슷하다. 모양이 동일하고, 숫자가 연속되는 카드 다섯 장을 모두 모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예를 들면 스페이드의 4부터 8까지 모으면 윈 카드가 된다. 마찬가지로 하트의 2부터 6까지 모아도 윈 카드다.
『누가 클로버의 5를 가지고 있는 거냐. 모으는 녀석 있으면 날 위해 포기해.』
『그런 걸 상세하게 물어보는 건 반칙이다, 인석아.』
『게임 시작 전에 그런 말을 한 녀석은 없잖아. 그럼 반칙은 아닌 거야. 내 말이 맞지?』
손에 가지고 있는 다섯 장의 카드 가운데 마음에 들지 않는 패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각자 눈을 굴리고 있다. 게임 자체는 어린애 장난 같아도 분위기 만큼은 강마전쟁 시절만큼 치열해서 커다란 아몬드 눈에 녹색의 파리 눈알이 정신 사납게 돌아갔다. 너무 핑핑 돌아 팽이가 얼음판에서 고속회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윈 카드!』
그들 중 하나가 회색의 촉수를 꺼내 테이블을 톡톡 건드렸다.
『망할. 마부아스! 너 지금 여섯 장이나 가지고 있잖아!』
『여섯장? 어랍쇼, 이게 어디서 돋아났지?』
『자꾸 짜증나게 하면 마흔 여덟 개의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린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아싸, 그렇담 이번엔 내가 윈 카드!』
『얌마! 기다려. 지금 윈 카드 부른 놈이 어느 놈이야!』
『저, 접니다. 해왕님.』
『취소해. 아직 난 하트의 8을 갖지 못했어.』
『그런 억지가!』
『정 억울하면 네가 나 대신 마왕이 되던지. 자! 그럼 나에게 카드 한 장 넘기시고... 좀 전에 윈 카드 부른 건 무효다. 아니라고 하면 알지?』

무효라는게 대관절 무엇인데요. 무 밭에서 효자가 나왔다는 건가요, 아님 無(무)자에 성낼 哮(효)를 달아 성내지 말라는 뜻인 건가요.
아몬드 눈알은 꽤나 억울했던 것 같다.
살기등등 마왕님께 감히 개기진 못하겠고, 그렇다고 어렵게 모은 카드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몬드의 커다란 눈이 옆으로 힐끔 돌아갔다. 나는 못해도 당신이라면 한 마디 할 수 있잖아요 - 하면서 애원을 담아 골디를 바라보았다.

구석에서 혼자 차갑게 식힌 맥주를 마시고 있던 골디는 코웃음부터 쳤다.
가뜩이나 기분이 꼴통인데 저놈의 마왕까지 짜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용병질에 뼈가 굳으신 몸께서 감히 실수라는 걸 했다. 돌격 도중에 말에서 떨어진 것이다. 덕분에 팔이 분질러졌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참을만 했는데 어느 멍청이 마법사가 호의를 베풀어 리커버리 주문을 걸어주는 바람에 S자 모양으로 뼈가 잘못 붙어 버렸다. 아차 하는 사이에 검을 쥐지 못하는 팔 병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후방으로 급히 돌아와 군의관에게 휘어버린 팔을 보여줬더니만...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하는 말, 더 이상의 치료는 쓸모가 없고 잘못 붙은 뼈를 망치로 기냥 부러뜨려야 한댄다.

얼어죽을, 빌어먹을, 젠장맞을.
기분이 상한 골디는 용병 길드에 위약금을 지불하고 그 날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입에 수건을 단단히 물고 뼈가 잘못 된 팔을 망치로 걍 후려 갈겼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골디는 남태평양 저기압이다.
『임마, 마왕.』
그러니까 초반부터 욕설이다.

『이래선 게임이 되질 않잖아. 다른 녀석이 윈 카드를 부를 적마다 어떻게든 토를 달아서 무조건 무효화시키면 어쩌자는 거야.』
심지어 초록색 코딱지를 일부러 카드에 묻혀 부정을 저질렀다며 우기기까지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아가미 달린 마족에게 코딱지가 다 뭐냔 말이다. 붕어 코딱지라는 거 들어는 봤나. 기운이 없어 흥 소리도 나지 않는다.
『자네, 계속해서 그딴 식으로 굴면 수신관이 되어 버린다.』
아싸, 충격 발언.
촉수 마족에게서 뒤집어진 카드 한 장을 넘겨받던 다루핀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수왕부에서 난리가 난 것이 두어 달 전이다.
수왕 앞으로 머리통 일부가 날아간 제로스가 나타나 술 취한 인간인양 헤롱거리면서「아이쿠, 수왕님~」하고 넙죽 엎드렸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애지중지하던 아이의 머리가 2/3나 날아갔으니 돌부처라는 별명엔 아랑곳 없이 수왕이 쇼크를 먹은 건 당연지사. 아울러 누가 감히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인지를 두고 마계가 발칵 뒤집혔다.

「내가 잘랐는데요.」
맛이 간 것이 분명한 제로스는 히죽 웃으면서 경련을 일으키는 두 다리를 바닥에 죽 폈다.
「그런데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 같진 않네요.」
그러면서 단검을 들어 오른쪽 눈자위 부근까지 또 한 번 길게 찢으려 했다.
미치광이의 비릿한 미소를 띄우고 제로스는 이미 머리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여기요. 이 머리에 불편한 이물질이 하나 들어가 있어요. 이히히. 그걸 파내고 싶은데 잘 되질 않아요. 가끔씩 내가 아닌 것 같아요. 남의 머리가 내 몸뚱이에 달라붙었어요. 고장 났어요, 고장 났어. 이히히.」
술주정 하듯 중얼대던 혼잣말 그대로 녀석은 어딘가 고장난게 분명했다.

끔찍하게 망가졌던 머리가 한달 만에 (외모적으로) 원상복구되자 녀석은 부리나케 인간계로 달아나선 리나 인버스 궁둥이 뒤로 달라 붙었다. 그리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웃고 또 웃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가식적인 미소 따위가 아니라... 좋아서 웃은 것이다.

일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참견쟁이 다루핀은 손가락을 흔들어대며 야단쳤다.
그까짓 인간 계집애에게 집착이라는 걸 하지 마라.
그리곤 수신관의 머리통을 앞뒤로 거칠게 흔들어대며「고장난 나사야, 빠지거라」라며 외쳤던 것이다.

그걸 기억하고 있는 골디는 눈을 야렸다.
『그때와 똑같이 이번엔 내가 말해주랴? 그까짓 카드 게임에 집착이라는 걸 하지 마라, 마왕아. 말로 부족하면 네 머리통도 흔들어주마. 고장난 나사야, 빠지거라 주문도 걸어주지.』
다루핀은 창백해졌다.
『흐, 흔들면... 자네 파, 팔 아프지 않겠나.』
『아프지. 아직 뼈가 붙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당연히 아프고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디는 친우의 고장난 대갈통을 고치고자 천천히 (깁스한) 팔을 앞으로 뻗었다.

『윈 카드 누가 불렀어. 아몬드 눈알 너냐?! 너냐?! 제기랄, 네가 이겼다! 이겼다니까!』
불도저 골디 앞에서 마왕은 재빨리 게임 오버를 선언했다.

Posted by 미야

2006/08/07 16:32 2006/08/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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