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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미싱헌팅 6

가끔 가우리를 왜 등장시키나 할 때가 있어요. 미안해, 가우리. 나의 편애 모드는 항상 극을 달려.


호기심이란게 뭔지.
가우리는 죽은 개구리를 관찰하는 어린아이인양 나뭇가지를 주워 몸통에서 분리된 데몬의 머리를 콕콕 건드렸다.
그다지 권장하고픈 일이 아니다. 동물이나 인간과 달리 우리들 마족은 부패하여 공중 분해되는 속도가 거의 음속에 가깝다. 죽은지 1년이나 지난 인간의 몸에 살가죽 찌꺼기가 계속해서 남아있는 것과는 틀려도 무지 틀리다. 회색의 돌처럼 변했다가 화로 안의 재처럼 벌겋게 타들어가 마침내 가루가 되어버린다. 렛셔 데몬 정도라면 3분 안에 끝장난다. 이때 행여라도 그 가루를 코로 흡입하는 일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들 마족이 죽어서 남긴 재는 그 자체가 맹독이다. 가만히 냅두면 곱게 갈린 가루마저 10여분 내로 증기처럼 사라지지만 그 전까지는 맹렬한 죽음을 품고 있다.

디크 메로우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호록 타들어가기 시작한 데몬의 사체를 나뭇가지로 뒤척이는 가우리를 얼른 뒤로 잡아끌고는 그러지 말라는 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동생에게 신호, 미리 준비해둔 것을 가져오게 시켰다.
동생 션이 부랴부랴 손에 들고 온 것은 어른의 팔뚝 길이의 물병이었다.
보기에는 맹물처럼 보였다. 그치만 고스트 헌터들이 생수병에 평범한 약수물을 뜨고 돌아다닐 리가 없다. 정말로 그런다면 그건 심각한 농담이다. 하여 나는 그 내용물이 성수라는 것에 동전 하나를 걸었고, 션은 코를 틀어막은 채 데몬의 사체 위로 병에 든 내용물을 좍좍 끼얹었다. 순간 치익 하고 물 끓는 소리가 났다. 역시 성수다.

『다친 곳은?』
디크가 시선을 돌려「애기야, 괜찮아?」라고 물어왔다. 리나의 입이 삐죽 나왔다.
『별로.』
시큰둥히 대꾸한 리나는 비밀스럽게 엉덩이 쪽으로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검지 손가락을 펴서 위 아래로 까딱였다. 그것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라는 걸 알아차린 나는 바짝 긴장했다.
아직 두 마리의 렛셔 데몬이 수건을 걸친 채 대기 중입니다. 내보낼까요.
이쪽이 뭘 생각하는지 훤히 보인다며 그녀의 검지 손가락이 다시 한 번 더 까딱였다.
기다리라고요. 네, 네. 시키는대로 합지요.
어깨에서 힘을 빼고 남의 동네 지붕 위에서 쪼그리고 앉았다.
에이, 망할 놈의 비둘기 똥.

『역시 데몬은 상대하기가 벅차지? 큰일날 뻔했어.』
『쓸데없는 참견이야, 디크 메로우. 내버려 두었으면 우리들끼리 알아서 처치할 수 있었어.』
『그래? 내가 보기엔 허겁지겁 도망치느라 정신 없더구먼. 마법도 신통치 않은 주제에 하여간 입만 살아서... 라이팅에 슬리핑. 그 다음은 뭐였더라. 비키니 언더웨어?』
『됐네요! 넘어가시지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생의 은인이십니다!』
『이봐. 그렇게 나오면 인사받는게 아니라 꼭 욕 먹는 거 같잖아.』
『그럼 엎드려 절이라도 할까?』
『으이그! 됐으니까 그만해.』
여자와 싸우는 건 딱 질색이라며 그가 진절머리를 냈다.

바로 그때, 데몬의 사체에 성수 뿌리는 일을 마무리 진 동생이 쭈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고개만 옆으로 돌렸다.
『그나저나 다른 한 명은?』
주머니에서 꺼낸 새 은탄환을 입에 물고 빈 장총에 끼워 넣으려던 디크가 눈을 깜빡거렸다.
『아, 맞다! 일행 중에 신관복을 입은 자가 더 있었지.』
『지금은 안 보이네.』
『괴물이 잡아갔나.』
『위험에 빠진 건 아냐?』
『그렇다면 큰일이지!』

리나는 불평을 담아 짐짓 씨부렁거렸다.
『제로스 말이지? 위험하긴, 개뿔. 그는 지금 조사차 다른 곳에 있어.』
혀가 두꺼워 이 정도의 거짓말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즉석에서 얘기를 꾸며대면서도 전혀 막힘이 없다. 나한테는「거짓말은 나쁜 거예요」라며 맨날 혼내더니. 정작 본인이 혀에다 메주를 발라대고 있다.

『조사?』
『렛셔 데몬은 보통 자연발생하는 법이 없어. 밭에 씨앗이 떨어져 마침내 완두콩이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 이런게 아니거든. 그보다는 엉뚱한 참나무 가지에 완두콩이 매달리도록 누군가 수작을 부렸습니다 - 에 가깝지.』
『오호라, 그 말은 즉, 렛셔 데몬을 소환한게 누구인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
『응.』

거기까지 말한 리나는 허리를 굽혀 냉장고에서 꺼내 상온에 2시간동안 놓아둔 아이스크림처럼 변한 가우리의 철검을 집어들었다.
표정이 영 살벌하다.
『빌어먹을 XXX.』
그녀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고철로 변한 칼을 내동댕이쳤다.

『하여간 짐작가는게 있어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사실 짐작이 아니라 거의 확신에 가깝지. 이웃 마을에선 간발의 차이로 흔적을 놓쳤지만 우린 그 자가 이 마을로 몰래 숨어들었다는 정보를 이미 입수했어. 그러니까... 혹시 두 사람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쪽 분야에 전문가니까. 파란 피부에 뾰족한 귀. 사요정 믹스, 어둠의 마검사... 어때?』

가우리의 협조를 받아 바닥에 흘린 장사 도구를 챙기던 메로우 가의 두 형제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움찔해서 움직임을 멈췄다.
동작으로만 보자면「물론 잘 알고 있고 말고」다.
하지만 입으로 말하기는 곤란했던 것 같다. 동생 션은 형의 눈치만 살살 살폈다. 아울러 그 동생의「어쩌지?」라는 시선을 깨끗이 무시해버린 형님께선 으음, 하는 것으로 얘기를 간단히 얼버무렸다.
캥기는게 있어 마음이 불편한 동생 션이 가볍게 기침을 터뜨렸다. 그러든 말든 디크 메로우의 표정은 감쪽 같았다.
『미안하게 되었군. 아는게 없어.』

지붕 위에서 턱받침을 하고 머멍~ 하니 앉아있던 내가 벌떡 일어설만한 발언이었다.
뭐가 아는게 없냐! 키메라씨의 옆구리로 은 탄환을 수십 발 날렸으면서 모르긴 뭘 몰라! 신나게 두둘겨 팰 적은 언제고, 지금에 와선 고개를 싹 돌려? 나보다 더 악질이네.
『흐응. 몰라?』
『아쉽게도.』
여기서 리나 인버스의 진면목이 발휘되었다.
「고짓말쟁이!」하고 한쪽 눈썹을 매섭게 치켜올릴 법도 하건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무섭다, 인간. 오십보 백보의 완숙한 거짓말쟁이들이다.

대신 그녀는 관심을 돌려 그들의 사용한 마기(摩器), 렛셔 데몬의 모가지를 몸통에서 파내어버린, 은색의 파이프 같이 생긴 도구로 눈길을 주었다.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리나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걸 주워들고 손바닥으로 툭툭 때렸다가 후후 바람을 불기도 했다.
나 역시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다. 표면이 날카롭지 않아 무기로 사용하기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속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텅 비어 있다. 구멍을 여럿 뚫으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부는 피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구멍이 뚫리지 않은 지금은 막대기로밖엔 안 보인다.
파이프의 한쪽으로는 쇠붙이 덮개 같은 것이 달렸고, 열렸다 닫았다 할 수 있었다. 닫는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덮개 장치는 헐거워 뭐 하러 이런 걸 달아놓았나 싶을 지경이었다. 탁탁 치며 건드리자 목각 인형의 턱처럼 힘 없이 늘어졌다.
이상한 건 그 외에도 많았다. 텅 비어있는 파이프 안쪽엔 용도 불명의 둥그런 고리 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 고리가 붙은 위치는 제법 깊어서 손가락을 밀어넣어도 닿을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누르면 뭐가 튕겨나오는 건 아닐까. 리나는 내심 기대에 가득차 원숭이가 나무 속 벌레 파먹듯 손가락을 넣었다가, 눈을 가져가 빼꼼 들여다 보다가, 다시금 손가락으로 살살 팠다.
헤에, 반짝이는 파우더 약간이 손에 묻었다.
화장품은 절대로 아닐 것이고.
리나는 용감무쌍하게도 그 가루를 코로 가져가 킁킁 하고 냄새부터 맡았다.

그걸 본 메로우 형제들은 기겁을 하고 어깨를 곤두세웠다.
『워워~! 용감한 거야, 아님 무식한 거야. 그만둬! 얼굴 절반을 날려먹고 싶냐?!』
『그치만 향긋한 냄새가 나. 위험할 것 같지 않은 걸.』
『로즈메더이 꽃가루 일부가 들어가서 그래. 하지만 그 나머진 성분은 결코 알고 싶지 않을 거다.』
션이 안절부절해 하며 리나의 손아귀에서 파이프를 빼앗으려 했다.
그래도 리나 인버스가 누구냐. 달란다고 줄 여자가 아니다. 일단 손에 들어왔으니 임자가 바뀌었다.
이리 달라고 내밀은 손을 싹 무시하고 이번엔 파이프를 뒤집어 손바닥에 대고 탁탁 털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화장품 냄새가 나는 정체불명의 향긋한 가루는 더 이상 떨어지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엔? 리나는 개구쟁이처럼 파이프를 다시 거꾸로 뒤집어 마구 흔들어댔다.
『신기해. 이런 걸 가지고 렛셔 데몬을 잡다니.』
『위험하다니까!』
『에이. 그렇게 정색하지 말라고. 괜찮아, 괜찮아~』
바에서 칵테일을 흔드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재미난다며 웃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뺨이 굳었다.
흔드는 동작을 멈췄다.
경멸과 두려움이 호흡에 섞여 체내로부터 빠져나왔다.
입술이 한 일자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알 수 있었다.
호오. 그녀는 마침내 상상한 것이다.
쥐고 있는 물건이 렛셔 데몬이 아닌, 제르가디스의 목을 몸통에서 깨끗하게 분리시키는 장면을...

『왜그래, 갑자기. 무슨 문제라도...』
『아니.』
션에게 파이프를 건네주며 리나는 다시금 표정을 바꿨다.
그리고 또 거짓말했다.
『아무 것도 아니야.』

Posted by 미야

2006/11/15 14:12 2006/11/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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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렛? 이건 좀 아니잖니

89년도엔 대세가 엿이었다. 그것도 진한 갈색의, 망치로 두둘겨도 잘 깨지지 않는 초강력의 엿 덩어리가 배포되었다. 애들은 입안에 잘 붙지 않는 안전한 하얀 엿을 먹고 싶어했으나 (허겁지겁 입안으로 엿을 굴리다 이가 빠지면 대략난감이다) 대문 앞에 죽치고 선 판매상이나 부모님들은 오로지 갈색 엿만 선호했다. 땅콩이 들어간 맛있는 엿은 구경도 할 수 없었다.

불순물이 들어가면 부정타는 겁니까?
질문해봐도 답은 없다.

게중에는 휴대용 열 기구를 가져와 엿을 대문에 붙이고 도망가는(?) 범죄도 벌어졌다. 요즘엔 이런 바보 짓은 잘 안 하는 것 같았다만, 어느 시대나 이런 극성 부모는 있다. 아울러 그 극성 부모의 머리털을 붙잡고 바닥으로 패대기치며 [네년에게만 수험생이 있니? 우리도 있다!] 라며 고함을 지르는 부모도 나왔다. 모르긴 해도 대단한 구경거리였을 것이다.

고전 100번인 찹쌀떡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주요 선물이었다. 하지만 입시 당일날 떡을 먹고 체한 나머지 시험을 망치는 아이들이 제법 나왔던 관계로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찹쌀떡을 보여만 주고 먹게 허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햄버거가 취향인 꼬질쟁이 자녀들은 큰 불만을 못 느꼈다. 하여 떡은 신주단지처럼 거실에 진열되곤 했다.
그럼 이걸 누가 먹었느냐고? 엄마가 먹었다.

90년도에 접어들자 휴지나 이쑤시개가 나왔다. 작은 삼지창까지 넣어 모듬 세트라고 포장해서 팔았다. 그렇지만 내 기억엔... 90년대 초엔 초코는 없었다. 초코는 발렌타인 데이에만 선물되는 물건이었다. 단 음식을 먹으면 뇌 활동이 활발해지니까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속설은 그때도 돌긴 돌았으나 수험생 선물 세트로는 팔리지 않았다. 엿과 찹쌀떡, 아울러 애교성 장난감 몇이 전부였다. 전통은 중요시되었다.

어제 P제과점에 가봤더니 떡과 초코가 반반이다. 아니, 초코가 더 많은 것 같다. 엿은 아예 취급 안 한다. 인기가 없는 거겠지.
음... 어쨌든 무얼 먹든 시험만 잘 보면 되는 거니까... 라고 해도.
앞으로 10년 뒤엔 아예 엿을 선물하는 풍습이 없어질 것 같다.

아무튼 다들 시험 잘 보도록.
이건 명령이다.
고로 시험을 못 보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
음화화.

Posted by 미야

2006/11/15 09:11 2006/11/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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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인 따라한다더니만... 왜 그러는 건지 이제 알 수 있다.

젠슨의 저 반지가 언제부터인가 눈에 자꾸 밟혀 나도 하나 장만해야지~ 하고 인터넷을 이 잡듯이 뒤졌다. 남자 반지니까 좀 그렇지 않느냐고? 전혀. 게다가 난 저런 단순한 디자인을 무척 좋아한다.
그러다 깨달은 건데... 얼랄리?
소재가 뭐여?

처음엔 단순히 화이트 골드 제품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수퍼내츄럴 줄거리에 맞게 [은(銀)]이 아닐까 하고 짐작해봤다. 파마엔 옛날부터 은이 장땡이다.
그런데 은반지에 저런 깨끗한 가운데 장식 줄을 만들기는 그리 쉽지 않지.
그렇다면 티타늄? 디자인이 티타늄 반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식이다. 우씨, 티타늄은 은보다 비싼데.
그래서 아는 지인에게 문의해봤다.
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 파인스틸일 수도 있어. 듣자하니 악령은 철을 싫어한다며.


스틸?! 강철이라고라?!

머리를 싸잡아봐도 모르겠다. 색으로 봐선 은으로 보이는데...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단순하지 않았다.
하여 젠슨의 반지 따라하기는 오늘도 과제로 남는다. 헐헐.
 

Posted by 미야

2006/11/14 19:07 2006/11/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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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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