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징조인가 눈쌀 찌푸렸는데 이번엔 단골로 다니던 책방이 망해서 점포 정리라는 것을...;;
아놔, 이제 만화책 보고 싶을 때 난 어뜩케 하라고.
보통 이런 경우 도매 헌책방에 일괄로 넘기는 법인데 이들 부부는 일단 판매부터 하더군요.
한 바퀴 휙 둘러보고 상태 B+급 음양사 전권 3만 5천원에 주고 가져왔습니다.
들고 나오면서 꾸벅 인사를 했는데 이게 참 되짚어보면 고맙다고 인사할 이야기는 아니네요.
학교 졸업할 적에 어디 쉽게 취업할 상태가 아니니까 책방을 하겠다고 졸랐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에는 아빠도 살아 계셨을 때고 전세라도 저 혼자 살던 집도 있었구요, 어려서 돈 관념이 많이 없었죠. 가게 내는게 뭔지도 모르면서 제가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니까 - 그리고 만화라면 도 닦은 수준이었고 - 책방을 하면 돈을 벌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엄마가 "차라리 날 죽여" 이러면서 반대를 해서 다행이었달까.
책방 꾸린다는 계획을 접고 대신 해적 만화 만드는 출판사에 취직했었죠. 돌이켜보면 완전 개그.
90년대 초반에는 그래도 꽤 장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뭐... 스캔 만화 보는 사람이 대여점에 갈 일이 없지요. 게다가 당시 만화책 가격은 대략 2,50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4,800원 정도이구요. 대여비는 200원에서 300원 고정이니 까딱하면 전기세도 못 뽑는게 당연하죠.
따라서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망해 나가는 걸 보니 좋진 않네요.
농담이 아니라 이 동네엔 대여점이 단 한 곳도 남지 않았어요.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