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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럴숙아. 슈퍼내츄럴 아직 못봤다.
그러나 지금부터 기나긴 휴방이 있으니 아끼고 묵혀서 보자는 마음도 없잖아 있다.
어쨌거나 이웃분들의 캡춰사진과 줄거리 설명으로 목타는 갈증을 식히고... 2월도 다 갔구놔.

동숲 마을은 오늘부터 눈이 녹고 초록이 싱그러운 봄이 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열심히 꽃에 물줘따. 잡초가 안 보인다. 화석이 안 보인다. 포기하고 열심히 꽃에 물줘따. 점심 시간 끝나따.
글레이가 이사가고 문복이가 왔다. 문어가 왜 동물의 숲에? 만복이가 바닷가에서 오징어를 낚시하면 이건 뭐가 되는 거지. 낚시대를 들고다니는 문복이를 발견하면 목이 움추러든다.

집들이 선물로 1,000피스짜리 퍼즐을 맞춰야 하는데 그동안 감기로 계속 누워있어서 부랴부랴 토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같은 그림을 또 맞추는 건 지겨워서... 억지가 사촌이라고 80%까지 맞추고 잠들었다.
방 청소를 할 수가 없어 꼴이 말이 아니다. (직소퍼즐을 하는 동안에는 청소기를 돌렸다간 재앙이 되어버린다. 먼지 봉투를 찢고 빨려들어간 조각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 퇴근해서 풀칠하고, 액자에 넣고, 포장해서 바로 끝내버릴 작정이다. 그리고 청소 좀 하자.

봄이 오면 황사가 온다. 벌써부터 죽을 맛이다. 올해는 중국에 눈이 많이 내려서 괜찮을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난 지금 한달째 기침 중이다. 여기다 황사까지 오면 말 그대로 각혈한다. 나이가 나이인지 체력도 바닥이고 더 이상 몬 살겠다.
튼튼한 몸과 넘치는 황금, 엄청난 미모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면 뭘 고를래 - 라고 묻는다면 엄청난 미모를 선택... 어라?

이명박 대통령, 오늘 취임.
운하 판다고 하면 광화문으로 쳐들어간다.

나는 원래 딘빠순이인데 모모님들 덕분에 새미 예쁘다 소리가 입에 붙었다. 그뉵이 불딱불딱인 몸을 보고도 진짜로 샘이 공주처럼 보인다. 분홍 장미와 분홍 드레스 셔츠, 그리고 역시 백마를 탄 왕자님은 딘인 거긔. 왕자님이 <대단히 힘들어하는 얼굴로> 샘을 공주님 안기 하는 걸 맨날 상상한다... 약 먹을 시간이다.

서관 게시판으로 광고 댓글이 올라와서 이걸 어쩌나 난감하다.
이 사람들아, 영어가 딸려서 팬픽도 못 읽는 아점마에게 영어 광고가 다 뭐늉?

Posted by 미야

2008/02/25 12:53 2008/02/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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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야 2008/02/26 09:50 # M/D Reply Permalink

    그렇습니다, 새미는 공쥬님인 겁니다. -__-*

  2. 아이렌드 2008/02/26 10:29 # M/D Reply Permalink

    전 단연 황금!! 으로 자양강장제와 전신성형을....!! (...할 수가 없겠군요. 돈으로도 새가슴은 어쩔 수가 없으니. 전 소심하니까요...)
    왕자님이 힘들어하시면 아마도 불딱불딱 공쥬님이 대신 답싹 안아들고 스윗 베드룸으로 고고씽~ 하실....(약 같이 먹어요)

  3. 로렐라이 2008/02/26 20:36 # M/D Reply Permalink

    맞습니다, 새미는 공주님입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아..앞으로 슈뇌 긴 휴방, 무슨맛으로 사나.

왜 나는 그걸 몰랐나. 이럴숙아. 안경 벗고 봤나.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었다.

저 장면에서 쥰쥰은 제러드를 봤었나 보다. 와, 삼층석밥이다~ 이러고 넘어갔으니.
눈이 삐꾸여서 접시가 두 개라는 걸 아예 눈치를 못챘다. 음식이 진짜 많다고만 여겼다.
그렇다. 헌터 생활은 고된 것이다. 이제 그는 혼자서 무덤도 파야 한다. 많이 먹어야 할 것이다.

고스란히 남아있는 접시는 뇌리에서 이미 아웃. 먹다가 남겼을 거라 당연히 생각. 왜냐하면 우리 새미에겐 삼층석밥은 무리니까. 이 장면에서 나는 샘의 시선이 총기도 아니고 벽으로 향한 걸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다. 총 닦을 적엔 집중해야지, 새미. 그래야 스피들처럼 어처구니없게 아미타불하는 사태는 안 일어나요. 여전히 접시는 아웃 포커스.

그러다 저것이 다른 사람을 위한 식사였음을 깨닫고 울컥했다.
아, 진짜지 호르몬 과잉 탓인가. 엉엉 울었다.
새미, 너... 형을 귀신으로 만들 작정이냐. 남겨진 사람에게 미련이 많으면 죽은 사람이 길을 잃어버리고 저 세상으로 못 건너간다고 하던데 그래도 괜찮은 거니.

응킴 최고.

Posted by 미야

2008/02/21 09:33 2008/02/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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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맛만쥬 2008/02/21 16:15 # M/D Reply Permalink

    저는 새미가 깔끔떠느냐고 다른 접시에다 옮겨 먹고, 많이 남겼나하고 넘어갔는데,저게 딘의 몫이었군요.ㅜ.ㅜ 하긴 저 상황에서 다른 접시에 덜어먹는다는건 심히 이상했는데;;
    이번 에피가 쵝오였던 만큼 다가올 에피가 걱정스러워요ㅜ.ㅜ

  2. 라푼젤 2008/02/21 23:22 # M/D Reply Permalink

    전혀 생각도 못했어요....어뜨케.. 가슴이 짠해요ㅠㅠ

  3. 로렐라이 2008/02/22 03:07 # M/D Reply Permalink

    진짜 슬퍼서 죽는줄 알았어요 ㅠㅠ
    딘이 없는 새미의 모습은 가슴이 시리더군요 ㅠㅠ

  4. 마리 2008/02/23 16:00 # M/D Reply Permalink

    저런 새미의 모습이 너무 가슴아파요...어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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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다는 뱀이 웃는 낯으로 손짓했다.
악의를 띈 노란 눈동자가 신경에 거슬렸지만 샘은 착한 아이처럼 다가가 뱀이 건네는 과일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피처럼 새빨갛고, 어쩐지 죄악을 닮아 달콤하기 그지없는 향이 나는 열매였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그를 향해 뱀은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 먹으라고 시늉했다.
그렇게 하면 타는 목마름은 비로소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 삼켜라. 그리고 만져라 - 방문 판매원의 속 보이는 거짓말을 닮은 그 권유에 한참을 머뭇거렸다. 잘 익은 과실은 사람의 가슴을 둘로 쪼개고 끄집어낸 심장처럼 보였다. 혀를 가만히 대자 그 표면은 불처럼 뜨거웠으며, 과즙은 독처럼 진했다. 끈적거리는 액이 떨어진 땅으로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자라났다.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마라, 불칼을 든 신은 진작에 경고했다.
하지만 과일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탐스러웠고, 풍요로웠다.
그래서 샘은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열매를 둘로 쪼개어 그의 형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리라 결심하고....

『어이, 지금 눈 뜨고 졸고 있냐? 멍청하게 있지 말고 얼른 주문해야지.』
팔꿈치로 툭 치며 딘이 신호했다. 샘은 그제서야 백일몽에서 깨어나 멍한 시선을 메뉴판으로 돌렸다. 그래봤자 숫자의 나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림들은 전부 울긋불긋했다. 무료한 표정으로 주문을 기다리던 종업원이 그의 시력 나쁨을 의심하며 돗수 높은 안경의 부재에 혀를 찬 건 당연한 거였다. 눈앞의 젊은이는 입맛 당기는 치즈버거 그림을 무슨「중고 자전거 팝니다」전단지처럼 받아들이고 있었고, 치즈의 노란색은 안장, 토마토의 빨간색은 손잡이라고 짐작하는 듯했다. 흥미도 없을뿐더러 그걸 왜 들여다봐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는 눈치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 할 늦은 점심 시간이라는 걸 염두에 두자면 그런 샘의 반응은 남들로 하여금 충분히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도 남았다.

『샘?』
『모르겠어.』
『모르긴 뭘 몰라. 스페셜 미트와 에그롤 2인분, 그리고 커피 둘이오.』
동생을 대신해 주문하고 메모지에 받아쓰기를 하는 종업원을 향해 웃어주었다. 우린 수상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연필로 수첩의 모퉁이를 꾹꾹 찍던 종업원은「커피 둘이오」라는 딘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했다. 그러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들의 행색을 살폈다. 머릿속으로 수배범 전단지를 떠올리기라도 했는지 글씨를 적는 손에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갔다. 세 블록 떨어진 꽃집으로 망할 도둑이 들어 겁에 질린 주인을 몽둥이로 때린게 겨우 일주일 전이다.
 딘은 눈치껏 다시 웃었다. 얘가 좀 아프거든요. 요즘 감기는 정말 지독하죠?
삭막하게 달아오는 눈자위는 딘의 말대로 감기 바이러스로 설명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녀는 새벽녘에 금전 출납기를 털로 온 강도들이 지금의 샘과 매우 흡사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걸 마음에 두고 있었다. 정말로 감기인가. 주방 쪽을 향해 걸어가다 말고 뒷편을 흘깃거리는 건 의심이 덜 풀려서이다.

테이블 아래서 다리를 움직여 동생의 신발을 무슨 스위치라도 되는 양 밟았다.
『저 아줌마는 네가 권총을 끄집어들고「모두 바닥에 엎드려~!」소리를 지를까봐 조마조마한 모양이다. 샘? 얼굴 좀 풀어. 그렇게 찡그린 채로 밥 먹으면 체한다고.』
『알게 뭐야. 어차피 입맛이 없어 못 먹어.』
『어제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했잖아. 이 형은 네가 제대로 먹은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그럴 수밖에. 형은 기억력이 형편 없으니까.』
시큰둥한 대답에 신발코를 누르는 힘이 더 세졌다.
머리가 나쁘다는 비아냥에 화가 나서가 아니다. 딘은 진실로 걱정이었다. 옷을 여러 겹 입어 몸을 감췄지만 한 눈에 척 보기에도 7파운드가 빠졌다. 접히는 군살과 늘어지는 뱃살에 고민하는 팔자였다면 만세를 불렀겠지만 샘은 옛날부터 휘청거리며 걷는 녀석이었다. 여기서 동생의 체중이 더 내려가면 앞으로 무덤을 파는 건 온전히 그의 몫이 되어버린다. 누구는 힘들게 삽질하고, 누구는 편하게 서서 손전등으로 불빛이나 비추고 - 동생더러 망이나 보고 있으라고 지시한게 당사자라는 건 까마득히 잊어먹은 딘은 불공평한 현실에 푸념했다. 뚝 소리가 날 것만 같은 가냘픈 손목이 다 뭐라냐. 아닌게 아니라 쫓아오는 언데드를 피해 달아나다 쓰러져 뼈를 분지른 적도 있다. 겨우 넘어진 것 정도로... 이래선 한심해서 야단도 못 친다.

『형. 국제 조난 신고는 그만 보내.』
아파서라기 보단 짜증이 나서 이마를 찌푸렸다. 서로의 발을 툭툭 건들이며 모르스 부호를 날리는 건 진작에 졸업했다. 정확하게는 형의 발이라 착각하고 존의 구두를 꽉 밟았던 날부터다. 듣기 민망한 쌍욕을 달고 사는 장남에게조차 너그러웠던 존이지만 장난으로 신발을 밟히는 건 달랐다. 그는 격분했고, 버르장머리가 그게 뭐냐며 혼쭐을 냈다. 이후로 막내는 남의 발을 밟으며 장난치는 걸 관뒀다. 대신 딘의 감독 하에 식탁에 올라간 소금통을 갖고 놀았다.

『내 신발은 장난감 부저가 아니야, 딘. 애처럼 굴지 말라고.』
『너야말로 애처럼 굴지 마시지.』
쓸데없이 소금통을 만지작대는 동생에게 눈을 흘기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물에다 소금을 타서 먹을 것도 아니면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건 정신 사납다고. 누가 보면 소금이 너무 좋은 나머지 환장한 사람이라 착각할라.』
『여기서 누가 날 본다는 거야. 아무도 안 봐.』
『다른 사람이 문제야? 내가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건 안 보여? 이리 내, 소금통!』
『뭐야. 소금에 환장한 건 내가 아니라 형이잖아. 물에 소금을 타서 마시고 싶어?』
『그래, 새미! 내가 전생에 인어 왕자라서 소금물이 막 땡긴다.』
『인어 왕자가 아니라 붕어였겠지.』
『하! 멍청아, 붕어는 민물 고기야.』
『고래더러 물고기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형에게 그런 지적은 듣고 싶지 않아.』

기가 막혀 입만 뻥끗거리는 딘을 무시하고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어차피 식욕은 없다. 노트북을 갖고 나오지 않은 이상, 딘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지나가는 자동차와 행인들을 구경할 작정이었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거리엔 인적이 드물긴 해도 사람 관찰은 늘 흥미로웠다. 머리를 레게 스타일로 꾸민 청년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갔다. 한쪽 신발만 유독 닳은게 눈길을 끌었다. 아마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게 취미인가 보다. 외발로 지면을 밀면 저렇게 된다. 반대편으로 걸어오는 뚱뚱한 중년의 사내는 닥스훈트 종의 개와 같이 산책 중이다. 표정은 썩 좋지가 않다. 이마에 땀이 났고 피곤해 보인다. 다리가 짧은 외모와는 달리 개는 의외로 걸음이 민첩했고, 만성적 운동부족에 허덕이는 주인은 그 속도를 맞추느라 초죽음이었다. 제발 천천히 가자, 주인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개는 오소리라도 사냥할 기세로 도로를 누볐다. 2차선 도로 위로 파란색 자동차가 지나갔고... 그 뒤를 우유 배달 차량이 바짝 붙어 갔다. 샘은 우유와 알래스카의 침엽수 그림이 무슨 상관인지를 잠시 고민했다. 그만큼 신선하다는 의미인가. 하지만 숲은 파랗기만 하지 신선하지는 않다. 광고는 한참 잘못되었다.

접시와 접시가 부딪치는 딸각 소리가 들렸다. 샘은 현실로 돌아왔다.
『샘. 네가 식사를 하지 않으면 이 형도 먹지 않을테다.』
 『그건 내가 일곱 살 시절에 이미 써먹었던 거잖아. 지금은 안 통해.』
죽어도 럭키 참스만 먹겠다고 우기는 동생의 버릇을 고쳐놓기 위해 딘은「네가 럭키 참스를 먹으면 나는 온종일 굶을테다」라고 선언했다. 샘은 형의 말을 안 믿었다. 구석에 숨어 나 모르게 우유라도 먹겠지 - 샘은 식탁에 미리 준비된 럭키 참스를 보란 듯이 먹어치웠다. 결론만 말하자면 꽤나 안일한 판단이었다. 딘에겐 식탐만 있는게 아니었다. 독한 구석도 있었다.

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지금은 안 통한다는 거지?』
『그때는 형도 꽤 순진했거든. 하지만 지금은 교활하고 약아빠졌지. 그때처럼 배가 고파 운동장에 주저앉는 일은 없을 거야. 대신 현기증이 난다며 세면대 아래로 드러눕겠지. 잔뜩 먹어 배가 통통한데도 말이야. 결국 난 안 속을 거라는 말씀.』
『기대를 저버려 미안하지만... 그때도 난 네 생각처럼 순진하진 않았어.』
『뭣? 그럼 운동장에 나 보란 듯이 쓰러졌던 건 가짜였어?!』
『당연하지! 제대로 밥을 먹지 않아 쓰러졌다면 아동 학대로 신고가 들어갈게 뻔하잖아. 애를 굶겼다고 의심이 들면 의사는 의무적으로 당국에 신고를 하게 되어 있어. 아빠가 고발당하면 어떻게 해. 네가 위탁 가정으로 보내지면? 나는 바보가 아니야.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않아.』
예기치 않은 진실에 샘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든 말든 딘은 접시를 동생 쪽으로 들이밀었다.
『그치만 지금은 사정이 틀려 아동 보호국 직원이 들이닥치진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 따라서 난 그때처럼 연극은 하지 않을 거다. 자!』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그걸 포크로 집어 샘에게 먹이려 했다.
『아, 하고 입 벌려.』
연인끼리 먹여주는 것도 낯간지럽다. 하물며 성인 남자 둘이서 대낮에 참 잘 하는 짓이다.
샘은 기겁을 하고 상체를 뒤로 뺐다.
『미쳤어?!』
『안 미쳤어.』
『정색하고 말하는게 바로 비정상이라는 증거야!』
『좋아. 비정상이라고 하자. 그래도 난 상관 안 해. 그러니까 새미? 아, 하고 입 벌려.』
건너편 좌석에 앉은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커피를 서빙하던 종업원이 동전을 떨어뜨렸다.
그래도 딘은 오로지 샘만을 쳐다보았다.

이래서 딘이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남들이 흉을 보든,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염두에 두질 않는다. 그의 세계는 온전히 샘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샘이 괜찮으면 나머지는 상관이 없다. 샘이 괜찮지가 않으면 세계는 파국이다. 그가 인식한 유일한 정의이자, 잘난 머리로 납득한 유일한 선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살인마저도 불사한다. 닭살의 게이 커플로 오해받는 것쯤은 우습다. 킥킥대며 웃는 사람들의 비아냥따윈 별 거 아니다. 과보호에 팔불출인 그의 형은 어리고 연약한 새끼에게 모이를 먹이려는 자신의 행동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그만큼 떳떳했고, 그렇기에 충실했다.

「뭐든지 할 수 있어.」
어쩐지 소리내어 울고 싶어졌다. 샘은 코앞으로 다가온 한 점의 고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뭐든지 다 할 거야.」
목이 메이려 했다. 억지로 참으며 육즙이 흐르는 고기를 받아 먹었다.
딘은 긴장이 풀린 표정을 지으며 헤실거렸다.
『맛있지? 거봐, 새미. 뒤로 뺄 까닭이 없다니까. 자, 내친 김에 조금 더 먹자.』
『그만해. 나 혼자서도 먹을 수 있어.』
『정말?』
『고개 갸웃거리며 묻지 마. 유치원생이 내 형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해져.』

참으로 우습다.
먹기만 해도 기뻐하는 그의 형은 샘이 간절히 원하는 단 한 가지만큼은 절대로 해주지 않는다.
붉디 붉은 과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뭐든지 다 해주겠다 말했으면서 그는 그것에 대해선 단호하게 거절한다.

Posted by 미야

2008/02/20 15:19 2008/02/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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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맛만쥬 2008/02/20 22:35 # M/D Reply Permalink

    이브샘희와 아담딘...맨몸으로 에덴동산을 활보하고 다닐 두 사람을 생각하면 이미 호흡이 거칠어지고..하악하악..그 열매먹음 안돼! 그럼 옷 입게된단말야...<중요한건 그게 아닐텐데.

  2. gin 2008/02/21 00:14 # M/D Reply Permalink

    수퍼내추럴에 홀려서 -실은 딘의 말려 올라간 속눈썹과 눈물이 반짝거릴 때의
    그 눈에 홀려서;;;;-떠돌아다니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소설 너무 잘 읽고 있다고..
    감기 잘 다스리시고 계속 건필하셔요.^^

  3. 모모야 2008/02/21 01:37 # M/D Reply Permalink

    에공..이랬던 새미가 시즌 갈수록 자꾸 우락부락 해져서 진짜 샘짐승이될까봐 걱정..

    1시즌까지만 해도 키만컸지, 딘 어깨너비 반정도에..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았는데;...

    새미야...

    운동그만하고..살빼자..ㅠ-ㅠ

    그나마 이 소설속의 새미는 1시즌새미를 연상시켜서 정말 좋군요.

  4. 로렐라이 2008/02/21 15:23 # M/D Reply Permalink

    재밌는 미야님의 소설을 쫓아 허겁지겁 읽다보니 벌써 끝을 봐버렸네요 ㅠㅠ
    아아 중독성이 너무 강합니다~^^

  5. 소나기 2008/02/22 20:17 # M/D Reply Permalink

    밤맛만쥬님 댓글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먹으면 옷을 입게 될테니 안될 일이고, 안먹으면 내가 못살아 안될 일이고!!!
    이거 이거 어쩌면 좋습니까!!

  6. 마리 2008/02/23 15:55 # M/D Reply Permalink

    새미한테 밥 먹여주는 딘을 진짜로 보고싶어요...
    어디 그런 에피 안 나오나.

  7. 루이아나 2008/05/28 22:10 # M/D Reply Permalink

    ㅎㅎ 어제 새벽에 [...] 젠슨 애클스씨를 열심히 검색하면서 찾은 사이튼데요 +_+

    작가님 너무 멋지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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