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All Wet 04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이렇게 형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게 얼마만이더라.
가만히 손가락을 헤아리던 샘은 여섯까지만 숫사를 세고 도중에 포기했다. 왜냐하면 평범한 인간의 손가락은 열 개를 넘지 않으니까. 발가락까지 동원한다면야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 이전에 냄새 지독한 구두와 양말을 벗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부끄럽지만 샘의 발냄새는 남들과 비교하면 제법 심한 편이다.

「좋아, 어쨌거나 지금의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라고 해도 솔직히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약간은 겁에 질렸고, 당혹스러웠다. 가까이 다가서는 시늉만 해도 저리 가라며 악을 쓰며 거부하던 딘이 바로 코앞에 붙어있다. 그리고 손도 잡고 있다.
순수하게 기뻐하기 이전에 악어 입에 손을 집어넣은 것 같아 가슴이 벌렁거렸다. 입을 헤프게 벌리고 있을 뿐인 악어에겐 아무런 악의가 없다. 하지만 그놈의 악어가 졸린 눈을 게슴츠레 올려뜨곤 턱을 꽉 다물기라도 하는 날엔 단순히 팔뚝이 아프다는 표현으론 끝나지 않는다. 700kg의 어마어마한 악력 앞에선 형체나마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 사항이다. 팔은 깨끗이 잘려나갈 것이다.
갑자기 흥분한 딘이 자신을 뒤로 밀치는 걸 상상한 샘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원래대로라면 팔을 빼내야 한다. 그것이 옳다. 그런데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아니, 하기가 싫다.

『아, 미안.』
샘의 우는 소리를 불쾌하다는 의미로 착각한 딘이 붙잡고 있던 팔목을 얼른 놓았다.
성인 남자끼리는 악수를 나누는 경우를 제외하곤 손을 잡아선 안 된다. 아이들은 부엌으로 진흙을 묻혀들일 때부터 이 말을 어른들로부터 듣고 자라난다. 딘은 풀죽은 목소리로 사과부터 했다.
『오해하지 말아줘. 나는 게이가 아니야.』
당연히 그러시겠지. 철들고 나서부터 여자 문제로 온 동네를 벌집 쑤시듯 뒤집어놓던 형이다.
『그쪽에게 흑심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까... 꼬시려는 거 아니야.』
샘은 전부 알고 있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남자랑 붙어먹어 난리가 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신은 남자의 엉덩이보다 여자의 가슴을 훨씬 더 예쁘게 창조하셨다. 브리프를 벗기느니 브래지어를 벗기자~! - 술에 잔뜩 취했을 적에 딘이 농담조로 한 말이다.
『진짜라니까.』
어색하게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헛기침했다.
『연장자로서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그런 거야. 세상에 널리고 널린게 여자지만 가끔은 베베 꼬인 불량품도 있으니 그때는 적당히 피해가야 한다고. 저런 여자들은 순진한 대학생을 먹이처럼 노리는 밥이야. 아차하는 사이에 주머니를 털리니까... 저어, 기분이 좋지 않아?』
샘이 설명은 귀담아 듣지 않고 계속해서 고개만 흔들고 있자 불안해진 모양이다. 눈이 동그란 스패니얼 개처럼 끙끙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맙소사! 관심과 걱정을 표현하면서 정말로 냄새를 맡았다.

『난 괜찮아. 그러니까 그렇게 살피지 않아도 되거든?』
동생과 같은 이름을 가진 청년은 얼른 대꾸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래봤자 잔뜩 긴장한 채여서 말과는 다르게「하나도 괜찮지가 않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냄새를 맡는다는 행동이 그를 겁먹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딘은 자신의 바보스런 행동을 저주했다.
아무렴, 이 사내는 동생이 아니다. 따라서 그 냄새가 동생과 같을 리 없다.
도대체 난 뭘 확인하려고 하는 거지?!
있지도 않은 말벌을 쫓는 시늉을 하며 팔을 휘둘렀다. 잘 한다. 이제 그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미치광이 마약중독자로 의심받을 것이다. 그런데 더 한심한 문제는 한시라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구제불능의 골초가 담뱃곽을 부러뜨린지 이제 정확히 여덟 시간이 지났다. 망할 재떨이로 시선을 주지 않으려면 손톱으로 테이블이라도 두드려야 했다. 자~알 한다. 비정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이제 확신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있잖아... 난 동생과 사이가 좋지 않아.』
철근이 부러지는 것처럼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듯이 한 말에 그 즉시 샘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
『대학생인 동생의 이름도 샘이야. 당신 이름도 샘이지?』
딘은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밑바닥엔 포도주 찌꺼기를 닮은 약간의 울분도 섞여 있었다.
『난 샘과 사이가 좋지 않아.』

어라.
사이가... 좋지 않았던가.

모르겠다.
샘은 텅 빈 극장 안에 홀로 앉아있다는 식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딘은 샘에게 있어 엄마이자, 아빠였고, 형제이며, 친구였다. 피로한 인생살이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피붙이였다. 그들은 늘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처럼 처절하게 다퉜고, 폭우가 쏟아지는 정글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끔찍하게 보살폈다. 사이가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짧게 설명할 수 없다. 파란불, 노란불 신호등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다. 만약 그런게 가능하다면 천문학자는 우주의 창조와 그 비밀을 200자 내외로 쉽게 풀어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샘은 그런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과학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이가 안 좋다고?』
샘의 어조는 전립선 비대증에 걸린 노인네를 비웃는 것처럼 불손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가시 돋친 샘의 말은 건성으로 흘렸다.
목이 말랐던 것 같다. 딘은 맹물을 무슨 위스키라도 되는양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문풍지 틈새로 찬 바람이라도 불어온다는 식으로 어깨를 움추렸다.
『그게... 복잡해. 일단은 대학에 가는 걸 반대했거든. 그것도 돈 문제로 반대한게 아니야. 내 동생은 장학금을 받게 되어서 학자금 융자로 골머리를 썩힐 일도 없었다고. 그런데 죽자 살자 기를 쓰고 반대했으니 걔로부터 미움을 받을 법도 하지.』
거기까지 말한 딘은 얼른 손가락 하나를 세워보였다.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할게. 질투 때문이 아니야. 동생의 신세를 망치게 할 의도는 아니었어. 하지만 우리집은 대대로 목수인데다 대패와 망치를 쥐고 공예품 찬장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할아버지도, 삼촌도 대학은 안 갔어.』
『고, 공예품 찬장...?!』
『왜 눈을 뒤집고 그래. 하여간 그렇다는 거야. 가업! 그러니까 가업이라는 거지.』

딘은 기분을 추스려 명랑하고 즐거운 어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눈치였다.
『나랑 내 동생은 궁극적으로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게 되어 있었어. 난 그게 싫지는 않았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좋기까지 했어. 의외로 꽤 멋졌다고? 톱밥 가루 휘날리며 대패를 휘둘러대며 쓰윽, 쓱쓱 통나무를 다듬는 거야. 탁발승 머리 정수리 미는 것만큼 재밌어.』
『웃겨. 언제 나무를 깎았다는 거야. 줄로 은탄환을 갈아댄 적은 많지만 나무는 아니잖아.』
피로감이 묻어나는 샘의 혼잣말을 이번에도 딘은 건성으로 흘렸다.
『난 동생이 내 조수가 되길 원했어. 그래서 샘이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샘은 심사가 불편해졌다.
딘은 의사로부터 병세가 위중하니 오늘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굴었다.
『동생은 죽었다 깨어나도 목수가 되기 싫었던 거야. 그런데 난 그걸 모르는 척했고,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모든게 잘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 안이한 판단이었지. 잡아둔다고 가만히 있으면 애완동물이나 다름 없게? 하물며 샘은 머리가 너무 좋았어.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바락바락 대들더라니까.』
하아, 하고 한숨이 터져나왔다.

- 여기서 나가면 넌 내 아들이 아니다. 내 아들이라 생각하지 않겠다!
- 바라던 바예요!

그의 아기 동생은 이미 각오를 해뒀던게 분명했다.
샘은 언제라도 떠날 수 있게끔 짐을 싸두고 있었다.
탕, 하고 현관 문이 세게 닫기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뒤에 거실에서 아버지가 텔레비전을 켰다. 아나운서가 무어라 웅얼대는 잡음이 10분 정도 들려왔다. 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다. 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로 텔레비전이 꺼졌다. 집안은 무시무시한 적막감에 휩싸였다. 무슨 몹쓸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틀렸다. 차라리 포탄을 퍼붓는 것처럼 말다툼이 벌어지는게 나았다.
딘은 식탁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1분 정도 깊게 심호흡을 했다.
잠시 뒤엔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고 온몸을 담갔다.
물이 완전히 차가워진 뒤에야 딘은 욕조에서 나왔다.
물기를 닦고 새옷을 갈아 입었다.
존은 그동안 위스키 두 병을 깨끗이 비워버렸다.
못난 아버지의 꾸깃꾸깃한 머리통을 노려보던 딘은 뒷문으로 나가 계단참에 주저앉았다.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새벽에 해가 떠오르는 걸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딘은 정말로 그렇게 했다.

『완전히 엉망진창... 동생은 다신 돌아오지 않겠노라 선언하고 집을 나갔어. 그래서 지금은 연락두절. 안부 전화도 없고, 엽서도 없고...』
남북전쟁은 그렇게 막을 내렸고, 어느쪽이 승리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깊게 남은 상흔은 치유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딘은 주먹쥔 손을 맞닿게 했다 전극이 끊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뚝 떨어뜨렸다. 동작의 의미는 간결했다. 탯줄이 끊어져나간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는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샘은 안달이 난 사람처럼 다리를 흔들어댔다.
『동생에게 전화는 걸어봤어?』
『글세. 샘은 고집쟁이라 전화를 건 사람이 나라는 걸 알면 받지 않을 걸.』
『물론 그랬겠지...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혹시 모르니까 이쪽에서 먼저 고개를 숙여봐라?』
딘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당신, 꼭 케일럽처럼 말하네. 아, 미안. 케일럽이 누군지 당신은 모르지. 그는 아버지 동료야.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나랑도 엄청 친해.』
『그래! 케일럽! 그 고집쟁이라는 동생은 당신이 전화해주길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몰라! 외로워서!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서! 당신 목소리를 듣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고!』
『그럴 리 없어.』
『이 바보! 그걸 어떻게 확신해!』
『그냥 알아.』
딘은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동생을 필요로 하는 건 나야. 난 멍청하니까. 반대로 샘에겐 내가 필요 없어. 왜냐면 걘 겁나게 똑똑하거든. 알기 쉽게 간단하지? 정말이지 빌어먹게 단순명료한 사실이라니까.』

Posted by 미야

2008/08/10 22:42 2008/08/1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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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뒤잔봉 2008/08/12 13:53 # M/D Reply Permalink

    으아아 드디어 4편이군요!!!
    자, 이제 샘, 어떻게 반응할거니+_+..

  2. 로렐라이 2008/08/13 14:20 # M/D Reply Permalink

    아아T-T 간만에 왔는데 이런 경사가 다 있나요! 저 오늘 미야님 홈피에서 죽치고 앉아 그동안 밀린 소설들 햄볶으면서 보고 가렵니다!.... 아아 딘T-T

  3. 멍든물고기 2008/08/15 01:43 # M/D Reply Permalink

    아 딘이 기억을 못하고 있나봐요ㅠㅠ 그러면서 자기맘을 얘기하고 있군요 듣는 샘마음이 어떨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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