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judgment 07

※ 한글로 작성해선 바로 이어붙이기 해버립니다. 그래서 접기 기능을 잘 안 쓰지요. (질질 늘어지는 모양을 눈으로 보고 나서야 아차 소리를 내고 있다)
뭐, 내용이 어두워졌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어지는 줄거리는 역사적 사실과 많이 틀릴 수 있습니다. 기아병에 대한 내용은 마빈 해리스의《작은 인간》책을 참조했습니다.
케엥, 형제가 말다툼 하는게 좋아요. 이런 건 별로...
그나저나 3월까지 장기 휴방. 어쩌라고? 우리더러 죽으라고? ※


처음엔 아버지와 형들이 끌려갔다.
어디로 간다는 말은 들을 수 없었다. 나치 친위대의 호송 트럭에 실려가면서도 그들은 가족에게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 입을 벌려 소리를 내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람을 타고 트레블링카, 헬름노 등등의 이름을 들었다. 아우슈비츠 이름도 누군가 수군거렸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버지가 어머니와 눈을 맞췄다. 그걸 지켜보던 어머니는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여나 군인들에게 몹쓸 짓을 당할까봐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사시나무처럼 떨고만 했다. 그런 어머니를 누나 에르시가 붙잡았다.

남자들이 올라탄 트럭이 떠나자 이번엔 어머니와 누나들 순서가 되었다.
공포에 질린 어머니가 참지 못하고 탄식의 소리를 냈다.
오겐 맥콰드는 몸부림치며 자식놈 옷가지나마 붙잡으려던 어머니의 하얀 손을 잊지 못했다.
《저 아인 겨우 일곱 살이란 말예요! 제발! 죽이지 말아주세요! 죽이지 말아줘요!》
날카롭게 비명을 질러대던 어머니의 머리를 그들이 총신으로 두들겨 팼다.
어머니는 피를 흘리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래봤자 그는 홀로 남겨졌고, 누이와 어머니가 어디로 간다는 이야기 역시 들을 수 없었다.
그것은 1944년, 9월의 마지막 주의 일이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죽어야 했네. 노동 현장에 투입되기엔 나이가 어렸고,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거든. 그네들 말대로라면 금쪽 같은 식량을 축내기나 하는 버러지였지. 하지만 나치는 우릴 죽이기를 주저했어. 왜냐하면 나의 아버지는 당시 암스테르담에서 이름 높았던 다이아몬드 세공 기술자였거든. 여기 있는 스텔라의 아버지는 금 세공 기술자, 마이클의 아버지는 보석 감정가였네. 헤더의 부모님도 보석 세공사였고. 다시 말하자면 나치는 우리들 아버지들을 공짜로 부려먹기 위해《여차하면 가스실로 보내버릴 수 있는 어린 자식놈》이라는 인질이 필요했던 걸세. 그건 말도 못 하게 효과적이었지. 생각을 해보게. 하루에 열 여섯 시간을 노동하면서 군소리조차 할 수 없었네.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횟가루가 발려진 아이의 시체가 구덩이에 던져지게 될 거라는 경고를 들었단 말이야. 그리고 몸에서 짜낸 기름으로 비누를 만들어 보내주겠다고도 했지.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몸이 가루가 되도록 다이아몬드를 만지고, 또 만지고, 다시 만지고...』

그렇게 해서 한 자리에 모인 전문 기술자들의 자녀들 숫자는 마흔 다섯이나 되었다.
나이가 제일 어렸던 마리아는 다섯 살.
게중에 가장 나이가 많았던 헤더는 열 세 살.
오겐은 일곱 살, 스텔라와 마이클은 각각 여덟 살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선생님. 다섯 분의《만찬》을 준비할까요?』
비서 힐케마이어가 조심스런 얼굴로 응접실 문을 열고 이쪽의 분위기를 살펴왔다.
세 명의 노인이 호흡을 같이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들, 기아병이라는 것에 대하여 아는가?』
떨어지지 않는 입을 움직여 어렵사리 질문했다.
오겐의 물음에 샘은 가볍게 에, 소리를 냈다.
말 그대로다. 너무 굶어서 생기는 질병이다. 물질의 풍요로움에 신음하는 현대 미국에선 결코 보기 힘든, 물론 깡마른 슈퍼 모델들에겐 일찍이 저주스런 직업병이 되었지만, 영양 섭취가 충분치 못 했을 적에 인간이 겪는 신체적 반응이 바로 기아병이다.
샘은 손가락을 깍지끼고 자신이 아는 것을 신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갈증이 심해지고, 소변의 양이 늘고, 입안이 마르고,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기자라서 그런가. 한참 젊은 사람임에도 잘 아는군. 그런데 조금 더 굶으면 그러한 증세는 오히려 줄어들게 되네. 몸은 허약해지고 추위를 많이 느끼게 되지. 의기소침해져서 자신들의 배고픔에 대해서조차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네. 피부는 건조해지고 각종 신체 기능은 서서히 중지되기 시작해. 그리고 머리털이 빠져. 근육이 분해되고 장기가 피부에 달라붙지. 이때가 되면 이미 말도 못하게 고통스럽네. 몸이 이미 완전히 축났으니까.』

수용소에선 성인 기준으로 하루 800 칼로리만이 섭취 가능했다.
독가스만이 살인 무기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나치는 그들을 굶겨서 죽이려는게 명확했다.
먹을 것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스텔라가 눈물을 보이며 울먹거렸다.
『그것이 성장기 어린애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를 생각할 수 있어?!』
생존을 두고 동포 전부가 경쟁 상태로 들어갔다.
독방에서 바퀴벌레를 잡아먹은 빠삐용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규정된 배급량은 하루에 두 번, 얇게 잘라낸 검은 빵 한 조각에 반 그릇의 멀건 스프가 다였어. 그나마 제대로 배급이 되었을 적의 이야길세.』
몇몇의 이기적 어른들은 퀭한 눈빛을 한 아이들에게 식사를 주려 하지 않았다.
배고픔은 선한 사람도 아귀로 만들었다. 그들은 아이들 몫의 빵을 빼앗아 자기 목구멍 속에 넣었다.
쥐들조차 등을 돌리고 달아났다. 44년의 12월은 혹독했다.

사용인들이 신호를 받고 손님들에게 정중하게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자리를 함께 한 딘과 샘은 할 말을 잃었다. 이름만 만찬이고 이건《개 먹이 페스티벌》이었다.
검은 덩어리에선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딱딱한 빵은 눈으로 보기에도 돌덩이처럼 보여 과연 이로 씹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손으로 만져보니 까끌한 촉감이 강철 부스러기 같았다.
스프는? 말을 말자. 색깔 자체가 역겹다.
당황한 것이 분명한 딘은 최고급 식기에 담겨진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를 두고 난감한 눈치다. 무엇 하나 부족한게 없는 사람들이「극악의 다이어트 식단」을 실험하고 있다? 이런 미친 짓을.

『우리의 생명을 지켜준 헤더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세 명의 노인은 조용히 감사 기도를 올리고 잠자코 빵을 스프에 찍어 입에 넣었다.
하는 수 없어 샘도 이들을 따라했다.
단, 딘은 동생과 달리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

『빵이 필요했네...』
오물오물 음식을 씹던 오겐이 손바닥으로 뺨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슬픔과 분노에 차서 외쳤다.
『빌어먹을 빵들!』
아이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였던 헤더는 책임을 느꼈다.
그 참혹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애썼다.
어른들에게 애원하고, 빌었고, 때로는 몸을 팔았다.
오겐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망할 것... 그놈의 더러운 나치 놈에게...!』

기껏해야 두 덩이의 빵을 흥정하기 위해 헤더는 바닥에 손바닥을 짚고 엎드렸다.

- 나, 나는 남창이 아녜요! 거기에 넣지 말아주세요!
- 무슨 소리. 너는 돼지다. 그리고 나는 돼지의 항문을 범하는 못된 놈이고. 자! 허리를 들어!

그 장면을 구석에 숨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던 오겐은 한참만에 헤더가 보물처럼 품에 안고 돌아온 빵을 도저히 입에 넣을 수 없었다.
그걸 그녀는 단호한 투로 억지로 씹고, 삼키게 했다.
「이것은 나의 피와 살이다. 오겐? 구토가 나도 절대로 뱉으면 안된다.」
시키는대로 하면서 오겐은 소리를 내지 않고 오열했다.
그들이 믿는 신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밤새도록 절망했다.
아름다웠던 누이, 그리고 어머니, 그리고 첫사랑...
그녀의 살점을 입에 넣고 씹었다. 그리고 그걸 먹었다.
토하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오겐. 모욕은 생명과 비교하면 하찮은 것이거든.」
눈물 범벅이 된 그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헤더는 웃어보였다.
누구보다 상처받았으면서도.
마흔 다섯의 아이들을 자기 목숨처럼 지키려던 여인은 힘 주어 밝게 웃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딘이 수저를 들었다 도로 놓았다. 테이블을 때리는 탕 소리가 모두의 눈썹을 찌푸리게 했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응?』
『헤더는 어떻게 죽은 거죠.』
오겐과 스텔라가 어랍쇼 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그러니까 자네의 조부님은 무어라 하셨는가. 네마 나타스는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네. 그저 헤더가 죽었다는 말만... 음, 그게 좀 수수께끼 같긴 했어.』

스텔라가 기억하는 네마 나타스는 매우 친절한 남자였다. 키가 훤칠했고 잘 생겼다. 헤더가 보살폈던 아이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던 마리아를 종종 무릎에 앉혀놓고 이상한 말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외국어에 노랫가락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어느 나라의 노래냐고 물어봤더니「바빌로니아」라는 먼 나라의 아주 오래된 노래라고 했다.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는 신랑의 노래라고... 그러면서 네마 나타스는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던 분홍과 노랑의 캔디 같은 것을 마이클이나 스텔라에게 나눠주었다.

헤더는 왜 오지 않는 거냐고, 보고 싶다고 오겐이 울면 멋있는 사내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 거라고 늠름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굳세게 자라야 한다. 헤더는 너희들이 백발의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죽는 것을 저 먼 곳에서 언제까지나 지켜볼 거다. 그러니 나에게 약속해주겠니? 누구에게도 손가락질 받지 않는 멋진 남자와 여자가 되겠다고. 헤더의 근사한 자랑거리가 되겠다고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질 때까지 아이들은 영국군의 보호를 받았다.
그때까지 헤더의 빈 자리를 대신 메워준 사람이 멋쟁이 네마 나타스다.

스텔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방 직전에 발진티푸스가 돌았어. 헤더 언니는 아마도 병에 걸렸던 것 아닐까.』
『아녜요. 매번 기침을 하긴 했어도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니었어요.』
『베른게르의 말로는 가스실로 끌려갔다고...』
『틀려요! 가스실로 가는 행렬에선 아무도 헤더 누나를 못 봤습니다!』
『저어... 이건 진짜 끔찍스런 가정이지만 언니를 강간했다는 귄터 놈이 총으로 쐈다는 말도 있어. 연합군을 피해 달아나면서 언니를 쐈다는 거야.』
『귄터 그 개자식! 날로 뼈를 씹어도 모자를 놈!』
『내 생각으로도 귄터가 언니를 죽인 것 같아. 그래서 넴 나탁이 우리에게 알리질 않은 거고.』
『스텔라? 그 멋쟁이씨의 이름은 네마 나타스라고 하잖아요.』

이쯤해서 딘은 의자를 뒤로 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푼을 마이크처럼 손에 쥐고서 말이다.
『자자, 신사 숙녀 여러분? 이쯤해서 연극은 그만 둡시다.』
그리고 질렸다는 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헤더는 죽지 않았잖습니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겁니까, 아님 정말로 모르는 겁니까. 당신들이 사랑한다는 그 헤더는 여전히 열 네 살의 나이로 살아가면서 사람을 사냥하는 헌터가 되었잖소.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으며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뭐요? 전염병? 가스실? 지금 개그하자는 거요? 그 망할 여자랑 내가 코앞에서 마주친게 한 달도 넘지 않았소.』

스텔라가 심장 부위를 움켜쥐고 쥐어짜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색색거렸다.
『허억! 지금 뭐라는 거야... 저 사람?』
핏기 가신 얼굴로 마이클 프레데닉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당장 입 다물어, 딘 윈체스터!!』
오겐도 만만치 않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마이클? 마이클! 저 사람은 스탠리 플래니건이라고 자기 소개를...』
길게 얘기할 것 없다며 그가 단호히 턱을 굳혔다.
『오겐, 그리고 스텔라? 이번 일은 내가 처리함세. 그러니 자네들 두 명... 가짜 기자 양반은 날 따라오도록.』
그리고는 하얀 네프킨을 결투를 신청하는 장갑이라도 되는 양 테이블에 내던졌다.

Posted by 미야

2007/02/19 23:00 2007/02/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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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2 18:48 # M/D Reply Permalink

    커헉! 헤더가 나오면서부터 급전개되고있는듯한 느낌입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역시 형제는 붙어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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