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이상한 날이라는게 있습니다. 폭풍우의 징조가 보인다고나 할까. 비가 올 것 같아서가 아니라 폭탄이라도 터질 듯한 위기감에 발바닥부터 저릿저릿 합니다.
몸이 약한 저는 날씨에 제법 민감한 편인데요, 기압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부는 이런 날은 초죽음이 됩니다. 오늘은 9시 되면 이불 뒤집어쓰고 쿨쿨 자야지.
이렇게 무거워진 공기 탓에 괴로워지는 건 저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서 치매 걸린 할머니는 발악을 하게 되고, 근방 변압기는 터지고, 지하철 운행은 중지되고, 가까운 이웃 나라에선 지진이 일어나는 겁니다. 정말입니다! 사람도 기계도 삐긋거리는 거죠.

점심도 굶고 치매 걸린 할머니와 1시간을 싸웠습니다.
자짜고짜 저더러 도둑년이라면서 화를 내는데 설명을 해도 못 알아 듣고, 뭘 물어봐도 엉뚱한 답변을 하시고... 이거 미치겠더군요.
오늘이 12월 11일이라고 하더이다. 엉뚱한 은행에 전화요금을 내곤 저더러 영수증을 찾아내라고 하더이다. 은행에서 영수증을 받았어야지 왜 나에게 와서 달라고 하냐 물어봤더니 나에게 줬다고 하더이다. 그것도 전기요금 고지서라고 박박 우기더이다. 한 번만 내면 되는데 대도 미야쨩이 사기를 쳐서 두 번을 냈다고 우기더이다. 이 몸이 돈 훔치려고 취업했다면서 삿대질 하더이다. 살려줘, 살려줘어~!!

은행들 직원까지 다 달려와 설명하니까 자기가 실수했는가 싶어 살짝 우시더라고요.
이거 진짜 괴로워요. 본인에겐 모든게 사실일 거 아녜요. 오늘이 26일이라는 걸 아시고 겁에 질려 눈을 깜빡이는데 저까지 다 무서워지더라고요.

그런 할머니 혼자 사시게 하는 아들, 나빠요.

Posted by 미야

2006/12/27 20:36 2006/12/2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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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lsra 2006/12/29 05:02 # M/D Reply Permalink

    정말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셨네요... 정말 아들 나쁘군요.
    저 아는 사람이 아는 어떤 할머니는 갑자기 치매가 왔는데 아들 가족을 못 알아봐서 아들 집에 살면서도 계속 우리 아들 오면 다 갚아줄 거라고 고맙다고 그러면서 사신데요.
    치매랑 중풍이 아픈 거 중에 제일 고생스러운 듯... 자신도 주위 사람들도 말이예요.
    날도 안 좋은데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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