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조사] 풀피리 26

제5장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되, 사람은 사람이 아니로다

※ 오리캐 주인공 BL 호러물입니다. 의성조, 소년조 위주.
지명을 포함하여 잘 모르는 부분은 지어냅니다. 원작자의 팬픽 규정을 준수합니다.
마도조사 소설과 드라마 진정령의 타임라인이 틀린 관계로 여기서도 사건 흐름이 뒤틀려 있습니다.


이릉노조.
무려 3천여 명의 수진계 사람들과 다이다이 맞장 뜬 사나이.
비천한 하인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불세출의 천재로 땅을 흔들고, 바다를 뒤엎고, 하늘을 두 쪽 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멋대로 우쭐거리고, 기고만장하여, 결국 친자식처럼 길러준 운몽 강씨를 배반하더니, 기어코 사술을 익혀 모두를 이기려 했고, 끝내 내세에서도 갚지 못할 업보를 쌓았다.
이릉에 자리를 잡은 위무선은 새로운 종파를 세워 스스로 노조의 자리에 앉았고, 사마외도로 높은 단계의 흉시를 만들어 백가에 대적했다.
이릉노조의 힘으로 죽음이 내려오면 흉시가 사람을 죽이고, 쓰러진 자가 다시 일어나 흉시가 되었다.
그가 만든 흉시는 시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동이 빠르고 자연스러웠다. 두려움이 없었으며 정신이 또렷했다. 사고력이 있었기에 말을 할 줄 알았고, 무기를 사용하여 사람을 도륙함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 흉시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이릉노조의 법보가 음호부다.”
가짜 도사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음호부라는 거, 직접 본 적 있어요? 어떻게 생겼어요?”
“음... 사악하게 생겼지.”
“그게 아니라 둥글게 생겼다던가, 각이 졌다던가, 용무늬가 조각되어 있다던가... 생김새요.”
“소름끼치는 모습이야.”
“색은 어떤가요. 검정? 아니면 은색? 파란색?”
“다시는 눈에 담고 싶지 않은 역겨운 색이지.”
구라쟁이! 나는 풍성하게 기른 턱수염을 계속 쓰다듬고 있는 도사를 노려봤다.
지금껏 아는 체를 많이 했지만 거짓말을 지어내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고, 음호부는 그가 아는 영역 밖의 일임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떠벌린 것과는 달리 아예 이릉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군. 내가 발품을 팔아야겠다. 남는 건 시간이니 직접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도사님은 이릉에서 부적 만드는 걸 배웠다면서요. 혹시 음호부 만드는 건 안 배우셨어요?”
“배워볼까 했는데 공물을 많이 바쳐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어. 그리고 시체를 다루는 건 좀 그렇잖아.”
가짜 도사는 은근 서민적이었다. 흉시를 만들어 수사들과 싸우는 건 관심이 아니라고 했고, 자신은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 주문이라던가, 과일을 말리지 않고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주문 같은 게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다 콜록 기침했다. 다섯 푼이나 받고 내게 팔았던 엉터리 부적 생각이 났던 것 같다.
“아주 엉터리는 아니야. 나에게도 상도덕은 있다고. 주시에게 효과는 없을지 몰라도 불이 붙는 건 진짜거든. 아궁이 볏단에 불붙일 적에 요긴히 쓸 수 있지. 다만 요령이 좀 필요해. 이렇게 탁!”
성냥 같은 종류였나 보다. 놀부 마누라가 주걱으로 흥부 뺨 때리는 식으로 세차게 후려갈기니 진짜로 부적에 불이 붙었다.
나뭇가지를 비벼 불붙이는 일이 엄청 고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나는 부적의 효과에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좋아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도사가 주변에 많이 홍보 좀 해달라며 공짜로 부적 두 장을 더 주었다.

화창하고 좋은 날이었다. 잎사귀 하나 입에 물고 숲속을 걸으며 머리 위로 한가롭게 팔짱을 꼈다.
‘결국 음호부에 대한 건 건진 게 없네.’
척 보면 알 수 있는 종류일까? 최강 네크로맨서의 주술도구이니 검게 빛나는 보석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뒤통수를 치는 종류라면? 영화 인디애나 존스, 최후의 성전 편에서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성배는 투박한 외견으로 화려한 금잔 뒤에 숨어 보물 약탈자를 기만했다.
‘막연한 추측이지만 반짝거리진 않을 것 같아. 반지나 목걸이, 이런 장신구도 아닐 것 같고. 이 세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악세사리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으니까.’
시장에서 구걸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했을 적에 반지나 목걸이를 한 사람들이 얼마 없었다.
결혼을 한 남녀끼리 반지를 교환하는 풍습 또한 없는 듯했다.
‘이릉노조 이 사람... 결혼은 했을까? 자식 이야긴 없던데.’

초상화 속의 이릉노조와 눈싸움을 하며 상상력을 부풀려봤다.
이 피부 시커멓고, 눈 찢어지고, 도깨비처럼 귀가 어깨까지 늘어진 사내가 ‘빛으로 메이크 업~!!’ 이러면서 보석 박힌 손거울을 만지작거릴 리는 없고. 아님 마법서 같은 건 아닐까. 영화 미이라에서 사자를 일으켜 세운 건 기묘한 장식으로 표면이 덮인 한 권의 책이었다.
‘아냐. 숨겼을 적에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라면 서양식 제본으로 책을 만들 리 없지.’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호부’라고 했으니 몸에 지니고 있어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크기다. 기껏해야 머리빗 크기? 쟁반처럼 커다랗지 않다. 배구공이나 축구공 크기도 아닐 것이다.
‘크아앗, 그래봤자 전부 추측이잖아. 이래선 음호부를 코앞에서 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치겠어.’
기록 같은 건 없을까.
제작법 이런 건 소실되었어도 그 생김새를 그림으로 옮겨놓은 게 남았을 수 있잖아.
그렇다면 정말 좋을 텐데. 나는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이릉노조의 초상화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콧구멍만 있고 코는 없는 이릉노조 위무선 씨. 혹시 생전에 그림 잘 그리셨나요? 뭐 좀 남겨놓은 건 없으시고요?”
무인도에서 배구공 윌슨과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진짜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한 가닥 가능성에 기대했다.
네크로맨서의 핵이 파괴되면 네크로맨서가 만든 언데드들도 먼지로 돌아간다.
마찬가지로 음호부를 찾아 파괴하면 음호부로 만든 흉시 역시 저절로 파괴되는 것일 수 있다.
설양이 이릉노조를 흉내 내어 만들었다는 음호부... 반드시 찾는다.
나는 정말 간절한 마음이 되어 이릉노조의 초상화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런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도령.”
반투명한 그물에 걸려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나를 발견한 흰옷의 소년이 그리 말했다.
“세상에, 의지할 게 따로 있지. 도깨비 그림만 붙잡고 있음 어떻게 해요. 차라리 도와달라고 크게 소리를 내지 그랬어요.”
“......”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뭔가가 발을 확 잡아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무 위였다. 생각이 많아져 주의력이 산만해진 탓에 덫에 걸린 것이다.

검을 휘둘러 줄을 끊으면서 소년이 말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우리가 놓은 덫이 아닙니다. 그러니 원망을 하면 안 됩니다.”
그러고 보니 멀리서부터 ‘잡았어? 잡았냐고.’ 이러면서 허둥대며 다가오는 인영이 보였다.
그들은 소년처럼 흰옷 차림새가 아니라 회색에 갈색, 옥색 등 제각각으로 차려 입고 있었다. 연령대도 훨씬 높아 게 중에는 머리에 서리가 내린 자도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호들갑스러웠고, 옷차림만큼이나 한데 섞이지 않고 따로 놀았다.

고소 남씨 소년이 가까이 오려는 그들을 제지하며 말했다.
“식살귀가 아니고 어린아이입니다.”
“아니, 비싼 박선망에 요괴가 아니라 어린아이가 왜 걸려.”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에 부주의하게 설치를 했으니 그렇죠. 통제도 제대로 하지 않고 덫을 깔았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머리에 서리 내린 선사가 이에 발끈하여 뭐라 하려 했다.
그가 뭐라고 할지는 쉽게 짐작이 갔다. 나이도 어린 것이 어른도 몰라보고, 되바라져서 따지기나 하고, 요괴만 잡으면 그만인데 말이 많아서 - 하지만 사내는 얼굴만 벌게진 채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요괴를 잡는다고 설치다 덫으로 엉뚱한 걸 잡은 건 그들의 실수가 맞았고, 무엇보다 남가 소년의 위세가 대단했던 탓이다.
거기다 소년의 동년배로 보이는 자가 크게 소리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사추! 남사추! 좋은 소식이야. 함광군이 곧 이리로 오실 것 같아!”
그 외침을 들은 무리들은 금방이라도 오줌 쌀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다른 장소에 설치한 덫을 살펴보겠다는 핑계를 대며 황급히 자리를 피해버렸다. 함광군이라는 사람이 대단히 두려운 모양이었다.

마찬가지로 화장실 급한 표정을 지은 소년이 근심하여 말했다.
“경의. 이곳에 진짜로 식살귀가 나타난 건지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함광군에게 신호했어?”
“아니.”
“곧 이리로 오실 거라며.”
“오실 것 같다고 했지, 오신다고 하진 않았잖아. 그럼 된 거야.”
남경의가 이 정도는 거짓말 측에 속하지도 않는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것보다 얜 뭐야?”
재밌는 구경은 같이 하자며 남경의가 고개를 길게 뺐다.

얼마 전 이 부근에서 무덤이 파헤쳐지는 일이 발생했다는 건 나도 익히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무덤 도굴이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도 아니고, 작정하고 부장품을 노리는 전문 집단도 있는지라 그러려니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런데 보아하니 일반적 양상이 아니었나 보다.
아까 뭐라고 그랬더라... 식살귀? 그러니까 시체 파먹는 구울?
부장품은 그대로고 시체만 사라졌나 보군.

“여러분들은 식살귀를 잡으러 오신 거예요?”
“상관없는 네가 관심을 둘 일은 아닌 것 같다만.”
남경의가 귀찮다는 내색을 감추지도 않고 내 어깨를 툭 밀었다.
이런 일은 지긋지긋하다며 남의 어깨를 미는 동작이 거칠었다.
남사추는 어린애를 괴롭히면 안 된다며 말렸으나 남경의는 가차 없었다.
“말을 안 하게 생겼냐고. 그깟 그림에 부적만 들고 애가 수행자 흉내를 내고 있잖아.”
“호기심 때문이겠지. 타일러서 집으로 돌려보내자. 얘도 박선망에 걸렸을 적에 충분히 반성했을 거야.”
“저게 어딜 봐서 반성을 하는 얼굴이냐고, 사추. 땟국을 봐. 하나도 안 울었어.”
“너무 무서우면 눈물도 안 나오는 법이야. 경의, 그만해. 애가 아파하잖아.”
내 뺨을 찹쌀 반죽인양 죽죽 잡아당기고 있는 남경의를 말리면서 사추가 그렇게 주장했다.

Posted by 미야

2021/11/17 12:42 2021/11/1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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