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repentance 01

드라마 수퍼내츄럴 팬픽입니다. 아쉽게도(?) 러블리 씬은 없을 예정입니다. 배경이 현대 미국이기 때문에 모르는 건 흐지부지 넘어갑니다. 보스턴 옆에가 뉴욕인지 워싱턴인지조차 모르는데 뭘 바라슈. 일본 영화 [웰컴 투 미스터 마그드나르도(맥도널드)] 에서 시카고엔 강이 있네 없네, 바다가 있네 없네 소동이 생각나는군요. 아마 그보다 나쁘거나, 비슷할 겁니다. 헐헐.


실컷 단잠에 빠져있다가 불현듯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딘 윈체스터는「도대체 뭐지-」해가며 한쪽 눈만 빼꼼 뜨고 주변을 살폈다.
실내등이 모두 꺼진 모텔 방은 제법 어두웠다. 낯뜨거운 하룻밤의 정사를 위해 모텔 주인이 달아놓은 벌거적적한 전등도 치워진 상황에선 가구의 실루엣은 희미하게밖엔 안 보였다. 뭐가 방문이고 뭐가 옷장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았다. 특히나 낯선 환경에서의 익숙치 않은 가구 배치들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하여 옷장 손잡이라 생각한 둥근 물체가 사실은 텔레비전 위에 올려둔 X등급 프로그램 안내판일 수도 있었다. 서랍장이라 생각했는데 냉장고일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벽돌 모양의 몬스터일 수도 있다.
갑자기 그는 위협을 느끼고 긴장했다.
이럴 적에 공격받으면 끝장이라고 아빠는 늘 강조했다.
하여 베개 속으로 손을 넣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미리 숨겨둔 단도를 잡았다.
침입자는? 악령은?
그리고 내 동생은 안전한가.

순간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딘의 신경을 긁어댔다.
『샘?』
이웃한 침대에 누운 동생 샘이 뜨거운 라면을 식히려고 애쓰는 것처럼 숨을 불어대고 있었다. 그것도 푸~푸, 하는 소리로 봐선 대단히 뜨거운 라면이었다. 호흡이 대단히 불규칙했다.
딘은 눈썹을 찡그린 채 동생의 축구장 같은 넓직한 등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혔다? 설마. 재채기 한 번 안했으니 감기일 리 없다. 아마도 악몽을 꾸는 모양이었다. 뒤돌아 누운 동생이 몸을 더욱 둥글게 몸을 말았다. 곱슬거리는 뒷머리카락이 이불 밖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다시 한 번 더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샘?』
이걸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식은땀을 흘리는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늘 괴로웠다.
한동안 나쁜 꿈을 꾸는 일이 없는 것 같더니... 조금만 몸이 피곤해지면 꼭 저렇게 끙끙거린다.
딘은 머뭇거리며 동생을 향해 가만히 팔을 뻗었다.
그러니까... 살짝 머리를 치는 거다. 샘이 펄쩍 놀라 깨어나면 엄지손가락 크기의 커다란 대왕 모기가 있었다고 대답하자.

그때였다.
『딘, 난 맥도널드 의자가 싫어...』
지금 무시라.
팔을 뻗은 채 굳어버린 딘은「내 귀에 도청장치가 되어 있어요」식의 표정을 지었다.
잠꼬대인 건 분명하다. 발음이 분명치 않다. 웅크린 자세 그대로에서 샘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 좋다 이거야. 우리 아가 잘도 잔다. 그런데 뜬금없이 맥도널드 의자라니?
딘은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어제 우리가 햄버거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던가. 아닌 거 같은데. 오랜만에 편안하게 앉아 밥을 먹어보자며 제대로 된 식당에서 숟가락을 들었다. 햄버거는 냄새도 맡지 않았다.
『샘?』
『피에로 의자엔 난 앉기 싫다구... 형... 먼저 앉기 없기다...』
아항, 그제서야 딘은 주먹을 쥐고 자기 이마를 콩콩 때렸다.
짐작가는게 하나 있다. 그러니까 위스콘신주 메드퍼드에서 피에로로 변장하고 사람들을 해치던 락샤샤를 사냥하기 위해 서커스단에 위장 취업을 했을 적의 이야기다.
면접을 보려고 단장 사무실에 들어갔더니만? 사람도 둘이요, 엉덩이도 둘인데 앉을만한 의자는 딱 하나라는 비극이... 오른편은 낡아빠진 플라스틱 비닐 제품이고, 왼편은 나무를 깎아 만든 광대 인형 의자다. 둘 다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도 굳이 선택하라면 플라스틱 비닐 의자다. 누가 뭐래도 그 의자에 앉을 거다. 삐그덕 소리가 심하고, 시트 일부가 찢어졌고, 쿠션이 형편 없어 앉는 즉시 앉은 키가 확연히 줄어든다고 해도 그렇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그놈의 흉측한 인형에 몸을 기대느니 차라리 목을 매달고 죽어버릴테다. 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광대 인형의 무릎 위에 다소곳이 올라가 앉아「무엇이든 시켜만 주세요, 단장님. 팔뚝이 굵어져라 열심히 일하겠습니다」이라 말하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 용서도 할 수 없다. 미쳤다고 얼굴에 분칠한 남자 무릎에 신세를 지냐. 그게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조잡한 인형이었다고 해도 그렇다.
그래서 딘은 허겁지겁 달려나가 플라스틱 비닐 의자에 재빨리 엉덩이를 던졌다. 뒤따라 달려온 샘이「나는 어디에 앉으라고!」몸서리를 쳤어도... 형이니까 그 정도는 이득을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

꿈에서조차 딘에게 의자를 빼앗긴 동생이 으득- 하고 이를 씹었다.
아무래도 샘은「좋은 의자는 형님에게. 오케이?」라는 걸 납득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나쁜 놈...』
동생의 분노에 찬 외침에 딘의 표정이 확 나빠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더 작아지던 샘의 잠꼬대는 원망과 미움, 그리고 난처함이 어지럽게 뒤섞여 어둠 속으로 찬찬히 녹아들어갔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기지개를 하고 찌푸드한 몸을 편 샘은 깜짝 놀랐다.
저쪽 침대에 누운 형이 머리를 팔로 받치고 누워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첫날 밤을 대단히 엉망으로 보낸 신랑이 난장판의 빌미가 된 신부를 저주하여 죽이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샘은 약간의 위기심을 느끼고 쭉 뻗은 팔을 재빨리 오무렸다.
늦잠을 잤다고 야단치는 건 아닐 것이다. 시계는 오전 7시를 가리키고 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자명종 버튼을 힘차게 찍어 누르며「젠장!」소리를 낼 시간이다. 거기다 윈체스터 남자들의 일이라는 건 9시까지 정시 출근에 성공하지 못하면 담당 매니저가「당장 모가지~!」를 외치며 손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해보이는 종류가 아니다.
그렇다면 딘은 무엇 때문에 샘을 야단치려 하는 걸까.
샘은 끙 소리를 내곤 머리를 긁적였다.
『왜... 뭐가 잘못됐어? 내가 지난 밤 내내 이를 갈았다던가...』
『아니.』
『그럼 코를 골았다던가.』
『전혀.』
『발냄새가 지독했다던가...』
『글세』
『내가... 방구 꼈어?』
『꼈냐?』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야. 샘은 두 팔을 벌리고「왜 나에게 그런 식으로 화내는 건데?」물었다.
『영문을 모르겠네. 이도 안 갈았어, 코도 안 골았어, 방구도 안 꼈어... 잘못한 거 없잖아.』
『잘못한게 없긴. 그 세 가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지독한 짓을 했다고, 어젯밤의 넌.』
형의 말투가 얼음처럼 차갑다.
샘은 이불을 들추고 자기 사타구니를 짐짓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정색했다.
『그러지 마. 오줌 안 쌌어.』
샘의 농담 아닌 농담에 딘이 진절머리를 냈다.
『누가 오줌 쌌다고 했냐! 됐으니까 빨랑 나가서 커피나 사와. 머리가 다 아프다, 임마.』

모닝 커피를 사오는 건 늘 샘의 일이다. 마실 수 있으면 목구멍에 무조건 넣고 본다는 딘과는 달리 샘은 커피 맛을 따지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몇 번인가 딘이 사온 프렌치 커피를 샘이 맛 없다며 투덜거린 적이 있다. 딘은 짜증나는 동생이라며 딱 한 마디만 했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후로 딘은 커피를 사러 돌아다닌 적이 없다. 대신 지금처럼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얼른 뜨거운 커피를 쥐어달라며 단순하게 손만 내민다.
『...』
이걸 얄밉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딘은 맛 없다 투정하는 법도 없어서 아무거나 사다주면 된...
『겍. 맛 없어.』
샘의 눈이 휘둥글 벌어졌다. 와우, 오늘 하루는 서쪽 하늘에서 해가 뜨겠음.
의자에 앉으려다 말고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에서 2초간 정지했다.
생전 먹을 걸 두고 불만을 표현한 적이 없는 형이다. 배만 부르면 된다, 그게 형의 철학이었다. 음식은 어차피 몸을 움직이기 위해 넣어주는 일종의 연료 같은 것이고, 당장 몸에 이상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불순물이 첨가되었는지 아닌지 여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면 되었다.
물론 이끼 낀 구정물 비슷한 느낌의 건강식 콩스프에 질겁하며 인상을 찡그리곤 한다. 비타민과 섬유질이 뭔지도 모르는 남자답게 비릿한 냄새가 나는 해초 무침에 사람 살리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기본적으로 음식을 가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애시당초 아버지 존이 자녀의 그런 불만을 일체 접수하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딘 스스로가「먹는 걸 가지고 투정하는 건 남자답지 않아」라고 생각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랬던 형이.
커피가 맛 없다면서 타박이다.

『솥단지 태워먹은 맛이 나.』
그러면서 예의「초야를 단단히 망친 신랑의 표정」을 또 지었다.
『푸-웃. 크림은 없냐, 새미. 크림을 챙겼어야지. 빈 손으로 덜렁덜렁 돌아오면 어떻게 하냐.』
코를 킁킁대고 냄새까지 맡는다라. 샘은 순간적으로 건너편에 앉은 가죽 재킷의 핸섬 보이가 자신의 진짜 피붙이인지, 아님 지구인처럼 분장한 외계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게다가 뭐? 크림이라고? 이건 분명 부활절 토끼 같은 질 낮은 농담이다.

『딘?』
『왜.』
『딘 맞아?』
『그럼 내가 애크미 동산의 고장난 벅스 버니일 것 같냐!』
정말로 내 형이 맞느냐는 샘의 질문에 딘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소리만 질렀던가. 샘의 커피도 뺏었다. 그리곤 샘이 입술을 대고 홀짝거린 커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기 시작했다.
『이건 좀 낫군.』

불평할 기운도 나지 않는다.
에이, 맘대로 해.
샘은 털썩 소리를 내며 의자에 무너지듯 앉았다.
어차피 커피가 문제가 아니라는 건 진작에 눈치 챘다. 본질이 전혀 다른, 뭔가가 있다.
하지만 그게 뭐냐고 물어봐도 딘은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그래왔다. 몇 겹의 보자기로 속마음을 감춘다.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봤자 때가 되기 전까진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지긋이 눈싸움을 벌이는 건 부질 없는 짓이다. 싸움을 걸어봤자 딘은 특유의 포커페이스로 능숙하게 빠져나가버릴 것이다. 그러니 지금으로선 딘이 스스로 화를 풀고 화해를 청하길 기다리는게 나았다. 아침 댓바람부터 성인 남자 둘이서 커피를 두고 티격태격한다는 것도 모양이 우습고... 샘은 만사 포기한 채 테이블 위로 어지럽게 깔린 신문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것보단 표정으로 봐선 신문에 우리가 봐야 할 뉴스가 나온 모양이네. 고장난 벅스 버니씨.』
『벅스 버니 아니라고 했다, 동생아. 한 번만 더 그렇게 말하면 알지?』
콧잔등에 힘을 팍~ 주는 것으로 동생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딘은 연필을 입에 물었다.
『벅스 버니.』
샘은 차렷 자세로 형의 인내를 테스트했다.
그 댓가는 대단히 참담했다. 딘은 들고 있던 연필을 커피 컵 속에 퐁당 꽂아버리곤 샘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눈짓했다. 원샷.
『...』
『새미. 또 말해라?』
그리고는 절망에 가득차 뜨뜻한 국물에서 연필을 건져올리는 동생 앞으로 신문을 들이댔다.

이미 딘은 필요한 부분에 동그라미를 그려놓았다. 노아의 사촌 여동생의 그 아들들의 손자가 일으킨 글자들의 홍수 속에서 딘이 연필로 그려놓은 동그라미는 대단한 호소력을 과시하며 단박에 주의를 끌었다.

외로운 자살

헤드라인체로 적힌 제목 아래로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철 지난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고, 살짝 웃고 있다. 그런데 그게 대단히 우중충하게 보이는 미소다. 억지로 입술을 당겨 겨우 모양만으로 웃고 있었다. 눈썹 모양이 고르지 않은데다 앞 머리까지 살짝 벗겨져 전반적으로 인상이 썩 좋지 않다. 뭐랄까, 소화불량으로 10년간 죽어라 고생을 한 사람 같다. 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에 묻은 커피를 툭툭 털어냈다.

『제임스 브리튼. 나이 38세. 죽은지 보름만에 발견되었음...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주변의 말을 참고하여 경찰은 그가 신변을 비관하여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무려 보름이나 지났음에도 그의 죽음을 아무도 몰랐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에서의 이웃과의 끔찍한 단절과 그 개인이 겪는 고독이 어떠하다는 것을... 형?』
『오냐.』
『자살이라는데.』
『그래서 우리 일이 아니라고?』
『그가 신경안정제 복용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해?』
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딘이 이 기사에 동그라미를 그려놓은 건지 납득하기 힘들었다. 기사 내용엔 딱히 수상한 점은 없었다. 브리튼은 2년 전에 아들을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 아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내와 이혼했고, 직장을 관뒀고, 우울증을 앓았고... 썩을 놈의 인생과 바이바이 해버렸다.
어떤 의미에선 악마의 짓이다. 그러나 그들이 사냥하고 다니는 종류의 악마는 아니다.

『우리는 불운이라는 것까진 사냥할 수 없어, 딘.』
『이 형도 잘 알고 있어. 물론 그런 건 사냥 못 하지.』
『그렇담 우리가 관심을 둘 까닭이 없잖아.』
『허어. 좀 더 자세히 보도록 하려무나, 동생아.』
딘은「내 동생은 왕 바보」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틀어놓고는 혀를 끌끌 찼다.
『제임스 브리튼이 죽은 집의 주소를 보란 말이다.』
『어?』
『그러고도 모르겠다고 하면 이 형은 대단히 슬퍼할 거야.』
그렇게 말하고 딘은「우리 동생이 사온 커피는 대단히 맛 없다네」노래를 낮게 허밍했다.

Posted by 미야

2006/11/28 12:22 2006/11/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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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렐라이 2008/03/02 19:16 # M/D Reply Permalink

    미야님 소설들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당.
    아아 재밌어용ㅠㅠ
    살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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