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상생활74

※ 원작이 다 해먹어 내용이 비루합니다.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문득 스타스키와 허치가 떠올랐다.
영화로 리메이크된 적도 있으나 원작은 1975년부터 방영된 TV-시리즈물, 제목 그대로 스타스키와 허치 두 사람이「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의 콤비를 이루어 가상의 도시 베이 시티에서의 폭력적이고도 멋진 활약상을 보여주었음 - 읽고 있던 마크 트웨인에서 흘끔 시선을 들어 이번에는 얌전히 입을 오물거리고 있는 카터를 쳐다보았다.
서글퍼진다. 스타스키는 어디로 가고 허치만 남아 전반적으로 쓸쓸한 풍경이다.

경찰들은 어지간하지 않은 이상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주된 업무가 일상적인 주차단속이면 또 모를까, 강력계 소속의 형사가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판국에 단독으로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핀치가 알기로 카터는 항상 외톨이었다. 마초주의에 찌든 사내들이 잘 배운 흑인 여성을 동료로 인정해주지 않은 부분도 없잖아 있었고, 지나치게 곧은 그녀의 성격이 화근이었다. 신참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선배들 앞에서「그건 틀렸다」이러고 머리를 빳빳이 세운 것이다.
결국 동료로 인정받기는커녕 배척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가 수사 방향에 대해 발언을 하면 비웃었고, 용의자에 대해 엉뚱한 정보를 주거나 회피했다. 비공개 파일에 의하자면 초창기 시절엔 이 점에 대해 상사에게 강력히 항의한 적도 있다. 허나 집단 따돌림은 상당히 교묘하다. 소방관이나 경찰관 같은 특정 집단에서의 따돌림은 특히 조직적인 모습을 띄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상사는 내부적으로 왕따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덮고 카터의 항의 내용을 묵살했다.
그 다음이 흥미롭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가 이루어져 카터는 다른 경찰서로 신속하게 재배치가 되었는데 먼젓번 일로 깨달음이 있었던지 이후 작전을 바꿔「난 친구를 만들지 않아요. 혼자 일하는게 좋아요. 내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해요」태도를 고수했다. 세 가지 규칙이었다. 불평을 하지 않는다,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배로 노력한다, 실력은 원래부터 좋았다. 결국 파트너 없이 일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굳어 지금의 조스 카터가 되었다.
성으로만 불리우고 아무도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는 형사.
그녀에게는 친근함을 담아 부르는 별명조차 없다.

예민한 사람답게 시선을 느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아뇨, 형사님. 별 거 아닙니다.』
급체가 걱정될 정도로 빠르게 음식을 흡입하던 그녀는 핀치를 좌석에 앉혀두고는 돌연 태도를 바꿔 음식을 꼭꼭 씹어가며 부지런히 포크를 움직였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써먹을 궁중예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식기를 다루는 모습이 그럭저럭 문명인답게 보였다. 핀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상한 척 하려는 건 아닌데 그는 식탁에 음식을 흘리면서 먹는 꼬락서니를 참지 못한다.
목이 메었는지 카터가 컵을 쥐고 씩씩하게 물을 마셨다.
꿀떡거리며 삼키는 모습은 남성 앞에 자리한 여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비처와 데이트를 할 적엔 그녀도 내숭을 떨며「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고양이처럼 할짝인다.
칭찬은 아니고. 그러니까... 음. 복잡하다.

미묘한 표정 변화였음에도 그녀는 훌륭하게 반응했다.
『파이가 마음에 안 들어요?』
『오 - 그런게 아녜요. 먹을만 합니다.』
『하지만 손을 거의 안 대고 있잖아요, 핀치.』
『묻는 의도가 다음에 이 가게로 와서 애플파이를 주문해도 되느냐는 거라면 - 형사님. 주문하셔도 됩니다. 압축한 휴지조각에 잼 바른 그런 종류는 아니네요.』
『그럼... 흐응. 맛 없어서 안 먹는게 아니라면 잠복 중이라서 그래요?』
전직 육군 심문관인 그녀가 씨익 웃음을 터뜨렸다.
핀치는 어색하게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잠복이라뇨. 그런 거 아니에요, 형사님.』
『알았다, 당신은 거짓말할 적에 왼쪽 눈꺼풀이 미묘하게 움직여요.』
그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손을 올려 왼쪽 눈두덩이를 만졌다.
『빙고.』
카터는 여전히 웃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곧 분위기가 돌연 바뀌었다.

『이 사람에 대해 알아요? 핀치.』
어디서든 그녀는 취조할 수 있다. 밥 먹는 도중이어도 상관없다.
그녀가 핸드폰을 세워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었다.
조사 중인 사건의 용의자들인가 보다. 시력이 나쁜 핀치는 눈을 가늘게 뜨고 30대 후반의 백인 남성의 얼굴을 관찰했다. 이어 모른다는 의미로 도리질했다.
『이름은 로널드 맥케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사흘 전에 죽었어요.』
『용의자가 아니고 피해자였습니까?』
『저런. 당신이 모르는 사건도 있군요, 핀치.』
『...... 그런 말씀 마세요.』
핀치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잠시잠깐이었을 뿐으로 요정이 마법을 사용하여 옷을 갈아입는 속도로 무표정을 닮은 예의 대외적 마스크로 바뀌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당혹감과 낭패감이 지워졌다. 지금의 저 얼굴은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은 깨끗한 도화지다.
업무상 사람을 많이 만났던 그녀는 이런 부류에 대해 잘 안다. 주로 변호사들이다. 그리고 환상적인 수준의 거짓말쟁이들.
카터는 계속 해보라며 도발해봤다. 즉, 손깍지를 끼고 핀치를 응시했다.
허나 전직 CIA도 뚫지 못한 걸 육군 심문관이 넘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제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는 쪽은 핀치가 되었다.
『이 사람에 대해 아는게 있으신지요, 형사님.』
『아, 진짜~~!! 핀치. 왜 따라하는 거예요!』
그녀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항의했다.
『포트먼 형사님입니다. 방금 전 만나고 오셨죠?』
사진의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브롱크스 지역에서 발생한 이중살인사건 피해자 - 덤앤더머 2탄에 대해 조언을 말해주었던 백발의 형사였다. 핀치가 (불법으로) 입수한 사진은 운전면허에 부착된 종류로 보였는데 입술을 굳게 다물고 이쪽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보다는 10년 이상 젊어보였다. 그래도 이미 백발이다. 다만 코가 눈에 띄게 휘어진 건 지금과 똑같았다.
『같은 경찰이라고 해도 자세히 아는 내용은 없어요. 같이 근무한 적도 없고... 수상한 소문을 듣거나 회람에 등재된 적도 없구요. 뭐예요, 이 사람이 위험에 처했어요?』
『알아보는 중입니다.』
『알겠다. 그러니까 감시 중이라는 거죠? 몰래카메라, 블루재킹, 도청장치... 뭔 말인지 접수했어요.』
넌더리를 내며 손을 들었다. 그렇게 부근을 어슬렁대다 포트먼을 만나는 카터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이게 뭐지 이러고 졸졸 따라온 거다. 덤으로 부탁할 것도 생겼을 거고... 에라이.
열 받아 애플파이 접시를 가까이 휙 끌어당겼다.
『파이를 사드린다는 거 취소. 못 사드리겠어요.』
『오!』
『제가 다 먹어버릴 거예요.』
『그!』
『잠깐! 그렇게 먹음 살찐다는 말 하기만 해봐요.』
『아니.』
허둥거리는 남자 앞에서 그녀는 다시 맹렬하게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Posted by 미야

2013/02/15 12:25 2013/02/1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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