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후유미 원작의 [고스트 헌트] 에 보면 코쿠리 주문을 종이에 적어 저주하여 죽이려면 신사에, 미치게 하기 위해선 사거리에 묻어라 - 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사거리 정 중앙을 시간과 공간이 뒤틀릴 수 있는 마방위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무언가를 묻는다는 건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주술적인 행위였고, 개의 잘린 목을 묻어 견귀를 불러내었다는 식의 옛날 이야기가 곧잘 나옵니다.
사거리 정 중앙은 신이 지나가는 길이며, 악령과 마주칠 수 있는 길이자, 죽은 자와 산 자가 똑같이 공평하게 교차할 수 있는 장소라고 믿어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미국에서도 있는 이야깁니까?

- 딘 형, 우리도 코쿠리 부적을 묻어야 하는 거 아냐?
- 우리 드라마 작가 말로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남은 거 묻어도 된다던데.
- 그럼 전화로 주문할게. 그런데, 딘 형. 양념 치킨이어도 괜찮아?


다음번 에피소드는 2007년 방영이래요. 난 죽어버릴 거예요.

Posted by 미야

2006/11/17 16:37 2006/11/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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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안네 2006/12/04 03:54 # M/D Reply Permalink

    아... 그건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전세계 종교나 문화에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공간, 즉 경계선은 불안정한 지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문지방을 밟거니 베지 말라는 풍습도 같은 이치죠. 문지방은 안팎을 나누는 경계선이기 떄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집의 가장 가장자리-경계선이라 할 수 있는 곳, 즉 처마 밑에 사잣밥(저승사자를 달래려 주는 밥)을 던졌다고 하지요. 사거리 또한 비슷합니다.
    서양 문화에서 사거리는 헤카테의 영역입니다. 헤카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이지만, 사실 썩 메이저한 大神이 아닙니다. 그런데 헤카테는 아르테미스하고는 서로 대칭 관계에 있습니다. 헤카테는 밤과 달의 여신이며, 마법을 주관합니다. 그래서 네오-페이거니스트 중에는 헤카테를 모시는 자칭 witch들이 꽤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사거리에 십자가를 세우는 풍습이 있었는데요, 이것은 사거리가 헤카테의 영역이기 때문에 위험한 곳이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정함을 쫓는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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