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미싱헌팅 4

디크와 션은 사실 딘과 샘이다? 가능성 높습니다. 헐헐... (멀리 도망간다)


그러나 이 제로스 단언하건데 이제 그들은 10대 소녀만 끔찍한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가 되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일행을 발견한 가우리는 눈에 띄게 눈썹을 찡그렸다. 새로운 등장인물이 영 탐탁치 않은 눈치다. 전골 냄비는 하나인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리나는 어찌된 까닭인지 입을 두 개나 추가로 달고 돌아왔다. 그의 입장에선 지붕이 무너지는 소식이나 다름 없었다. 너그럽고 사람 좋은 그도 먹을 것 앞에서는 쓸데없이 투쟁심을 불태우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상대가 체격 건장한 남자들이고보니 숟가락에 대한 그의 집착은 평상시의 곱절이었다. 보아하니 션 메로우는 자기와 덩치도 비슷했다. 단순 공식 대입으로 가우리는 어깨 넓이만 비슷한 것이 아니고 식욕 또한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여「내가 먹을 양도 모자르단 말이다」라는 표정으로 손가락 마디가 하애지도록 개인 접시를 붙잡았다.

디크 메로우는「이게 웬 일이니」표정으로 이마를 만졌다. 서른이 거의 다 된 사내가「내 밥! 내 밥!」이러고 있다. 밥 그릇을 사수하고 앉아 주인이 쓰다듬는 것도 싫다며 털을 곤두세우는 대형 개처럼 보인다.

『아예 냄비를 끌어 안아라.』
리나는 점잖치 못한 행동을 하고 있는 가우리에게 핀잔을 주며 그의 뒷통수를 딱 소리 나도록 쳤다.
『긴장하지 마. 잠시 얘기만 할 거니까. 같이 앉아 식사는 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는 형과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동생 션을 향해 못 박았다.
『그렇지? 잠시 얘기만 하자고 했었잖아. 내 말이 맞지?』
다시 말해「동석해서 반찬 한 가지라도 집어먹는 날엔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는 뜻이다.
내가 보기엔 완전시 사람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앉아서 남 밥 먹는 것을 실컷 구경만 하라니. 그런 왕 싸가지가 또 어디 있느냔 말이다. 마족인 나야 위장에 구멍도 나지 않았고, 흘릴 침도 없으니 옆에서 맛 있게 먹는 모습을 봐도 아무렇지 않다. 그치만 소화 기능 활발한 위장에, 입에 침이 고이는 인간에겐 차마 못할 짓이다.

『좋아. 얘기는 금방 끝날 거야.』
하지만 이 정도의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투로 메로우 가의 형제들은 고개 한 번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내심 감탄했다. 먹을 것 앞에서 종종 무너지곤 하는 리나와 달리 프로페셔널하다.
「그럼 나는 아마추어냐? 네 이놈!」
순간 종아리 부근으로 세찬 발길질이 날아왔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입이 비뚫어져도 말은 바르게 하라는 옛 교훈이... 아파!

첫 번째 운을 뗀 사람은 디크였다.
『초대받지 못한 식탁에서 군침이나 흘리고 있을 정도로 우린 바보가 아니거든. 시간을 많이 뺏거나 하진 않겠어. 그럼 요점만 간단히 말해서...』
표면으로 떠오른 불쾌감은 비록 완벽하게 감추지 못했지만 디크는 등을 똑바로 펴고 앉아 무릎에 건조한 손을 비볐다.
『나는 디크 메로우. 이쪽은 내 동생 션. 우린 몬스터를 사냥하는 전문 사냥꾼이야.』
형의 말이 맞다며 동생 션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령도 잡아.』
『사악한 정령도 다뤄.』
『그쪽은 렛셔 데몬을 사냥하러 왔다며.』
『아니라곤 하지 마. 벌써 소문이 쫙 퍼졌다구.』
리나는 숟가락으로 펄펄 끓기 시작한 전골 국물을 뜨다 말고 눈동자를 흘끔 위로 치켜 올렸다.
『그러니까... 고스트 헌터라고? 두 사람 다?』
『그래. 우린 고스트 헌터야.』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다 말고 리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항~ 이제 알겠다. 왜 우리에게 접근했는지. 그렇다고 해도 나와는 상관 없어. 그러니 동업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마. 난 생판 모르는 자들과 일을 나누는 취미는 없거든. 그러니까 두 사람 다 이만 가 보는 것이 좋겠어.』

냉정하게 잘라 말하는 리나를 향해 션 메로우가 앉은 자세를 바로 잡으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오해하지 말아줘. 일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야. 우린 단지... 도움이 필요하진 않을까 해서.』
『동생 말이 맞아. 렛셔 데몬 사냥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
『그쪽은 아직 10대지? 이런 일은 경험이 중요한데 악마를 사냥해본 적은 있어?』
『후회할 짓은 하지 마. 일을 쉽게 생각하다 목숨을 잃는 사람도 우린 많이 봤어.』
『보수를 반으로 나누자고 하거나 하진 않을게. 돈 문제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재고해주기 바라.』
걱정도 팔자. 나는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저 인간의 여자는 마왕도 잡았다구. 렛셔 데몬은 그야말로 껌이지. 서포트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당신들이야말로 리나에게 보호를 요청해야 할 거야. 내가 소환한 렛셔 데몬은 비유하자면 서민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최고급 한우, 그것도 꽃등심이라고.

뭔가 잘못된 거 있느냐며 디크의 찡그린 시선이 내 얼굴에 와서 닿았다.
『무슨 문제라도...』
『없습니다.』
비웃음을 감추던 손바닥을 도로 아래로 내리고 얌전히 테이블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때다 하고 정강이에 발길질이 또 한 번 날아들었다.
윽. 아프다니까요, 리나님!

가우리의 개인 접시에 오징어 다리 - 그것도 비통에 사무치도록 짤퉁하게 끊어진 것 - 을 덜어주던 리나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보수를 반으로 나눌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나중에 말을 바꾸는 사람들을 부지기수로 만났어. 거기다 그렇게 자랑할 실력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었지. 나중에 왜 얘기가 달라지는 거냐고 항의하면 마초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셔츠를 벗어 던지는 것으로 나를 위협하곤 했어. 여자는 뒤로 물러나라고. 이건 남자들의 일이라고. 그리곤 근육을 불뚝불뚝 움직여서...』
생전 처음 듣는 얘기에 가우리가 놀라 펄쩍 뛰었다.
『누, 누가 셔츠를 벗어 던지고 위협했다는 거야. 어, 어떤 놈이야!』
에이, 방금 전에 지어낸 얘기잖아요. 가우리씨. 어디서 강간범 나타났다는 식으로 화들짝 뛰면 안 되죠. 당신의 여왕님은 마초에게 위협받거나 할 분이 아닙니다. 아시잖아요. 괜히 쓸데없이 입을 놀려 일을 틀어지게 하지 말아주세요.
하여 나는 재빨리 젓가락을 들고 해파리 제국의 왕자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하여 전골 냄비에서 제법 커다란 생선 토막을 건져 그에게 흠향되는 제물로써 바쳤다.
효과 만땅. 가우리의 눈동자가 개인 접시로 옮겨왔다. 생선의 하얀 속살을 본 그는 자기가 뭐라고 떠들었는지도 순간적으로 망각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뼈를 발라내기 시작했다.

『우릴 사기꾼 취급하는 건 슬픈데, 베이비.』
『날 아기 취급 하는 것도 슬퍼, 아저씨.』
『난 말이지 열 두 살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어. 동생과 같이 한 번에 열 두 마리의 뱀파이어를 사냥한 적도 있다고.』
『나는 결계 안쪽 출신이야. 마법사라고. 경험은 부족해도 이 정도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어. 오히려 난 당신네들이 걱정이야. 거치적거리며 돌아다니며 내 일을 방해할까봐.』

얘기가 안 통한다는 걸 깨달은 디크 메로우는 질렸다는 투로 천장을 노려봤다.
『알았어, 아가씨. 맘대로 해. 억지로 도와주고 욕 먹을 까닭이 없지.』
그리고는 동생을 향해 일어서자는 신호를 보냈다.
『대신 나중에 울면서 잘못했다고 하기 없기다.』

두 사람은 자리를 떠나기 전에 조금은 화난 눈치로 리나에게 물 컵을 건냈다.
그 뜻은「냉수 먹고 퍼뜩 정신 차려라」.
비아냥거린 것이다.

『의외인데요. 두 사람과 동업하는 것이 계획 아니었습니까, 리나님.』
션과 디크가 음식점을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자세를 낮추고 조용히 질문했다.
오독오독 소리를 내며 생선 뼈를 씹던 리나는 어디서 바보가 짖는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있나.』
『아닌 겁니까?』
『당연하지.』
밥그릇을 싹싹 비우며 그녀가 핀잔했다.
『그러니까 넌 평생 중간관리직에 말단인게야. 나처럼 머리를 써야지, 머리를. 우리가 여기서 할 일은 메로우 가의 형제들과 동업하는 것이 아니라, 렛셔 데몬을 날뛰게 하는 것이다.』
『에?』
『날뛰게 하라고. 아주 미처 날뛰게 만들어.』
『렛셔 데몬을? 인간의 마을 한 가운데서?』
책임은 누가 지고요 - 라는 소리가 입꼬리에 주렁주렁 달렸다.
머리가 쑤신다. 그래봤자 이 인간의 여자는「당연히 네가 책임져야지, 아님 이 큐트하고 샤방한 내가 책임지리?」라고 말하겠지. 고함치고 화내봤자 나만 손해다.
그래서 침묵으로 시위했다.
리나님 바보. 깍쟁이. 돼지. 돌아가자마자 수왕님에게 야단맞는 내 신세는 하나도 생각 안 해주고.

그때 리나는 보일락말락 웃으며 식탁 아래서 내 다리를 툭툭 쳤다.
『왜 이래. 너라면 상부에 안 들키게 잘 할 수 있잖아.』
그 말에 화가 다소 가라앉았다.
『물론 들키지 않게 잘 할 수 있지요.』
『그렇게 나와야 너답지.』
그녀는 만족해하며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내가 악당인지, 그녀가 악당인지 정말 헷갈린다.
『우린 그냥 뒤에서 편안하게 뒷짐 지고 메로우 형제들의 사냥 솜씨를 좀 보자구. 꺼억-』

Posted by 미야

2006/11/11 11:11 2006/11/11 11:11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69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827 : 1828 : 1829 : 1830 : 1831 : 1832 : 1833 : 1834 : 1835 : ... 197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22093
Today:
82
Yesterday:
255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