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 of interest (38)

각각의 이야기는 느슨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시간의 순서가 바르지 않습니다.


「당신은 질문을 잘 하지 않더군요.」
「그런가요.」
「뭐..., 나쁘지 않아요. 이 바닥에선 질문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진 않죠. 게다가 질문을 해봤자 제대로 답변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글쎄요, 캐라. 다음으로 우리가 가야 할 장소가 어디냐 마크에게 물었더니 콜롬비아의 산탄데르라고 상세하게 알려주던데요.」
스탠튼은 당신도 농담을 할 줄 아느냐 놀라워하며 위조된 여권을 존에게 내밀었다.

어쨌거나 존은 전직 군인이었고, 군인은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법을 제일 먼저 배운다. 무기를 다루는 법이라던가, 매복을 제대로 하는 법, 사막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 등등을 익히는 건 나중이다. 왜냐고 묻지 마라, 어째서냐고 따지지 마라, 이유를 생각하지 마라, 입대부터 8개월간 반복하여 주입시킨다. 구르라고 하면 굴러라, 뛰라고 하면 뛰어라, 앉으라고 하면 앉아라. 장교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군인은 뇌가 콩알 사이즈여야 했다.

리스는 딱히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진작부터 벽창호 같은 구석이 있어「의문을 가지다, 그 까닭을 묻다」라는게 통하지 않았다. 
왜 나에게는 어머니가 없는 건가요 - 그 질문을 했을 적에 그의 아버지는 손바닥으로 눈가를 가리고 흐느꼈다. 이후로 존은 질문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버지도 다시는 자식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자네가 할 일은 내가〈스콜피오〉라고 명령하면 방아쇠를 당기는 걸세.」
「단독 임무는 아닐테고... 누구와 같이 가게 됩니까.」
「좋은 질문이야, 존. 누구를 쏘아야 하는지 묻지 않는 건 현명한 태도이지.」

107연대 소속의 스나이퍼였던 대니얼은 이 부분을 참지 못했다.
「나는 죽어 마땅한 놈들만 죽여요.」
실력은 제법 좋은 친구였으나 상부가 원한 이상적인 군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젊은 만큼 혈기가 넘쳤고, 정의로움에 목마른 만큼 대의명분을 따졌다.
「나는 뇌에 칩이 박힌 살인 기계가 아니야. 스콜피오, 명령하면 방아쇠를 당기라고? 그래서 나더러 열 살짜리 남자애의 머리통을 날려먹으라고? 미쳤어?!」
천국에는 우유와 꿀이 가득하다고 설득당한 여자와 어린애들은 너무나 쉽게 자살폭탄 테러리스트로 돌변한다. 자살폭탄 테러범의 90%가 열 두 살에서 열 여섯 살의 아동이다. 그들의 가난한 부모는 공짜 밥과 공짜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말에 혹해 아이들을 탈레반에게 보낸다. 하지만 텔레반은 아이들을 미래의 학교 선생님이나 재능 있는 음악가로 키우지 않는다. 아이들 전부가 머지않아 순교자가 된다. 갈가리 찢긴 유해는 수습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도 눈물을 흘려주지 않는 가운데 따로따로가 되어버린 팔과 다리, 몸통에서 분리된 머리는 플라스틱 백에 담겨져 어디론가 실려간다. 유해는 가족들에게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가슴에 폭탄을 두른 어린애가 알라의 영광을 찬양하며 트럭 쪽을 향해 달려간다.
쏘야야 할까, 쏘지 말아야 할까.
「스콜피오.」
존은 조준하고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안 돼!!」
대니얼은 존에게 덤벼들었고, 눈이 뒤집혀 주먹으로 그를 때렸다.
정확히 세 방 얻어맞은 뒤 존은 갑절로 이를 되갚아 주었는데 화가 나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는 대니얼을 말로 진정시킬 수 없었다. 폭력 없이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군인은 상호 소통하며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대니얼! 이걸로 끝내도록 하자고, 대니얼.」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젠장! 이렇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냐고!」
「그만해. 저 트럭에 미군이 몇 명이나 타고 있었을 거 같나.」
「씨발! 저건 미끼잖아! 자살 폭탄 테러가 있을 거라고 이미 정보가 있었어! 게다가 저 어린애가 저 혼자 작정하고 자기 체중만큼 무거운 폭탄을 등에 짊어졌을 거라고 생각해?! 당신은 뇌가 없어?! 아메바야?! 저 애를 굳이 죽일 필요가 없었단 말이야!」
「명령이었어, 대니얼.」
「그딴 명령, 개나 줘버려!」
「그만해. 너는 군인이야. 명령을 부정하는 군인은 그 순간부터 군인이 아니야.」
대니얼은 머리를 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맞아. 나는 군인이 아니야. 나는 군인이 아니라 살인자야.」
그리고 넋이 나간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군인은 개뿔. 너도 나도... 우린 지옥으로 꺼져야 할 살인자라고.」

존은 자신이 살인자라는 인식을 늘 가지고 있었다.
「맞아요. 우리는 남들과 달라요.」
캐라는 가끔씩 자신의 손을 쭉 펴서 앞뒤로 뒤집어 보이곤 했다.
「이게 바로 매니큐어가 발려진 국가 공인 살인자의 손이라는 거예요. 어때요, 존. 예뻐 보여요?」
스탠튼의 손은 의외로 곱고 가냘펐다.
「다른 여자들처럼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지 않으니까요. 후후후.」
그녀는 최고급 구두에 집착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손 모양에 늘 신경을 썼다.
스탠튼은 그런 여자였다... 그런 여자였다고 존은 캐라 스탠튼을 기억한다.

.......... 가방을 든 핀치가 뒤뚱뒤뚱 다가왔다.
평소보다 더 비틀거리는 걸음이었다. 그만큼 서두른 탓이다.
출혈 부위를 움켜쥐고 있던 리스는 어지러운 상념에서 깨어나 애매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겠지만 짙은 색의 양복을 입은 그는 동물원 밖으로 탈출한 펭귄처럼 보였다. 애처롭고, 귀엽고, 그래서 사랑스러운 펭귄 말이다.

『오른팔을 이리 내놓으세요, 미스터 리스.』
『보기에는 흉해도 상처는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총알이 스치고 지나갔어요. 애처럼 굴지 말고, 빨리.』
그렇게 말한 핀치는 서류가방을 열고 다용도 접착 테이프를 꺼냈다.

리스는 쓰게 웃으며 단추를 풀고 피로 젖은 소매를 걷었다. 붕대가 아니라 테이프라니.
『근처에 약국은 없고 문구점만 있었나 보군요.』
『미안합니다, 존.「나는 얼간이다」문구를 넣은 티셔츠를 파는 가게까지 찾았는데 약국만 쏙 빠져 있더군요. 일단은 이것으로 참아주세요.』
『타박하려던게 아닙니다. 테이프도 써봤고 순간접착제도 종종 사용했었으니까요.』
물건을 포장하는 요령으로 리스의 팔에 테이프를 칭칭 둘러감던 핀치는 인상을 찌푸렸다.
『순간접착제요?』
『관통상 조처에 꽤 쓸모가 있어요.』
『허. 3M에서 그러라고 순간접착제를 만들어 팔지는 않았을 터인데.』
『마찬가지로 접착 테이프도 이러라고 만들어진 건 아니죠. 됐으니 여기서 빨리 빠져나갑시다, 해롤드.』

스콜피오.
살인자는 피 냄새 진동하는 손을 뻗어 자신을 세계와 연결해주는 소중한 존재를 붙들었다.

Posted by 미야

2012/07/12 14:58 2012/07/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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