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 of interest (36)

할인행사 한다는 소식에 뷰티넷에 접속해 화장품 좀 사자 했는데 접속이 안 됨. 서버 좀 늘려라.
그건 그거고 골쪽방 넘버 원 검색 유입어는 여전히 "딘샘" 입니다. 와하하하...;;


돌아가신 할머니가 뚱뚱한 체격이었다.
외삼촌과 이모들은 농담조로 침대에서 그분의 시신을 들어올리기 위해 기중기를 불러야 했노라 너스레를 떨곤 했다. 기중기라니, 과장이 심했다. 그들은 기껏해야 창문을 뜯었을 뿐이다. 할머니의 몸무게는 560파운드(254kg)를 조금 넘었고, 관을 옮기기 위해 창문을 뜯은 것 정도로 자손들이 수선을 피울 까닭이 없었다.
장례식은 만사 긍정적이던 고인의 품성을 존중하여 즐거운 분위기로 잘 치러졌다.
제인 이모가 할머니의 원피스를 잘라 주름이 풍성한 거실용 로만식 커튼을 만들 수도 있겠다고 농담했을 적에 식구들은 전부 재잘재잘 웃었다.
제인은 분위기에 취해 다른 말도 했다.
〈우리 시드니의 원피스로는 아마 8인용 식탁보를 너끈히 만들 수 있을 거야.〉
자기가 꺼낸 농담에 그녀는 먹던 음식을 토할 정도로 웃음을 터뜨렸고, 덕분에 호흡 곤란까지 겪었다.

똑바로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적에 발잔등이 시야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배가 나왔던 시드니는 고인을 대단히 사랑했기에 할머니와 비교 당했다고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물을 달라 외치며 웩웩거리던 제인 이모의 행태가 인상적일 뿐이었다.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학교생활에 문제를 겪은 적은 없다.
시드니는 게으른 성품이었고, 천성이 느긋했다. 덕분에 지능이 모자른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불러 일으켰다. 글쎄다... 그녀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반응이 느린 편이었다.
하지만 급우들과 언성 높여 싸우는 법이 없었고, 헤실 웃으며 숙제를 까먹어 죄송하다 말하는 아이였다. 그녀는 핑크색을 사랑했으며, 가슴이 남들에 비해 곱절 이상으로 넓은 관계로 뚱뚱하다 놀림을 받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예수님은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상관없이 그분의 자녀들을 똑같이 사랑하시니까.」
비만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았기에 살을 빼야겠다고 고민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러다 2009년 가을 무렵에 사건이 터졌다.
지하철에서 두 명의 술취한 사내들에게서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당한 것이다.
시드니는 경찰에 신고했다.
CCTV에 폭행 장면이 찍혀 범인들은 금방 잡혔다.
〈왜 그랬긴요. 돼지 같은 년이 숨을 헐떡거리며 돌아다니길래 성질이 났수다. 그년이 얼마나 무거운지 지하철 바닥이 출렁거리며 춤 추더라니까요. 냅두면 대륙이 이동할 것 같던데 형씨들도 그 웅장한 광경을 직접 봤어야 했수.〉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조서를 작성 중이던 경찰관이 그 말을 듣고 따라서 비싯 웃었다.
물론 어이가 없어서 웃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단순히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파랗게 질린 채 의자에 걸터앉은 그녀를 곁눈질로 훔쳐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망치듯 해서 경찰서를 빠져나온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과자를 덜 먹고 좋아하는 닭튀김을 끊었다. 계단을 자주 오르내렸고, TV에서 선전하는 유명 다이어트 보조제를 구입했다. 금방 10파운드가 빠졌다. 기뻤다. 이 승리감을 축하하고 싶었다. 그래서 밀크쉐이크와 닭튀김을 사서「오늘만 먹을게요, 용서하세요」이러고 먹었다.
맙소사, 밀크쉐이크는 마약이었다. 모르는 사이에 정신을 놓아버렸다. 깨닫고 나니 20파운드가 불었다. 다시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음식의 량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순식간에 다시 10파운드가 빠졌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욕심도 생겼다. 음식의 량을 더 줄였다. 마법처럼 10파운드가 또 빠졌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팠다. 이성을 잃을 만큼 허기가 졌다.
「주님!」
햄버거 다섯 개를 연달아 먹고 위장이 뒤틀려 그 자리에서 토한게 그 무렵이다.
이후 먹으면 토하고, 굶고, 다시 폭식하고, 또 토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게 되었다.

체중은 서서히 줄었다.
머리카락도 줄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천천히, 아울러 매우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 중이다.

「예수님!」
페퍼로니 피자를 주문해서 앉은 자리에서 전부 먹어치웠다. 이틀만에 기름진 음식을 받아들인 위장은 견지지 못했다. 그녀는 변기를 부여잡고 경련했다.
「예수님은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상관없이 그분의 자녀들을 똑같이 사랑하셔.」
그러나 변기 물에 둥둥 뜬 토사물은 너무나 흉악스러워서 주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보였다. 시드니는 목 놓아 울었다. 바닥을 주먹으로 치고 울부짖었다.
「주님은 이런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실 거야.」
식도는 전부 헐었다. 숨을 쉴 때조차 피 냄새가 느껴진다. 불결하고 더러운 냄새가 났다.
위액이 묻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밥을 그만 먹으면 되는데 그 간단한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돼지, 돼지,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관이 웃는다. 토하는 돼지, 변기가 어울리는 돼지, 천장을 쳐다보며 살려달라고 빌고 오열했다.

심하게 토하고 난 뒤에는 무작정 지하철에 올라탄다.
가방에는 권총 한 자루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는 두 명의 술주정뱅이를 눈으로 찾는다.
이유도 없이 자신을 때렸던 두 명의 남자를 말이다.
솔직히 그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그 두 사람이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머리카락 색이 무었이었는지, 눈동자 색은 무엇이었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그녀는 찾고 있을 뿐이다.
가방 속으로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이것이야말로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드니. 그럼 안 돼요.』
그 남자는 양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맛 섞인 기도를 들었다.
친절한 목소리였다. 상냥해 보였다. 시드니의 이름을 불렀다.
『시드니, 그러지 말아요.』
『예수님?』
시드니는 지하철에서 그녀가 찾던 신을 만났다.

Posted by 미야

2012/07/10 15:23 2012/07/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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