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 of interest (15)

케이블 방송 번역에서는 후스코가 리스에게 반말을 합니다만... 안 어울려요.


사업의 시작은 사소한 계기였다.
도박 빚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여자 친구의 개인적인 서비스를 요구받았던 것이다. 정확하게는「섹스 상납」이었고, 누런 낯짝을 가졌던 빚쟁이는 아르멘다리즈의 콩팥 하나와 걸 프렌드의 정조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무엇이든지간에 넓은 마음으로 존중하겠노라 선언했다.
에일린은 울면서 남의 콩팥 대신 팔리는게 싫다고 말했다. 하긴 창부가 되라고 하는데 손뼉치고 그 일을 하겠다며 입고 있던 속옷을 내릴 여자는 없을 것이다.
아르멘다리즈는 진심으로 그녀의 심정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그는 병원 침대에 드러눕는 대신 주먹으로 여자 친구의 얼굴을 여러 번 때렸다.
결국 여자는 두꺼운 파운데이션으로 화장을 한 모습으로 억지로 파티에 보내졌고 세 명의 남성들의 시중을 들었다.

에일린은 이후로도 두꺼운 화장을 해야 했다. 가끔씩 스카프와 선글래스로 얼굴을 가린 채 병원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진품 샤넬 백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수입이 의외로 짭짤했다. 남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녀가 우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고.
아르멘다리즈는 눈을 덮고 있던 얇은 비늘이 벗겨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인생이 시궁창이라면 하루살이 벌레보다는 쥐가 되는게 더 좋지 않겠는가. 결심이 서자 거리로 나가 여자를 몇 명 더 구했다. 폭력을 서슴치 않는 악질 포주 아르멘다리즈는 그렇게 해서 태어났다.

『그래서 통칭 랫인가...』
『질이 나쁜 놈이죠. 이놈은 데리고 있는 여자들을 보호하지 않거든요.』
라이오넬이 눈빛을 반짝였다. 만화책을 보면서 열광하던 시절의 흥분감이 거기에 있었다. 이건 비밀이지만 최근 들어 그는「좋은 경찰」노릇도 썩 괜찮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쓰레기 같은 나쁜 놈들을 붙잡아 혼내주는 좋은 경찰 말이다.

『인생이 시궁창이라면 벌레보다는 쥐가 되는 것이 낫다, 이놈이 늘 입버릇처럼 지껄이는 말입니다. 그래서 별명이 랫이죠. 그런데 말이죠. 쥐에게 실례되는 말입니다. 쥐도 그렇게 뻔뻔하게 살지 않는다고요.』
대부분의 포주들은 거리의 위협에서 상품인 여자들을 보호한다. 그들이 수금하는 수수료는 보호의 댓가이며, 또한 정기적으로 손님을 알선하는 것에 대한 보답이다. 일종의 공생 관계다. 창부들은 수입의 45%를 지불하고 포주와 동업한다. 다시 5%는 지역 경찰들에게 쥐어주는 뇌물로 들어간다. 남는 절반인 50%가 몸을 팔아 얻은 순수한 노동의 댓가이며 그것으로 집세와 식비, 의료비 등등을 충당한다.
『물론 질 나쁜 놈들은 그보다 수수료를 더 많이 가져갑니다. 그래도 아르멘다리즈 같지는 않죠. 이놈이오? 단 한 푼도 여자들에게 주질 않아요. 그 부분에선 신념이 아주 철저합니다. 국물까지 쪽쪽 빨아먹죠. 도망가려고 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감금해둡니다. 엉터리 계약서를 쓰게 해서 오히려 빚덩이에 올라앉게 만들어요. 그런 면에선 똑똑한 놈입니다.』

리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런데도 체포가 되지 않는다는 건가.』
후스코는「댁이 더 잘 알 거 아뇨」식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잡초를 뽑아버리려면 어느 정도 키가 자라야 하는 법이죠. 이 바닥에선 잔챙이는 신경을 쓰지 않아요.』
『그거 좋지 않은데. 내 기준으로 봐선 아르멘다리즈는 올챙이가 아니었어, 라이오넬.』
『압니다, 알아요. 뒷다리 나온 개구리 새끼로 컸죠. 본업인 매춘업 말고 콜롬비아산 헤로인 유통도 건들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이봐요, 그 어금니 아프다는 식의 표정은 뭡니까. 우리도 아주 병신은 아니라고요. 우리가 까마득히 몰랐을 거라고 생각했수?』

조직 범죄 단속반에서 약 냄새를 맡고 아르멘다리즈를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윗선에서 그의 사업을 눈여겨보기 시작한게 벌써 1년 가까이 되어간다고 했으니 슬슬 체포 물증이 튀어나올 시기였다. 살인 사건 수사부 소속인 후스코의 능력으로는 상세 내용까지 캐낼 재주는 없었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냄새」가 맡아지는 것이다.
후스코는 무의식적으로 살집 있는 콧망울을 톡톡 건드렸다. 코, 코, 코. 이것이 경찰의 재산이다.

『헤로인 수입을 비밀리에 추진하는 동안 아르멘다리즈가 창부 하나를 개인적으로 끼고 있었답니다. 녀석도 불알 달린 수컷이니까요. 외국에서 불법 이민을 온 여자로 영어를 전혀 못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여자를 발가벗겨 침대에 눕혀둔 채 콜럼비아 마피아 녀석들과 천연덕스럽게 비즈니스 전화도 하고 그랬답니다. 완전히 방심한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여자가 반 벙어리이긴 했어도 영어를 아주 몰랐던게 아니었어요.』
『호오?』
『그래서 조직 범죄 단속반에서 이거 제대로 잡았다 이러면서 여자를 증인으로 세우고 아르멘다리즈를 소탕하려고 했죠. 문제는... 인사부 말로는 얘기가 도중에 세어나갔다고 합디다. 그래서 놈이 완전히 미쳐서 여자를 죽여버렸다고 하더군요.』

이쯤해서 리스는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대로 사람을 고인으로 만들지 마. 스롤란은 아직 안 죽었어.』
후스코는 펄쩍 뛰었다.
『어엉? 댁이 그 여자 이름을 어떻게 압니까?』
그러다 눈을 가늘게 뜬 채 입을 다물었다.
이 패턴, 반복되는게 지겹다...
『또 그런 겁니까. 또!』

의미불명의 미소를 띄운 리스가 서류 파일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이걸 보면 조직 범죄 소탕반 친구들이 무척 좋아할 거야. 익명으로 전달해. 그럼 모두 정리될테니.』
『스롤란은 어쩌고요.』
『아르멘다리즈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에 안전하게 있어. 그녀는 이미 서류상으로 죽었으니 자네도 입 다물고 모르는 척 해.』
『아까는 사람을 마음대로 고인으로 만들지 말라면서요.』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던가?』
능구렁이처럼 웃던 리스가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선글래스를 꺼내들었다.

Posted by 미야

2012/05/27 19:18 2012/05/2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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