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매장이나 화장으로 그 시신을 처리합니다. 민속학적으로 풍장이라는 것도 있으며, 고대에는 미라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양잿물 처리는 어디에 구분되는 걸까요.
"수장" 에 가깝습니다. 더 정확하게 묘사하자면 "수분환원" 입니다. - 메리 로취, STIFF, P285
물은 H2O입니다. 수산화나트륨을 녹이면 물에서 수소 이온이 떨어져 나오는데요, 그렇게 함으로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분자와 분자의 화합 결합을 끊어내는 거죠. 강한 산으로 녹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산성 용액은 알칼리와 달리 안전하게 하수도를 통해 밖으로 흘려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걸 흘려보낼 거냐?!" 경악하신다면 할 말이 없지만 처리 과정을 마치면 뼈는 손으로 만져 부셔뜨릴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진 상태로 남고 단백질은 전부 녹아 무균질의 중성 물질(액체)이 됩니다.
BBC 방송에 의하면 2011년에 이를 응용한 장례용 조직분해기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뉴스를 인용하자면,
미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시신을 가열된 알칼리성 용액에 담거 용해시키는 최초의 가수분해 시설이 완공됐으며 수 주 내에 상업적 가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영국 글래스고에 본사를 둔 리소메이션사가 설치한 이 시설은 화장을 대체할 친환경적 장례 방법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소메이션사는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앤더슨-맥퀸 장례시설에 처음 설치된 이러한 시설이 앞으로 미국과 캐나다, 유럽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소메이션사의 샌디 설리번 사장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새로운 장례 방법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 방법은 물과 수산화칼륨을 혼합한 알칼리성 용액을 180℃로 가열하고 이를 기압의 10배 정도로 압축한 후 이 용액에 시신을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 담궈 두면 시신의 조직들이 가수분해되는 방식이다.
인공관절이나 임플란트 등 수은을 포함하는 금속 성분과 따로 분리 수거되며 뼈는 화장 후 남은 뼈들처럼 분쇄돼 재로 처리된다.
설리번은 시신의 조직들이 가수분해된 용액들에서 DNA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며 환경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뉴스에서 언급한 DNA 검출 유무에서 신경쓰는 부분은 프리온을 의미합니다.
광우병 문제가 있어 프리온 검출 유무에 외국에선 매우 신경을 쓰고 있어요.
* * * 번역된 한글 자막으로 보면 수산화나트륨을 찾아낸 리스가 잿물이 300도에서 끓으면 3시간 안에 안뇽~ 된다고 핀치에게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압력" 이 빠진 부분이라 3시간 안에 성인 남자의 몸을 처리하지는 못할 겁니다. 대본을 쓴 작가는 나름 조사를 하기는 했는데 가수분해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진들이 "시신을 찌는 압력밥솥" 을 고안했다는 부분을 간과했어요.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