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워낙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장례를 어떻게 치뤘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 라기 보단 절차를 전혀 몰랐지요. 사람이 태어나는 것보다 죽는게 그래서 어렵다는 말이 실감이 갈 정도로요. 기진맥진해서 그냥 휩쓸렸다고나 할까, 묘지 쓰는 문제는 더더욱 생각을 못했어요.
다행히 "친척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대단히 젊어서 급사하셨다는 할아버지의 누나의 재처의 아들의~ 대충 그런 겁니다 - 무지하게 먼 관계의 분이 땅을 빌려줘 묘를 썼는데... 사람이 왜 느낌이라는게 있잖습니까. 뭐가 잘못된 거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남의 땅에 12년을 모셨으니 납골당으로 옮깁시다, 말은 꺼냈는데 어머니가 싫어하시더라고요.
강하게 밀고 나갈 수도 없어 될 대로 되라 심정이었는데요.
그 땅이 3년 전에 경매로 팔려 바뀐 주인이 절차를 밟아 묘를 없애려 했다는 걸 엇그제 알게 되었어요. 새로 주인이 된 사람도 우리 연락처를 모르고, 우리도 도중에 먼저 주인과 연락이 끊겨 상황을 전혀 몰랐던 거죠. 아무리 집안이 망했다고 해도 부친이 묻힌 선산을 팔아먹겠느냐 - 안이한 판단이었어요. 망하는 집에서 못 팔게 뭐가 있겠어요. 뼈라도 팔텐데.
결국 이번 달 안에 개장을 해야 하게 되었네요.
알아보니 납골당은 시립으로 모실 자격이 안 된다고 해서 결국 선골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요.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만 심란해요.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