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칭 시점이라 폰트를 다르게 해봤는데 눈만 아프군요. 그런데 이번 주 휴방이우?



권총을 순식간에 분해하는 거라던가, 몸싸움이 났을 적에 상대방의 안다리를 기습적으로 후리는 것엔 자신 있다.

허나 이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나도 모르겠다.

썩은 판자 위를 우리는 걷고 있다.

삐그덕 소리는 내는 바닥은 두 명분의 체중을 감당할 수 없을 터.


『세탁물이 잔뜩 밀렸어, 딘.』

그놈의 망할 빨랫감, 소금에 버무려 확 불질러 버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고개만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평상시처럼 행동하려 노력하면서 - 그래봤자 뻣뻣한 동작이었지만 - 가방에 잔뜩 구겨넣은 온갖 셔츠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몇 개는 너무 오래되어 이집트 파라오와 같이 사막 한 가운데로 매장된 용품처럼 보인다. 소맷단이 닳아 형편없이 헤어진 것도 있다. 소금과 철가루가 묻어 변색이 된 건 애교다. 생선 비린내 같은 퀴퀴한 냄새도 나고 있다.


『새 셔츠가 필요한 거 아니야?』

탐색하는 시선을 한 샘이 내가 좋아하는 감청색 셔츠를 눈여겨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제대로 된 대화” 가 진행되길 기대하며「커피를 사오다가 건너편 가까운 곳에서 캐주얼 복장을 파는 할인매장을 봤어.」라고 덧붙였다.「같이 갈래?」라고도 했다.


오해는 풀렸고, 서로 화해를 했고, 피부 하얗게 뜬 마이클*이 말했듯이 위 아더 월드이고, 나는 이런 썩을 고민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나는 지금 옷을 사러 나갈 기분이 아니다.

샘의 얼굴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나 역시 굳었다. 침을 삼키고 억지로 혀를 굴렸다.

『나중에.』

확실히 난 지금 동생을 피하고 있다.


샘의 목덜미에 난 상처는 이틀동안 반창고를 붙였다 떼어내자 금방 사라져「내가 저곳으로 칼집을 넣었지」곱씹을 꺼리를 주지 않았다. 그것은 넘어져 무릎에 생긴 생채기보다 빨리 없어졌다. 면도하다 실수로 벤 자국도 그보단 훨씬 오래가는데 말이다.

대신 인생은 공평하여 내 어깨 위의 상처는 덧났다.

바비가 부랴부랴 꺼내가지고 온 청동 단검의 상태가「불결」했다는데 1달러를 건다.

뿌옇게 먼지가 쌓인 도구 상자의 모습을 떠올리자 욱씬거리는 통증은 배가 되었다. 수상한 물질이 표면에 뭍어 만지기도 꺼림직한 전체적인 모습, 훅 하고 입김을 불어봤자 때가 벗겨지지도 않는 뚜껑, 잘 움직이지 않는 자물쇠에서 뚝뚝 떨어진 녹슨 쇳가루,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데 마지막으로 뭘 썰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문제의 칼날... 그런 걸로 2cm 정도의 깊이로 찔렀으니 화농이 안 생기길 바란다는게 욕심이다. 사흘이 지나자 피부가 발갛게 부으면서 쏘는 듯한 독특한 아픔을 호소했다. 속에서부터 곪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제기랄. 이럴 때 꼭...』

화장실 벽면에 걸린 거울에 이리저리 비추어 보았다.

경험에 의거하여 판단하자면 피부 연고제만 발라서 나아질 것 같진 않다.

하지만 항생제를 사려면 의사에게 진찰부터 받아야 한다.

이 마당에 병원에 간다는 건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활활 다는 곳에 찬물을 반복하여 끼얹으며 속으로 조소했다.

오히려 난 이 통증이 마음에 들어.

어쩌면 난 파상풍에라도 걸려 꼴까닥 죽길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몰라.

천사 씨가 지옥에까지 내려가 어렵게 꺼내온 보람이 없는 인간이지.


추잡해.


『화장실에서 자위라도 했어?』

옳거니, 뿔났군.

많지도 않은 참을성이 바닥난게 분명한 동생은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 친절하게 굴고 있는데 이쪽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많이 답답하긴 했을 거다. 인공적으로 밝게 꾸며진「친해지고 싶어요」플랑카드는 언제 그랬냐며 예의 검은 빛으로 돌아갔다. 계집애처럼 앙 다문 입술을 보라지. 고슴도치마냥 뾰족하게 가시를 세운게 하나도 안 귀엽다.


『나에게 할 말이 있지 않아?』

『글쎄다, 새미. 내가 케이트 모스를 떠올리며 딸딸이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궁금해?』

『전혀 안 궁금해.』

동생은 잡아먹을 눈빛을 하고 내쪽을 쏘아보았다. 그리고 음절을 하나씩 딱딱 끊어 다시 말했다.

『욕실에서 형이 낸 끙끙 소리를 봐선 그 상대가 알래스카 북극 곰 - 암컷 - 이라는 걸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까 하나도 안 궁금해.』

목소리 톤이 신경질적으로 올라가는게 영 심상치 않다.

『더 늦기 전에 나한테 할 말 없어?』

솔직히 말해볼까.

잔뜩 흥분한 녀석이 나이트 스탠드를 들어 내 머리통을 후려칠까봐 겁이 났다.


『곪았어.』

『그건 나도 알아.』

『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

『침 바르고 냅두면 되.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호들갑 떨긴.』

『하지만 열이 있어.』

『당연하지. 곪으면 원래 열이 나는 법이야.』

아스피린을 한 번에 두 알을 삼키며 손사레를 치고 보았다.

하지만 내 동생은 그 정도로 물러설 위인이 아니다. 아니나다를까,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엄청 살벌하게 생긴 것들을 한웅큼 챙겨왔다.

가위, 칼, 붕대... 그건 뭐냐. 송곳?

『어이.』

『늦기 전에 고름을 짜내야 해.』

동생이 소독용 에틸 알콜로 도구를 닦는 장면은 미치광이 의사가 등장하는 싸구려 B급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아프면 참지 말고 소리 질러.』

눈동자를 굴리며 끄응 신음했다. 두 사람이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고, 난 지금 상반신 누드이고, 샘이 등뒤에서 거의 날 껴안 듯이 하고 있음에도 흥분은 되지 않았다.

『그럼 찌른다.』

얼핏 듣기에 색정적인 대사까지 더해졌음에도 하나도 즐겁지가 않다.

『하나, 둘...』

『!』


덧난 상처를 칼로 쑤실 적의 고통은 당해본 사람만 알지.

어디 그뿐이야? 살짝 건드려도 기절할 지경인데 그걸 손으로 누르며 마구 쥐어짜는 거야.

나 죽어, 나 죽어 소리가 나와도 결코 엄살이 아니라고.

『조금만 더, 더... 옳지.』

『쿠억~!!』

몸에 박힌 총알을 후벼팔 적의 감각과 아주 유사하다. 시야가 빙글 회전한다. 끓는 신음소리로 목구멍이 비틀어지는 것만 같다. 혀까지 올라온 비명을 억지로 집어 삼키며 배로 힘을 준다. 완전히 아기를 밖으로 밀어내는 산모다. 그치만 내 뱃속엔 아기가 없다. 내보낼 구멍도 없다.

사람이 기절할 지경인데 망나니가 되어버린 샘은 덫난 부위를 입으로 세게 빨았다.

나도 모르게 무릎 걸음으로 도망쳤다.

거기에 부응하여 움직이지 못하게끔 뒤에서 끌어안는 힘이 더 강해졌다.

아이고, 살려줘.

『아파! 저, 적당히 해, 샘!』

『안돼. 한 방울도 남김 없이 모두 짜내는게 좋아.』

입으로 빨아낸 고름을 거즈 수건에 뱉어내면서 샘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그리고 다시 노랗고 빨간 불빛이 눈앞에서 번쩍였다.


순식간에 녹초가 되어버렸다.

완벽하게 뻗어 피고름이 묻은 더러운 수건을 치우는 모습을 동생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도구함이 달각거리는 소리마저 물 먹은 엔진음으로 들려왔다.

독한 위스키를 나발 불고 시체처럼 잠들었음 소원이 없겠다.


『아파 죽겠다고 하면 이 형이 또 우는 소리 한다고 타박할 겨?』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피곤한 투로 한숨을 내쉬는 소리는 귀에 들렸다.

『안 해.』

『거짓말쟁이...』

울분 섞인 내 말에 샘은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네, 네. 샘은 나쁜 아이예요. 형님의 동생은 거짓말쟁이예요. 그래서 엉덩이에 뿔이 났지요.』

『뿔이 아니라 털. 거짓말을 하면 엉덩이에 북슬북슬 털이 나는 거야.』

『그거 잘 되었군. 형은 엉덩이에 털이 난 여자를 엄청 좋아하잖아. 내 말이 맞지?』


비누 냄새가 나는 커다란 손이 열을 재기 위해 내 이마를 덮었다.

『얼간이.』

얼른 맞받아쳤다.

『계집애.』

그리고 속으로 다음의 말을 덧붙이고 웃었다.

엉덩이에 털난...........

Posted by 미야

2009/02/13 11:44 2009/02/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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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9/02/13 12:11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미야 2009/02/13 13:48 # M/D Permalink

      3월... 3월... 꼬르륵.

  2. T&J 2009/02/13 18:52 # M/D Reply Permalink

    혹시나해서 왔는데 또 올라와 있군요-ㅠ- 어쩜 좋아~!!!!!!막 이러면서 글을 읽는 데 스크롤이 내려갈 때마다 얼마나 움찔움찔하는지요-왠지 글을 읽은 제 입속이 텁텁하니 쓰군요(이건 뭐, 샘한테 빙의 된 거냐)

    14화를 보진 않았는데 여기저기서 내용도 주워들었고, 또 사진들도 봤거든요. 전 정말 두 형제가 제 몸 다치는 것보다 서로의 몸을 더 걱정하고 챙기는 걸 좋아하는데 무려,,,,,,샘 목에 칼집을 내는 딘이라니요! 정말 14화 내용을 듣고 나서는 문어대갈(크립키)이 어디까지 두 형제를 몰고 갈 건지, 정말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지요. (물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문어대갈이 아닌 작가진이겠지만, 모든 책임은 문어대갈에게 돌리고 보는;)

    그러던 차에 이런 글을 보았으니-뭔가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만난 느낌입니다.
    그럼요, 두 사람은 피고름을 입으로 짜내 줄 정도의 사이인 게지요. 말하지 않아도 상처가 덧났음을 알고(말해주길 바랐겠지요?), 또 그만큼 믿기에 상처를 내주는 두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전 감동해버렸답니다...(뭔가, 좀 수다스럽군요;)

    무튼, 이번 글의 핵심은 아무래도 딘의 마지막 대사와 입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인 것 같네요. 이 부분에서는 진짜 열폭...

    언제나 그렇듯 글 기다립니다.

    아, 이번 글도 잘 읽었어요!

  3. 라르 2009/02/16 01:56 # M/D Reply Permalink

    15에피가 3월13일에 방영됩니다.

    한주 더 휴방 연장됐어요. 혹시 몰라서 올려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너무 좋아요. >.<
    답답한 슈내.. 휴~
    본방보다 올려주시는 팬픽이 훨 좋으니
    엉엉 크립키 반성하라!!

  4. 미야 2009/02/16 14:04 # M/D Reply Permalink

    아니 2월에 추수감사절 같은 절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휴방이 왜 이리 길어요. 거기다 왜 한 주 더 늘어... 흑흑.

  5. 달려라ㅋㅋㅋ 2009/04/21 00:40 # M/D Reply Permalink

    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웃겨주는건 정말

    계집애...... 엉덩이에 털 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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