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한 장 한 장 숯불에 굽는 오징어마냥 뒤집고 뒤집어서 스캔하던 옛날 평판 방식과 비교하면 천국과 지옥 수준의 차이점이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자책이 똬악~!! 그렇다고 이건 또 아니었다.

일단 버린다 싶은 책을 하나 골라 연습을 좀 하셔야 합니다. 전 두 권 그렇게 날려먹었는데요.
뱀파이어가 입 큰 개구리... 가 아니라 렙틸리언인 오사마 빈 라덴과 싸운다는 괴랄한 소설이어서 날려먹었어도 괜찮았습니다. 그렇게 두 권을 날려먹고 나름 요령이 생기더군요.

1) 작두기로 책을 자르는 건 장단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커터칼로 책을 자르는 것도 장단점이 있다.
시간이 걸리고 노동력이 크게 소모되지만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커터칼 추천한다.
썰어댈 적에 좌우여백을 잘 확인하도록 한다. 옛날 제본 책일수록 왼쪽과 오른쪽 여백이 일치한다.
이 말은 즉, 본드를 제거하기 위해 면적을 크게 잘라내면 스캔본이 심각한 비대칭이 되어버린다는 말씀.
스캐너에 여백을 조정하는 기능이 있어 이를 활용해보고자 하였으나 섬세하지 않다. 도움이 일절 안 된다.
고로 처음부터 책을 낱장으로 얼마나 잘 잘라내느냐가 스캔본의 퀄리티를 좌우한다.

2) 스캐너의 기능 설명이 그리 친절하지 않다. 스캔의 방향이라던가, 설정은 두어 번 실패를 겪어봐야 요령이 붙는다. 그건 그렇고 이해가 가지 않는데 캐논과 HP는 삽입방향이 정 반대다. 얘네... 기업 수준으로 싸웠냐?
결과물을 두 번은 날려먹음 이후 직관적으로 스캔할 수 있다.
최초로 연습한 스캔본은 뒤집어져서 출력되었다...

3) 가끔 스캔 문서의 방향이 지 멋대로 회전한다. 페이지가 400페이지를 넘든 말든 두 번씩 확인하고 결과물 완료 버튼을 눌러라. 꼭 이상하게 회전하고 박혀있는 불량 페이지가 나온다.
미세회전도 꼭 해주는 게 좋다. 이 검토작업이 시간을 대단히 많이 잡아 먹는다. 1~2시간 정도 걸린다.

4) 표지는 어쩌지? 아직 판단이 안 된다. 일단 버리지 말고 모아둔다.
표지만 컬러로 스캔하고 나머지 흑백모드 본문과 합체하는 것도 한 방법이나 컬러 결과물을 보면 대단히 꼬기꼬기해서 보기 흉하다. 오래된 책일수록 재앙 수준이다. 표지도 흑백으로 같이 떠버리는 게 눈으로 보기에 좋았다.


총평 :
- 돈이 아깝지 않았다. 결과물이 만족스럽다.
- 생각보다 노동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 파괴형 스캐너를 이용하면 썰린 책은 분리수거해야 하니 잘 따져봐야 한다.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절판도서 희귀책, 양장본은 스캔하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책장 다이어트가 그리 쉽지 않다. 버려도 되는 쓰레기 같은 책을 다시 전자 데이터라는 디지털 쓰레기로 변환시키는 노동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사 아까워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복음이었다. 주여, 우리에게 일용할 기계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미야

2023/09/11 10:04 2023/09/11 10:04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2268

« Previous : 1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 197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8983
Today:
689
Yesterday:
133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