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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7

※ 므흣은 없나요 - 라고 질문하셔도 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벽만 쳐다볼 뿐입니다. 부지런히 내공을 쌓아야... 내공을 쌓아야... ×100 ※



사람 일은 생각대로 안 되는 거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심각한 우울증에 걸린 파달렉키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하나 가득 들어가 있는 젤리들 사이로 얼굴을 박았다.

『남들은 자살하려고 욕조에 물 받아놓곤 거기다 얼굴을 박던데 너는 참 독창적이다.』

『놀리지 마요, 젠슨. 전 진짜로 죽고 싶단 말예요.』

『네가 사랑해 마지 않는 젤리에다 얼굴을 박고? 클레오파트라의 젖가슴에 로마 황제 안토니우스가 우는구나.』

『놀리지 말라니까요. 그 젤리를 잘못 삼키고 죽는 어린이들이 연간 몇이나 되는지 알아요?』

『그런 끔찍한 것들은 알고 싶지도 않아, 파달렉키. 그래도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넌 지금 젤리에 얼굴을 파묻고 있지, 목구멍으로 삼키고 있진 않다는 거야.』


정확한 지적이었다.

제러드는 마침내 한숨을 내쉬며 말캉거리는 젤리들에서 얼굴을 떼어냈다.

『이보다 더 엉망일 순 없어요. 정말 거지 같아요.』

친구의 얼굴에 남은 젤리의 하얀 설탕 가루를 응시하며 젠슨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래. 정말 거지 같구나.』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제러드는 손수건에다 코를 풀었다.

『혹시라도 모르니까 가명을 쓸게요. 제가 영화를 찍었을 때 일인데 팔리스 힐슨이라는 여자가 하이힐로 실수로 내 발을 밟은 적이 있어요. 여자들 구두는 정말이지 흉기더군요. 저는 엄지발가락을 심하게 다쳤고요, 힐슨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어요. 살짝 닿기만 해도 자지러지게 아파서 저는 양말도 못 신고 구두도 못 신었어요.』

『옳커니. 벤슨 잭클스라는 가명을 쓰는 남자가 추측이라는 걸 해볼까. 잘못을 저지른 건 힐슨인데 소문은 정 반대로 났겠지. 제러드 파달렉키 어쩌고 하는 배우가 힐슨에게 집적거렸다가 하이힐로 보기좋게 발등을 찍혔다고.』

『오... 맞아요. 젠슨은 족집게네요. 어떻게 알았어요?』

『세상 돌아가는 일이 원래 그러니까.』


송아지처럼 눈을 꿈뻑거리는 제러드를 옆에 두고 젠슨은 세 번째로 다시 고쳐 씌여진 대본으로 눈을 돌렸다. 헌터들끼리의 소모적인 다툼을 그리던 이번 에피소드는 약간이 아니라 - 냉장고에서 일주일을 버틴 피자처럼 아주 많이 상했다. 말 그대로의 자존심 게임이 아니라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걸로 - 유령을 잡는 건 뒷전이고, 상대편 헌터 중 하나가 샘에게 총까지 쐈다. 동생이 쓰러지자 딘은 발광하고, 젠슨은 대본의 다음 장을 넘겼다. 딘은 흉가의 2층 창문에서 떨어진다. 충격으로 그는 정신을 잃고, 대신 기다렸다는 식으로 유령이 그의 몸을 차지한다... 잘 하고 있다. 이제 냉장고 속의 피자는 퍼렇게 곰팡이까지 쓸었다. 젠슨은 유령에 홀린 딘 윈체스터를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걱정이었다.

『이게 어딜 봐서 주먹으로 맞아 다친 상처처럼 보이느냐고 말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알겠다. 그래서 이젠 다들 내가 널 뒤로 훌쩍 떠밀었다고 수군거리는 거구나.』

『에엑?! 그런단 말예요?! 하지만 젠슨이 날 떠밀 까닭이 없잖아요.』

『있나보지.』

『있긴 뭐가 있어요! 서, 설명해야 해요. 다들 젠슨이 나쁜 사람이라 생각할 거 아녜요!』

젠슨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다이어트 콜라를 홀짝거렸다.

유령의 정체가 여자라고 했다. 그렇담 홀리고 나선 여자의 가성으로 대사를 말해야 하나? 어머머, 내 머리를 좀 봐, 온몸이 흙투성이잖아~ 어쩌지~ 나에겐 스팀 샤워가 필요해~ 아이구야.


『그래서 뭐라고 설명하려고? 제러드.』

『젠슨은 절대로 나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는 좋은 사람이고, 멋지고, 진짜 피붙이 형제 같고, 누가 뭐래도 내 최고의 친구다. 나는 그를 신뢰하고 있고, 만약 그가 나를 때린다면 그건 내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일 거다. 젠슨은 하나도 잘못한 거 없다.』


그런데 왜 다음 이야기가「맞을 짓도 안 했는데 갑자기 발로 걷어찼다고 그 덩치의 제러드가 울먹거리더라고요」로 발전했는지는 하느님도 설명이 곤란하다.

Posted by 미야

2007/11/21 11:00 2007/11/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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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모야 2007/11/21 13:43 # M/D Reply Permalink

    에고 며칠 밤을 세워 여기 있는 팬픽을 다 읽었습니다...
    전 어린 새미를 보살펴주는 딘이 너무 좋은지라..ㅋㅋㅋㅋ 은근히 딘샘추종자죠.
    역시나.. 샘딘은 아직 적응이...-_-;;; 덩치와 상관업이 동생은 동생이죠...
    그래서 브라콤 대마왕 딘을 너무나 조아합니다.
    그래서 미야님 픽들을 정말 조아라하고, 오늘은 복습까지 했는데, 이렇게
    새 편이 그새 올라와 넘후 좋네요......^^;

    감솨. 감솨.

  2. 김양 2007/11/21 14:22 # M/D Reply Permalink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욤~~

  3. 수수 2007/11/21 23:29 # M/D Reply Permalink

    대본 넘 잼나겠어여..진짜 이런 에피하나 나오면 좋겠는데..ㅋㅋㅋ

    유령씌인 딘 ~~~ㅋㅋㅋ 힘내라~~ 새미~~~*^^*

  4. 로렐라이 2008/02/21 14:05 # M/D Reply Permalink

    정말 재밌습니다!~ 미야님이 어서 므흣내공을 쌓으시길 기대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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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로또신님 강림하면 몽땅 싸들고 캐나다 가겠다는 소원은 당분간 빌지 말아야겠다.
거긴 여기보다 훨씬 더 추울 거 아냐!
심장에 안 좋다. 냉기는.

나는 심시티 소사이어티가 좋은데 다들 초딩게임, 주제에 심시티의 이름을 왜 걸어, 블럭쌓기, 렉 끝장, 부정적으로 말을 하더라.
초딩게임, 나는 좋다.

Posted by 미야

2007/11/20 15:41 2007/11/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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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mmie 2007/11/21 01:41 # M/D Reply Permalink

    캐나다...춥지요. 커튼을 열었다가 쌓여있는 눈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더 무서운 건 이게 겨우 기나긴 반년의 시작이란 거죠. 진짜 쌓이고 쌓인 눈을 헤치며 강의 들으러 가는 기분이란...몬트리올은 길바닥에 소금도 안 뿌려요. 녹는 즉시 얼어버리기 때문에 빙판이 되어 버려서요. 토론토에선 그래도 소금 떨어진 곳마다 검게 녹은 자국이 남았는데 말이에요;;

  2. 미야 2007/11/21 09:47 # M/D Reply Permalink

    JJ 얘네들이 곰돌이처럼 껴입고 개그릴 찍은 장면이 생각나더라고요. 아우... 시러.
    삽질해가며 바깥 보일러를 살피러 간다던 강원도보다 더 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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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6

※ 부담감 안 느끼고 한 장씩 짧게 쓰니까 번호 올라가는게 장난 아니네요. ※



쇼의 최종 책임자 에릭 크립키는 분노에 찬 나머지 도깨비가 되었다.

그렇다고 극중 윈체스터 형제들이 하던 것처럼 암염탄을 빵빵 쏘아대는 걸로 처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다, 젠슨과 제러드는 우산이나 피뢰침도 없이 인드라의 번개를 고스란히 얻어맞아야 했다.


『제러드. 자네는 배우의 본분이 뭐라고 생각하나. 대답해보게!』

『음... 대사를 까먹지 않고 잘 외우는 거요. 같은 장면에서 말을 더듬고 NG를 스무 번 넘게 냈을 적에 주의를 주면서 그런 말을 하셨더랬죠. 잊지 않았어요.』

물론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거론할 때가 아니다.

크립키가 쥐고 있던 연필심이 압력을 못 이기고 뚝 부러졌다.

그 무시무시한 압박에 젠슨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맞네, 그것도 배우의 본분이지. 좋아, 그럼 다시 묻겠네. 배우는 뭘 먹고 산다고 생각하나.』

너무 당연한 걸 물으면 어이가 없어지는 법이다.

제러드는「오늘따라 크립키가 이상해」표정을 지으며 즉답했다.

『밥이오.』


젠슨은 머리를 보호하며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서 드드듣 기관총이 난사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고 있음이다. 크립키의 눈은 이미 벌겋게 충혈되었고, 관절마디가 하얗게 변한 손으로 꽉 쥐고 있는 연필은 그 안녕이 심히 의심스러웠다.

제발 전화기는 잡지 말아라. 젠슨은 기도했다. 예산 초과를 이유로 부득부득 줄거리 변경을 요구하던 방송국 관계자와 설전을 벌였던 날에 그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전화기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발로 밟았다는 얘기도 있고, 벽으로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장 신빙성 높은 추측은 돈이 어쩌고, 시청률이 어쩌고를 떠들던 사람의 머리를 그걸로 내리쳤다는 거였다.

슬그머니 고개를 내려 핏자국을 찾았다.

불행하게도 사무실에 깔린 카페트의 빛깔은 암적색이었다.


『저어, 밥이 아니면... 고기?』

『스테이크 같은 소리! 잘 들어! 배우는 얼굴로 먹고 사는 거야, 얼굴로!』

크립키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가뜩이나 동그란 얼굴이 붉게 변하니까 문어 비슷해졌다.

『얼굴로 밥 먹고 사는 주제에 그걸 대놓고 망치면 어쩌자는 거야! 엉?! 피아니스트들은 강도에게 당할 때조차 손을 사수한다는 거 몰라? 마찬가지로 배우는 얼굴을 사수해야 하네!』

『요즘엔 외모만으론 어림 없어요, 크립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끼어들지 말게, 젠슨!』


이미 속이 곪을대로 곪은 연필로 책상을 톡톡 두둘겼다. 아무리 잘 봐줘도 얼굴에 난 심각한 찰과상은 일주일 이상은 기다리고 나서야 메이크업으로 감출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를 바꿔《같은 동업자 헌터들끼리 몸싸움이 있었습니다》라고 해도 시뻘건 스크래치가 난 얼굴을 계속해서 클로즈업 할 수는 없다. 결국 샘 윈체스터가 나오는 장면만 골라 나중에 따로 찍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젠장맞을! 그렇게 따지면 나중에 찍을 분량이 사실상 거의 전부다. 그가 책임지고 있는 TV쇼「슈퍼내츄럴」은 두 명의 주연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무척 높았고, 그것은 누가 봐도 치명적 위험 요소였다. 한 명이 빠지면 연쇄 도미노 붕괴는 지금처럼 초읽기가 되어버린다.

『으이그~!! 나를 그냥 민둥 대머리로 만들어라, 만들어!』

인정하자. 일주일 촬영 스케줄은 물 건너갔다. 스트레스로 황금 같은 머리카락들을 잃느니 일찌감치 직원들을 휴가 보내고 그동안 에너지를 재충전 하라 지시를 내리는게 훨씬 낫다.


『그래서 말인데.』

순간 크립키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리고는 탐색하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살폈다.

『그 얼굴의 상처, 아래에서 말들이 많더군.』

젠슨은 바짝 긴장했다. 저 너구리가 얼굴을 망친 당사자만을 부르지 않고 젠슨까지 사무실로 오라고 한 까닭이 있었던 거다. 그는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자기네들끼리 무어라 무어라 수군거리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순간 귀에서 띵~♬ 소리가 났다.

『스텝들 말로는 주차장에서 아무도 보지 않을 적에 주먹질을 했다고...』


다 듣지 않고 제러드가 울부짖었다.

『그게 뭔 소리예요?! 나는 젠슨을 해치지 않아요! 절대로요! 젠슨을 다치게 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나만보면 앞발을 든 곰이다, 서스콰치다 그러는데요, 나는 그렇게 사납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아요. 내 주먹은 솜주먹이라고요! 젠슨? 젠슨도 내가 막 무서워 보이고 그래요? 내가 젠슨을 주먹으로 막 때릴 것처럼 보이나요? 그래서 가끔씩 날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러는 거예요?』

이런, 맙소사. 젠슨은 소란을 피워대는 제러드를 조용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크립키의 눈이 그의 대머리 만큼이나 번들거렸다.

『이상한 표정이라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크립키.』

『왜 거짓말 해요. 이상한 표정으로 보잖아요! 꼭 양치질하다 잇몸에서 피가 난 사람처럼...』

『제발 진정해, 파달렉키. 이곳에 있는 그 어느 누구도 네가 날 때렸을 거라 의심하지 않아. 솔직히 떡이 되도록 맞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로 보여.』

『에?』

『그러니까 크립키는 지금 내가 널 때린 거냐고「완곡하게」묻고 있는 거야.』

『에?!』

제러드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 다음, 다시 젠슨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말문이 막혔는지 속눈썹만 꿈뻑거렸다.

『당신이 나, 나를?』


저게 연기라면 오스카 삼촌이 웃으며 맨발로 달려온다. 크립키는 두손을 번쩍 들었다.

『알았으니 그만들 해. 그러니까 그건 단순히 사고였고, 두 사람이 싸운게 아니라는 거지?』

『물론이죠!』

제러드는 굉장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뻣뻣하게 치켜올렸다.

Posted by 미야

2007/11/20 14:47 2007/11/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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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독자(?) 2007/11/20 18:10 # M/D Reply Permalink

    꺄아. 처음 리플달아봅니다. 항상 목요일날 슈퍼내추럴을 방영하기 전까지 팬픽보는 재미에 산답니다. 요새 꾸분히 올려주셔서 매일이 즐거워요. 힘내세요.

  2. 김양 2007/11/20 21:52 # M/D Reply Permalink

    2등~~~~ㅋㅋㅋ 이번편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네욤...
    다들 감기 조심하셔욤~~~

  3. lyn 2007/11/20 23:22 # M/D Reply Permalink

    wow!! 너무 재미 있어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를 타고 나셨나봐요~

  4. karina 2007/11/20 23:36 # M/D Reply Permalink

    ㅋㅋ오늘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ㅋ항상 재미난 글 올려주셔고 감사해요ㅋㅋㅋ

  5. 로렐라이 2008/02/21 14:02 # M/D Reply Permalink

    양치질하다 잇몸에 피가 난 듯한 표정이라니..저절로 따라하게 되는 그 표정 ㅠㅠ 후후 덕분에 잘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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