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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에 - 정확하게는 출퇴근시 이용하는 정류장에서 약 80미터 떨어진 고등학교에서 수능시험을 치룬다.
작년에는 오토바이와 택시, 경찰차가 난리를 치며 - 경적을 울려라 빠라빠라빠라밤 - 미친듯이 지각생들을 실어 날랐다. 농담 안 하고 순찰차가 과속으로 밟으며 빨간불 무시하고 달리더라. 정류장에 선 어른들은 두 팔을 위로 올려 만세 만세 이러고 응원하고...;;
올해는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이런 것도 학번 분위기 타나.
교실을 잘못 찾았다며 막 우는 아이들은 없었던 것 같다.
반대로 순찰자가 기합을 지나치게 넣어서 민망.
지붕으로 "경찰차" 네온싸인 번득이며 주변을 순찰, 애들과 같이 나온 학부모들이 "약 먹었나" 물끄러미 쳐다보는 추태가 벌어짐. 아니, 걍 모양만 봐도 경찰차인 거 다 안다니까요. 그렇게 나이트 룸쌀롱 광고하듯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러셨엉. 아무튼 재밌다.

1시간 늦게 출근 그따구  배려를 못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버스 안은 한가해서 좋았다.
어쨌든 다들 좋은 결과 있기를.

Posted by 미야

2012/11/08 13:07 2012/11/0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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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19

신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성직자들이 저마다 무소유를 부르짖는 까닭은 아마도 그것이 인간에겐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도토리를 수집하는 다람쥐와 비슷하다. 생존욕구를 닮은 물욕을 결코 떼어낼 수가 없다. 핀치 또한 만족이라는 걸 모르고 돈을 갈퀴로 긁어모은 적이 있다. 퍼득 정신을 차렸을 적엔 그에게로 집중된 부귀영화가 너무 지나쳐 그토록 숨겨왔던 자신의 신분이 국세청을 통해 온전히 까발려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도망갈 방법을 급히 모색하여 위기는 모면했지만 - 네이슨 잉그램의 도움이 컸다 - 이후로 핀치는 많은 생각할 꺼리를 얻었다.
욕심, 권력, 자본주의의 어둠, 인간의 탐욕 기타등등.
하다못해 거리의 노숙자들조차 훔쳐온 카트에 산더미처럼 물건을 싣고 다니지 않던가.
영혼이 느끼는 갈증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인간은 늘 무언가로 채우길 원한다.
그게 쓸데없는 헛발질일지언정, 그런 행위에 골몰하는게 인간답다고 핀치는 생각한다.
텅 비어있으면 안 된다.

『못 보던 소파가 새로 생겼군요, 미스터 리스.』
박스터 스트릿에 위치한 아파트는 진작에 버려져 리스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않았었다. 마음을 바꿔 이제는 제대로 써먹을 생각인가 보다. 핀치는 의미불명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텅 비어져 온기 하나 없던 공간에 변화가 생겼다. 핀치의 시선을 제일 먼저 사로잡은 물건은 너무나도 푹신해 보이는 소파 - 할렐루야 - 그리고 벽걸이형 텔레비전 - 세트로 DVD 플레이어 - 튼튼해 보이는 원목 좌탁 - 알록달록한 쿠션들 - 흥분한 나머지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불법) 무기만 잔뜩 사들인다고 걱정했는데 존이 가구점에 들러 평범하게 물건을 샀다!
글쎄다. 가격표만 보자면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지만, 어쨌든.
핀치는 기뻐하며 푹신한 소파에 엉덩이를 눌렀다.
아앙~ 만족감에 이상한 신음소리가 나오려 한다.
소파를 제작한 유명 가구 디자이너는 지금의 핀치를 보았다면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을 거다.

등받이 부분을 쓰다듬으며 핀치가 웃었다.
『설마 훔친 건 아니겠지요?』
『그걸 싣고 온 트럭은 훔친게 맞고요. 소파는 제 값을 다 주고 샀는데요.』
과일과 맥주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리스가 농담을 맞받아 쳤다.
팝콘은 지금 튀기는 중이다.
피자로 볼록해진 배가 다시금 고소한 버터 냄새에 자극받아「더 먹어도 괜찮아. 그런다고 배는 터지지 않아」신호를 보내왔다. 내일이면 분명 괴롭겠지. 그러나 당장은 폴탑을 따고 맥주를 홀짝거렸다. 마치 혈기 넘치던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TV는 연결한 거예요?』
『케이블 신청은 하지 않았어요. 전 텔레비전 보는 걸 안 좋아해요, 핀치.』
『수퍼볼은 어쩌고?』
『전 야구 팬인데요.』
『그럼 월드 시리즈는 어쩌고?』
『라디오로 들어도 충분해요.』
『재미없는 사람일세.』
『그러는 당신도 텔레비전을 보지 않잖아요.』
『저야 책 읽는 걸 더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수퍼볼보다 더 재밌고, 월드시리즈보다 더 우월한 그 책의 제목은 뭐죠?』
『요즘에 뭘 읽고 있느냐는 질문인가요? 흐음... 책들은 모두 재밌습니다. 조금 덜 재밌고, 보다 더 재밌는 차이가 있는 거지요. 그래도 제 취향은 요즘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라기 보다는 고전 위주라서... 헤밍웨이라던가, 디킨스라던가, 카프카, 모파상...』
『다니엘 키스의「엘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제목의 책을 알아요?』
팝콘을 산더미처럼 유리볼에 담아가지고 온 리스가 특정 책에 대해 질문했다.
이마를 찡그린 모양새로 봐선 심심풀이 잡담하자고 꺼낸 주제는 아니다.
핀치는 저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유명한 책이죠. 작가의 대표작이고 이것으로 휴고상과 네뷸라상을 수상했습니다.』
『엘저넌이 주인공 이름인가요?』
『아뇨. 주인공의 이름은 챨리입니다. 엘저넌은 생쥐고요. 그나저나 여기서 더 말하면 아무래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은데...』
아직 안 읽어본 것 같은데 내용을 떠벌려도 괜찮겠느냐며 핀치가 도중에 말을 끊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애나의 살인범이 살던 주소로 매년 배달되어왔던 책이 무슨 종류인지 궁금했을 뿐으로 그 책을 일부러 읽어볼 생각은 없다. 다만 애나와 얽혔던 인상이 워낙에 강렬했던 탓에 카터는 텍사스에서 돌아온 후 그 책을 직접 구입해서 읽어봤다고 한다.
「발굴이 하다말고 모두가 동작을 멈춘 채 그 책을 쳐다보았어요. 엘저넌에게 꽃을.」
마당을 파헤쳤을 적에 드러난 흙과 부패되어 글자가 희미해진 책은 오래전 죽어 사라진 소녀의 마지막 절규와 닮아 보였다고 했다. 카터는 거기까지만 말했다.

『집에 있는데 빌려줄까요? 존.』
『글쎄요. 언젠가 시간이 나면 읽어보죠. 것보다 영화는 뭘 볼래요?』
역시 리스는 책에 대해 흥미가 적다.
『것보다 무엇을 빌려왔는지가 중요하죠. 월트 디즈니의 라이언 킹?! 여보세요?』
『영화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친구와 보기 좋은 종류로 가장 잘 나가는 것으로 추천받은 거예요. 난 잘못 없습니다. 불만을 표현하려면 대여점 직원에게 해요.』
『그 친구는 머리가 약간 이상하군요. 팀 버튼의 화성침공?! 맙소사.』
『그거 보고 싶어요?』
『화성침공을? 찢어 죽인다고 해도 싫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구두를 벗은 핀치는 테이블에 발을 올려놓고 꼼지락거렸다.
리스는 빌려온 DVD 타이틀을 쥐고 고용주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럼 이건 어때요. 킬-빌.』
『고백해봐요, 미스터 리스. 대여점 직원과 트러블이 있지 않았나요?』
『나의 볼리우드 신부와의 결혼식.』
『..........』
『난 영화를 잘 모른다니까요.』
책망하는 사장의 표정에 리스의 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알았어요. 대여점 직원의 무릎으로 총알을 박아넣고 올게요. 오래 안 걸려요.』
벌떡 일어서려던 리스를 핀치가 황급히 붙잡았다.
『괜찮으니 아무거나 봅시다. 캡틴 아메리카. 이거 재밌겠네요.』

그래봤자 솔직히 두 사람 모두 오락 영화엔 별 관심이 없었다.
핀치는 기분 좋은 피로감에 곧 하품을 했고, 리스는 절반가량 눈이 감긴 상태였다.
포만감에 몸이 무거웠다.
핀치가 거치적거리는 안경을 벗고 본격적으로 리스의 옆구리로 머리를 들이밀었을 즈음엔 쿠션 대용품으로 삼은 사내는 이미 가볍게 코를 골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12/11/08 11:33 2012/11/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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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18

정확히 약속된 시간에 초인종을 눌렀음에도 어떠한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목을 길게 빼고 주변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건물 내부는 전반적으로 고요했다.
「뭐, 때마침 화장실에 갔을 수도 있지. 그럼 벨 소리를 못 들었을 거고.」
옆구리로 와인 병을 끼고 있던 핀치는 느긋하게 조금 더 기다릴 작정이었다. 그러니까 베어가 - 훈련받은 군견이라는 건 아무래도 거짓말인 것 같다 - 망할 똥강아지 - 현관문을 앞발로 파바바박 긁어가며 끄엉끄엉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그것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건 그도 눈치를 챘다.
그 잘난 네덜란드어는 집어치우도록 하자. 핀치는 영어로 명령했다.
『베어, 뒤로 물러나렴.』
이놈이 네덜란드어만 알아듣는다고 누가 그랬나.
그 즉시 베어는 귀를 쫑긋 세우고 늠름한 차렷 자세를 취했다.
『2개 국어를 하는 건 좋아. 하지만 언젠가 우리 둘이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구나, 베어.』
열쇠구멍과 씨름하다 말고 핀치가 투덜거렸다.
언젠가 리스는 핀치에게 범핑 키를 만들어준 적이 있다. 톱날 모양으로 다듬은 열쇠를 구멍으로 집어넣은 뒤 좌우로 흔들어주다 망치 같은 것으로 충격을 주면 내부 핀이 밀려 올라가면서 우연히 쉬어라인이 형성되는 순간 열쇠가 돌아가게 된다. 망치는 수중에 없는지라 궁여지책으로 핸드폰으로 열쇠 머리를 두어 번 찍었다. 그러자 안쪽에서 경쾌한 찰칵 소리가 났다.

『미스터 리스?』
문을 열자마자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 핀치는 조심성이 많은 사내다. 10초 정도 일부러 뜸을 들였다가 문의 좌우 면으로 수상한 기운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성한 오른발을 먼저 움직여 집안으로 들어갔다.
『존?』
아파트 안엔 회색 연기가 자욱하다. 코가 매캐하다. 실수로 연막탄이라도 터뜨렸나.
『존!』
이대로 뒷걸음질로 빠져 나가야 하나, 아님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어딘가로 쓰러져 있을 존을 찾아야 하나. 결정을 선뜻 못 내리고 제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연무 탓에 눈이 따끔거리고 아팠다. 기침도 나왔다. 콜록거리며 눈물을 닦느라 잡고 있던 목줄을 놓쳤다. 그걸 신호라고 착각한 베어는 쏜살같이 주방 쪽을 향해 뛰어갔다.
『베어! 어디 가는 거니! 베어!』
놀라서 개의 이름을 불렀는데 손바닥으로 연기를 내쫓으며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아아, 괜찮아요. 핀치. 아니다. 이건 괜찮은 것과는 거리가 멀군. 이를 어쩐다. 쿨럭.』
그러니까 닭이 오븐 안에서 화형 당했다.

『다행이라면 불타오르기 전에 이미 닭은 죽어있었다는 거죠.』
매운 연기에 장사 없다. 핀치와 마찬가지로 눈물을 글썽거리던 리스는 창문이라는 창문은 전부 열고 다녔다. 그동안 핀치는 혹시라도 불씨가 남아 화재로 번지는 건 아닌가 싶어 주방을 기웃거렸고, 연기의 진원지인 오븐을 열어보는 실수도 저질렀다. 진정될 기미를 보이던 연기가 다시 확 솟구쳤다. 덕분에 고통스러운 기침소리가 더욱 커졌고, 창문을 열던 리스는 만사를 뒤로 미루고 돌아와 헐떡거리며 우는 핀치의 팔꿈치를 잡았다.
『물러서요.』
『혹시 소방서에 신고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콜록.』
『그 정도는 아니에요. 켁.』
『콜록, 켁!』
『물수건을 줄테니 코와 입을 막고 있어요. 그럼 진정될 겁니다.』
이후로 약 5분간에 걸쳐 두 사람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콜록거렸다.

연기가 어느 정도 잦아들자 리스는 허겁지겁 사과부터 했다.
『정말 미안해요 핀치. 미안해요.』
하지만 사과는 뒷전이고 핀치는 손수건으로 코를 막은 채 웃느라 바빴다. 세상에. 그러니까 새카맣게 태웠다는 거지. 요리가 아무리 서툴러도 이런 식의 대재앙은 흔치 않은데. 눈치는 멀쩡해서 그가 기침을 참고 있는게 아니라 키득거림을 참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존은 풀죽은 표정으로 망할 행주를 집어 던졌다. 전의를 몽땅 상실한 고용인의 몸짓을 보고 핀치의 눈자위가 더욱 붉어졌다. 울다가 웃으면 어디어디에 털이 난다고 했는데. 알게 뭐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동시에 히히 웃어버렸다. 천하의 존 리스가 빵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와서 허탈해하고 있다. 다시는 구경하지 못할 광경이다.

여전히 헐떡거리면서 핀치가 질문했다.
『레시피가 잘못된 거였나요.』
『모르겠어요. 온도와 시간 조절을 가르쳐준 대로 했거든요. 그런데 왜 불이 나는 거지.』
『짐작이 가는게 하나 있긴 합니다만. 아마도 우리 형사님은 냉동 닭을 주로 애용하시는 듯하네요.』
『냉동?』
『냉장 닭보다 냉동 닭이 더 싸요. 게다가 조리법만 완벽하면 맛은 별 차이가 없죠. 영양은 냉장 닭이 더 훌륭하긴 합니다만... 보관의 편이함까지 고려하자면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은 강력계 형사에겐 재빨리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 냉장 닭보다는 냉동실에 두고두고 얼려뒀다가 필요할 적에 해동하여 먹는 편이 더 매리트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리스 씨는 냉장된 닭을 샀죠? 왜냐하면 그게 더 비쌌을테고, 당신은 비싼게 좋은 재료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손님을 초대한 마당에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어. 그게.』
『얼린 닭은 해동을 해도 냉장 닭보다 더 차갑습니다, 미스터 리스. 그래서 오븐 온도가 더 높아야 하지요.』
다시 한 번 핀치가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유쾌하군요. 어쨌든 저녁은 물 건너갔으니 피자라도 주문하죠? 이참에 기름덩어리 불량식품으로 배를 채워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예요. 제가 가지고 온 와인은 나중으로 미루고... 냉장고에 맥주는 있나요? 안주거리도 있음 찾아봐요.』
『정말 미안해요, 핀치. 미안해요. 이렇게 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사과는 그만하라며 손가락으로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페페로니 피자요, 미스터 리스.』

Posted by 미야

2012/11/07 11:23 2012/11/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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