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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에게 바치는 오마쥬 - 라고 단정짓고 보기엔 10% 부족하다. 사실 이 작품은 살인 사건이나 추리 과정이 그다지 잘 만들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작품을 관통하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 있다.

"사후세계가 있고ㅡ 또한 극락행 지옥행이라는 선별이 있다고 가정할 때, 살인자가 지옥에 간다고 결정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다함께 손에 손을 잡고 그리운 장소로 돌아간다면 살인자도 함께 가도 되지 않겠습니까?"
나카무라가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허, 히무라 선생님은 뜩밖이리만치 관대하군요. 살인이라는 건 함께 살아가는 다른 동포를 말살하는 행위입니다. 더없는 대죄 아닙니까? 그런 대죄를 저지른 사람도 정토애 갈 수 있다면 누가 고생을 하겠어요?  실제로 고생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서애 납득할 수가 없지요. 몸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은 한없이 관대한 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악업을 쌓은 인간이야말로 가장 먼저 아미타여래의 구원을 받아야 한다는 신란 고승의 악인정기설을 믿는 겁니까?"
이런 토론을 나눈 적은 없지만 나는 히무라가 어떻게 대답할지 짐작했다. 범죄학자는 칼 같이 말했다.
"이유는 지극히 간단합니다. 살인을 저지른 죄로 체포된 자는 법률이 그 책임을 헤아려 벌합니다. 이 세상에서 저지른 죄를 이 세상에서 갚은 자가 어째서 사후에 또다시 재판을 받고 지옥에 떨어져야 합니까?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군요."
중략
"아닙니다."
히무라의 말투가 어딘지 모르게 가혹하게 바뀌었다.
"저는 지옥이고 극락이고 전혀 믿지 않을 뿐입니다. 그런 건 현세의 불합리와 부조리에서 눈을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임시 구성한 픽션에 지나지 않아요. 극락도 지옥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회개하라는 플래카드를 든 기독교도가 호소하는 최후의 심판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게 직관적으로 자명하기 때문에 동양이나 서양도, 아니, 어떤 공동체에도 형벌이 존재하는 겁니다. 만일 사후에 신의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면 인간이 인간을 벌하는 행위는 주제 넘을 뿐만 아니라 범죄와 다름없이 교만합니다. 이 세상에는 인간밖에 없고 저세상은 존재하지 않으니, 범죄자는 인간의 손으로 처벌해야 합니다."

실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러한 생각은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작가 아리스 시리즈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이걸 살짝 과장하여 말하자면 탐정의 역할은 "신벌" 을 내리는 존재와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와 같이 십자가에 못박힌 강도 이야기가 떠오른다.
강도는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았는데 그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가.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었을 당시 고문 기술자 이근안의 목사직 임명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그리고 여론 탓에 목사직 임명은 취소되었다. 그런데 히무라의 논리를 따르자면 그가 이 세상에서 저지른 죄를 이 세상에서 갚았다면 이근안은 목사직을 해도 괜찮다. 그는 7년간 복역했다. 7년... 그 많은 사람 괴롭히고 7년이면 되는 건지는 형법을 모르는 관계로 못 따지겠다. 어쨌거나 이런한 형벌은 범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뉘우침과는 상관이 없다. 뻔뻔하게 "나는 잘못한 거 없다" 이래도 계산은 끝난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감정적으로는 반발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나는 여전히 십자가에 못박힌 강도를 생각하곤 한다.
죄값을 치루기 위해 이미 십자가에 못박혔기에 용서받을 자격이 있었던 건가.
아니면 신을 믿었기 때문에 낙원에 이르게 된 것인가.

Posted by 미야

2012/12/01 20:57 2012/12/0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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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탓에 이제는 트루 블러드로 일컬어지는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는 구입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좀 질려버려서...
샬레인 해리스는 한 단계 올라간, 그러니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속칭 말하는 "할리퀸 로맨스" 부류의 작품을 쓴다. 신기한 설정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건 맞다. 그러나 기본 구조는 젊고 사랑스런 여자와 젊고 매력있는 남자의 알콩달콩 복닥복닥 연애 이야기라는 거다. 이 공식이 결코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결론이 뻔한 관계로) 안도하고 읽을 수 있으며, 반대로 쉽게 질려버리게 된다. "하퍼 코넬리" 시리즈도 그래서 금방 질려버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일단 말하고 싶은 건 책장사들의 광고에 훅 넘어가진 말라는 거다. CBS 드라마화는 조금 지켜봐야 할 거다.

각설하고, 하퍼는 번개에 맞았다가 오빠의 심폐소생술로 극적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시체를 느끼는 몸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오빠인 톨리버와 같이 재능을 살려 전국을 돌며 시체를 찾는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적으니까 꽤나 으스스한 이야기일 것 같은데... 전혀! (<- 느낌표가 붙었다는 부분에 주의)
작가가 샬레인 해리스인 관계로 어디까지나 이것은 연애물인 것이다.

하퍼의 오빠 톨리버는 하퍼와 성이 같지 않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각각 데려온 자녀이기 때문에 주인공 하퍼와 피도 섞이지 않았다. 뭐냐, 이 일본 만화틱한 설정은. 그래서 CBS에서 드라마화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거다. 우리야 근친형제덮밥에도 환호하지만 미국애들 이런 거 안 좋아할 것 같은데.

바다출판사에서 "시체를 조심해" 와 "목격자는 피곤해" 2권을 선보였다.
1편인 "시체를 조심해" 는 꽤 재밌다.

Posted by 미야

2012/07/07 09:32 2012/07/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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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폭탄범들이 뻣뻣하게 걷는 이유는 순교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20킬로그램짜리 폭탄을 운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로 만든 조잡한 끈은 어깨를 고통스레 파고든다.
게다가 그들은 약에 취해 있다. 순겨라는 유혹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때뿐이다.
대부분의 자살테러범들은 잇몸과 뺨 사이에 붙여놓은 생아편 덩어리 때문에 반쯤 넋아 나가 있는 상태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 이유는 다이너마이트 밸트가 폭발 시 도넛 모양의 독특한 압력파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10억 분의 1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순간에 팔은 말려 올라가고 머리는 어깨에서 칼로 잘라낸 듯 깨끗하게 떨어져나간다.
인간의 머리는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게 아니다.
피부와 근육, 힘줄과 인대로 몸뚱이와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그저 중력에 의해 거기 놓여 있는 것뿐이다.
강력한 화학 폭발 앞에서 그런 빈약한 생물학적 지지대 따위는 무용지물이다.
내 이스라엘인 스승은 개방된 공간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자동차폭탄이나 소포폭탄이 아니라 자살폭탄범에 의한 것임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폭탄이 폭발한 지점에서  25~30미터 반경을 수색하여 인간의 머리, 그것도 이상하리만큼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은 온전한 머리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뺨 안쪽에는 어김없이 아편덩어리가 붙어 있을 것이다.



많이... 놀랐어요. 20킬로 덩어리를 들고 목표 지점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니. 영화에서는 폭탄이라고 해도 참 가벼운 물체로 보였거든요. 어린이나 여성 자살 테러도 행해지고 있는 실정인데 참 잔인하네요.
전 체력이 그지 똥갱이라서 4킬로그램 넘는 건 들지 못해요.
신념이고 아편이고 20킬로그램짜리 폭탄을 들고 가라 그러면 그냥 총으로 머리를 쏘라고 그럴래요.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빈둥거리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그쪽으로 신경 안 쓰려고 해요, 하지만 긴장되어 미칠 지경이랄까... 세상에, 자체 휴강했다는 이셀리안님이 정답이었어.

Posted by 미야

2012/05/18 11:12 2012/05/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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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2/05/18 12:56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미야 2012/05/18 20:15 # M/D Permalink

      ㅇㅅㄹㅇ님, 파이널을 맞이하여 일상 붕괴는 뭐... 당연한 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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