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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뭔 짓을 했노?

요즘 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처음엔 저걸「신드롬」시리즈로 기억을 잘못해서「내가 왜 작가라고 인정도 하지 않고 있는 귀여니의 책을 뒤지고 있는 거지?!」절망까지 했었다지요. 어쨌거나 실종, 유괴, 살인 시리즈 중에 유괴까지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내용은 둘째고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역전에서 휴지를 나눠주던 가난뱅이 다카나시의 아버지는 부자(회장님)입니다. 이 아들이 한국인 여성과 결혼을 하여 부자관계가 끊겼는데 어느날 다카나시의 외동 아들이 납치됩니다. 범인들은 아이의 몸값으로 1억엔을 요구합니다. 그런 거액을 갖고 있을 리 없는 다카나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부자인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달라 부탁합니다. 그리고 말다툼을 잠시 벌입니다.



“이 여자가 네놈을 흘린 암캐냐?”

다카나시 미치하루는 떨고 있는 다카나시의 아내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그 말에 다카나시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렇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자기감정을 다스렸다. 굴욕적인 말에도 화를 내지 않고 주먹을 움켜쥘 뿐이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이 사람 이름은 현숙입니다. 결혼할 때 소개하지 않았습니까.”
“난 네놈 결혼 허락한 적 없다. 넌 그저 네 멋대로 한국여자에게 아이를 낳게 했을 뿐이다.”
“아닙니다. 저와 현숙은 결혼했습니다. 분명히 제 호적에도 올렸구요. 아이도 낳았습니다. 어엿한 부붑니다.”
“다카나시 가문에 한국인의 피가 섞였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아버지!”
“왜 꼭 한국인이어야 한다는 거지? 여자는 얼마든지 있다. 넌 전후에 이들 한국인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해. 그걸 알고 있다면 이런 암캐와 어울릴 수가 없지!”
“알고 있어요. 일본인이 한국인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인 중에서도 나쁜 사람은 있겠지요. 그렇지만 나라 대 나라로 생각하면 어느 쪽이 나쁜지는 이미 분명합니다. 개인 차원의 원한을 한국인 전체에게 전가하지 마세요.”
“네놈은 지금 속고 있는 거야. 이놈들이 하는 짓이 항상 이렇지. 다른 사람을 속일 생각만 하거든. 돈에 시끄럽고 인간의 신뢰를 쉽게 배반하지. 그게 바로 한국사람이야.”
“아버지는 정말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편견이 얼마나 오만한 건지 깨닫지도 못하고요.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야말로 가장 나쁜 겁니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의 대화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비- 생각해도 괜찮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응? 전후에 한국인이 무슨 일을 저질렀나요? 해방 직후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본인들을 테러했나? 귀국을 아예 하지 못하게 배를 폭파시켜 불쌍한 사람들을 바다에 가라앉혔나? 봉창을 심각하게 두둘겨도 이건 좀 아니잖여-

일본인들이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품고 있구나 생각하니 어이가 없더라고요.

전후에 우리가 일본인들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습니까?
나라와 나라를 떠나 저는 그게 알고 싶은 겁니다.

Posted by 미야

2009/06/10 13:24 2009/06/1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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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mille 2009/06/10 14:00 # M/D Reply Permalink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던가 아이를 잡아먹었다던가 하는 소문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헌데 전후는 저도 좀 생소하네요. 기껏해야 일본의 터전을 버리고 조선으로 갔더니 해방과 맞물려 집안이 망했는데, 조선인들은 그동안 잘해준 것도 잊고 떠나는 가족들을 비웃거나 뚱하게 바라보기만 하더라 정도의 이야기였어요. 조직적으로 당한 게 얼만데 개중 한두 명이 한두 번 잘해줬다고 일일이 사람을 구별해가며 챙겨줄까요? 아마 가해자의 자기위안이겠죠.

  2. 리다 2009/06/10 22:39 # M/D Reply Permalink

    어헝. 학교 졸업할 때 요거 관련해서 글 썼었어요-.-ㅋ
    확실히 전후부터 한국 반감이 확 올라갔는데, 전전이랑 전후랑 해서 일본인들 국가 호감도 조사했을 때 강점기 당시 한국이 4위였다면 광복 이후로는 제일 꼴찌. 싫은 나라가 됐대요.
    30년 넘게 통치하다 보니까 자기 나라로 인식해설랑 전후에는 배신한 걸로 보는 이유도 있고, 해방되고도 한국 못 가는 재일 조선인이 일본 내에서 이런저런 항의를 시작하니까 골치 아팠다는 얘기가 있어요.
    이런 게 지금까지 누적돼서, 지금도 뉴스에 뜬 범죄자가 재일 출신이면 역시 한국은 폭력의 나라, 강간의 나라... 기도 안 찹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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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을 읽다가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로 "은폐수사" 가 근간되었습니다.
작가의 이름은 곤노 빈, 앞장으로 약력이 기재되어 잠시 읽어보았는데요... 뿜었습니다.

1955년 홋카이도 미카사 시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곤노 사토시.
1978년 조지 대학 신문학과 재학 중에 "괴물이 거리에 출몰했다" 로 제4회 문제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였다. 이후 음반회사(응?)에서 근무하다가 전업작가로 나섰다. 현재까지 120여 권의 작품을 발표한 베테랑 작가이다.
가라데 3단이며 사격, 다트, 스쿠버다이빙, 프라모델 제작 등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 1989년 제15회 참의원 선거에 "원자력 발전이 필요 없는 사람들" 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하였고(뭥?), 일본 펜클럽 이사, 옥중 작가 위원회 위원장(엥?)을 역임하는 등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원자력 발전이 필요 없는 사람들" 당이랍니다. 줄이면 원발필없사 이라는 건가. 선거활동 중엔 "000 시민 여러분! 원발필없사당 후보 곤노입니다!" 를 외쳤고? 무지 특이한 이력이네요.

Posted by 미야

2009/06/03 13:02 2009/06/0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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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다. 졸려 죽겠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의 이 엄청난 이름은 필명이라고 합니다.
"아리스가와미야노" 라고 하면 일본 황족이라고 하더군요. 이 성씨로 명함을 파서 일본에서 돌리면 눈이 땡그래지는 거래요. 그런데 이름은 앨리스. (꺄울~) 그것도 남자.

파트너이자 임상범죄학자인 히무로가 탐정이고 아리스는 조수겸 친구로 등장합니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는 다르다고 하는데 제가 가진 책들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소설가 아리스 시리즈네요. 그리고 필명과 등장인물의 이름이 같기 때문에 소설 속의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정말로 책을 써낸 듯한 기분이 들어요.
아이, 이 깜찍한 작가 같으니라고. (59년생 아저씨더러 할 말은 아니겠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46번째 밀실을 가장 나중에 구입했지만 갑자기 필이 꽂히는 바람에 눈이 벌개져서 한꺼번에 내리 읽어내렸습니다. 침침한 스탠드 조명 아래서 시력 베리는 일입지요. 으앙, 그치만 재밌었다고요.
"46번째 밀실" 이 장편이고 나머지는 단편집입니다. 트릭을 그다지 신빙하지 않아 몇 개의 단편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절규성 살인사건" 은 푹 빠져서 읽었어요.
절규성은... 거, 뭐랄까. 성이 아니라 게임 타이틀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연상시키는 네 건의 연속 여성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예요. 여기서 통조림(호텔에 갇혀 마감에 임박하여 집필하는 일)을 당한 아리스와 절규성 게임을 하는 히무라가 나와요. "아이 좋아~" 두 남자에게 맛이 가는 건 교고쿠도와 세키구치 다음으로 오랜만이라 그냥 막 눈이 하트 뽕뽕이 되었달까. 성적인 관계로는 발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죽고 사는 단짝인 관계가 좋아요.

Posted by 미야

2009/04/03 11:20 2009/04/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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