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에는 케이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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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비싸고 특별한 느낌이겠만 1970년대에는 케이크라는 것이 돈 주고도 먹기 힘든 음식이었다.
있기는 있었다. 버터 냄새는 거의 나지 않고 설탕으로 코팅된 마가린 느낌의... 설사가 예상되는 맛이었지만.
케이크는 오로지 생일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그러다 생일에도 먹지 못하는 종류가 되었다.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집이 망했기 때문에 사치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철이 없었고 온실 속 공주님처럼 키워져 왜 케이크를 먹지 못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엄마는 자신의 뱃속에서 나온 딸이 눈치가 없다는 점에 절망하곤 했다.
그래도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우리집은 이제 그렇게 비싼 사치품을 살 여력이 없단다" 사실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나이 만큼의 초를 켜고 축하를 받으며 불을 끄는 일은 이후로 텔레비전에서나 보는 광경이 되었다.
난 그게 억울했던 것 같다. 그리고 머리 한 구석으로 내 생일은 그렇게 축하받지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남았다.

나는 지금도 케이크를 좋아한다. 엄청 좋아한다. 진심으로 좋아한다.
하지만 케이크를 사지는 않는다. 케이크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니까. 그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음식이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 사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어찌된 일인지 부아가 치민다.

출근하기 바로 직전, 엄마가 말씀하신다.
절대로 케이크는 사지 말아.
안다. 이유가 있다. 나에게는 당뇨 증상이 있다. 건강을 생각하자면 먹어선 안 된다.
케이크를 좋아하는 딸이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로 제과점에 들릴까봐 미리 선수를 치는 거다.
하지만 엄마... 내가 케이크를 산 게 몇 년 전인지 기억해? 저 밑바닥으로부터 울증이 올라온다.

올해도 케이크는 사지 않는다.
당신의 태어남이 나의 기쁨이 되었던 적이 너무 먼 과거입니다.
여느 때의 주말이고 오늘은 영하 13도의 매우 추운 날이다. 옷깃을 여미고 성가신 잡념을 털어버린다.
메리 크리스마스.

Posted by 미야

2022/12/23 10:24 2022/12/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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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닌 적이 없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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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지면 실업자가 되는 수학배틀" 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시청하다가... 롸? 한 마디만 했더니 영상 재생이 끝났다.
댓글을 보니 2차 방정식은 중학교 시절에 배우는 거라고 했고 3차 방정식은 고등학생이면 다 아는 내용이라고 한다. 지, 진짜냐?! 교과서에서 맨날 x의 값을 구하시오 y의 값을 구하시오 이랬던 것 같지만 수식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영상 초반에 2차 방정식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종이를 잘라 이어붙이기 하는 장면부터 충격이었다. 뭐지... 요즘 학교에선 이런 걸 가르친다고? 그것도 중학생에게?!
편하게 누워 영상을 시청하는데 등이 차가워진다. 학교를 다닌 적이 없는 느낌이다.
만약에 내가 애를 낳았는데 "엄마 이거 모르겠어, 가르쳐 줘." 이러고 교과서를 들고 오면 이걸 워째?
엄마는 학교 안 다녔어. 진짜 이러게 생겼어!

Posted by 미야

2022/12/19 14:40 2022/12/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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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가게와 뒤쪽 가게가 예전에는 쌍동이처럼 지어진 단독주택이었고 우리집은 뒷집이었다.
중학교 시절까지 살고 경매로 집이 넘어갔으니까 80년대 초반까지는 확실히 단독주택이었다. 오빠가 군대 제대하고 와서 옛날 살던 집이 궁금해 가봤는데 그때는 가게로 변했다고 했으니 90년대 이후로 택지에서 상업지로 바뀐 게 아닌가 싶다. 몰라. 정확하진 않아.

그런데 말이지. 우리 집에는 좋지 않은 귀신이 나왔단 말이야... (중요!)
지하실에는 항상 물이 고여 있었고, 항상 뭔가가 있었거든.
뭐, 가끔 꿈에서 보면 이제는 흉가 모습이 아니라 햇빛 내려앉는 폐가 분위기라서 귀신도 못 버티고 떠났구나 싶었기는 한데 말이지... 괜찮은 걸까? 불안한 마음에 조금은 두근거리네.

Posted by 미야

2022/12/07 13:57 2022/12/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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