햐쿠닌잇슈를 전부 외운다고 뽐내듯 선언한 소녀에게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와, 진짜? 대단한데 하고 경탄하는 것을 미쓰노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리번두리번 둘러보고 있었다.
미쓰노리는 이제 초등학교 4학년 후반에 접어들려고 하지만, 이미 에도 시대까지의 고전을 거의 전부 외우기 때문이다. 그의 집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으므로, 그는 주위 아이들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 왜 그런지 부모는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단단히 다짐을 받았다.
"왜 말하면 안 되는 건데?"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책가방을 등에 맨 채 안을 향해 불만스레 소리쳤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니?"
먼저 돌아와 아카네 앞에 앉아있던 누나 기미코가 장지문을 열고 복도로 상반신을 내밀더니 미쓰노리를 흘겨보았다. 그 무서운 눈초리에 미쓰노리는 한순간 주춤했지만, 그래도 제 깐에는 열심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너 바보니? 그러다 죽는다."
기미코는 싸늘한 눈으로 미쓰노리를 깔보듯 쳐다보았다.
"어어, 왜. 걔는 그렇게 칭찬받았는데."
미쓰노리는 모두들 치켜세워주자 우쭐해서 상기되어 있던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반문한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헤이케모노가타리를 줄줄이 암송하진 말아줘. 내 말 잘 들어.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란 말이야.
민주주의라는 건 즉 다른 사람보다 쓸데없이 더 많이 가지고 있음 안 된다는 뜻이야. 알겠어?"


민주주의란 그런 뜻이라고 합니다. 헷갈리지만 그런 것도 같군요.

Posted by 미야

2008/04/12 23:22 2008/04/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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