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또 낙서...

※ 진짜로 재미들렸다. 허걱! ※


『내가 젠슨을 무척 사랑한다는 거 알죠?』
『고마워, 제러드. 나도 널 사랑해.』

남들이 보면 눈이 똥그랗게 변하고도 남을 대화다.
그런데 한 사람은 휴대용 게임기로 천방지축 마리오를 조정하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핸드폰에 남겨진 여동생의 안부 메시지를 읽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따라서 분위기는 알짤없이 꽝. 사랑 어쩌고를 읊을만한 상태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평상시와 같은 표정으로 낯뜨거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진정 배우라 할 수 있었다.

『아까부터 실실 웃기만 하고... 예쁜 동생은 잘 있대요?』
『네놈 마리오는 절벽에서 안 떨어지고 잘 뛰고 있냐.』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라고 우리 엄마가 그러셨어요.』
『남의 핸드폰을 기웃거리는 건 그럼 좋은 버릇이고?』
『앗! 마리오가 당했다.』
『거봐. 한 가지에 집중하라고, 보이.』

그래서 파달렉키 어쩌고는 게임기를 치웠다. 그는 젠슨을 한 사람의 배우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존경했고, 그의 충고에 따르는게 신상에 이롭다는 걸 진작부터 체득하고 있었다. 엄마 다음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믿어도 되는 사람이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라고? 잘 알겠습니다. 파달렉키 어쩌고 씨는 3층의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식으로 핸드폰 액정 화면에 집중했다.
자신의 충고가 이상한 방향으로 튕겨올랐음을 깨달은 젠슨은 당연히 식겁했다.

『이봐. 방향이 틀리지 않니?』
『아뇨. 맞는데요.』
『마리오는 어쩌고.』
『그는 절대로 불평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 껄 이리 내봐요.』
『이건 내 핸드폰이야.』
『긴장 풀어요, 애클스. 입으로 물고 가서 개껌이랑 같이 땅에다 파묻을 일은 없을 거라고 맹세해요.』
『대신 고무 공이랑 같이 변기에 빠뜨릴 거잖아.』
『쳇! 남자가 쫀쫀하게. 술김에 저지른 옛날 실수를 거듭해서 떠올릴 건 없잖아요.』
『술김에? 이거 하나만 확실히 하자고. 넌 그때 콜라만 마셨잖아.』
『네. 맥주를 마신 건 젠슨이었죠.』
이야기를 이상하게 끝내며 제러드는 젠슨의 손아귀에서 핸드폰을 빼앗았다.

메시지는 별 거 없었다. 동생이 슈퍼내츄럴 드라마 사진이 찍힌 머그컵을 여러 개 사와서 가족이 거기에다 커피를 부어 마셨다. 아들의 얼굴을 보며 차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엄마가 반색을 했다고. 거기까진 좋았는데 흥분한 애클스 부인이 약간 오버를 해서 아들의 얼굴이 프린트 된 일곱 개의 머그컵을 찬장에 죽 진열을 해두었댄다. 그런데 그게 낮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밤에 보니 제법 오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내려온 아버지가 일일이 컵의 방향을 하얀 여백이 있는 쪽으로 돌려놨고, 여사님은 섭섭한 마음에「아들 얼굴이 뭐가 어때서!」라고 잔소리를...

『아버지가 고생 좀 하실 거야. 우리 어머니는 한 번 화내면 무섭거든.』
젠슨은 제러드의 게임기를 집어들고 게임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부활한 마리오가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작에 서툰지라 시작한지 20초만에 마리오가 콰당 소리를 내고 넘어졌다. 젠슨은 인상을 쓰고 가볍게 욕설을 중얼거렸다.

『내가 젠슨을 무척 사랑한다는 거 알죠?』
『알고 있어. 그러니 말 시키지 마.』

남들이 들으면 눈이 똥그랗게 변하고도 남을 대화다.
그런데 한 사람은 휴대용 게임기로 마리오를 반복하여 학대하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남의 핸드폰을 켰다 껐다 하면서 장난에 열중하고 있었다. 따라서 분위기는 알짤없이 꽝.
그런데도 의자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을 감싼 공기는 너무나도 부드럽고 온화해서「사랑한다」는 말은 굳이 필요치 않아 보였다.

Posted by 미야

2007/11/03 10:03 2007/11/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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