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judgment 14

※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아무리 기다려도 잠시 자리를 비운 딘이 돌아오려 하질 않았다.
혹시 볼 일을 보는 도중에 이상한 녀석들과 행여 시비가 붙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된 샘은 새끼를 잃은 암콤이 되어 건물 공중 화장실이란 화장실을 죄다 뒤지기 시작했다. 쾅쾅거리며 문짝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자니 몇몇 사람들이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빙글빙글 돌리는 시늉을 했다.
가슴이 무거운 돌로 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답답해졌다.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 톱밥이 찌그덕거렸다. 견딜 수 없어 막판엔 여자 화장실에까지 난입해서 숨박꼭질은 관두고 빨리 나오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덕분에 설사병 걸린 환자 취급에, 변태 취급에, 졸지에 실수로 자식놈 잃어버린 젊은 아빠로 오해까지 받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땅거미가 내려오자 장사가 잘 되지 않던 상점들이 정해진 폐점 시간은 무시한 채 하나 둘 셔터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샘은 자신이 혼자가 되었음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딘은 그토록이나 애지중지하던 67년형 쉐비 임팔라까지 내던지고 깨끗하게 증발해버린 것이다.

쓰러지듯 공원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아 차가운 진땀으로 젖은 이마를 손바닥으로 덮었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 가슴 한 구석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각오까진 하고 있지 않았다.
『진짜로 버리고 갔어. 날 믿는다고 해놓고, 신뢰한다고 말했으면서 혼자 떠났어!』
아무도 곁에 없다. 온기 하나 없는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적의 적막함이 어깨를 찍어 눌렀다. 화분은 꽃을 피우긴커녕 말라 비틀어졌다. 냉장고를 열어봐도 텅 비어 있다. 숙제를 도와줄 엄마는 죽고 없다. 남들로부터 미친 사람이라 손가락질을 받는 아버지는「사냥」을 떠나 연락도 없다. 남은 건 형 하나 뿐이다. 뿌옇게 흐려진 눈으로 하나뿐인 피붙이를 찾아 허우적거린다. 그래봤자 집은 여전히 어둡다. 쥐죽은 듯이 고요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냉기가 돌던 집. 불 꺼진 집... 진절머리가 나는 집. 그곳에선 눈을 감아도, 떠도 오로지 새카만 암흑만이 펼쳐져 있었다.
깍지를 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사막 한 가운데서 물통 하나 없이 조난을 당했어도 이보단 덜 당황했을 것 같다. 수중엔 나침반도 없는데 별빛 하나에 의지해 오아시스를 찾아 걸어야 한다. 무엇부터 하면 좋을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당장 샘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행여나 딘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하는 것밖엔 없었다. 같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추위에 질려 얼굴이 새파랗게 되기까지, 사람들 얼굴을 보고 또 보았다. 혹시라도 마음을 바꿔 딘이 자신에게로 돌아와주길 기대하면서, 조금이라도 옷차림이 비슷한 젊은 사람이 보이면 눈을 크게 부릅뜨고 뛰어갔다.

『행색은 멀쩡하게 생겨가지고는... 젊은 사람이... 쯧쯧.』
그가 구걸을 하는 거라 착각한 사내가 1달러짜리 지폐를 던져주었다.
『그만하고 집에 가게. 이렇게나 날이 어두워졌잖는가.』
뭔가에 홀린 것처럼 보이는 청년은 그의 꾸지람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땅에 흘린 1달러 지폐를 본 척도 하지 않고 뒤돌아 사라졌다.

『바비 아저씨? 저예요, 샘 윈체스터.』
누군가를 붙잡아야 했다. 샘은 당장 생각나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여보세오」라고 말하기도 전에 바비는 샘이 연락을 취해올 줄 진작부터 알았다는 투로 한숨을 내쉬었다. 짐작하자면 딘이 미리 언질을 준 모양이다. 어쩌면 자기가 떠나 있는 동안 신세를 지게 해달라 개인적으로 부탁을 했을 수도 있다. 아버지 존과 친구인데다 오랫동안 윈체스터 가족과 알고 지냈으니 낯가림이 심한 딘이라고 해도 동생을 돌봐달라 고개를 숙일 법도 하다.
《샘이냐? 긴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이쪽으로 오거라. 나와 같이 있자꾸나.》
이 묵직한 사내는 어쩐지 안쓰럽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게 꼭 키우던 개를 잃어버리고 밤새도록 동네 한 바퀴를 돈 꼬맹이를 눈앞에 둔 사람 같았다. 그것이 샘의 불안감에 부채질을 했다. 지금의 바비는「네가 사랑하던 개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다」라는 말을 도저히 꺼낼 수 없어 끙끙 속앓이를 하는 어른처럼 굴고 있었다. 가뜩이나 등이 차가워 미칠 지경인데 굵은 얼음 알갱이로 문지르는 행위였다. 샘은 짧게 호흡하며 속으로 10부터 1까지 숫자를 거꾸로 세었다.
『형이 말도 안 하고 없어졌어요. 딘이 어디로 간다는 이야기를 아저씨께 하진 않았나요.』
《안 했다. 네 형의 보기와는 달리 입이 의외로 무겁다는 건 너도 잘 알 잖니.》
『알았어요. 그럼 전화 끊을게요. 안녕히 계세...』
《샘!》
『죄송하지만 많이 급해서요. 빨리 딘을 찾아야 해요.』
바비가 황급히 수화기를 고쳐 잡는 기척이 들려왔다.
《관두거라.》
『왜요?』
《왜라니! 때로는 같이 움직이는 것보다 혼자 움직이는게 능률적일 때가 있는 법이란다. 너도 나름대로 헌터니까 잘 알잖니. 네 아버지도 종종 그러고 했다. 딘은 제대로 옳은 판단을 한 거야.》
옳은 판단 좋아하시네. 샘은 답지 않게 냉랭한 목소리를 냈다.
『틀려요, 바비 아저씨.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같이 움직이는게 모두에게 좋은 거예요.』
《글쎄다...》
바비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두 사람 모두 자식놈과 다를 바 없으니 딘도 걱정되고, 샘도 걱정이 되는 것이리라. 그래도 유능한 헌터이자 직업 퇴마꾼인 그는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단독 행동에 들어간 딘이 옳다고 여기는 듯했다. 묵직한 한숨이 그래서 터져나왔다.
《샘?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딘은 곧 돌아올게다. 그러니 너도 몸을 숨기는게 어떻겠니.》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바비 아저씨. 전화는 이만 끊을게요. 그리고 딘에게서 행여나 연락이 오면 제가 하는 말을 꼭 전해주세요.「두고 봐. 팬티를 확 벗겨버릴테다!」라고요.』
당황한 바비가 훅 숨을 들이마시는 것과 동시에 샘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로드 하우스에선 주인인 앨런이 아니라 악동 애쉬가 전화를 받았다. 한창 바쁜 시간대인 모양이다. 주변으로 술꾼들이 내는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려왔다. 서빙을 하는 건지, 아님 눈이 풀린 주당들과 섞여 같이 나발을 부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 아수라장의 상황에서 애쉬는 낄낄 웃기부터 했다.
《저런, 이게 누구신가. 샘 윈체스터 아니우. 형제분들끼리 또 싸우셨수? 아까는 형님이 전화하더니 이번엔 동생분이네.》
긴장한 샘은 전화기로 귀를 바짝 가져갔다.
『어... 딘이 뭐라고 했는데?』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소리를 내며 애쉬가 코를 들이마셨다.
《적에게 내가 어디 있는지 절대로 알리지 마라. 아울러 샘에게 협조하면 넌 죽은 목숨이다.》
『애쉬!』
왁자지껄한 술집 배경음이 더 커졌다. 애쉬는 수화기를 절반만 귀에 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쥬크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도플러 효과처럼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그랴 그랴, 이 몸은 잘 알고 있수. 하지만 난 단단히 입막음을 당한 상태라서... 댁의 형에게 주먹질 당하고픈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거들랑. 게다가 딘이 주먹질을 하면 살인은 안 된다고 형씨가 정색하고 뜯어말릴 거 아뇨. 반대로 그쪽이 주먹질하면 딘은「오, 내 동생이 드디어 남자가 되었다~♬」이러면서 나는 몰라라 뒷짐만 지겠지. 계산기를 아무리 두둘겨봐도 딘 윈체스터에게 붙는게 나에겐 유리하더라고. 그러니까 샘 윈체스터씨? 형님 행방에 대해선 묻지 마쇼. 알아도 이 몸은 말 못한다오. 아 참, 빈 방은 많으니 언제든 오시라고 앨런이 전해달랬수. 그럼 바빠서 이만... 어이! 그건 내 맥주야! 왜 허락도 없이 가져가는 거야! 그래! 나는 종업원이다! 허나 종업원도 술은 마신다! 씨불렁...》
『애쉬? 애쉬! 다른데 정신 팔지 말고... 앨런과 직접 통화하고 싶어. 바꿔줄 수 있어?』
그래봤자 이미 그는 시큰둥한 눈치다. 다리를 흔들며 건들거리는 히피의 모습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그려졌다. 미지근하게 식은 콜라를 빨대로 한 모금 빨았다는 식으로 쳇 소리를 냈다.
《아줌마는 무지 바쁘시다오. 그나저나 언제 오실라오? 일정을 알아야 방을 미리 치워두지.》
『거기로는 가지 않아. 난 딘을 찾으러 갈 거야.』
《그랴? 바보 짓 한다고 앨런 여사께서 나중에 따끔하게 한 마디 할 걸?》
『물론 그러겠지.』
《걍 고집부리지 말고 이리로 오시지? 요즘 내가 진짜로 좋은 물뽕을 구했는데 공짜로 조금 줄게. 죽여줘. 순식간에 간다니까? 천국에서 아가씨들이 알로하 댄스를 춘다고. 행복으로 질주하는 고속도로야. 속도 위반으로 쓰러질 지경이지. 어때?》
『나중에.』
《.......... 씨씨.》
로드 하우스의 악동은 길게 권하고픈 생각은 없다며 코를 킁킁거렸다. 전화는 곧 끊겼고, 샘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떨궜다. 그렇다면 이제 나머지 사람들에게... 번호를 누르려던 손가락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길을 인도해줄 별빛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다. 샘이 가지고 있는 수첩은 얇았고, 그나마 살갑게 안부 인사를 나누던 헌터들은 악마에게 빙의된 메그에게 목이 잘려 운명을 달리한 뒤다. 샘은 사막의 별빛이 곧 먼지 구름에 가리워져 곧 보이지 않게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되면... 그는 곧 길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모텔을 잡을 기력도 없었다. 늘 하던 버릇대로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으로 기어들어간 샘은 몸을 둥글게 말고 눈을 감았다.
『아빠...』
눈두덩이가 숯덩이처럼 뜨거워지면서 저도 모르게 약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날 도와줘요. 제발... 부탁해요.』

반경 2km 안으로 접수된 자동차 도난 신고 접수 내용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났다면야 모르겠다만, 그의 성격이라면 차를 훔쳤을 것이다. 단, 주 경계선을 벗어나면 훔친 차를 바로 버리고 다른 차로 갈아타기 때문에 계속적인 추적은 결코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참을성이 요구되는 일이다.「격분」과도 흡사한 지금의 마음가짐으론 불가능하다.

손으로 턱 아래를 쓰다듬다 말고 눈물이 말라 빡빡해진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보니... 머리에 구멍이 뚫려 죽은 여자가 자동차로 쫓아오면서 입에 담았던 말이 뭐였더라. 입술을 깨물고 느릿느릿 고개를 흔들었다.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여자의 앵앵거리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힌트를 줄게.》
술집 바빌로니아!

그리하여 간판을「바빌로니아」로 적은 모퉁이 술집으로 재앙이 닥쳤다.
거인은 이미 몇 잔의 술을 들이킨 상태였다. 붉게 변한 눈동자로 사방을 쏘아보며 손님들을 밀치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발잔등을 심하게 밟힌 뜨내기 여행자가 제발 조심하라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래봤자 덩치가 남산만한 사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곧장 카운터로 진격했다. 주문받은 데킬라를 준비하던 바텐더가 놀라서 눈을 휘둥글 떠보였다. 짐승 같은 사내가 살기를 드러낸 채 테이블로 두 손바닥을 짚었다. 그 모습이 워낙에 위협적이라 바텐더는 숨겨둔 장총을 잡고자 슬그머니 손을 아래로 내렸다. 이건 완전히 강도다. 이제 곧 그는 금전출납기에 들어간 현금 전부를 내놓으라고 협박을 할...
음, 오해였다. 그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었다.
『딘을... 어쨌어.』
『뭐요?』
『우리 형을 어쨌느냐고!』
『당신, 돌았소?!』
『내놔! 당장 돌려줘!』
『어디서 행패야~!!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 알지도 못 하는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는 법이 어딨소?! 사람을 찾는 거라면 경찰소로 가시오! 여기선 술만 파니까!』
『우리 형... 몰라? 딘 윈체스터라고 하는데... 정말 몰라?』
『취했구먼, 이 친구 꼭대기까지 취했어.』
『여기 이름이「바빌로니아」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딘을 알 거 아냐. 알잖아!』
『간판 이름이랑 그거랑 뭔 상관이오! 차라리「이라크의 후세인과 친구지?」라고 물어봐줘요.』
『정말 몰라?!』
『보이스카웃 선서라도 할까요. 모르오.』
바텐더는 입에서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불곰의 등짝을 밖으로 내밀었다.

또 다른「바빌로니아」에서는 패싸움이 벌어졌다.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만 골라서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으니 오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애인이 필요한 거라 오해한 남자가 자기랑 같이 호텔을 잡자며 수작을 걸어왔다. 샘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는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 자식! 딘에게도 그렇게 말했어?! 말했냐고!』
『이봐? 진정해. 난 딘이라는 사람은 몰...』
『같이 잤어?! 제기랄, 같이 잤냐고~!!』
『뭐?』
『용서 못 해. 죽여버릴테다.』
이쪽 대답은 제대로 듣지 않고 손등 껍질이 벗겨지도록 멋지게 후드려 팼다.
그걸 말려보겠다고 사람 다섯이 덤벼들었다.
그래봤자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샘이 숫자상 불리하다고 뒤로 뺄 리가 없었다. 의자를 던졌고, 맥주병을 깼고, 한 사람당 연속 펀치 세 방을 날려가며 짐승처럼 표효했다.
『이리로 딘을 데리고 오란 말이야~!!』
그것이 말도 안 되는 투정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으나, 한 점 거짓 없는 진심인 것도 사실이었다.
『돌려줘! 당장 돌려줘!』
누구에게 화를 내는 건지도 모르면서 샘은 울부짖었다.
뒷통수로 딱딱한 물체가 충격을 가하면서 정신이 아득해지기까지, 샘은 외치고 또 외쳤다.

불 꺼진 집에 홀로 남겨지는 건 질색이다.
그런 집이 싫어 도망쳐왔다.
같이 돌아가자고 손을 잡을 때는 언제고.

『멋대로 사라지기나 하고 말이야...』
털썩 쓰러지면서 샘은 원망을 하나 가득 담아 투덜거렸다.

Posted by 미야

2007/03/14 23:13 2007/03/14 23:13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344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670 : 1671 : 1672 : 1673 : 1674 : 1675 : 1676 : 1677 : 1678 : ... 197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993915
Today:
85
Yesterday:
245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