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상생활76

※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이제 막 주인공 - 하프 뱀파이어인 일케드가 범인을 뒤쫒아 건물 옥상에서 옥상으로 건너뛰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보름달이 떴기 때문에 그의 도약은 불안하다. 그의 우아하고 영특한 파트너 싱라는 그 시도가 무모함에 가까우며 아래로 추락할 거라 경고한다. 일케드는 싱라를 돌아다보며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죽음 따윈 상관없다는 듯이... 그는 자살하려는 걸까. 여자가 비명을 지른다 - 마이클, 식사 가져왔어요.
출판사 직원 애나의 침입으로 고조되던 흥이 깨졌다. 서둘러 델리트 키를 눌러 오타가 난 단어를 지우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어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20분. 배꼽시계의 알람이 멈춘 것도 오랜만이다. 배가 고프다는 것도 잊고 열중한 탓에 작업 분량도 예상보다 많았다. 만족스러움을 표현하며 기지개를 켰다.
『아이고 삭신이야... 점심 먹는 것도 잊고 있었어.』
『중국요리를 가져왔는데 괜찮죠?』
『그럼요. 뭐든지 잘 먹습니다.』
『일은 잘 되어가나요? 마이클.』
『뭐, 그럭저럭. 처음엔 답답했지만 이렇게 호텔에 처박혀 글만 쓰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 생각보다 집중도 잘 되고... 버릇이 되면 곤란할 것 같아요.』
가져온 요리의 포장을 풀던 애나가「어머~ 버릇이 되면 큰일이죠. 아예 호텔로 거처를 옮기시려고요?」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그리고는 짐짓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놓인 소설가의 노트북을 탐욕스럽게 쳐다보았다. 미완성 원고는 메모리스틱에 저장되어 마이클의 바지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알았다면 그녀의 끈적거리는 시선은 소설가의 바지로 집중되었을 터.

『그거 아세요? 최초의 휴대폰 통화는 1973년에 뉴욕 힐튼 호텔에서 이루어졌데요.』
『그래요? 그거 재밌네요.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승강기에 같이 탔던 남자가요. 아주 잘 생긴 남자였어요.』
『오, 맙소사. 애나, 당신... 호텔에 와서 헌팅당한 거예요?』
마이클의 놀림에 애나가 혀를 베에 내어밀었다.
『설마요. 포장된 중국요리를 들고「이걸 보고 누가 뭐라고 하면 어쩌지」전전긍긍해 하는 여자를 잘도 꼬시겠네요. 그냥 잡담만 한 거예요.』
일단 부정조로 말을 했지만 잘 생긴 남자가 웃으면서 말을 걸어온게 내심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작업 일정에 대해 속으로 가만히 계산하더니 봐준다는 식으로 오늘 저녁 하루는 노트북을 끄고 놀아도 괜찮다 허락하는 걸 봐선 더더욱 그러했다.
『어깨가 아프죠? 근육이 굳었어요. 몸도 풀 겸 수영장에 가봐요. 여기에 멋진 온수풀이 있다네요.』
『하지만 집에서 수영복을 안 가져왔는데요.』
『마이클, 당신은 부자잖아요... 짜증이 나려고 하네. 수영팬티 하나 정도는 그냥 사요.』
또 야단맞았다. 마이클은 멋쩍게 웃으며 쥐고 있던 젓가락을 휘적거렸다.

하지만 수영팬티는 결국 사지 못했다.
방해하지 말라는 푯말을 무시하고 갑자기 불청객이 쳐들어왔다.
노크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마이클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달아났다.
『제기랄. 방 번호는 어떻게 알아냈는가...』
『프론트 직원에게 뇌물을 좀 먹였지. 우후후.』
무시한 채 문을 도로 닫으려 했으나 눈치가 빠른 친구는 발부터 들이밀고 보았다.
『아악~!! 내 발~!!』
그리고 건물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운동화를 벗고 멍이 든 발을 문질거리느라 바쁜 친구를 향해 윽박질렀다.
『이건 나쁜 짓이야, 로건.』
『뭐가.』
『이런 쓸데없는 참견들 말일세! 협박편지도 자네 짓이지?』
그런 일 없다고 부정하는 애나를 살살 굴려 문제의 편지들을 직접 보았다.
프린트로 출력된 편지를 보는 순간 느낌이 딱 왔다.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니 아귀가 딱딱 맞아 들어갔다.
『경찰서에 그걸 가지고 가서 신고할 수도 있어, 로건』
심각한 이야기였음에도 IT 천재 갑부는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팠다.
『음... 그래봤자 거기서 지문 따위 안 나올텐데. 내가 협박편지를 보냈다는 증거가 어딨어.』
『증거 얘기는 관둬. 난 지금 화가 단단히 났네. 왜 내가 책을 쓰는 일을 방해하고 그러나. 단순히 그게 재밌어서 그래? 내가 자네 장난감이야?』
비난을 들은 로건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냐. 실제로 자네가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그런 거야. 마이클, 네가 모르는게 있어. 출판사에 연락해 자네를 집에서 나오게 만들어 호텔에 통조림 시킨 것도 바로 날세. 집은 안전하지가 않았어.』
『맙소사 무슨 위험?! 난 뱀파이어가 자경단으로 활약하는 쓰레기 내용의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고!! 세상에서 날 죽이고 싶어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난 소설가라고, 소설가!』
로건의 표정이 다시 바뀌었다.
『나도 아네. 그런데 그 소설가라는 건 자네의 본업이 아니라 부업이잖나.』
그리고는 위험한 사람이 붙었으니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한다며 마이클의 손을 덥썩 잡아당겼다.

두 사람은 비상계단을 따라 허겁지겁 내려갔다.
『위험한 사람이 붙었다는게 뭔가.』
『전직 CIA 요원일세.』
『뭐어?!』
마이클을 울부짖었다. 지금 CIA 요원이라고 했나.
『나는 애국자야!! 세금도 꼬박꼬박 다 냈다고~!!』
『진정해, 이 친구야. 현직이 아니라 전직 CIA 요원이라고 했잖나. 자네가 세금 잘 내는 애국자여도 그들은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신문에 기고했으니 본때를 보여주려고 할 걸세. 아니면 자네만 알고 있는 증거를 없애버리려 할 수도 있지. 이게 다 자네가 6개월간 준비 중인 폭로 기사 때문이라네. 고위 경찰 관계자가 은폐한 살인 사건을 조사했지?』
계단 난간을 움켜쥐고 재차 울부짖었다.
『언제부터 알아차렸어? 로건.』
『내 직업이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프로그래머야.』
『자네가 프로그래머라는 것과 내 진짜 직업이 자유기고 칼럼니스트라는게 무슨 상관이 있지?』
『그건 바로 내가 독자적으로 문장 분석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 수 있다는 거지.』
『무슨 프로그램?』
『문장 분석 프로그램.』
1992년에 익명으로 출판된 인기작「프라이머리 컬러스」의 저자가 뉴스위크지의 컬럼니스트인 조 콜라인임을 밝혀낸 것도 문장 분석에 의해서다.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유세를 풍자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디테일한 내용에 감탄한 독자들은 이 글을 쓴 작가가 누구인가 의심하며 말들이 많았다. 이걸 소설의 어휘 분석을 통해 범인(?)으로 지적된 사람이 조 클라인이었고, 극성맞은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가 원고 교정 필체를 최종 확인해서 작가가 그 사람이 맞다 확인 사살을 해버렸다.
『내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어?』
『당연히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세상에는 비밀은 없어, 마이클.』
자세를 잔뜩 낮추고 비상구를 빼꼼 연 로건 피어스가 조심해서 따라오라 손짓했다.
마이클은 엉엉 울면서 네 다리로 기었다.
그리고 곧 사색이 되었다.
척 봐도 무섭게 생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불쑥 나타났다. 그는 왼손에 총도 쥐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13/02/19 13:11 2013/02/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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