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미싱헌팅 3

※ 수퍼내추럴 2기 방영 기념, 아이구 멋져라 딘 - 그게 슬레이어즈완 무슨 상관이래? ※


『무드도 없고, 상식도 없고, 매너도 없고...』
『좀 조용히 해주시겠습니까, 제르가디스 씨.』
넘어진 키메라를 이때다 하고 깔고 앉은 나는 만장하신 가운데 그의 셔츠를 벗겼다. 단 둘이서, 그것도 침대 위에서, 달빛 어두운 밤중에 은밀히 벌어진 일이었다면야 마음에 제법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야로 시끄러운 구경꾼이 둘씩이나 있는데다 장소는 딱딱한 마룻바닥이다. 색정적이긴커녕 이건 레슬링과 닮았다.
『나는 다쳤단 말이다. 환자란 말이다. 심하다는 생각은 안 드나.』
『바락바락 대들면서 환자라고 하면 아무도 환자 취급 안 해줍니다.』
처음엔 미친 사람처럼 발버둥치던 제르가디스는 그래봤자 자기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던지 반항을 멈추고 곧 체념했다.
그래, 볶아라. 구워서 먹어라. 부탁이니 밧줄에 칭칭 묶어 살라미 소시지인양 천장에 매달지만 마라.
그는 손가락으로 마룻바닥을 톡톡 치며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삼키려 애썼다.
좋았어, 마지막 단추! 몸통을 활짝 벗기고 리나에게 그를 넘겼다. 바톤 체인지!
『진작에 협조 좀 할 것이지. 그런데 이게 뭐야. 왜 이리 말랐어. 밥은 먹고 다니냐, 제르.』
『시끄럿. 이게 무슨 살인의 추억 리메이크인줄 알어?』
『갈비뼈로 기타 치게 생긴 주제에 말은 많다.』

쭈그리고 앉은 리나는 그의 몸을 옆으로 굴려 옆구리에 생긴 타박상, 내지는 찰과상이 잘 드러나도록 했다. 상처들은 검붉고 둥글었다. 그녀는 조심해가며 손가락으로 불에 덴 듯한 자국들을 지긋이 눌러봤다. 그러면서 제르가디스의 표정을 주의깊게 살폈다. 원래 이 소년은 죽도록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손톱의 절반이 부러져 나가도 점잖게 음, 하고 딱 한 마디만 한다. 그래서 속눈썹 떠는 것까지 세심하게 봐야 진실을 알 수 있다.
『뼈는 안 부러졌군. 은총알에 얻어맞은 것치곤 양호해. 일주일 정도 잘 쉬면 괜찮아질 거야.』
여기까지 말하고 통나무를 굴려 도로 똑바로 눕혔다 - 라기 보다는 똑바로 눕히려고 애썼다. 무게가 꽤 나가는 통나무인지라 자체 협조 없이 옆으로 굴리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통나무는 지금 무쟈게 삐졌다. 따라서 제르가디스의 응용 회회편 한 마디엔 지금「협조」라는 단어가 흔적도 안 남기고 삭제된 상태다.
조금만 굴러가면 안 되겠니. 리나의 표정이 더 나빠졌다.

『하지만 제르가디스? 옆구리는 몰라도 어깨는 일주일가량 쉰다고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아.』
독특한 별 무늬가 나타난 부분은 손가락으로 누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거무칙칙한 살색. 거기다 약초로 덮었어도 들큰한 냄새가 나고 있다.
가까이에서 코를 킁킁거린 리나는 콧잔등을 잔뜩 찌푸리곤 고개를 돌렸다. 더럽고 징그러워서라기보단, 불안해서 그런다는 걸 나는 재빨리 눈치챘다.
체열은 높지 않으니 상처 감염으로 인한 염증은 아니다. 이게 염증이었다면 세균과의 전쟁 탓에 진작부터 이마가 펄펄 끓었다. 그렇다는 건 순전히 마법적 데미지라는 것인데... 리나는 머리를 긁었다가, 천장을 노려보다가, 끙 소리내고 팔짱을 꼈다. 결론이 거기에 이르자 난감해하는 눈치다. 마력을 물리적 타격으로 바꾸는 공격 주문이라면 자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상흔을 남기는 주문 - 저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아는게 그리 많지 않다. 거기다 지금 그를 갉아먹고 있는 건 결계 밖 사람이 만들어낸 저주다. 듣도 보도 못한 종류일 수도 있다. 리나는 그점이 걱정되는 눈치였다.

『정화된 소금으로 문질러봤어?』
『성수로 씻어도 봤지.』
『통상적인 방법으론 안 된다는 건가.』
『글세다. 뭔가 하나는 걸리겠지. 허나 이 경우엔 일반적 방법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가 돼. 내가 아는 저주를 푸는 방법만 3,400여가지나 되는데 그걸 하나하나 시험해보다간 할아버지가 되어 죽어버려.』
『음...』

무거운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제르가디스는 누룩 빠진 떡을 씹은 표정으로 두로 셔츠를 주워다 입었다.
리나는 골똘히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성큼걸음으로 방안을 왔다갔다 거닐었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하는 셜록 홈즈인양 그 눈빛은 날카로웠다.

『하는 수 없군.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지. 그래서 말인데, 제로스.』
마침내 인간의 여자가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얌전히 두 손을 깍지 꼈다.
나는 왓슨. 범인을 체포하러 가자고 말하는 탐정에게 무조건적인 헌신을 바치는 바이다.
『예, 리나님.』
『가서 렛셔 데몬 한 마리 좀 불러줘.』

짜장면 집에 연락해서 짬뽕 한 그릇 가져다 줘 - 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였다. 그래서 엉겹결에「곱배기 말고 한 그릇이오?」라고 천연덕스럽게 반문할 뻔했다. 하지만 퍼득 정신이 들었고, 나는 그녀가 요구한 것이 짬뽕도, 만두도, 볶음밥도, 해파리 정식도 아닌 렛셔 데몬이라는 걸 깨달았다.
순간 있지도 않은 피가 다리로 쏠렸다.
『여, 여, 여보세요?』
『왜? 어려운 주문은 아니잖아. 가서 렛셔 데몬 한 마리 불러와. 할 수 있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없어요!』
하얗게 질려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말도 안돼! 결계 밖 신족들이 이 사실을 알아봐. 당장 전쟁이다. 가뜩이나 결계 파괴 이후 양쪽의 신경전이 장난 아닌 수준이다. 이 마당에 나 같은 순수 마족이 인간들이 사는 마을 한 가운데서 하급 마물을 불러내었다간「이참에 한 번 해보자는 거냐」라고 날뛰며 드래곤 한 부대가 출동한다. 내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예요, 리나 인버스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요, 라며 변명해보리? 내가 생각해봐도 웃기지도 않는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그런 까닭에 뒤로 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리나님이 그냥 소환하시지요. 리나님 실력이라면 간단할 거 아녜요.』
『얼씨구? 그 정도 일에 뒤로 빼는 겨? 내가 마왕을 불러달랬냐, 세계를 멸망시켜 달랬냐. 조무래기 하급 마족 하나 불러달라고 했는데 왜 땀을 뻘뻘 흘려.』
『차라리 세계를 멸망시켜 달라고 부탁하신다면 그건 들어드리겠습니다. 이 제로스, 신념과 이상과 목숨을 다바쳐 리나님 분부대로 어떻게든지 세상을 끝장내겠습니다. 하지만 렛셔 데몬은 소환 못 해드립니다.』
『공짜로 부탁한다고 그러기냐. 짠돌이 같으니라구. 알았다. 100원 줄게.』
『500원을 주신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알았어! 1,000원. 됐지?』
『우와악~!! 안 된다니까요!!』
『인심 팍팍 쓴다! 1,500원! 그럼 약속한 거다? 됐스~』
가우리와 제르가디스가 어이 없다며 고개를 흔들어댔다.
아무렴, 세상엔 날강도가 너무나 많아 렛셔 데몬 소환에 겨우 천 오백원 주겠다는 마법사도 있다.
우씨. 만원은 줄 것이지... 투덜거려봤자 이미 그녀는 내 말은 듣고 있지도 않다.

『좋아요, 시키는대로 일단은 해보지요. 그런데 이건 무슨 작전인 건가요.』
『이른바 귀 있는 사람은 들을지어다, 작전. 자, 렛츠 고~!』
가우리를 옆구리에 꿰찬 리나는 작정했다는 투로 음식점과 술집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맨 처음 마을로 들어왔을 적엔 행여 미행이 있을지 모른다며 바닥에 배를 납작하게 깔고 돌아다니더니, 지금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느냐는 식이다. 호쾌하게 웃으며 고소한 음식 냄새를 찾아 코를 벌릉거렸다. 그렇다. 배가 무지 고픈 나머지 여느 때처럼 음식점 싹쓸이에 나섰다... 가 아니라.

나는 조금 불안해졌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메뉴판을 집어들고「렛셔 데몬이 출현하는 마을치곤 제법 조용하잖아? 게다가 음식도 맛있어 보여」라는 말을 대놓고 떠들어댔다. 커피를 마시면서, 토스트를 주문하면서,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입에다 넣으면서「렛셔 데몬」어쩌고 하면서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배 따스하고 입이 즐거운 해파리 검사는 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래도 이쪽은 다르다.
『아까 무어라 하셨죠. 귀 있는 사람은 들을지어다 작전?』
귀 없는 사람도 데몬 어쩌구리 하는 말을 듣고 겁을 내고 있는데?
1,500원짜리 코코아 - 일회용 싸구려 인스턴트를 마시다 말고 신음했다.
『리나님, 제발. 목소리 좀 낮춰요.』
『쉰 소리! 메로우 가의 형제들을 불러내려면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반나절을 떠들어댔는데 가만히 있으면 은탄환 제임스의 아들이 아니지. 자자, 확성기 가져와라. 렛셔 데몬이다아~!』
그 덕분에 커피를 나르던 웨이츄리스가 얼굴색이 달라져선 180도 빙글 돌아 왔던 길로 돌아갔다.

결론적으로 리나의 말은 옳았다. 렛셔 데몬이라는 단어에 귀가 아파질 무렵, 형제들은 꿀단지 냄새를 맡은 곰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알아서 납시었으니까.
고개를 들어보니 키가 작은 쪽이 화장실로 가는 입구를 가로막고 서서 눈을 야리고 있었다.
형으로 짐작되는 큰 쪽은 열 걸음 정도 떨어져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변을 경계했다.
『어이. 할 말이 있다. 잠시 조용한 곳에서 얘기 좀 하지.』
그렇게나 기다렸던 주제에 리나는 시선도 주려 하지 않았다.
『그건 곤란한데. 손 씻고 저녁 밥 먹으러 자리로 돌아가야 해. 나중에 얘기하면 안될까.』
『꼬맹이? 기다려. 이건 밥보다 더 중요한 거야.』
지금 무시라. 꼬맹이? 맙소사. 저 인간, 간덩이가 부었다.
아니나 다를까, 분노 게이지 200%의 리나의 킥이 디크 메로우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누가 꼬맹이라는 거냐, 누가~!!』
예고도 없이 발길질을 당한 디크는 어안이 벙벙한 눈치다. 재빨리 팔을 들어 공격을 가로막았지만 다리 길이도 짧은 여자가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곤 짐작도 못했을 거다. 퍽, 하고 먼지가 피어 올랐다.

『디크!!』
공간이 좁은 관계상 멀직히 물러서있던 키 큰 쪽이 화들짝 놀라 성큼 걸음으로 달려왔다.
션은 디크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컸다. 덩치도 두 배였다.
화가 단단히 난 눈치다. 발도장이 찍혀 벌겋게 달아오른 디크의 팔을 보곤 흥분해서는 손가락질까지 해가며 언성을 높였다.
『뭐야, 당신. 얘기만 하자는데 싸움 거는 거야?』
『시비는 그쪽이 먼저 걸었잖아! 누구더러 꼬맹이라는 거야!』
『미안해. 실언이었어. 꼬맹이라 불러 잘못했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주먹질부터 하기냐.』
『흥! 주먹질은 하지 않았어. 발길질 했지.』
『좋아. 발길질 했다는 건 인정하는 거지? 그럼 사과해! 디크에게 사과하라고.』

어른 둘이 지나가면 꽉 차는 공간이었다. 거기다 먼지 쌓인 빈병까지 차곡차곡 구석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좁아 죽겠는데 서로 물러 설 생각은 하지도 않고 껌 내놔라, 밥 씹어라 하면서 말싸움을 그치지 않고 있으니 이만한 민폐도 없다.
리나에게 발길질 당한 쪽도 당황한 표정으로 션을 끌어당겼다. 대중 음식점 화장실 앞이다. 장소가 나빴다. 커다란 남자와 조그마한 여자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으니 이거야말로「동네 사람들아, 여기 재밌는 구경 났소~」다.
소동을 눈치 챈 홀 안의 사람들이 목을 빼고 흘깃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안 좋다. 나 역시 리나를 잡아당기며 말렸다.

『션. 진정하고 앉자. 응? 내가 다 창피하다. 여자랑 말다툼 하는 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란다.』
『자자! 리나님도 앉읍시다. 사람들이 죄다 쳐다보고 있다고요.』
『션! 이 형이 그만하라고 했다. 안 들리냐. 그만 눈 깔어.』
『맞아요, 그만하세요. 밥부터 먹읍시다.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이미 식탁에 앉은 가우리씨가 우리는 빼놓고 모듬 해물 전골을 죄다 먹어버릴지도 모른다고요.』
가우리가 혼자서 마구 먹어버릴 거라는 말에 반응, 리나가 내쪽으로 시선을 얼른 돌렸다.
『엇, 그럼 곤란하지. 통새우는 내 거라고 미리 침 발라 놓았는데.』
그러다 퍼득 뭔가를 깨달았는지 디크 메로우를 향해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지금 그깟 새우가 문제냐. 어쩐지 경악의 표정이다.
『형? 댁이 형이라고?』
그리고 쓸데없는 말을 덧붙였다.
『그쪽이 작잖아.』

디크의 눈빛이 심각하게 어두워졌다. 더하기 목소리 톤도 낮아졌다.
『이봐! 이렇게 나오면 나도 댁의 팔뚝으로 신발 도장을 콱 찍어놓을테다. 뭘 보고 내 키가 작다는 거야! 난 표준 사이즈란 말이야! 내 동생이 표준 사이즈 오버지. 난 키가 작지 않아!』
리나는 헤, 하는 표정으로 형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랬다. 자세히 보니 디크의 눈가로 잔 주름이 많다. 찡그릴 적마다 주름의 명암이 짙어졌다. 션은 키가 커도 어쩐지 맹해 보이는 것이 아직 어린애의 느낌이 남아 있다. 곱슬거리는 앞머리가 귀엽게도 보인다. 거구라는 점만 빼면 풋풋한 청년이다. 반면 디크는 닳고 닳은 아저씨의 냄새가 났다.
『이번엔 아저씨냐?! 난 아직 26세란 말이야!』
디크는 팔을 활짝 벌린 채 세상의 종말에 대하여 불평했다.
『내 어디가 닳고 닳은 아저씨처럼 보인다는 거야. 어휴!』
이래서 10대 소녀는 딱 질색이라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Posted by 미야

2006/11/09 15:00 2006/11/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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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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