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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스텝파더 스텝.
엉뚱하다 못해 코믹하다. 쓰러져 웃다가 결국엔 고개를 끄덕이게 되어버린다.

프로 도둑 - 폭력을 싫어하는 나는 괜찮은 먹이를 소개받고 작업에 들어간다. 고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여자 혼자 사는 집이다.
음, 방범 장치가 만만치 않다.
그렇담 옆집 지붕을 통해 들어가자, 라고 작정하고 로프를 걸고 올라가는 순간 벼락이 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물체가 둘로 보인다.
아니, 원래가 둘이다.
보조개 빼면 구분도 가지 않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들은 벼락 맞고 지붕에서 떨어진 나를 또랑또랑 쳐다본다.
- 우리, 지문도 채취해 놓았다? 감옥 가지 싫지? 그렇담 우리들 아버지가 되어줘.
벩 소리를 내어보지만 이미 걸려들었다.
엄마와 아빠가 각자 바람나서 가출, 졸지에 고아처럼 되어버렸지만 이 열 다섯 나이의 쌩뚱맞은 쌍둥이는 가볍게 어깨만 으쓱인다. 애들이 똑똑하면 부모가 탈선한다. 학교도 잘 나가고, 밥도 잘 해먹고, 은행 융자도 잘 갚아 나가면서 또릿하게 살아나간다. 냅둬도 잘 살겠다.
- 그런데 왜 날 아버지라고 부르는 거냐니까!
서른 다섯의 총각인 나는 그리하여 인생의 참맛을 깨닫는다. 자고로 여자보다 더 무서운 건 아이들이다.

무거운 색조의 [이유] 그리고 [모방범] 에 조금은 질려있던 찰나에 이렇게 밝고도 위트 가득한 소설을 접하게 되어 기뻤다. 한편의 행복한 [인간 극장, 홈 스토리] 같다.

Posted by 미야

2006/09/15 14:16 2006/09/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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