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시저의 고스트?

수퍼맨 리턴즈를 다 보고난 뒤에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은 것은...
강력 헤어 젤로 단단히 고정시킨 동그란 앞 꾸밈 머리. 라는 건 농담이고요.
이상하게 반복하여 리플레이 되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악당에 의해 합성 수정석이 바다 한복판에서 무한 복제되면서 미 대륙이 들썩입니다. 이 와중에 클라크가 근무하는 신문사 건물도 손상을 입는데요, 지붕에 장식된 둥그런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아래 사람들을 덮치려 합니다. 극강 위기 상황에서 쏜살같이 나타난 수퍼맨은 둥그런 철 덩어리를 아래서부터 떠받들어 자칫 벌어질뻔한 대형 참사를 막습니다.

그걸 코앞에서 목격한 편집장님 한 말씀.
- 위대한 시저의 고스트.

이게 아주 묘합니다. 둥근 구조물을 떠받드는 수퍼맨의 자태는 제일 먼저 아틀라스를 연상시킵니다. 지구를 지탱하는 신, 아울러 지구를 존재하게 하는 신... 그런데 이 이미지는 다시 채플린의 영화「독재자」의 유명한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풍선으로 만든 지구의 모형물을 두 팔로 동동 떠올리며 좋아라 하던 독재자는「지구를 떠받드는」아틀라스의 동작으로 지배욕을 드러냅니다. 이건 (지구는) 내 팔 안에 있소이다, 하면서 네모난 콧털을 붙인 아돌프 히틀러 분장의 독재자는 지구 모형물을 던졌다 다시 품에 받습니다. 형벌로 고통스럽게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아틀라스의 자태는 그리하여 지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의 상징으로 뒤바뀝니다.
편집장은 아마도 이걸 떠올렸을 테지요.
그래서 위대한 시저 = 황제가 됩니다. 그는 지배자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한) 독재자입니다.
수퍼맨이「위대한 미국」의 상징이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을 터이고...
여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 고스트?

공각기동대에서 고스트는「혼핵」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사랑스런 타치코마가 그토록이나 애타게 짝사랑했으며, 부러움의 대상이자 동경의 꿈으로 여긴 것이 바로 고스트입니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자 어떠한 테크놀러지에 의해서도 손상받지 않는 궁극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편집장은 위대한 시저의 혼이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린 걸까요?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유령, 망령, 귀신.
에베- 사전 그대로라면 편집장은 수퍼맨더러「위대한 시저의 망령」이라 읊조린 것이 됩니다.
직역하면 절대로 되지 않는, 그러니까 한국어로 옮기면「고양이 요람」식이 되어버리는 영역인 건가.
그렇다고 해도 등줄기가 오싹합니다.
수퍼맨의 등장에도 박수를 치지 않고 등을 곧게 하고 선 이 백전노장의 언론인의 혼잣말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며, 아울러 그 위대한 미국의 상징으로 여기는 수퍼맨더러 카이사르의 행적을 밟아가려는 제국의 망령이라 직격탄을 날린 셈이 됩니다.

뭐냐. 이걸 만든 감독, 무서워지려 한다...

별 생각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꽃돌이를 즐기려다 저게 뒷덜미를 붙잡아 아직껏 생각 중입니다.
수퍼맨에 가슴엔 복실대는 징그런 가슴 털이 하나도 없었다고 좋아했던 것도 뒷전.
뭘까요? 위대한 카이사르의 고스트라는 건?

Posted by 미야

2006/07/11 10:36 2006/07/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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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AYA 2006/07/13 12:33 # M/D Reply Permalink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해석들이 많더군요. 저도 저게 대체 뭔 소린가 궁금했습니다. 생뚱맞게 뭔 시저..아틀라스라면 또 몰라도..
    근데 그냥 편집장님 버전 하나님 맙소사(지저스 크라이스트랑 비슷)라고 하더군요. 그걸 그대로 직역해버렸다는 설이...--
    고스트 어브 시저가 아니라면 시저스 고스트였을텐데, 만일 후자라면 어쩌면 시저스 고스트도 아니고, 지저스 크라이스트인데 편집장님 발음이 좀 신통찮았던 건지..듣는 걸로는 좀체 해독이 안되니. 설마 그리까지 심오한 메시지의 영화일까 하고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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