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침대에 앉아 느긋하게 시간 죽이는 것이 생의 낙인, 이 대단히 낙천적인 암컷 고양이는 머리가 나빠서 주인님의 명령을 이해 못 한다. 그나마 빠르게 배운 것이 [죽은 척하기] 하나다. 나머진 물음표 하나 그리고 멀뚱 쳐다본다. 후지노가 난리발리 치며 설명해도 [어쩌라고?] 표정을 지어 아주 진을 빼놓는다.
뭐, 재주는 안 배워도 살 수 있으니까 상관 없지만.
공중에 던지고 흔들면서 애정 표현을 하고 나면... 토한다. 토한다. 토한다!
뭘 잘못 먹었나 싶어 전전긍긍하고 있노라면 등에 벼룩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거꾸로 뒤집고 훌러덩 댄스를 춘다. 괜찮은 거니 물어보고 싶어진다. 애 끓는 주인님 심정도 모르고 마키는 오늘도 자기 침대의 냄새를 맡으며 꼬리를 흔든다. 장난감 쥐를 마구 물어뜯어 후질그레한 넝마로 만들어놓는 걸 보면 건강한 것 같기도 한데... 마키! 병 나면 안돼!!
아울러 고양이는 유령을 보고 반응한다.
유령의 말풍선엔 고양이에 빨간 가위표가 그려진다. (싫다는 거야, 꺼림직스럽다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키양은 멀뚱 쳐다보는 것으로 반응 끝. 정말 둔하다.
PS : 앵무새는 새장 문을 열어두면 온 방안을 휘젖고 날아다닌다. 이치코 이마씨가 봤으면 달링 러브를 외쳤을 장면이다. 단, 사람이 없고 고양이만 돌아다니는 상황에선 오로지 [우리의 구호 - 새장 속 인생만이 살 길이다!] 라고나 할까. 절대로 우리 밖으로 안 나온다. 고양이가 낮은 포복 자세로 새장을 쳐다보면 앵무새는 홰에서 좌우방향으로 왔다갔다하며 불안감을 표시한다. 그치만 마키는 새를 헤치지 않을 거라... 믿는다. 그렇지? 그렇지, 마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