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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할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애용하는 책방 알바생은 원가에서 10% 할인하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계산기를 달라고 해서 직접 손으로 톡톡톡 찍어서 나온 숫자를 직원에게 보여주고 그만큼 지불했다. 손님이... 가격을 계산하는 법이 어딨어!

아무튼 플리커 스타일이다. 순수하게 표지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고 하면 때릴테야?
책의 두께라던가, 내용이라던가, 가격이라던가, 심지어 작가가 누구라는 것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저 저 표지가 "어서 날 소장해줘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나요?" 라고 속삭였다.
그렇다.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 뉘앙스에서 짐작하겠지만 마음에 그리 들지 않았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보겠다.

- 아침에 일어나 눈을 부비고 보니 텔레비전에서 일기예보를 읊는 기상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졸린 머리로는 TV에서 무어라 말 하는 것인지 영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그 과장된 하이톤의 목소리만으로도 나는 오늘 하루가 대단히 더울 것을 예감했다.

이것이 일반적 문장이다.
이걸 다른 방식으로 적어보겠다.

- 여전히 머리는 멍하다. 눈꺼풀이 풀 발라놓은 것처럼 끈적거렸다. TV에서 빨간색으로 입술을 칠한 여자가 과장된 하이톤의 목소리로 무어라 떠들어대고 있다. 젠장, 외계인 가라사대 오늘도 덥댄다. 하여 눈을 부비며 그 망할 여자의 목소리를 뇌리에서 서둘러 지워버릴 궁리에 빠져들었다.

같은 내용이지만 뭐, 이런 식으로 스타일은 쓰는 사람마다 달라지는 법이다.
전자가 일반적이라면 후자는... 음, 폭력적이랄까, 아님 단편적이랄까. 스타일리쉬하다는 표현도 사용하던데 솔직히 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글자로 보는 데이비드 린치 스타일의 영화같아서 머리가 빙글뱅글 회전하기에 어지럽다.
플리커 스타일은 당연한 얘기지만 후자다. 거기다 작가가 써내려가는 내용은 극악의 극악인지라 소화가 잘 안 된다. (자세한 줄거리는 비밀) 미친 자의, 미친 혈육에 대한, 미친 혈액의 이야기랄까. 읽다가 각혈하기 딱인, 에궁 소리가 절로 나는 그런 이야기다.
오컬트적인 소설을 꽤나 좋아한다면 도전해보자.
결말이 뻔히 보여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

Posted by 미야

2006/09/12 15:32 2006/09/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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