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동식품 미야쨩 프레젠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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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한 가지 하겠다.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에서 코끼리와 결혼한 젊은 상어 친구를 위해 걸죽하니 축가를 불러주었다는 뱃사람의 주장과 리나 인버스가 2층 창문에서 떨어져 발목을 분질렀다는 이야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높아 보이는지?
『당연히 코끼리와 결혼한 상어 쪽이지요.』
리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렇게 입을 모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로 리나의 발목은 댕겅 부러졌다. 아울러 2층에서 뛰어내렸고.
과연 이걸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여기서 제르가디스는 칼침 맞은 시체를 마주한 콜롬보 반장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이, 검시관. 추정 사망 시각은 언제인가?
콜롬보 반장은 담배 하나 끄내들고 입에 물었다.

그녀는 명실상부한 제1급 마도사로 마왕을 때려 잡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 힘이 하도 엄청난지라 어연 바퀴벌레 마족 하나가 자기네 세상으로 스카웃 해가겠다며 매일 방문 밖에서 진치고 기다리는 중이시다. 샤브라니 아빠, 아니. 마왕마저 기억해 두겠노라 못을 박은 인간 여자... 그렇다. 그녀의 실력은 상당하다.
그런 이유로 리나가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에서 투신했다 한들 몸이 상할 리 만무하다. 일류 마법사라는 건 공격뿐만이 아니라 자기 방어에도 일가견이 있는 법이다. 화이어볼로 백두산을 만주 벌판으로 만들 수 있는 여자가 에어 실드 하나 못 만든다면 비정상이다. 정말로 그렇다면 불가사의의 세계 다큐멘터리 감이다.

제르가디스는 눈을 감았다. 그렇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가정은 이러하다. 아무런 주문 영창 없이 높은 곳에서 무작정 뛰어내릴 정도로 리나 인버스가 단순 해파리 바보라는 것, 그게 아니라면 주문 영창을 생략하고 창문 밖으로 몸을 집어 던질 정도로 당시 그녀가 처했던 상황이 매우 위급했다는 것... 자동 저울의 눈금은 후자 쪽으로 기울어졌다.
제르가디스는 여러 상황을 설정하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어떠한 일이 일어났다. 불이 났다던가, 검은 옷의 암살자가 옷장에서 튀어나왔다던가, 지옥의 검정 개가 침대 밑에서 컹~ 하고 짖었다던가, 고향에서 언니가 엽서를 적어 보내길《2층에서 뛰어내려! - 언니가》라고 했다던가.
고민을 해봐도 이거다 싶은 내용이 없었다.

『끙.』
제르가디스는 감았던 눈을 도로 번쩍 떴다. 그리고 깊게 생각에 잠겼다.
리나가 발목을 두 쪽으로 분지르고 난 뒤, 그들 일행은 발이 묶였다. 급하게 리커버리 주문을 걸어 조각난 뼈를 도로 이어 붙였다지만 충격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서있는 동작만으로도 고통을 호소했다. 뛰는 건 고사하고 걷기도 무리였다. 의사는 일주일 가량 무조건 안정을 취하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들은 주저앉았다. 가우리와 제르가디스는 말린 약초를 습포로 만들어 부지런히 그녀의 방으로 가져다 날랐다.

『리나, 이리 와 앉아. 붕대를 감아줄께. 옳지, 발목을 똑바로 하고 다리를 이리로 쭉 내밀어.』
『웃! 힘줄이 당겨서 아파.』
『아픈 게 당연하지. 그나저나 도대체 왜 뛰어내렸어. 귀신이라도 나왔어?』
『에구구! 내 발목!』
『이상한 게 나오기라도 했냐고.』
『그만 좀 잡아당겨! 매듭을 너무 졸라 맸잖아. 살살 좀 해.』
『심심해서 투신 자살 흉내라도 내보고 싶었어? 왜 그랬어.』
『우와악! 끈덕진 남자! 그런 성격의 남자를 여자들은 싫어해.』
『싫어해도 괜찮아. 그러니까 나에게 살짝 말해봐.』

을러도 보고 달래도 봤다. 윽박도 질러봤다.
하지만 리나는 계속해서 대답을 회피했다. 입에다 맹꽁이 자물쇠를 채웠다.
제르가디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상관 없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알아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 이후로도 계속됐다.
리나가 발목을 분지른지 정확히 이틀 밤 되던 새벽무렵.
귀가 밝은 제르가디스는 이상한 기척에 잠에서 깨어났다.
빼꼼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어연 푸석푸석한 얼굴 하나가 희푸름한 어둠 속에서 둥실 떠있었다.

『어이, 새벽에 잠도 안자고 거기서 뭐해?』
『으, 으응!』

차가운 벽 한 가운데로 스파이더맨, 아니. 걸이 찰싹 붙어있었다.
위치는 가우리의 방과 자신의 방 사이의 복도 사이.
손바닥으로 밀가루 풀을 바른 채 벽을 짚었다. 움직이고자 하는 의지는 굳건한데 그놈의 접착제 때문에 꼼짝을 못했다.
추워서 그런가, 그녀의 무릎이 심하게 떨렸다.
제르가디스는 고개를 돌려 찬 바람 솔솔 불어오는 창문이 없는지부터 살폈다.

『그, 그러니까 제, 제르가디스... 나, 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리나의 손톱이 고통스럽게 벽지를 후벼팠다.
『바보! 혼자서 가기 힘들면 가우리나 나를 깨우면 되잖아.』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면 변기에 앉았다 일어나야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힘든 동작의 연속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외발로 좌변기에 앉아보도록. 시도를 해보고 나면 그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땀이 비오듯 흐른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엎어져 코가 깨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면 필연적으로 손잡이를 붙들거나 타인의 부축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쉽게 자빠진다.

『그래서 가, 가우리를 깨우려고 했는데...』
여관방 화장실에 장애자용 손잡이 시설이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사람을 불러야 했다. 하지만 장소가 부엌도 아니고 안방도 아닌 화장실이고 보면 무턱대고 아무에게나 손을 벌릴 수 없음이다. 얼마나 끔찍스러운 노릇인가. 쐐애- 하고 노란 물줄기가 흘러가는 박력적 스테레오 사운드!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녀가 제르가디스의 방문을 지나쳐 남편의 방문 손잡이를 잡아 비틀어댄 건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가. 내 방의 손잡이를 비틀었어도 난 상관 없는데.』
『썩은 콘돔 같은 소리! 내가 안 괜찮아!』
『흥. 그럼 가우리는 괜찮고?』
이죽거리는 말에 리나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우우우~!! 사실 그것도 안 괜찮아! 봐버렸어. 그걸 봤다구! 그 흉칙한 것이... 꿈틀꿈틀...』
『알아듣게 설명을 해. 무엇을 봤다는 거야. 뭐가 꿈틀꿈틀 움직였다는 거지?』
『몰라! 내가 알게 뭐야!』

리나는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제르가디스를 뒤로 확 밀쳤다. 뒷골목 치한에게 포위당한 아가씨처럼 겁 먹은 눈빛이었다. 순간 그는 낭패감을 느꼈다. 지금의 리나는 평상시의 당돌한 마도사 아가씨가 아니었다. 무서움에 가득차 오들오들 떠는 작은 쥐였다. 제르가디스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할아버지처럼 멀뚱하니 손을 앞으로 내민 자세 그대로 굳었다.

『고추는 자라서 괄태충이 된다... 죽여야만 해. 소금...』
『뭐?』
『소금이 필요해. 소금... 소금!!』
리나는 소금을 찾으며 정신 나간 사람 특유의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환장하겠군.』
가끔 제로스는 여관 식탁에서 각설탕을 훔치곤 했다. 식탁 예절에 대해서만큼은 잔소리의 제왕인 제르가디스는 그걸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가뜩이나 그들의 식탁은 난장판이었다. 점잖케 앉아라, 후룩 소리를 내지 말아라, 침을 튀기지 말아라, 남의 접시에 손을 뻗지 말아라... 끝이 없었다. 여기다 천 살은 잡수신 마족까지 가세해 설탕 단지를 습격했다. 하여 원시적 야만성에 치사함까지 더해졌다.
『얼씨구?』
그런데 이제는 한 수 더 떠서 리나가 식탁에서 소금을 훔쳐내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한 비닐 봉지를 무릎 위에 올려다 놓고 평평하게 잘 폈다. 또르륵 눈동자를 굴렸다. 주인장은 그릇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그럼 기회다. 양념 단지에서 끌어내린 소금통을 거꾸로 들고 털어냈다. 하얀 결정은 수북히 쌓였다가 다시금 밑으로 가라앉았다. 리나는 얼른 봉지를 움켜쥐고 옷자락 속으로 숨겼다.
소금이 무슨 영험한 부적이라도 되는 거니.
만사 형통하리라는 믿음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리나를 제르가디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몰라. 나에게 물어봐도 아는게 있어야 알려주던가 하지, 제르가디스.』
『그래도 리나가 너에겐 조금이라도 털어놓은게 있을 거 아냐.』
『털어? 뭘? 먼지를?』
『어이.』

일단은 탐색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 않는다. 상담 상대는 어디까지나 또래 친구들이다. 아니면 귀여워하는 강아지다. 그렇기에 제르가디스는 가우리를 강제로 붙잡고 으슥한 우물가 옆으로 물러났다.

『잘 생각을 해봐. 최근에 리나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잖아. 짐작가는 거 없어? 아무거나 좋으니까 기억을 더듬어 봐.』
『어? 리나가 이상한 행동을 했었어?』
『이봐!』

바보 이반에게 하나 더하기 하나의 답이 둘이라는 걸 가르치느니 차라리 성녀 잔다르크를 유혹하는 게 더 쉽겠다고 악마는 한탄을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정말 생각나는게 하나도 없는 거야?』
이쯤해서 가우리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주 없지는 않다. 임금님표 해파리 두뇌로도 잊어 먹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가우리는 생전 피워보지도 못한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가끔은 쭈그리고 앉아 뻐끔뻐끔 하얀 연기를 뿜어대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하여 영감님은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가렵지도 않은 머리를 긁었다.

- 궁금해서 그래, 가우리. 남자가 어른이 되면 그게 주름이 지고 커졌다 작아졌다 그러니?
- 꾸물꾸물 저 혼자 막 움직여?
- 물컹거리면서 미끈거리는게 막 나와?
- 더듬이가 자라나니?

그건 또 무슨 소리랴. 제르가디스는 으악했다.
『나는 거기에 더, 더듬이 같은 건 없는데... 원래는 있는 거냐.』
『나도 그런 건 없어.』
『있는게 정상이야?』
『없는게 정상이지!』
얘는 또 왜 이래 - 하는 표정으로 가우리는 제르가디스를 흘겨봤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 주워듣고 리나가 그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거지? 이상하잖아.』
『난들 알어?』
『흐음.』
확실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녀가 보여주는 이상 행동의 원흉이 뭔지 가닥은 잡혔다. 엑스레이 사진에 거뭇거뭇한 그림자가 찍혔으면 배를 가르고 종양을 드러내야 하는 법, 제르가디스는 무의식 중으로 소매춤을 잡아 올렸다.
수술 시작이다. 메스, 그리고 가위를 내 손에.
가우리의 담배 생각은 한층 더 간절해졌다.

『잘 들어, 가우리.』
여자들은 남자의 성에 대하여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프로이드는 주장하길, 여자들은 남자의 《물건(어험!)》에 대하여 막대한 선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지만... 이상한 거 달렸다고 부러워한다는 건 넌센스다. 야외에서 오줌 누기엔 속편할 것 같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다수의 여성들은《나도 저런 거 가지고 싶어》가 아니라《저런 흉칙한 것이 어떻게 사람 몸뚱이에?!》라는 반응을 보인다. 척 봐서 예쁘지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결혼 적령기가 되면 공포감은 한층 더 증가한다. 귓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는 있는데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뭐가 사실이고 진실인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과연 첫날밤을 무사히 치룰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모양은? 크기는? 색깔은? 냄새는? 더듬이가 자라난다?
잠시 제르가디스는 다리가랭이 사이를 응시했다.
『더듬이가 없는게 정상이라니까, 제가르디스.』
『제르가디스다.』
하여간 그게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거다. 나이 어린 처녀 입장에선 엄마야 비명지르고 도망치고 싶을 거다. 까무러치듯이 놀라 2층에서 투신할 법도 하다.

제르가디스는 원망을 가득 담아서 가우리를 노려봤다.
그래... 리나가 죽어라 입을 다문 이유가 있었던 거야.
일 벌리려다 리나가 그걸 보고 놀랐군. 으득! 이 웬수 같은 놈아.
『잘 들어! 이건 아주 중요한 거야. 리나를 겁 먹게 해선 절대 안돼. 내 말 알아들어?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서 안심시켜. 남자는 무섭지도 않고 징그럽지도 않다고 설득하란 말이다.』
『설득? 설명?』
『네 주변머리에 그게 가능할 것 같진 않다만 서도... 그래도 노력은 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제르가디스는 나뭇가지를 들고 땅바닥에 엄한 그림을 그려대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가 얼굴이 벌개졌다.
『이걸 잘 기억해 둬. 이해가 가나. 내가 하는 말 잘 알아 들었어?』
『대, 대, 대충은.』
『다음엔 잘 할 수 있지? 리나를 또 놀래켜서 2층에서 뛰어내리게 하면 그땐 알아서 해. 그때는 내가 널 거꾸로 붙잡고 2층에서 던져버릴 거야.』
2층에서 던진댄다.
협박에 기죽은 가우리는 뭔지도 모르면서 부지런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할게!』

하지만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은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제르가디스? 미안하지만 나... 물어볼게 있는데... 사실은 창피한 건데...』
하여 제르가디스의 스트레스 수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괄태충은 뭐고 해삼은 또 뭐냐구우우우우!! 가우리 이 멍충아! 해면체라고 했지 내가 언제 해삼이라 그랬어?! 네 물건이 해삼이냐?! 그딴 식으로 설명을 하면 넌 앞으로 장가 못 가, 이 바보얏!!』
우물 뚜껑 열어놓고 저 혼자 악을 쓰는 소년의 모습은 그 날 많은 사람에게 목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