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Katsumi Michihara의「죠커」, 2권 에피소드인「카멜레온 캣」이라는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만 등장 인물들의 성격은 해당 만화 인물과는 판이하게 다르며, 오히려 오리지널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퉤웩!』
공짜는 달콤하다지만 경찰서 커피 만큼은 어디까지나 예외다. 간장물이 섞였나 싶도록 시커먼 색채, 식초 대용품으로도 써먹을 수 있는 강렬한 신맛, 혀끝이 알딸딸 해지도록 농도 짙은 카페인, 위장 벽으로 달라붙고도 남는 설탕의 찐뜩임...
이것은 더도 말고 불량 식품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독약이다. 경관은 사람이 아니라 초합금체의 터미네이터라서 먹고도 죽지 않지만 일반인들이 함부로 입을 가져갔다간 구급차가 출동한다.

인버스 형사는 1회용 종이 컵에 담긴 액체를 물끄러미 노려봤다.
이걸 삼키고 소화를 시키라는 건가, 이래서야 시민 보건법 위반이다. 경찰관은 공무원이지 어디까지나 시민이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무튼 이건 너무 심하다.
동료들은 이 무서운 커피를 일컬어「나사로야 나오너라」라고 한다. 무덤으로 드러누웠다가도 정신이 번쩍 든다는 점에서 그 이름은 잘못되지 않았다. 죽었던 사람도 되살릴 정도니 맛이야 오죽하랴. 이런 종류는 그저 약이다~ 하고 들이켜야 맞다. 적당히 식었다 싶으면 숨을 멈추고 재빨리 원 샷, 구토가 나면 재빨리 입을 틀어막아 역류를 막는 것이 요령이다.

오, 하느님.
담배에 찌들고, 술에 찌들고, 피곤에 찌들고... 그것이 인생일지도.

『리나씨, 거기서 눈 감고 서서 뭐해요. 묵념이라도 하는 거예요? 아무리 봐도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부장이 방에서 난리를 치고 있다고요. 호출기마다 **궁댕퍽** 이라 문자 나간지 오랩니다. 커피 마시면서 도 닦을 시간 없어요~』
조사계 문서 담당관인 피리아가 인사차 손을 흔들며 바쁘게 지나갔다. 갈매기 날아가는 쌩!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언제나의 예쁜 금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끈으로 조여매고 구둣발 소리 딱딱하다. 그녀는 늘 바쁘다. 얼마나 바쁘면 리나 인버스가 답례차 손을 흔들기도 전에 이미 사라졌다.
아, 싫다.
리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눈 밑이 시커멓다. 이틀 내내 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짜증이 치솟았다.
『좀 우아하게 살자고, 우아하게! 난 아직 모닝 커피 전이란 말이야! 정신도 못차렸는데 궁댕퍽이 뭐냐구! 궁댕퍽이!』
궁댕퍽, 그건 1분만 늦어도 엉덩이를 걷어차 주겠다는 의미다. 시급한 사건이 터졌으니 작전 회의실로 빨리 모이라는 그들만의 약어다.
『아아~ 정신 확 들게 담배 하나 물고 싶었는데... 제길. 지금 가고 있잖아, 지금 가.』
오늘도 변함 없는 조용한 아침이다.
너무나도 조용해서 울고만 싶어지는... 그런 아침이다.

회의실의 문 손잡이를 잡아당기기가 무섭게 귓청이 얼얼해졌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은 자리에 서있지 말고 책상 위로 올라가도록! 다들 정신이 헤이해진 거 아냐? 느려 터졌어! 이래가지고 사건 해결 하겠냐구. 느려, 느려어어~』
별명은 겨자 소스.
워낙에 성질 급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벌써 5초가 지났다!』
정글스 부장은 쩌렁 쩌렁 울리는 목소리 하나로 은행 강도를 잡은 사람이었다. 우오오~ 소리만 질렀는데 범인은 들고 있던 권총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조건 반사라나 뭐라나, 무릎을 나무 망치로 치면 발차기가 나가고, 햄버거 냄새를 맡으면 군침이 도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다가 기합 소리를 내지르는 부장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수화기를 땅바닥에 굴리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다. 주변 10미터 안에서 새 전화기를 물품 구매서로 청구하는 일은 그래서 뻔질나다. 부장의 방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부르무 경사의 전화기가 항상 신품, 신모델, 신제품으로 번쩍번쩍 빛난다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들 모였나아아아~!!』
쓴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래가지고는 확성이 소음이 따로 없었다. 예산을 따로 만들어서라도 정글스 부장의 방으로 방음벽을 설치해 달라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아우성을 칠 법도 하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소문으로는 경운기 엔진을 구워 먹은 건 맞다고 한다.
- 찰칵
손잡이 돌아가는 인기척에 반응이 있었다. 정글스 부장은 손잡이 문가를 흘끔 흘겨보고는 주위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만년 지각생 리나 인버스가 드디어 오셨다. 좋아, 그렇다면 다들 제자리로 착석.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한다. 그 전에... 가우리 군?』
『예.』
『지금은 도넛 먹기엔 그리 좋은 시간이 아니야. 참았다가 나중에 먹도록.』
『저기.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먹으면서 브리핑을 들으면 안될까요.』
어린애가 따로 없었다. 그는 고집을 부려가며 쥐고 있던 도넛을 손에서 놓으려 하질 않았다. 순진해 보이는 파란 눈동자가 이런 때 만큼은 답답해진다. 정글스 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봐. 자네는 바이오 양말 세일즈맨이 아니라 강력계 형사야. 아침부터 모여「오늘도 시장에서 양말을 죽자고 팔아 만 켤레 해치웁시다」회의하겠어?』
당연하다. 그들의 우아한 토론 거리라는 건 살인, 방화, 공갈에 강간... 오고 가는 얘기들은 하나같이 살벌하기 그지 없다. 눈 비벼가며 들여다 봐야 하는 사진들은 입맛 떨어뜨리는 피투성이 시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와중에 무신경하게 도넛을 집어 삼키시겠다?
정글스 부장은 비웃음을 가득 담아 콧방귀를 뀌었다.
『내 앞에서 뱃속에 든 내용물을 게워내기만 해봐. 그 날로 자넨 모가지야.』
『당장 치우겠습니다!』
그리하여 여섯 명의 남녀가 좁은 방구석으로 웅크리고 앉아 서로의 어깨를 밀어대기에 이르렀다.

사건 개요.
제일 먼저 제르가디스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나처럼 그의 손에는 컴퓨터로 갗 뽑아낸 따끈따끈한 인쇄물이 들려져 있었다. 좋아서 자청한 건 아닐 터인데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런 류의 일은 항상 그의 몫으로 떨어졌다. 하여간 능력이 너무 좋아도 손해다. 천성적으로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인 리나 인버스는 내심 자신의 타이핑 속도가 굼벵이 뺨 치도록 느리다는 점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요목조목 잘 정리된, 디지털 프린트로 뽑아낸 사진까지 붙어있는 다섯 장 분량의 복사물을 받아쥐면서 무의식중에 그래서 웃었다. 손가락 두 개로 타이핑하는 실력의 소유자에겐 이런 구질구질한 일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아, 그, 그게 말입니다...』
찰라에 불과했지만 리나가 웃는 걸 제르가디스 형사가 눈치 챈 모양이다. 갑자기 그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어, 어험! 실수로 스탬플러를 잘못 찍었습니다. 앞장 말고 뒷장부터 보면 됩니다.』
헤에~ 인버스 형사는 곁눈질로 동료의 눈치를 흘깃 살폈다. 바늘도 딱 부러뜨린다는 그레이워즈 형사가 사소한 부분에서 실수를 다 했단다. 리나 인버스와 우연히 눈길이 마주치자 그는 부끄러운 듯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것 때문에 웃은 거 아닌데... 저 친구, 엉뚱한 방향으로 오해했구먼?
뒤집어서 읽든, 똑바로 읽든 내용만 맞으면 된다. 그깟 스탬플러 잘못 찍었다고 뭔가 대수냐. 리나 인버스는 짐짓 모르는 척 하고 복사물로 눈을 내리 깔았다.
그것이 신호인가, 제르가디스 형사가 얼른 프린트물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콜러니 23지구 오퍼른 복합 빌딩 12층에서 살인 사건 발생, 범인은 라운지로 나오던 젊은 여자를 붙잡아 그 자리에서 살해했음. 희생자는 같은 건물 35층 거주지에서 살고있는 루디아 캐널입니다. 올해 24세, 인터내셔널 바비 돌 잡지사의 편집부장이고 독신. 야근이 길어져 밤 11시 20분에야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건 중이었음... 사인은 두개골 복합 골절, 반항한 흔적은 적음. 즉사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당시 목격자는 없지만 폐쇄 회로의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흉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 피해자는 손.으.로. 타살되었습니다. 용의자는 자료에 적혀진 그대로...』

설명을 굳이 들을 필요는 없었다. 제르가디스 형사가 다소 건조한 억양으로 읊어대는 내용은 이미 리나 인버스 본인의 눈으로도 확인한 바다. 피투성이의 시체 옆에서 핸드백을 열고 신분증을 찾아낸 사람도 바로 그녀였다. 파트너인 가우리 형사와 같이 현장을 조사하면서 대략의 데이터는 이미 머리속에 입력시켜 두었다.

갑자기 심기가 불편해졌다. 피로 젖은 시트를 젖히고 죽은 여자를 코앞에서 가까이 들여다본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다. 아직도 그녀는 비릿한 피냄새와 뒤섞인 샤넬 24번의 향기를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었다.
죽음이 남기는 특유의 악취... 그 진한 냄새는 무어라 설명하기가 고약하다. 게다가 강렬하기조차 하다. 일종의 플래쉬 라이트처럼 눈앞을 하얗게 탈색시키는 잔상을 남기곤 한다. 마치 유령과도 같아서 존재감은 한 없이 투명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리나는《귀신에 씌였다》라는 표현으로 이 불쾌감을 설명했다. 무의식중에 그녀는 담뱃재를 손가락으로 털어대는 제스츄어를 취했다.

『용서 못해! 힘도 없는 여자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때 아닌 고함 소리에 움찔하고 놀랐다.
저쪽에서 정의감이 투철한 아멜리아 형사가 주먹을 흔들어대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잔뜩 상기된 뺨이 농담이 아니다. 아차하다간 책상을 쾅쾅 두드려치게 생겼다.
『이건 절대 악이라고요! 각오하라, 범인! 반드시 댓가를 치루게 해주겠어!』

어리군, 어려.
마음 속으로 그렇게 흉을 봤지만 동시에 부럽다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하여간 솔직하다니까... 나에겐 없는 요소이지」
정말로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멍~한 느낌의 뇌는 필사적으로 니코틴을 요구해왔다. 아, 피우고 싶다.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는 담뱃곽이 어서 날 집으라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여기는 금연 지역이다, 리나 인버스 군.』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모양새를 눈치챈 정글스 부장이 잔소리를 퍼부었다. 하여간 눈치 박사다.
『압니다, 잘 참고 있잖아요.』
퉁명스레 대꾸하고 재빨리 주먹을 쥐었다.
『좋아, 그럼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합세.』

사건은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었다.
사체의 손상은 심각했다. 제르가디스 형사는 두개골 복합 골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서류상으로 기재되는 고급스런 용어이고... 쉽게 말해 머리가 뭉개진 것이다.
『양쪽 귀 옆으로 과다한 압력이 가해진 탓에 뼈가 안쪽으로 부러졌어요. 피해자의 안면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지경으로 완전히 으스러져 있었습니다. 범인이 손으로 이렇게, 이렇게 힘을 줘서 누른 겁니다.』
제르가디스 그레이워즈가 팔로 수박 조이는 시늉을 해보이는 것으로 모두의 머리를 쭈삣 서게 만들었다. 너무 리얼하다. 저런 건 안 좋다.

『맨손으로 말이지.』
『예.』
『질문 한 가지 할까. 그레이워즈 군. 사람이 맨손으로 다른 사람의 머리통을 터뜨릴 수 있나? 수퍼맨 사촌이라면 또 모를까, 이게 말이 되는 얘기야?』
정글스 부장이 던진 질문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었다.
이쯤에서 리나 인버스가 친애하는 동료로부터 바통을 건네받았다.
『수퍼맨 사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맞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사과에서 올려보낸 디지털 사진을 손가락으로 슬슬 돌렸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사진은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사진은 현장을 박제한다. 따라서 모양은 똑같다 해도 뭔가가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죽만 남은 호랑이와 비슷하달까. 이와 손톱은 아직도 날카롭지만 눈빛 만큼은 푹 꺼져 있다.
디지털로 기록된 점과 선.
어쨌든 모양 정도는 그대로 복사되어 있다.

사진으로 눈길을 돌린 리나 인버스는 순간 미쉐린 타이어 광고를 떠올렸다.
미쉐린 타이어를 광고하는 캐릭터는 무려 2세기의 고색창연한 역사를 자랑한다. 동글동글한 고무 타이어... 통통하고 넙적하다. 잔뜩 부풀어서 바늘로 찌르면 뻥 하고 터질 듯한 외모를 갖추었다. 바람이 가득 들어찬 튜브, 그 이름은 미쉐린.
사진 속의 범인은 B급 호러 영화에 출연하는 특수 분장 차림새의 괴물 그 자체였다.
『물에 팅팅 불어터진 익사체처럼 생겼네?』
『현대로 워프한 오거는 아닐까 싶은데...』
『외계인 출동이라고 해도 나는 믿겠다.』
좁은 방에 갖혀있던 여섯 명의 남녀들이 한꺼번에 입을 열어 자신의 감상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사무실은 때 아닌 품평회로 소란스러워졌다. 찢어진 입매를 봐라, 피부가 물 먹었다, 녹색의 피만 묻어 있으면 공상 과학 만화 그 자체다, 벼락 맞은 슈렉이다 등등... 가뜩이나 걸걸한 입들이 부지런히 돌아갔다.
『모두의 말처럼 이미 사람은 아닌 거죠.』
품평회를 강제로나마 일단락 지으면서 그렇게 인버스는 단정을 내렸다.

고약한 사건임은 분명하다. 정글스 부장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경우는 길게 설명하고 자시고도 필요 없었다. 부장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부하들을 향해 파리 쫓는 시늉을 해보였다.
타임 아웃. 브리핑은 끝났다.
『빨리 나가서들 일해. 찾아서... 사살하도록. 이상.』

강화 약물 복용자가 발광하면 다시는 원래의 모습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강화 약물 복용자를 생포하려는 노력은 일부러 하지 않고 있다.
누구라도 그런 결론을 내릴 거다.
따라서 [사살하라] 는 명령에 아무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SPP 중독이라... 이번으로 모두 몇 번째지?』
『그런 걸 세고 앉았냐? 지지리 할 일이 없는 모양이지? 제르가디스 그레이워즈.』
경찰서 내부에선 절대 금연이다. 그러나 빨간 원에 빗살 무늬 작대기가 그려진 경고 포스터 그림이 무색하게끔 규칙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남들로부터 골초 소리 듣는 인버스 형사도 금연 스티커를 무시하는 대표적 인물 중의 하나였는데, 그녀는 자기 책상에 앉아 있을 적엔 버릇처럼 늘 담배 한 가치는 입에 물고 있었다.
『적당히 하지 그래. 담배를 많이 피면 이가 누래져. 리나.』
『인버스, 인버스라고 불러. 어디서 건방지게 남의 이름을 막 불러대냐.』
제르가디스 그레이워즈 형사에게 짠소리 한 번 하고 담뱃재를 털었다.
얼씨구? 그레이워즈 형사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묘하게 신경질적이군. 혹시 그 날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약국에 가서 생리대 좀 사다주겠어?』
『약국까지 가야 해? 그냥 비품 관리과에 신청하면 안되나.』
『콘돔 달라고 신청하면 나오든? 당연히 그런 건 지급 외 대상이지.』

겉가죽만 보자면 말 다툼을 심하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일종의 친목 도모 행위라고 할까, 나긋나긋 웃어가며 하는 말들이니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이런 식의 입씨름은 긴장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권총에 실탄을 장착하면서 같지도 않은 얘기들을「씨불」거리는 건 그런 연유에서다.
리나 인버스는 짖궂게 씨익 웃으며 남자들이 기겁해대는 이야길 기꺼이 입에 담았다.
『하긴, 평소에 콘돔 신청할 일이 전무했을 터이니 비품 관리과에서 지급이 되는 건지 아닌지 알 까닭이 없겠지. 죽으나 사나 독수공방 노총각 신세... 언제 여자랑 같이 자봤냐. 한 두어달 지났어? 어때, 제르?』
『그레이워즈, 그레이워즈 형사라고 불러. 내 애인도 아니면서 애칭으로 막 까냐?』
실탄을 장착.
보는 즉시 사살하라.
몇 모금 들이마시지도 않은 담배 연기가 지독하게 쓰게 느껴졌다.
『좋아, 그레이워즈 형사. 여자랑 언제 자봤느냐구우~ 응?』
『이 여자 진짜 끈덕지네. 시끄럿!』
『흥분하는 걸 보니 석 달 넘었군. 한창 때의 남자가 왜 그러고 살어. 청승맞게스리. 오른손을 애인삼아 성욕을 해소하고 있는 거야? 한심해... 스님도 아니면서 참고만 살면 나중에 병 생긴다.』
어처구니 없어하는 얼굴이 재미 있었다. 기가 막혀 죽겠다는 동료의 표정을 실컷 쾌재를 불러가며 감상했다. 나중에 곱절로 복수당한다는 것도 그래서 잊어먹었다. 입을 벌리고 있는 그레이워즈 형사의 표정은 꽤나 깜찍했다.
『병은 무슨 병! 리나!』
『어이, 어이. 울부짖지 마, 늑대처럼 보이니까. 그나저나 용의자 신상 정보 가지고 있지? 내놔 봐. 읽어보게.』
『...』
『왜 그래? 용의자 신상 정보... 없어? 있잖아... 빨리 줘.』
10초간 그는 침묵했다. 그러다 질렸다는 투로 파일을 집어 던졌다.
『너랑 말다툼 하는 나만 바보지. 옛다!』

범인 이름은 하르시폼, 나이 32세. 전과 기록 없음.
담뱃재를 바닥에 털었다. 버릇처럼 화색의 먼지 뭉치를 구둣발로 슥슥 뭉갰다.
불법 약물인 SPP를 복용한 것으로 추정...
『지금이 몇 시나 되었지?』
『오전 10시 좀 넘었지.』
범행 시간으로 추정하면 이미 제2차 증상으로 돌입했을 가능성 높음.
『동기가 뭐래.』
『짝사랑하던 여자가 자신을 차버렸댄다.』
자살을 결심하고 약물 복용... 기왕 저지른 김에 여자까지 참살.
『멍청이의 표본이군. 사랑이라는게 뭔지... 나 참.』

사랑이란 단어는 파멸을 연상시킨다.
리나 인버스는 그래서 사랑이란 말을 혐오했다.

『팀은 언제나처럼 나누는 거 맞지?』
2인 1조는 기본이다. 가끔은 3인 1조로도, 때로는 5인 1조로도 움직이지만 기동성에 있어서 2인 1조가 가장 완벽하다.
아멜리아와 제르가디스 형사가 한 조, 리나 인버스는 가우리 가브리에프 형사의 소매춤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다 강제로 세웠다. 자고로 마음이 잘 맞고 봐야 사고도 적다. 위험한 현장으로 나가는 경우엔 그래서 파트너로 누구를 삼을지를 꼼꼼하게 따져 계산한다. 평소에도 사이가 좋지 않거나, 호흡이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한 조를 짰을 경우엔 교통 위반 딱지나 떼러 가면 딱이지 전쟁터 출동은 안된다. 전쟁을 하려면 반드시 무방비의 등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상대가 파트너여야 한다.
『방탄 조끼는?』
『이번 상대는 맨 손으로 곰을 잡는 괴물이지, 총잽이 빌리 더 키드가 아니라구. 그런 거 입으면 불편하기만 할 걸, 그레이워즈.』
『아멜리아는 어때?』
『뚱뚱해 보여서 입기 싫어요.』
『그래, 니들 참 잘 났다.』

일부러 대꾸는 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전자 지도를 확인했다. 반경 5km부터 시작해서 범위를 매 30분마다 넓혀갈 것이다. 최초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역으로부터 콤파스로 원을 그리는 작업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쉬을 거다. 휴대용 전자 수첩으로 적당하게 수치만 입력해주면 된다. 리나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기라도 한 것처럼 임의로 그린 빨간색의 동그라미가 점차 넓게 확산되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관찰했다. 강화 약물 복용자가 차로 이동하거나 지하철을 이용할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미쉐린 타이어가 버스에 올라타서 요금을 지불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탐문 지역의 반경은 다른 때보다 곱절은 작은 편이다. 액정 화면으로 드러나는 동심원은 평소보다 좁고 작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류의 일은 무척이나 피곤한 노릇이다. 도시라는 건 한 마디로 거대 짐승이다. 그 속을 짐작하겠다는 건 무모한 욕심이다. 나이를 먹은 도로는 점차 미로형으로 외형을 변화시킨다. 빌딩과 빌딩 사이로는 바람만 지나가는게 아니다. 이름도 없는 뒷골목은 수도 없이 많이 있다. 그런 건 일일이 사람 발로 뛰면서 체크를 해줘야 한다.
잠시나마의 한숨-
미쳤다고 왜 경찰관이 되길 희망한 건지 이런 때야말로 의구심이 든다.

가브리에프는 천성의 느긋함을 가지고 말했다.
『그래도 잠복 근무보다는 이런 게 훨 낫다.』
『차 안에서 핫도그로 배를 채우는 건 다를 바 하나 없는데도?』
오늘 점심은 핫도그다. 실컫 다리 품을 팔고 난 다음이건만 겨우 요깃거리라고 집어 삼키는 게 핫도그라는 점에서 리나 인버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일류 레스토랑에서의 런천 세트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제대로 된 식탁에 앉아 포크와 나이프로 음식물을 입 안에 넣고 싶었다. 우아하게, 어디까지나 우아하게!
매운 겨자를 잔뜩 바른 핫도그를 우물거리며 삼켜야 한다는 건 너무 슬펐다. 그것도 콜라도 없이 생으로!

『뭐, 콜라 살 돈이 없어?』
가우리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리나 인버스는 깜찍할 정도로 계산에 밝다. 혹자는 전자 계산기가 옵션으로 추가된 두되의 소유자라고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덧셈과 뺄셈, 나눗셈과 곱하기에 있어서는 아이큐 200의 천재가 구둣발에 밟힌다. 본인은 그게 뭐 대수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만 무려 5페이지가 넘어가는 식료품 구입 명세서를 손가락에 침을 묻혀 착착 넘겨가며 암산으로 계산하는 걸 직접 보게 되면 아무도 그게《평범한 재주》라곤 생각치 않게 된다.
옥수수 깡통 마흔 다섯 개의 가격을 2초 걸려 연산한다. 점심 쿠폰을 찍어낼 수 있는 3년치 뭉칫돈도 18초 정도 후면 정확한 수치가 나온다.
그런데 그 계산의 마녀가 한 달치 식비 배분에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는 건가?

『리나, 너도 월말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거니? 넌 계산엔 워낙 빠삭하니까 월급 타기 전까지 나처럼 마이너스 통장 만들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목으로 거대한 덩어리가 콱 얹혔다. 리나 인버스는 서글픈 눈초리를 하고 동료를 올려다 보았다. 그가 던진 소박한 의문에 씁쓸히 대답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단순히 산수를 잘 하는 것과 지출 사항을 꼼꼼하게 챙기는 건 별도의 거라구. 나라고 별 재주 있겠어? 나도 남들처럼 월 초에 신나게 돈을 써버리고는 월 말에 궁진해지는 평범한 월급쟁이다 이거야.』
『헤에?』
『지난 달 코스모 시스템에서 새로운 런천 메뉴를 열 다섯 가지나 선을 보였잖아. 가격 무시하고 모조리 풀 코스로 먹어봤더니만 순식간에 지출 한도를 훌쩍 넘어버렸어.』
공무원 월급은 박봉이다. 제법 짭짤한 위험 수당이 붙는다지만 매 끼니를 호텔에서 해결할 정도의 금액은 결코 못 된다.
『덕분에 15일 이후론 콘 푸레이크에 우유도 분수에 넘는 사치가 되어버렸다구. 쳇!』
『아앗, 그만해! 먹다 말고 소시지를 흔들면 어떻게 해! 겨자 소스가 바지에 튀잖아!』
지갑 사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간 신나게 먹어댄 건 어디에 살던 누구이건만, 엉뚱한 화풀이었다.

『배고파아~!! 이런 걸로는 성에 안 차~ 목도 말라~!!』
아끼는 청바지에 얼룩 생긴다며 기겁을 해대는 동료는 가볍게 무시하고~
다소 풀 죽은 표정으로 자동차 유리창에 이마를 기댔다.
여기 말고 여러 잡다한 상점들이 모여 있는 B블럭 쪽의 중앙로 부근으로 나갔더라면 콜라 정도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햄버거 두 개를 같이 구입하시면 음료수는 무료!》라는 광고판이 걸린 패스트푸드점은 그녀가 알기로도 다섯 곳이나 된다. 때로 젊은이들이 많이 애용하는 쇼핑 센터에서는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 콜라 시식권을 나눠주는 일도 있다.
재주만 좋다면야 그깟 콜라 쯤은...!!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한층 더 기운이 빠졌다.
가브리에프와 그녀가 둘러보고 있는 이곳 H블럭의 소공원 쪽에선 먹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 공원 내 쓰레기 무단 투기를 두려워한 당국이 가판대 설치를 상당히 꺼렸기 때문이다. 캣치플레이즈는《공원에선 죽어라 산책만 합시당》, 따라서 눈 부비고 봐도 시야에 들어오는 건 나무에 벤치 뿐이다. 그 흔한 아이스크림 장사꾼도 여기선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발견될 정도다.
그 탓에 먹거리들의 가격은 다른 곳보다 상당히 비싸다. 물품이 희귀하면 가격은 오르는 법, 잘 나가는 경제 학자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누구나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공짜 콜라? 여기선 그저 희망 사항일 따름이다. 이 부근에선 장사꾼들이 왕이다. 손님들은 그 앞에서 손바닥 싹싹 비벼가며 적당히 아부도 해야 한다.
- 저에게 당신이 만든 소시지 빵을 먹게 해주는 영광을 베풀어 주시겠나이까
공치례를 게을리 했다간 날벼락이다. 수가 틀리면 케첩도 안 발라준다.
공짜? 어디서 개가 지나간다.

『저기, 가브리에프? B블럭은 누가 차지했는지 알아?』
『그레이워즈랑 미스 세일룬.』
『조~오~옿~겠다!』
『하지만 거긴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지옥의 코스라고도 하잖아.』
『뭘 모르는 소리!』
그야 상해죄로 고발당한 인간이나 공갈범, 치사배, 마누라 얼굴 위로 파란 얼룩 만들어 놓은 술주정뱅이를 잡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인파(人波) 라는 말이 실감이 갈 정도로 군중들이 물결처럼 휘몰아친다. 꼭대기까지 차오른 쥬스 병과도 같다. 흔들면 사람이 우르르 떨어질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다.
그 가운데서 선량한 시민과 악질 용의자를 정확히 가려낸다는 건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에 질려 현기증을 일으켰다는 초보 경관들의 모험담 같은 건 그래서 흔하게 널렸다.
한 손으로는 몽타쥬를, 다른 한 손으로는 멀미약을 쥐고 있을 지어다.
대형 할인 매장과 같은 복잡한 장소를 돌며 특정 사람 찾기를 한다는 건 누구라도 꺼리는, 말 그대로 지옥 코스다. 해변에서 모래알을 뒤져 바늘을 찾아내라는데 빈혈을 일으키지 않으면 재주가 용하다. 눈썰미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하루 유동 인구 2만명이라고 하면 눈물이 핑~ 돌고 말 거다. 안약을 집어 넣는 것만으로는 피로감은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매번 그런 건 아니다. 찾는 물건이 뭐냐에 따라 그 눈물이 환한 미소로도 변할 수 있다.
리나 인버스는 토라진 듯이 말했다.
『상상을 해봐. 근육 괴물이 쇼핑 센터로 들어가서 다이어트 콜라를 정상적으로 주문할 수 있을 거 같아?』
『흐음?』
『간단한 거라구. 아무리 약물로 인해 머리가 마비되었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거야. 누구라도 자기를 보면 한 큐에 와, 소리치고 도망칠 거라는 걸 말이야. 그러니까 사람들 눈을 피해 으슥진 곳으로만 돌아다닐 걸? 뭐랄까... 드라큘라는 응달진 곳으로만 보행이 가능한 것과 비슷한 이치지. 태양 아래서 똑바로 걸을 수 있기 위해선 그게 가능한 체질이 먼저 뒷받침이 되어 주셔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쇼핑 센터엔 사기꾼은 넘쳐나도 문 워커는 한 마리도 없다구.』
『흐음!』
『이제 깨달았냐. 우리는 발 바닥에 불이 나도록 일하지? 쇼핑센터 쪽의 그네들은 지금쯤 신선 타령이나 하며 신나게 놀고 있을 거다. 아이고, 배 아파~ 아이고~!』

입안이 텁텁했다. 소시지는 너무 기름졌다. 배고픔에 못이겨 허겁지겁 씹어 삼키고는 봤지만 뒷 끝이 영 개운치 않았다. 껌도 없고 사탕도 없다. 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찾아 손아귀 안에 쥐고 보았다. 느글거리며 뒤틀리는 혀를 진정시키려면 역시 담배가 댓길.

『켁! 안돼! 금연!!』
『좀 봐줘, 가브리에프.』
『어림 없수다. 난 다른 건 다 참아도 담배 연기는 못 참아.』
펄펄 뛰며「안돼!」소리를 연발했다. 그의 어조는 답지 않게 강경했다. 가브리에프는 담배 연기를 엄청 싫어하는 편이다. 콜록거리며 기침을 해댈 정도는 아니지만 그 특유한 냄새를 맡게 되면 머리가 심하게 아파진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점에 있어서는 리나 인버스와 죽이 잘 맞는 사이였지만 (하다못해 지금 그들이 신고 있는 신발도 똑같이 빅 푸트사의 인조 가죽 베이지색 T-333 이었다) 흡연에 관해서 만큼은 그 입장이 기름과 물처럼 확연하게 갈렸다.

『제발 참아줘, 인버스.』
『두통? 아스피린 사줄게.』
『지금 병 주고 약 주냐?!』
『에이~ 따악 한 대만 피울게. 응?』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이리 내!』

말로 안되면 그 다음은 행동이다. 그 모습이 꽤나 낯간지러운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가브리에프는 손을 뻗어 리나 인버스를 꽉 잡았다. 목표물은 저놈의 꼴도 보기 싫은 담뱃곽... 상체를 틀며 반항하는 여자를 힘으로 누르고 바둥대는 손목을 힘껏 움켜 쥐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차체가 좌우로 크게 요동쳤다.
이리 내, 못 줘, 가브리에프는 동료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누르고 계속해서 더듬거렸다. 시트 아래로 숨기지 말고 얌전히 내놔, 어림도 없수다, 도망치듯 몸을 뒤틀던 리나 인버스가 아차하는 사이에 좌석에서 주룩 미끌어졌다. 동시에 가우리에프가 찍어 눌렀다.
자동차는 아예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처럼 텅 소리를 내며 차체가 크게 튕겨 올랐다.

『잡았다!』
순간 가브리에프가 담뱃곽을 잡아챘다. 리나 인버스는 앙칼지게 비명을 질러댔다.
『내 담배!! 꺄아악!!』

그러니 지나가던 행인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자동차 안을 들여다볼 법도 했다.
- 똑똑
『실례합니다. 뭐 하십니까, 두 분?』
유리창 밖으로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이쪽 분위기를 상당히 수상쩍게 여겼는지 고개를 최대한 바짝 들이밀고 있었다.
『비명 소리가 들리던데 혹시 경찰을 부를 상황은 아닙니까. 거기 아가씨, 괜찮아요?』
『아뇨, 아뇨! 우리가 바로 그 경찰들입니다.』
리나 인버스의 얼굴이 확 벌개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로부터 단단히 오해 받았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그것도 묘한 분위기로...
남자로부터 난폭한 덮침을 당한 여자로 오인 당하다.
자동차 안에서의 강제 성추행.
엄마야.

얼른 표정을 달리하고 구겨진 셔츠 칼라를 바로 세웠다. 다음으로는 안주머니를 뒤져 신분증 수첩을 꺼냈다. 서둘러 수첩을 창가로 들이밀었다.
『수상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린 겨, 경찰입니... 경찰...』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더 겍- 소리를 내며 질겁했다.

차 유리를 향해 바짝 들이민 얼굴 하나.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 좋게 빙긋 웃고 있는 동안의 젊은 남자.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공포스럽다.

『제, 제, 제로스?!』
『와~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리나 인버스씨~』
그토록 원하던 담배 생각이 일시에 싹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