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는 구름이 약간 끼고 북풍의 영향으로 제법 스산한 바람이 불겠음.
때때로 그날의 천기 예보는 점쟁이가 쓰는 칼럼을 연상시키곤 한다. 이렇게도 사람 기분을 족집게처럼 꼬집어 표현하다니.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의자 등받이 뒤로 몸을 최대한 기울였다. 바로 그 순간 낡은 스프링이 찌덩 소리를 내며 과중한 하중에 비명을 질러댔다. 하여간 의자까지도 도와주질 않는다. 로이 머스탱 대령의 눈썹 위로 굵은 주름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군의 예산은 다 어디로 도망갔나. 끙 소리를 내며 의자를 원위치로 돌렸다.

서류 작성은 오늘도 산더미.
걱정거리도 여전히 산더미.

『흐응, 그러고보니 군의 일반 체력심사가 코 앞으로 다가왔군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네, 호크아이 중위.』
『물론 잘 알고 계시겠죠. 달력에 새카맣게 칠을 한 검정 별을 다섯 개나 그려놓은 건 대령님 본인이니까요.』

대령이라는 직급과는 전혀 걸맞지 않는 솜덩이 팔뚝. 그리고 다리.
누구처럼 잉여지방의 축적을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 하여 허리사이즈 오버로 진급에 불이익을 당할 염려는 없다. 그러나 기초 체력이 평균 이하라는 점에선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번도 쉬지 않고 팔굽혀 펴기 500회 실시라는 건 사실상 그에게 무리다. 마찬가지로 2,000미터를 무조건 5분 30초 안으로 달려야 하는 달리기 종목도 버겁다. 군이 요구하는 체력 조건은 의외로 엄한 구석이 없잖아 있어... 한숨이 나온다. 국가연금술사의 자격으로 군에 입대한 대령에겐 과도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중위. 국가연금술사 승급 시험에 군 체력 테스트까지. 내 판단으로는 그 중에 하나만 패스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야. 좀 봐주면 안되느냐고.』
『지휘 장교는 사관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거 안보여도 돼. 다 알아서 잘들 하는데 무슨 모범을... 아아, 갑자기 배가 아파서 쉬겠다고 하면 안될까. 그래! 맹장이라고 하는 거야.』
『엄연히 꾀병이었다고 제가 고발할 겁니다.』
『저런. 차갑군, 호크아이 중위.』
『밀린 서류로 바벨탑을 쌓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웃어드릴 수 있겠습니까.』
『알았네, 알았어. 서둘러 하지. 모두 다 가져와. 소원대로 잔뜩 헤치워주겠네.』

받아줄 대상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푸념을 늘어놓은 사람이 잘못한 거다.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다시 책상으로 고개를 박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응?』

의외였다. 흘끔 올려다보니 호크아이 중위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식의 짖궂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잘 웃는 편이 아니다. 그녀가 저런 식의 표정을 짓는 건 1년에 한두번 정도 있을까 말까다.
호기심이 동했다.
도대체 뭐가 그리 재미있다는 걸까.

『대총통 각하께서 군 체력 심사와 관련하여 기안을 하나 내놓으셨습니다.』
『자네... 웃었나? 대총통 각하의 기안이라. 난 갑자기 심각하게 울고 싶어지는데.』
『글쎄요. 분명히 어떤 면에서는 울고 싶기도 합니다만. 직접 보고 판단하십시오.』

확실히 그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 대총통의 지위에까지 이르렀으니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고... 로이 머스탱은 한방 멋지게 먹었다는 표정을 짓고 한순간 말을 잃었다.

- 엄숙하고 무거운 체력 심사의 분위기를 완화하고, 아울러 군 사기 충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체력 심사일에 응원단을 조직하기로 한다.
- 응원단을 조직함에 있어 남자와 여자의 성별의 구분은 두지 않는다.
- 응원단의 복장은 세라복과 미니스커트, 또는 반바지다.
- 자원은 받지 않으며, 추천을 받아 누구로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 응원단은 체력 심사에 응하지 않고도 합격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열심히 응원만 하도록.

『세라복?』
『남자도 가능합니다.』
『응원만 열심히 하라고?』
『응원술을 흔들면서 힘내라, 힘내라 구호를 외치면 됩니다.』
『미니스커트 내지는 반바지를 입고서?』
『다리에 난 털은 밀어야겠군요.』

그건 응원이 아니라 방해공작이 아닐까.
머스탱 대령은 심각해졌다. 암스트롱 소령이 추천을 받아 응원단이 된다고 가정을 해보자. 근육질의 다리에... 세라복이다. 파이팅 구호를 외치며 보드라운 술을 마구 흔들어댄다. 멋지게 꼬인 수염이 덩달아 살랑 흔들린다. 서비스로 가슴 근육이 불뚝불뚝.
턱걸이를 하다 힘이 빠져서 그대로 곤두박질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대총통 각하께서는 에드워드군을 추천했다고 합니다.』
『아항.』
『국가연금술사인 이상 에드워드군 또한 소령의 지위니까요.』
『그렇지만 녀석은 고작 열 두 살이야. 어른의 기준으로 똑같이 달리기를 시킬 수는 없지.』
『그렇다고 예외를 둘 수도 없고요.』
『재미있군. 세라복의 강철군이라. 각하도 궁리를 많이 하셨군.』

황소의 고집을 가진 소년이 과연 세라복을 얌전히 입어줄련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미니스커트, 미니스커트~ 반바지, 반바지~ 오토메일의 다리에 하얀색 타이즈를 입히는 거다. 그야말로 눈이 부시겠군. 이거야말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빅 뉴스가 아니던가. 머스탱 대령은 특유의 능구랭이 미소를 지으며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쳤다. 굽이 있는 빨간 구두를 선물하자. 그리고 골려준다. 우리 콩알군이 빨간구두 아가씨가 되었군. 좋다, 좋아. 죽을 때까지 춤을 추도록. 와하하하~ 그리고 등을 두어번 툭툭 두둘겨 준다. 멋지다!

『그리고 휴즈 외 나머지 다수가 대령님을 추천했습니다.』
『뭣?!』
『나쁜 놈, 너만 출세하기냐, 내 애인을 돌려줘 기타등등의 울부짖음이 사령부 운동장을 진동시키더군요. 그러니 타당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대령님에게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올해는 고생 안하고 패스하는 겁니다. 응.원.만. 열.심.히.』
호크아이 중위는 못을 박아대며 그렇게 미소지었다.
『아셨죠? 다리의 털은 꼭 미는 겁니다?』

그날 저녁, 머스탱 대령은 휴즈에게 수십번 전화를 걸어댔다. 휴즈 중령의 아내 자랑과 자식 자랑이 상식을 넘어섰기에 전화를 받았으면 받았지 일부러 전화를 거는 법이 없던 걸 생각하면 꽤나 의아스러운 일이었다.
어쨌든 전화는 그렇게 걸렸고...
그것과 상관 있는지 없는지 암스트롱 소령이 예상치도 않게 세라복을 입게 되었다.
아울러 도대체 어디서 유출된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살생부 - 세라복 암스트롱 소령의 파이팅 구호를 반드시 받게 될 인간들 - 가 모두를 긴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