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라는 건 부처님에게 공양으로 바치는 밥입니다.

똑바로 걸아가다 말고 예고도 없이 좌향 좌, 옆으로 90˚각도로 돌아 엉뚱한 방향으로 튀다.
낚시 바늘에 코가 꿰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가우리는 가버렸다.

리나는 핫도그 파는 보통의 평범한 가판대로 파리가 꼬였거니 하고 시큰둥하게 생각했다. 가우리의 관심을 끌어당기는게 먹을 거 말고 또 뭐가 있드라... 그는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황금을 보고도 늘어져라 하품을 할 수 있는 희귀병 환자였다. 반면에 땅콩 가루가 박힌 눈깔 사탕 하나만으로도 어린애처럼 칠렐레 팔렐레 좋아라 기뻐했다. 고로 그가 성질 급한 뱁새 걸음걸이를 보여주고 있는 까닭은 자기 집 앞마당 생김새처럼 눈에 훤했다. 먹을 거다, 먹을 거.
리나는 그런 가우리의 뒷통수를 향해 가벼운 콧소리를 내던졌다.
『그래, 바야흐로 간식 타임이다 이거지. 흥흥.』

사정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엇비슷했다. 촐촐한 뱃가죽은 고무줄 빠진 헐렁한 팬티인양 아래로 늘어졌다. 아무렴, 배꼽 시계라는 건 만민에게 평등했다. 리나는 재빨리 허리춤을 뒤져 동전 지갑을 꺼냈다. 핫도그라면 썩 나쁘지 않다. 벌써부터 입안으로 군침이 돌았다. 매콤한 겨자 소스를 한 가득 잘 발라 뜨끈뜨끈한 걸 한입 베어 물면... 아이구, 좋아라.
짤랑대는 동전을 확인하고자 지갑 주둥이를 열었다가 다시 꽉 닫았다. 동전은 넉넉했다. 기왕이면 노릇하게 구운 감자도 같이 먹었으면 좋겠...

여기서 잠시 질문.
저 혼자 의리 없게 뛰어나간 가우리를 눈으로 쫓아가던 리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입안에 고였던 침? 그것이 무엇인고. 혓바닥은 방금 전부터 마른 논두렁 신세다.

『무슨 놈의 핫도그가 바람결에 풀러덩거려? 게다가 색은 또 왜 분홍색이랴.』
섬짓했다.
크기는 정확하게 검지 손가락만 하다. 두께는 무지 얇아서 미풍에도 살랑거린다. 느낌은 엄마 가슴 살처럼 보드랍다. 색깔은 앞서 언급한 그대로 땟깔 죽이는 분홍이었다.
그런 걸 손에 쥐고 가우리는 행복하게 입을 가로로 찢고 있었다.

『리나, 이거 좀 봐. 너무 귀엽다아아아!!』
그녀는 가우리가 잘 보라며 높게 들어올린 문제의 분홍 조각을 보고 그대로 뒤돌아 달아나고픈 충동을 느꼈다.
그렇다. 가우리는 조막막한 사이즈의 아기 양말을 쥐고 황홀하다며 웃고 있었다.

표정만 봐서는 신비의 나라 엘하쟈드로 가는 비밀 지도라도 봤다는 투다. 눈은 반짝거리고 뺨엔 혈색이 돌았다. 열기에 들떠 귀밑머리로 총총 땀이 베어나온 걸 보라지. 높은 나무 위에서 떨어진 고양이처럼 그의 앞가슴이 세차게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동물원 원숭이들의 꺅꺅 소리가 시끄러웠다. 괜찮은 딸기 무늬를 찾았다며 부라보를 외쳤고, 곰돌이 무늬가 프린트 된 초록색 양말을 손가락질했다.
쉬피드 맙소사. 새까맣게 타는 남의 속도 모르고 가우리는 손가락 두 개를 아기 양말 속으로 쏙 집어 넣고는「와아~ 뭐가 이렇게 작아?」감탄사를 연발했다. 조물조물 만져도 보고 앞뒤로 뒤집으며 꼼꼼하게 살폈다.

『무지 예쁘다! 그치, 리나야.』

좋구나... 좋아. 부채를 휘둘러 길바닥의 열기를 내쫓던 노점상 주인은 눈을 가늘게 뜨곤 의미심장하게 씨익 웃었다. 아기 양말에 넋이 다 나간 젊은 남자와 이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를 양 사이드로 나란히 세워두고 보니 인생 40년 가락이 절로 튀어나왔다.
가끔 (정말 가끔이던가?) 그런 남자들이 있다. 해괴한 표정을 지으며 아기 목욕용 플라스틱 욕조를 옆구리에 꿰차고 나타나서는「자기야, 커다란 대야 하나 사왔어.」하고 뻔뻔하게 농을 친다. 마찬가지로 유모차 하나 할부로 구입하고는「레이스 달린 쇼핑 수레라고 생각을 하지, 뭐.」라며 스스로를 기만한다. 증세가 한층 더 심각해지면 마누라 몰래 아기 배내옷을 사다가 옷장 깊은 곳에다가 감추어 둔다. 마찬가지로 나뭇잎 크기의 신발이랑 머리핀, 아기 양말도 틈틈이 사다가 차곡차곡 접어 집안 어딘가로 쌓아둔다. 장난감 모빌을 천장에 매달고는「현대 조각품으로 방을 장식하는 건데 뭐가 어때서?」라고 아내를 설득한다. 낮에도 그렇게 하고 밤에도 잠 안자고 설득한다.「여보야...♡」
물품은 완비가 되었는데 정작 쓸 사람이 없도다.
결국 여자는 끈질기게 졸라대는 남편에게 한 차례 일을 당하기 마련이다.

끄아아아. 리나는 손바닥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리나! 이것 좀 봐, 정말 예쁘지! 이거 꽃무늬가 수놓아졌어. 볼래? 그 옆의 물방울 무늬도 깜찍한 걸. 귀엽지, 귀엽지! 리나야, 나 이거 가지고 싶어!!』

정말로 가지고 싶은 건 그게 아니겠지.
양말을 팔던 노점상 쥔장은 터져 나오는 폭소를 참아 넘기느라 콧잔등으로 힘을 팍! 주었다. 덕분에 가우리는 양말을 구겨서 화를 내는 모양이라 지레 짐작하고 가뜩이나 큰 키를 찔끔 구부렸지만...
어쨌거나 노점상 주인은 남자 쪽 보다는 여자 쪽으로 흥미를 더 느꼈다.
아줌마는 목을 길게 내빼고 얼굴이 일그러진 마도사 쪽을 살폈다. 특히나 배쪽을 신경썼다.
조금은 나왔다. 그러나 똥배다. 하긴 냄새 자체가 처녀다. 얼굴도 아직 애띈데다가 키도 작다. 결정적으로 가슴도 작다. 멀었다. 아직 멀었다.

주인장은 먼지 털이개로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아기 양말의 언덕을 툭 쳤다. 단언하건데 마도사 소녀가 금발의 잘 생긴 총각 소원을 이루어주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리게 생겨 먹었다. 이래가지고는 남자 쪽에서 몸이 달아 복날 옆집 강아지 울듯 낑낑 소리를 낼 법도 하다.

『가우리이이이이...;;』
창피함이 하나 가득이었다. 주변에서 킥킥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뜩이나 예민한 피부를 송곳처럼 찔러댔다. 리나의 뺨 위로 곱게 노을이 졌다.
치사하게 이런 식으로 날 채근질 하다니.
『안돼!』
가슴에 도끼가 박혀 잘 익은 수박 형상으로 쩍 갈라졌다며 눈썹 찡그려도 지금은 안돼. 눈물까지 찔끔거려봐라. 내가 넘어가나. 리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아가 양말을 꽉 잡은 가우리의 손을 적당히 힘을 줘서 후려쳤다.
『히잉!』
그래도 가우리는 손에 쥔 걸 결코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임마. 정말로 필요해지면 그때 가서 사면 되잖아!』
『언제. 응? 언제!』
『조만간! 됐냐?』

일단은 얼버무리고 도망가자. 키득대는 웃음소리가 더 커지고 있었다. 목덜미까지 새빨개졌다. 그래서 그녀는 보통 엄마들처럼 대답했다. 조만간. 나중에.
떼를 쓰는 가우리의 팔을 거칠게 잡아 당겼다. 아기 양말을 움켜잡은 고집스런 손가락을 거의 부러뜨릴 정도의 힘으로 꺾었다. 제발 좀 말을 들엇! 리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지 말고 따악 하나만 사줘어어어어!!』
무슨 까닭에서인지 오늘따라 영 이상하게 구는 가우리였다. 절대로 포기 못한다면서 바들바들 떨었다. 주먹으로 어깨를 때려도, 옆구리를 꼬집어도 꼼짝도 안했다.
『갖고 싶단 말이야아아아아!!』

틀렸다...;; 등뒤로 짓궂게 미소를 짓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리나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필요 외의 지출은 이미 기정 사실이었다.
양말 팔던 주인은 작정하고 서서 손을 벌렸다.
이게 어떨까, 저게 어떨까, 좌판을 한바탕 뒤집어 놓았으니 최소 하나는 반드시 사줘야 할 것이다.
여자는 펑퍼짐한 허리로 손을 얹었다.
리나는 떨었다.

『얼마예요.』
『하나에 다섯 디나르.』
『뭐요?! 닷푼이나 해요?! 저렇게 쪼그만데?』
리나의 항의에 장사치는 정색을 하며 표정을 달리했다.
『펄쩍 뛰긴. 원가는 세 푼이지만 한 푼은 어질러진 양말 정리 값, 나머지는...』
그러면서 갑자기 허리를 굽혔다.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어 이렇게 소곤거렸다.
『행운을 빌어주는 값이지. 오늘 밤 잘 해봐요.』
『이 아줌마가...;;』

웬일이니. 묘하게 골을 내면서도 그녀는 부른 값을 깎지는 않았다. 귓볼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라서는 묵묵히 동전 다섯 개를 재빨리 건네주었다. 알면서 바가지를 쓰다니, 대 상인의 딸 답지 않은, 돈에 죽고 사는 리나 인버스라곤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하는 사내가 아기 양말 한 켤레를 가슴에 품고 서있었다.

검사인 주제에 들고 다니던 칼도 곧잘 잊어 버리던 사내였다. 의외로 그는 덜렁거리는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우리는 그때 산 아기 양말을 죽을 때까지 품속에 넣고 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다 흘리곤 곧 잊어먹을 거라는 리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비록 그 양말을 신어줄 주인공은 이 세상엔 나타나지 못했지만... 가우리는 무슨 보물 궤짝인양 그걸 진정으로 소중히 간직했다.

한참 뒤에... 아주 한참 뒤에 연고 없이 죽은 늙은 홀애비의 장사를 준비하던 일꾼들은 빛 바랜 분홍빛 아기 양말을 가슴에 안고 관속에 누운 초췌한 노인에게 지나가는 부슬비처럼 가느다란 연민을 느꼈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