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블 소스, 오노 후유미 원작의 [고스트 헌트]. 1편 상단부의 참조글 필독 요망.


『어머! 나쁜 꿈을 꾸고 가위에 눌렸다고요? 그러니까 마도사님, 저처럼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지요.』
「귀신 찾아 서바이벌」인 호러 매니아 리즈는 대놓고 혀를 찼다.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준비성 없이 정글에 뛰어들었다가는 식인 악어를 반드시 만나게 되어있는 법이라나. 그리고는「피터의 법칙」이라는 난해한 이야기를 한참동안 떠들었다.
생소한 단어에 어리둥절해진 리나는 피터가 누구냐고 물어봤다.
리즈는 손바닥에서 거미줄이 나오며 - 어째서 거미줄? - 불행의 별 아래에서 태어났고, 재수가 더럽게 없고, 불쌍한게 피터라고 대답했다. 정리하자면 우연히 좋은 일이 벌어지긴 쉽지 않지만 그와는 반대로 우연히 나쁜 일이 벌어질 확률은 대단히, 경이적으로, 신의 이름을 들먹거릴 정도로 높다는게 피터의 법칙이라고 한다. 요컨대 바나나 껍질이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걸 밟고 뒤로 넘어진다는 얘기. 그것으로도 모자라 개똥도 밟고 토사물도 밟게 되어 있다. 따라서 나쁜 결과에는 죽어라 대비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쨔잔~』
그녀의 대비책 하나.
『마늘즙이 여섯 겹 덧발라진 은 목걸이!』
그건 흡혈귀에게나 효과 있는 거 아니었던가. 아니, 그 이전에... 리나는 숨 막히는 읍 소리를 내며 잠시 침묵했다. 마늘 즙을 바른 돼지고기는 좋아한다. 그러나 마늘 생즙이라면 느낌이 다르다. 제정신으로 그걸 목에다 걸고 다니겠다고? 그 악취나는 걸?
리즈는 정색했다.
『목에다 걸진 않아요.』
목걸이라며.
『틀려요. 이건 부적이라니까요.』
부적이든 뭐든 몸에 소지하고는 있어야 할 거 아닌가.
『수건으로 잘 싸서... 이렇게, 이렇게. 그리고 옷 아래에 잘 숨겨서...』
정작 필요해지면 어느 세월에 꺼내 보이려고? 마귀가 나타나서 네 염통을 내놓아라 위협을 하는데 그제서야 옷자락을 주섬주섬 풀러가며, 수건으로 잘 싼 것을 다시 꺼내, 매듭 묶은 것을 끌러서는, 비장의 마늘즙 은 목걸이를 찾아보겠다는 건가. 그 이전에 숨통 끊어진다.
『저런. 역시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이런 건 비효율적인 건가요.』
그런 표정 지어봤자지. 전문가의 눈으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비효율적이라구.
『그렇다면 이것! 성수가 들어간 눈물의 빵 조각~!』
빵가루를 던져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성직자들은 모두 방앗간 출신이다.
『정화된 소금!』
설탕보다야 몸에 이로운 물질이긴 하지.
『마물이 나타나면 삐삐삐 울어대는 초미니 알람! 가격 단돈 동화 한 냥!』
장담하는데, 그거 정작 필요할 적엔 작동하지 않을 걸. 메이드 인 차이*에 인*네시아잖아. 아! 물론 요즘엔 차이* 제품이나 인*네시아 제품도 제법 잘 만들어지긴 하지만.
『어, 어쨌거나 미리미리 대비를!』
전문가의 시큰둥한 반응에 꼬리가 내려간 듯 싶다. 그녀는 무너진 축대 앞에서 장마철 각종 안전사고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외치는, 소 잃은 외양간 출신 공무원의 말투를 흉내내며 사라졌다. 그것도 총총 뒷걸음질로 말이다.

뭐, 준비성 좋게 대비해야 한다는 건 결코 나쁜 얘기는 아니다. 만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보자는 가우리는 느긋하게 뒷통수나 긁고 있었다. 준비하자. 대비하자. 화장실에 갈 적엔 휴지를, 밥 먹을 적에는 숟가락을! 코를 풀고 싶을 적엔 남자 친구의 옷자락을!
『그랴. 내가 감기 걸리면 네 옷자락을 꼭 빌려주기 바란다, 가우리.』
기운도 없다. 리나는 설렁설렁 겉 멋으로 아무렇게나 대꾸하고는 제자리에 쭈그리고 앉았다. 뒷간에서 용변보는 영감님 포즈면 어떠냐. 허리로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적엔 이 자세가 최고다.
그동안 제르가디스는 홀로 테마파크 대탐험 준비를 나름대로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
정상으로 작동되는 나침반 하나. 펜과 메모지 잔뜩. 그리고 식량.
무려 식량인 것이다.

『뭘 그리 주섬대며 싸냐. 남들이 보면 웃겠다, 제~르.』
『배 고프다고 징징대며 나더러 밥 한 숟갈 달라고 할 사람이 할 말이냐, 그게.』
사실이다. 게다가 제르가디스는 어디까지나 소식가이고 3일 정도는 물 없이도 맹렬하게 움직일 수 있다. 혼자서만의 탐색이었다면 말린 육포와 견과류만 챙겼다. 호두알 약간과 건포도만 있어도 일주일까지 문제 없다. 따라서 지금 그가 짊어지게 될 식량의 상당수는 리나와 가우리 몫이다.
그런데 누가 뭘 보고 웃는다고? 오빠는 무지 섭섭하다.
리나는 뺨을 긁으며 엉뚱한 벽을 응시했다.
미안, 형편 없는 대식가라서.

『그나저나 얘들아? 이것 좀 봐. 리버트씨가 나에게 이런 걸 주던데.』
가우리가 모두에게 선보인 물건은 촘촘하게 짠 밧줄. 아울러 양초였다.
『치라 마!』
『어? 안 가져가?』
여기다 하이힐만 주어지면 완벽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리나는 쓰게 웃었다. SM클럽 입장 준비물이다. 밧줄과 양초라니. 엄한 상상에 코가 다 벌개진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품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리나와 제르가디스는 마법사다. 어두우면 라이팅 주술을 쓰면 된다.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레이 윙을 쓰고. 게다가 이건 동굴 탐험이 아니다. 양초는 그렇다치고 저택 탐사에 밧줄이라니. 삽과 망치는 별도인가. 차라리 마법의 양탄자가 낫겠다. 리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초반부터 기분이 안 좋다. 도망가고 싶어졌다.
눈치는 있다. 제르가디스가 재빨리 리나의 목덜미를 잡았다.
『도망가긴 어딜!』
『우엥~ 안 도망갈게요. 그냥 열심히 하면 되잖아요. 쿨쩍.』
리나는 울음 섞인 목소리를 내며 얌전히 오라에 묶였다.

자, 그럼 수색 시작이다.

『일단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방부터 시작할 거야. 규칙 하나. 시계 돌아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알았지? 오른쪽으로 왼쪽이야. 절대 잊지 마. 그러면서 차츰 안쪽으로 죄이고 들어간다. 들어갔던 방과 아직 채 살펴보지 않은 방을 구분해서 잘 기억해 두도록 해. 규칙 둘, 입구에 표식을 남겨둘 거니까 헷갈리는 일 없도록.』
제일 먼저 들어가게 될 방의 문에다 순서대로 아라비아 숫자를 적는다. 내부를 조사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면 문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일반적인, 미로 탐사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문에 아무런 표식이 없으면 그 방은 들어간 적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숫자는 있는데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지 않으면 그 방의 난 출입구는 적어도 두 개가 된다.
『아울러 미심쩍은 느낌이 있는 방엔 동그라미 위에 다시 가위표를 그려놓을 거야. 요주의 체크라는 거지.』
『뭐가 그리 까다로워. 그래서는 지나치게 일을 복잡하게 하는 거 아닌가.』
일을 차분하게 순차적으로 헤치우길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그러나 비능률적인 건 싫어하고 있다. 제르가디스는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반론을 제시했다. 그들이 오기 이전에도 없어진 사람들을 찾겠다며 대대적인 수색을 벌렸다. 그것도 지금의 그들보다 곱절의 곱절은 더 많은 인원이,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뒤졌다.
『그런데 그 행동을 지금에 와서 다시 반복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 리나.』
『있지.』
일단 수색의 방향이 다르다.
『무엇을 찾고 있느냐에 따라 관찰하는 시점이 달라지는 법 아니겠어? 앞서 수색을 실시했던 사람들은 아직 살아 있을 사람들을 찾고 있었어. 더러는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하여간 그들은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밀고는, 안쪽으로 누가 넘어져 있지는 않는가, 쓰러진 사람은 없나 등등만 확인한 뒤에 도로 문을 닫았어. 방에 들어가「여기에 아무도 없어요~? 헬로우?」하고 소리만 지르다 나왔다는 거야.』
『다시 말해 설렁설렁 봤다는 것?』
『딩동댕~ 하여 각 방들 속엔 수색팀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거라는 얘기.』

시체는 여지껏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서의 시신 발견은 기대하지 않는게 낫다. 사람 눈이 닿지 않는 매우 깊숙한 곳을 중점적으로 뒤져봐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비밀의 방, 비밀의 계단, 비밀의 벽장... 관찰의 주요 포인트는 하여 다음과 같다.
『가우리가 말한 사람 빠지는 수쳇 구멍... 그것이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이야.』

그럼 시작이다.
마른 침을 삼킨 뒤, 첫 번째 방문을 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리나가 황급히 방문을 닫았다.
각오도 안 했는데 첫 스테이지부터 보스 출현이냐.
『뭐야, 뭐야! 나왔나, 나왔나! 벌써 나왔나!』
부랴부랴 마력구를 만들어보인 소년을 돌아다보며 리나가 쓰게 대답했다.
『쥐, 쥐, 쥐가 있어! 황소만한 쥐가!』
제르가디스는 주먹을 쥐고 들입다 리나의 머리에다 알밤을 먹였다.
넘버 원의 천재 마도사가 쥐 한 마리에 호들갑을 떨면 쓰나.
의미가 불명확한 웃훙 소리를 내며 소녀는 아픈 이마를 움켜잡았다. 

『그런데 보통 쥐라는 동물은 사람 뒤를 따라다니는 거 아니었던가?』
벽면에서 돌출된 낡아빠진 촛대를 앞 뒤로 잡아당기면서 제르가디스가 질문을 던졌다. 틀렸다. 촛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게 비밀의 방으로 통하는 스위치라면 장치는 이미 오래전에 녹슬어 망가졌다. 나지막한 탄식 소리를 내뱉으며 쇳가루가 푸실푸실 날리는 촛대로부터 손을 떼어냈다. 장갑이 온통 시뻘건 빛깔로 더러워져 있었다. 이맛살을 찌푸리며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더러운 가루가 눈송이처럼 떨어져 내렸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았던 집에 여지껏 쥐가 살고 있다는 건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이곳 쥐들은 몸집이 무척 좋아. 이렇다 할 먹이도 없을텐데 말이야.』
『근래에 마차로 묻어왔을지도 모르잖아, 제르가디스.』
『아르바이트 고용인들과 같이 마차를 타고 쥐가 묻어왔다? 그건 결코 아닐 걸, 리나. 여럿이 엉덩이를 겹쳐 앉는 대형 마차라고. 그런 곳에 쥐가 어떻게 숨겠어. 만약 숨어서 여행에 성공한 쥐가 있다면 그 녀석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태어난 슈퍼 아이큐의 쥐라고. 분명 해부해서 박제해야 할 대상이지.』
『해부해서 박제까지? 어쩜.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혹시 또 모르잖아. 애초부터 이곳엔 사람이 싫어 은둔하는 쥐가 살고 있었을지도...』
『은둔? 쥐에게 그런 철학과 사상이 있다면 치즈를 쏠아대겠냐.』

수상한 것은 또 있다. 타박타박 걷다 말고 제르가디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이 집엔 우물이 없는 거지?』
『글세. 그건... 으음...』
그 질문은 리나도 내심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였다. 사람이 사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없으면 마을은 폐한다. 세탁도 못하고, 목욕도 못하고, 밥도 못짓는 곳에서 어떻게 사누. 따라서 사람은 물이 나오는 곳에 집을 짓고 산다. 가난한 자도 그렇게 하며, 당연히 부자인 자도 그렇게 한다.
물 한방울 없는 대저택이라는 건 그래서 영 어색하다. 집 주인이 워낙에 게을러 목욕을 평생 하지 않는다고 치자.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은 겨드랑이를 씻을 사용인들이 수 십명이 집구석에 달라붙을 터인데 마실 물조차 없어서야 무엇으로 여기서 일을 하라 설득을 하리.
『없지는 않을 거야. 있긴 있는데 여지껏 찾지를 못하는 거겠지.』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리나. 리버트 씨도 그렇고 가나이 씨도 그렇고 우리보다 더 혈안이 되어 우물을 찾았을 거야. 그런데 말라붙은 우물은커녕 우물 비슷하게 생긴 것도 찾지 못했다잖아. 이렇게 큰 집에 식수 시설이 없다는게 말이 돼?』
『확실히 수상쩍긴 해.』
리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초인종으로 여겨지는 줄을 잡아당겼다. 그게 실수였다. 수십년 묶은 초인종 줄은 맥 없이 뚝 끊어졌다. 앗 소리를 내며 손을 놓았지만 그렇다고 끊어진 줄이 다시 붙을 리는 만무하다. 리나는 큰일났다는 표정을 채 감추지 못하고 손아귀 안에 남은 초인종 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무엇으로 다시 붙여놓으면 될까. 실로 꿰매놓아?

얼마 후, 각오하고 끊어진 줄을 바닥에 몰래 버렸다.
그리고 표정을 바꿨다.
내가 절대 안 끊어 먹었어요. 지가 알아서 떨어졌다니까요. 난 몰라요.

일행은 아홉 번째의 방에 도달했다.
정 사각형의 방이었다. 가구는 전무. 꽃 무늬 벽지도 습기를 머급어 상당수가 벗겨져 나갔다.
제르가디스가 비밀의 방을 찾아본다며 주먹으로 벽을 두드려댔다. 하지만 저 너머로 공간이 있다는 식의 울림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정 반대의 의심이 들었다. 제르가디스는 귀를 한층 더 뾰족하게 세웠다. 순전히 느낌이긴 하지만 벽이 지나치게 두꺼웠다. 두께... 약 3미터에서 5미터.
『뭐셔?! 5미터?! 그럴 리가!』
핵폭탄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시대이다. 공습시 대피시설도, 열폭풍 방지 시설도 아닌데 무슨 놈의 벽을 그리 두껍게 발라대느냔 말이다. 인력과 벽돌이 남아 돌았냐!

거기다 입 딱 벌어지는 건 더 있었다.
아홉 번째 방의 측면으로 좁은 계단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망할 놈의 계단은 공중에 붕 떠있는 상태였다. 바닥에서부터 1미터 가량 떠 있다. 다리가 짧아 원한에 사무친 리나는 분에 겨워 소리 질렀다. 다리 가랑이가 찢어져라 점프해서 올라가라는 건가. 천벌 받을 건설업자 같으니.
『일단은 확인이 먼저야, 리나.』
『누가 뭐랬냐.』
투덜거림은 뒤로 물리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가우리가 리나를 무등태웠다. 발판처럼 가우리의 어깨를 밟고 선 리나가 껑충 뛰어 계단 손잡이를 잡았다. 조금만 더! 옳거니. 근육이 비명을 질러대는 가운데 오른발을 바둥거려 첫 번째 계단 위로 무사히 착지했다.
『뭐가 보여?』
『잠깐 기다려, 가우리.』
거의 기다시피 해가며 몸을 꾸셔 넣었다. 계단의 폭은 매우 좁았다. 그리고 어두웠다. 들쩍지근한 냄새까지 났다.
『거기로 해서 다른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겠어?』
『일단 시도는 해보고... 높이가 너무 낮아. 머리 하나 겨우 들이밀 수 있겠는데.』
그래도 탐색할 방법은 있다. 호주머니에서 작은 유리 구슬을 하나 꺼냈다. 그걸 일직선으로 튕겨보냈다. 또로록 하고 계속 굴러가면 깊이가 제법 된다는 것이고...
『아얏!』
지금처럼 멋진 속도로 도로 튕겨나와 사람의 대갈통에 상처를 내면 깊이가 짤뚱하다는 거다. 리나는 윽 소리를 내며 빨갛게 자국이 난 이마를 어루만졌다. 이쪽 앞은 막혀 있다.
『다른 건? 무슨 흔적 같은 것은?』
『깨끗해. 여긴 아무 것도 없어. 그럼 돌아간다, 가우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다시 아래로 뛰어내렸다.
완전히 미친 짓이다. 방에다 저런 만들다 도중에 그만 둔 쓸모 없는 계단을 남겨두다니.
리나는 확인을 마쳤다는 동그라미 기호를 그려넣으면서 저주의 글월을 읊었다.

하지만 이런 건 약과였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미친 짓도 있었다.
1층 열 다섯 번째의 방.
이번에도 계단이 보였다. 올라가봤다. 계속 올라갔다. 더 올라갔다. 오기를 부리며 올라가봤다. 위를 쳐다봤다. 지붕에 머리가 닿았다. 계단은 끝났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누.

열 일곱 번째의 방.
『방 한가운데에 또 방?』
억 소리 나는 일이었다. 커다란 궤짝같은 초미니 원룸이 정 중앙에 떠억 자리를 잡았다. 느낌으로 보자면 위치를 엉뚱하게 잡은 1인용 화장실 같아 보인다. 그것도 아니라면 붙박이 장을 전위적으로 - 무용지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도 보였다.
가우리가 목을 가다듬고 노크를 했다.
『실례합니다. 여보세요~ 누구 안에 있어요?』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문을 열어보았다.
다행이었다. 변기 같은 건 안 보였다. 1평 남짓의 그저 텅 빈 공간만 있었을 뿐이었다.

『기가 막히는군. 이건 거의 황금용족 수준의 농담 따먹기잖아.』
『그래도 우리보다 먼저 온 녀석들은 이걸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
제르가디스가 이걸 보라며 손가락을 가져갔다.
이야, 심 봤다. 안에 발자국이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안으로 들어가 만세를 불렀던 것 같다. 눈높이 부근 벽면으로 먼지를 쓸어낸 손가락 자국도 선명히 남아 있었다. 리나는 조심스럽게 흔적을 관찰했다.
『그렇게 오래된 자국이 아니야. 이것이 수색팀이 낸 자국이 아니라면 불법 침입자 선생들 중 하나는 분명 이 방으로 들어왔었군. 운이 좋으면 실종자들이 남긴 단서일 수도 있겠어.』

실종자! 모두의 눈빛이 변했다. 순간 가우리는 바지가 더러워지는 것도 잊고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남들보다 시력이 좋은 그다. 그는 천천히 인물이 남긴 궤적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자는 아니다. 적어도 두 명... 아니면 세 명. 발자국 폭이 넓었다가 좁았다가 하고 있다. 이렇게 보폭이 일정하지 않다는 건 흥분해서 제멋대로 마구 돌아다녔다는 의미다. 모험을 좋아했던 어리숙한 탐색자들의 발자국이라는데 한 표. 수색자라면 이렇게 천방지축으로 뛰지는 않았을 거다.
『좋아라 했던 모양이야.』
『한심한지고. 보물이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걸까. 자, 그래서 그 인물들은?』
『어. 그게... 어디 보자.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걸어 나갔어.』
서둘러 열 일곱 번째의 방문에 확인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빨리 뒤따라 이동하자.
『좋아, 좋아. 가우리. 흔적들은 어디로 이어지지? 녀석들은 어디로 갔어.』
『저쪽.』
가우리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은 복도 반대편으로 비스듬히 보이는 방이었다.
『순서는 아니지만 일단 들어가보자!』
기대에 잔뜩 부풀어 열 여덟 번째의 방문을 열었다.

벽난로가 붙어있는 방이었다.
그러나 무늬만 벽난로이고 진짜로 불을 피워도 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 추측의 첫 번째 근거는 이 집엔 어디에고 굴뚝이 보이지 않았다. 굴뚝이 없는데 불을 피웠다간 연기에 질식해 죽어버릴 거다. 근처로 굴러다니고 있던 부삽을 들어 구멍을 쑤셔봤다. 제법 깊이는 된다. 사람 허리 길이까지 오는 삽이 끝까지 들어갔으니까. 하지만 타고 남은 재라던가 불쏘시개 감의 종이 잔해들은 없었다. 새까만 석탄들도 가까이엔 보이지 않았다. 장식용이 분명하다. 리나는 들고 있던 삽을 도로 내려놓았다.

『단서는 어디?』
보조 테이블과 청색의 소파가 하나 있었다. 소파는 커버조차 씌워놓지 않아 대식가 좀벌레의 훌륭한 만찬식이 되어버렸다. 끔찍하게 더러워서 감히 만져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여러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의 기분이 들게 했는지 주변으로는 어떠한 발자국도 나있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의 관심을 끌어당길만한 것이 바로 그 부근에 하나 있었다. 무겁고 젖어있는 물체가 질질 끌린 자국이었다. 리나는 몸을 낮추고 손바닥을 내밀어 바닥면을 어루만졌다. 습기는 오래 전에 말랐지만 얼룩은 남았다. 자국은 일직선이었으며, 놀랍게도 맞은편으로 계속 이어지다가 마침내 벽을 만나 끊겼다.

벽 뚫고 퓨처.
추측하기가 싫어졌다.

가우리가 먼 산을 응시하듯 손바닥을 눈썹으로 가져갔다. 하프 엘프인 그의 눈에는 뭔가 보이는 듯 싶다. 발자국...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역시 보폭은 천방지축. 소년들은 흥미본위로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그 중의 한 명이 벽난로를 보고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왜 벽난로 앞에서...? 가우리는 더욱 자세히 봤다. 묘한 자국이 있다. 얼룩... 사방에 방울 방울 튄 자국. 이런! 기분 나쁜 놈들이다. 벽난로에 대고 오줌을 갈겼다. 가우리는 엑- 소리를 내며 리나를 쳐다봤다. 약간 화가 나서 뭔가를 말하려다... 관뒀다. 아무래도 여자애 앞에선 할 말이 아니다. 거기다 오줌 자국인지도 모르고 손으로 만졌다는 걸 그녀가 알았다간... 그래서 어흠~ 하고 기침만 하고 말았다.
『저쪽으로! 한 명은 다시 뒤돌아 걸어 나갔어.』
이어 가우리는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응시했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은 그렇게 하지 못했어.』

오줌을 싸는 도중에 등 뒤에서 갑작스런 습격을 받았을까? 어쩌면 치명적인 천식발작을 일으켰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러는 배탈, 어쩌면 생리통... 하여 의식을 잃고 바닥에 넙죽 쓰러진다.
『그렇다면 그대로 누워있어야 할 거 아냐.』
리나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이쯤해서 제3의 존재가 등장한다. 누군가 쓰러진 사람을 질질 끌어당겼다. 다리를 잡던가, 아니면 팔을 잡던가 해서 힘껏 끌어당겼다. 상대는 힘이 장사였다. 그러니까 끌린 자국이 뒤틀림 한점 없는 일직선이다.
거기다 모양만으로 보자면 이 무겁고도 젖은 물체 - 아마도 사람 - 는 벽을 무사 통과하여 저편으로 사라졌다. 

『비밀의 방이 있다는 거렸다. 좋다! 세월 좋게 개폐장치를 찾을 때가 아니야.』
그렇다면 이들이 할 일은 하나 뿐이다. 가우리와 제르가디스가 눈치껏 밖으로 나갔다. 혹시 주변으로 누가 오고 있지는 않나 망을 보기 위해서이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섰다. 어쩌다 인기척이 들려오면 재빨리 헛기침으로 신호하자.
아무도 없지? 오케이. 됐어.
홀로 남은 리나는 야금야금 마력을 머금은 주먹으로 있는 힘껏 벽을 때렸다.
댐 브라스!
그리고는 딴청이다.
원래부터 구멍 뚫린 벽이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콜록콜록.

날리는 작은 먼지에 눈이 따가웠다. 리나는 한참을 기침하다 눈을 가늘게 떴다. 저 건너편으로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은 잘 안보이고 있다. 어둡다. 그리고 역시나 기분 나쁜 냄새가 났다. 코는 나중에 막도록 하자. 도대체 뭐가 원흉인가 싶어 상체를 앞으로 크게 기울여 내부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어허!』
제르가디스가 재빨리 어깨를 붙잡아 그러지 말라고 막았다.
안전, 그리고 또 안전.
어른 손주먹막한 빛의 구를 만들어 구멍 안으로 던져 넣었다. 야구공 크기의 빛의 구가 세 번을 통통 튀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기척은 없다. 바퀴벌레도 없는 듯 하다. 그제야 제르가디스는 환한 빛으로 가득찬 구멍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관찰을 시작했다.
『나도!』
리나가 자기도 한번 보자며 소년의 어깨를 꼬집어댔다. 그래도 양보는 없었다. 순서는 지켜져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선 레이디 라스트가 규칙이다.
또 성차별이나며 리나는 볼멘 얼굴을 하고 화를 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남자들은 막무가내였다. 가우리가 미소를 지어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착하지?』
『누굴 애 취급이야?!』
맨 마지막으로 구멍에 발을 집어 넣으면서 리나는 으르렁댔다.

『여하간 이쪽도 방이군. 그것도 평범한 방이야.』
실망 가득한 목소리로 제르가디스는 그렇게 말했다.
비밀의 방이라면 왜 있잖는가. 흉한 고문기구로 가득 차고, 바닥엔 핏방울이 남아 있고, 근처로 금지된 책들이 쌓여있으며, 한편으로 괴물의 알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꿈 깨자. 판타지는 없었다.
평범해 보이는 외관이었다. 출입구는 두 개. 가구는 전무. 창문은 달랑 하나.
창문 손잡이를 쥐고 열어보고자 했지만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이질 않았다. 살펴보니 못으로 박아놨다. 그것도 꼼꼼하게도 3cm 간격으로 박음질해서 막았다.
『문도 마찬가지야.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가 없겠어.』
문 저편은 네모반듯한 벽돌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빈틈도 없다. 완벽한 밀봉이다.
『흔적은?』
무거운 물체가 질질 끌린 듯한 자국은 대각선 방향으로 이어져 쌓여진 벽돌 쪽까지 닿아있었다. 자국은 이번에도 역시 벽돌을 통과하여 저 너머로 사라졌다. 그것도 유리겔라가 만리장성 통과하듯 별 어려움 없이 지나갔다.

속임수가 아니라면... 리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얼핏 봐도 비밀의 문이 열리고 닫긴 것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흡사 공간이동술의 흔적과 닮아있다. 손등으로 벽돌을 툭툭 쳐봤다. 저 너머가 비어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질식해 죽은 개의 목구멍을 가득 채운 소시지처럼 벽돌은 그렇게 입구를 철저하게 방어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바닥면에 먼지가 치워진 흔적이 없다. 비밀의 문이 열리고 닫겼다면 소슬하게 먼지가 날렸어야 옳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있다. 먼지는 일정한 밀도로 어디에나 소복히 깔려 있다.
예감이 안 좋다. 리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이거, 무너뜨릴까.』
『아니. 그만둬. 나중에 와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고 지금은 돌아가자.』
숫자 열 아홉 번째의 방에 커다랗게 의문 가득함의 엑스 자를 그려넣었다.

일행은 열 일곱 번째의 방으로 도로 돌아왔다.
제르가디스가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두뇌회전이 잘 안된다 싶을 적엔 영양소와 에너지를 보충해줘야 함이 마땅하다. 근육이든 뇌세포든 일단 힘을 내려면 태워야 할 열량이 똑같이 요구되는 법. 가우리와 리나는 군소리 없이 샌드위치를 받아들고 입에다 꾸셔 넣었다. 마침 다리도 슬슬 저려오고 있겠다, 체면 불구하고 바닥에 양반다리로 털썩 앉고 보았다.

『마실 것도 있으면 좋겠는데.』
보온병에서 커피가 꺼내졌다.
『샌드위치 정도로는 성이 안 차.』
구운 감자가 손에 쥐어졌다.
『혹시 냅킨이나 손수건 있니? 제르가디스.』
이것들이... 차라리 날 엄마라고 불러라. 소년의 한쪽 눈썹이 활처럼 휘었다.

『그나저나 정말 방 많다. 1층만 벌써 스무개에 육박. 우욱.』
『숫자만 많은게 아니니까 더 짜증나.』
『너도 느꼈나, 리나. 이 집은 가운데 방향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진 방들이 많아지고 있어. 심지어 어떤 방은 창문이 하나도 없고 말이지.』
『아아. 높이가 1미터가 채 안되는 방도 있고.』
『그렇지만 더 심각한 건... 어림잡아 짐작한 거긴 하다만 집의 외관과 내부 크기가 서로 일치하지 않아.』

줄자를 동원해서 맞춰본 건 아니다. 현대적 계측기도 그들에겐 없다. 때문에 제르가디스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 보폭으로 나름대로 크기를 짐작해봤다.
밖에서 외벽을 따라 100을 세고 걸었다. 보폭이 대략 60cm라고 가정하면 약 600미터의 크기이다. 안에서는? 복도의 구불거림 현상으로 직선으로 걸을 수 없음을 염두에 두고서라도 88걸음. 따라서 528미터. 72미터 도중에 증발하여 사라진 셈이다. 방을 나눈 칸막이 벽의 두께가 넉넉잡고 15cm라고 가정하자. 일렬로 열 다섯의 방이 나열되어 있다고 하면 칸막이로 소요되는 공간은 약 21미터. 그렇다면 단순 산술에 의해 순수 행방불명된 공간의 너비는 총 51미터.
『오오~십 일?!』
『아까도 말했지만 복도를 일직선으로 걸을 수 없었으므로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다. 하지만 느낌으로 보면 최소 30미터에서 20미터는 사라진 공간이야.』
뿐만 아니다. 제르가디스는 잘게 썰은 오이를 씹으며 정색했다.
『충격 먹지 말라는 취지에서 미리 말해두지만 이 집은 계단의 높이도 맞지 않아. 2층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1.5층일 수도 있다는 거다. 마찬가지로 3층이다 생각하고 다리품을 팔았는데 여전히 2층일 수도 있고.』
중앙 홀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대회랑 계단의 수는 34개.
그 왼편으로 보이는 사용인들 전용 계단으로 올라가면 훨씬 적은 28개.
『1층 여덟번째 방에선 직접 2층 복도로 올라갈 수 있었지? 이때의 계단 수는 26개.』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리나는 눈을 둥그렇게 떠보였다.
『허억! 도대체 언제 그런 걸 다 세고 있었어? 제르. 이 남자 빈틈 없군!』
칭찬 받았다. 우리의 록골렘 선생은 환하게 웃었다.
『당연히 이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지. 뭔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왜?』
리나는 그런 소년의 등으로 팔을 둘렀다.
이래서 이 소년을 적으로 돌리기가 싫어진다.
제르가디스는 답례로 자신의 어깨에 둘러진 소녀의 손등을 기분 좋게 토닥거렸다.

『자, 그럼 슬슬 1층은 마무리하고 2층으로 올라가볼까?』
모두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점심 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 남짓 남아 있었다. 짧으면 짧은 시간이며, 더러는 영원처럼 긴 시간일 수도 있다. 그동안 리나는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볼 생각이었다. 다리가 제법 아프긴 했지만 황금 용족의 신전에서 화장실 찾아 사방팔방으로 날뛰고 돌아다녔을 적보단 덜 아팠다. 그러니 계속해서 뒤져보는 것이다. 게으름을 피울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이딴 집, 빨리 해결하곤 아듀~ 하고 본다.

리나는 바지춤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좋아. 대회랑 계단으로 올라가 보자. 그리고는 역시 시계 방향으로 방들을 뒤져...』
그녀가 말하는 도중에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 까닭이 있었다.
사람이 나타났다. 리버트 씨였다. 안색이 달라져서 이쪽을 향해 맹렬한 걸음걸이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기백이 너무나 맹렬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심결에 겁 먹게 만들 정도였다. 표정으로 봐선 엄청 심각한 일이 터졌다. 리나는 혹시? 하는 얼굴이 되어 가우리 등 뒤로 숨었다.

안녕하쇼, 선생. 설마하니 벽 무너진 거 때문에 그러슈?
내가 안 그랬다니까요. 난 모르는 일이예요.

모두를 발견한 리버트가 하이 소프라노의 괴성을 질러댔다.
『사, 사, 사, 사, 사!』
『사?』
알았다. 아마 살구씨가 목에 걸렸나 보다. 죽어라 해서 공기를 마시려고 허우적대는 모양으로 봐선 아무래도 그러하다. 덩달아 리나는 초조해졌다. 사람이 죽게 생긴 것이다.
『호흡이 곤란해요? 가우리! 어서 하임리크 구조법을!』
『알았음!』
명령을 받들어 다 큰 사내를 등 뒤에서 끌어안고 힘껏 명치를 압박했다.
누르고, 이완. 누르고, 이완. 이엽! 이엽!
『케에에엑- 그게 아니라! 사사사사사사사사!』
사색이 된 리버트는 팔까지 버둥거렸다. 갈비뼈 바깥에서부터 눌려진 폐가 너무 아프기도 했거니와 말은 하고 죽어야 했다.
『사!!』
이어 그는 폭발하듯 외쳤다.
『사람이 또 하나 없어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