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원작은 십이국기로 잘 알려진 오노 후유미의 [고스트 헌트] 입니다. 소설본은 일본에서도 이미 절판되었기 때문에 이나다 시호의 만화본을 차용했습니다. 한국에서 (주)서울문화사에서 라이센스판으로 출간된 [고스트 헌트] 6권과 7권, 피투성이의 미궁 상편과 하편에 해당됩니다.



일행은 모두 두 명이었다.
촌부들이 즐겨 애용하곤 하는 창 넓은 밀짚모자를 머리에 깊숙이 눌러쓰고, 발목을 덮는 기능성 장화를 신었다. 장화는 한 켤레에 은화 한푼짜리 싸구려였다. 누런 진흙 밭을 힘겹게 지나왔는지 장화 코엔 냄새나는 얼룩이 묻어 있었다.
글세올시다. 입고 있는 셔츠는 햇볕에 그슬려 색이 바랬다. 아울러 튼튼한 소나무를 연상시키는 굵은 팔뚝은 진한 구릿빛이었다. 차림새로 보자면 편안한 실내에서 하안색 와이셔츠를 입고 볼펜 굴리는 직업군의 사람은 분명 아니다.

『실례하오. 주인장 있으시오?』
그런데 평범한 시골 농부라고 생각하기엔 어투가 지나치게 정중하다. 사람을 불러내는 손짓에서도 금방 깎은 향긋한 연필 냄새가 났다.
『예, 여기 있습니다만.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슈?』
여관 주인은 눈을 깜빡이며 낯설은 이들에게 다가갔다. 보아하니 방을 구하려는 건 아닐테고... 뭐니뭐니해도 그들은 여행용 가방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손은 텅 비어 있었다.
그렇다면 식사 주문? 에이, 무리다. 이 여관은 마을 입구 어귀 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밭에서 일하다 말고 배를 채우러 오기엔 성가시다 싶을 정도로 가게는 인가로부터 제법 떨어져 있다. 건강을 위해 왕복으로 약 한 시간동안 빠르게 걷기라는 걸 할 정도로 농부들이 그리 한가하던가? 게다가 이 가게의 본업이라는게 숙박업이다 보니 솔직히 말해 밥은 그다지 기름진 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 사람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관심 있냐? 제르가디스.』
『샐러드 접시나 이리 내.』
가우리는 빵을 스폰지처럼 사용해 접시 바닥에 남은 소스를 훑었다. 제르가디스는 묵묵히 샐러드 접시로 포크를 가져가 귀엽게 생긴 방울 토마토를 먹으려 했다. 리나는 고기 튀김이 목에 걸린 나머지 질식해 죽게 된 찰나에서 물을 퍼 마시는 것으로 목숨을 부지하는 중이었다. 쉽게 말해 금강산도 식후경이었다. 먹느라 바빠 다른데 코를 돌릴 겨를이 없었다.
밖에 누가 왔어? 그랬나보지, 뭐. 아줌마? 여기 생선 구이 한 접시 추가요.
아작아작 씹는 동작엔 그리하여 멈춤이 없었다.

사실 이 낯선 사내들의 등장은 리나 일행은 물론이고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시선을 끌지 못했다. 비록 그들의 표정 하나 만큼은 쓸데없다 싶을 정도로 비장하긴 했다만... 냉정해지자. 여관 뒷뜰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잡초를 모조리 뽑아버리는데 얼마의 비용을 낼 거냐 흥정을 벌려도 그 정도의 심각함은 얼굴 마당에 걸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두 사람이 여관집 주인을 밖으로 불러내 뭘 물어보고 있는지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때마침 굵은 장대비 끝에 쑥대밭이 된 뒷뜰도 있겠다, 사람들은 이들 농부들이 올타꾸나 해가며 기능성 제초제라도 팔러 왔구나 하고 멋대로 짐작을 해버렸다.

그런데 그놈의 제초제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여관 주인의 표정이 영 밝지가 않았다.
팔을 벌려 난처함을 표시했다. 덧붙여 앞치마 자락을 쥐고 탁탁 털었다. 손칼로 목을 치는 시늉이「넌 오늘 자로 해고야!」라는 뜻인 것과 마찬가지로 저 제스츄어는 시간을 더 끌어봤자 쌍방이 피곤하니까 하던 얘기를 그만 끝내자는 신호다.
『에이, 주인장. 그러지 말고 얘기 좀 하자니까요~』
그래도 사내들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손바닥으로 부지런히 세모 네모 모양을 만들어가며 설득을 계속했다. 교묘한 눈웃음과 헛기침, 애원과 협박이 뒤섞였다.

아랫배를 툭 치는 동작.
봇장 좀 부리겠습니다. 당신은 내 고집을 절대 못 꺾어요.
손바닥을 마주대며 부비기.
부탁 좀 합시다.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살짝 뒤집기.
오직 진실만을 말합시다. 거짓말은 사양하겠소.

마침내 여관 주인이 지쳤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이그! 정말 끈덕진 사람들일세. 옛수. 저기요. 저리로 가보슈.』
그러더니만 엉뚱하게도 리나 일행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들고 있던 쟁반을 척 세우는 것이었다.
『당신들이 찾는 일행은 저쪽에서 폭식 중이오.』

순간 리나의 눈이 휘둥글 벌어졌다.
제초제 가격 흥정이 아니었어? 어째서, 왜 예쁜 나를 손가락질 하는겨?
평소에 지은 죄가 워낙에 많은지라 질겁부터 하고 보는 그녀였다.

큰일이었다. 두 명의 사내들이 리나 일행이 앉아있는 식탁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일이 급하게 되었다. 리나는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지진 발생 시의 대피 요령을 답습하며 재빨리 식탁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몸을 둥글게. 그리고 팔로 머리를 감쌌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바락바락 우겨댔다.
『사람을 잘못 보셨습니다. 저는 리나 인버스가 아니라 소피아 아가씹니다!』

지은 죄를 자복하고 솔직해지자.
저 두 사람이 이 근방에 사는 농부가 아닌 것처럼 리나 또한 소피아 아가씨가 아니다.

『저 사람들, 농부가 아냐?』
『뭘 되묻는 거냐, 가우리 넌!』
제르가디스는 핀잔부터 주었다. 그래가지고는 너무나도 한심한 질문이었다.

사람의 신체 중에서는 열렸다 하면 거짓말을 토해내는 입과는 달리 절대 거짓말 못하는 부분이 딱 두 곳 있다.
하나는 눈이다.「영혼의 창」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도록 그 눈은 언제나 진실을 내포한다. 일부 유능한 심문관들은 동공의 벌어지는 정도와 시선의 방향만 가지고도 죄인이 거짓말을 했느냐 안했느냐를 정확히 꼬집어낸다. 이건 확률의 문제도 아니며 무의식적인 뇌의 생리학적 반응 읽기다. 나무망치로 무릎을 치면 다리가 번쩍 올라가는 것처럼 그 혀가 말하는 진실은 눈동자를 휘감는다.

그렇다면 다른 하나는?
그건 바로 손이다.

제르가디스는 큰 결례라는 점을 무시하고 밀짚모자 사내의 손을 덥썩 잡아챘다. 엉겹결에 손을 잡힌 사내가 부끄럼 많은 새색시처럼 뺨을 붉혔지만 일단 무시. 골동품 감상하듯 이리저리 돌려보며 감정에 들어갔다.

『이걸 잘 보라고. 가우리. 관절이 눈에 띄도록 울퉁불퉁하지?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의 손이야. 손바닥에 굳은 살도 박혔고... 전체적으로 단단해. 하지만 이게 바로 중요한 점인데 바짝 다듬어진 손톱 아래로 흙물이 들진 않았군. 알고는 있나? 흙이라는 건 말이지, 일종의 천연 염색재야. 일부 지방에선 옷감을 물들이는데 흙을 쓰기도 한다구. 당연히 농삿꾼들 손 끝은 까무잡잡하게 색이 들어가 있곤 하지. 비누로 아무리 씻어봤자 소용이 없을 정도로 말이야. 외모에 신경을 쓰는 시골 촌색시가 몸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 밤 표백제로 손가락을 닦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고.』
『흐응.』
『따라서 이 손의 주인공은 농사꾼은 아니라는 건 확실한 셈인데... 여기서 문제. 이 사람의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 모양새가 농부들과는 달리 좀 특이하지 않아? 많이 단단해진 건 엄지 손가락과 손바닥 가장자리, 특히 이쪽의 뿌리 부분. 검지 아래쪽의 살집 도톰한 부위가 눈에 띄게 닳았지?』
『아! 그게 뭔지 난 알아. 뭔가를 쥐고 휘두르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굳은 살이 박히지.』
바로 그거야. 제르가디스가 허벅지를 때리며 맞장구를 쳤다.
『묵직한 뭔가를 들고 휘두르는 사람.』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뻔하지 않겠나. 우리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라는 거지.』
그렇게 잠정 결론을 내리고 밀짚 모자의 사내를 빤~히 쳐다봤다.

물론 특별하게 적의를 드러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왜냐고? 밀짚 모자 사내들은 어디까지나 비무장이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나이들 세계에서의 분문률이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건 상관 없다. 하지만 비무장인 사람을 상대로 송곳니를 드러내는 일은 천박하다. 여자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자가 그 인격을 의심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무장인 사람을 무작정 적대시 한다는 건「나는 쫌생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다는 행위와 같다.
따라서 제르가디스는 자신의 검이 금방에라도 손에 닿을 거리에 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가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여느 때처럼 끙 소리를 내며 팔짱만 꼈다. 앞으로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 거냐에 따라 이쪽의 태도는 확실하게 달라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제르가디스는 잡고 있던 사내의 손목을 천천히 놓았다.
『자, 그래서?』
『그래서 뭐긴요.』
사내들은 쓰고 있던 밀짚 모자를 공손히 벗었다.
『우리는 분명 농삿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수상한 사람들도 아니오.』
『흐음?』
『영 못미더워 하는 눈치지만 우리의 신분은 확실합지요. 게다가 공무 중이고.』
『공무?』
『그렇소. 공무요.』

바로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 듯하다. 밀짚모자 사내가 품속에서 두껍게 봉인된 희디 흰 빛깔의 편지 봉투를 하나 끄집어냈다. 그리고 중저음 스테레오 사운드로 이렇게 외쳤다.

『지명이오, 리나 인버스씨. 지명을 받으시오~~!!』

『푸웃-』
웃으면 안된다는 걸 알고는 있다. 웃으면 죽는다. 그런데도 웃음이 나왔다.
이래가지고는 흡사 어명을 받으시오 라는 말투였다. 그것도 아니라면 오라를 받으시오, 내지는 사약을 받으시오... 제르가디스는 순간적으로 이도령과 변사또를 떠올렸고, 필연적으로 온 힘을 다하여 입가를 틀어막아야 했다.
『지명을 받으랍신다, 리나. 아니, 소피아 아가씨. 어쨌든 받으랍신다.』
『시끄럿!』
식탁 아래에서는 성난 짐승이 발톱을 세워가며 으르렁대는 소리가 엄청났다.

자. 그렇다면 그들이 언급한 지명이라는 건 무엇일까.
가우리는 가만히 손가락을 빨았다. 아까부터 엄청나게 큰 소음이 귀를 때리고 있다. 쾅쾅 소리의 본거지는 그 누구도 아닌 리나 인버스로 멀정한 나무 기둥에 기꺼이 이마를 박아대고 있는 중이다. 사람의 머리 부위가 쇠망치 대용품으로 사용 가능한지를 실험하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겠고... 의외로 메세지는 명확하다. 성질이 나서 죽겠다는 것.
이때 잘못 건드리면 마족이라 할지언정 뼈도 못추린다. 저런 상태의 리나에게「지명이 뭔데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거야?」고 넙죽 물어봐라. 드래곤 슬레이브 곱배기가 답변 대신으로 날아온다. 그러니「당신은 거기서 계속해서 머리나 박고 있으세요」라는 친절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채 잠자코 뒤로 물러나는게 현명하다.

『저기... 있잖아, 제르가디스.』
『응?』
사실 이쪽도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엔 그리 좋은 상대가 아니다. 제르가디스는 정령술이 특기라서 흑마법의 정수인 드래곤 슬레이브를 화풀이로 날릴 염려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껄끄러운 건 마찬가지다. 특유의 차가운 시선이라는게 있다. 매섭게 흘겨보고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누구라도 그 미소를 보면 순식간에 추위를 느낀다. 두껍게 달라붙은 얼음은 한 여름이 지날 때까지 여간해선 녹지 않는다.

눈에 띄게 주눅이 든 표정으로 가우리는 말했다.
『지명이 뭐야?』
역시나였다. 가우리는 누비를 넣어 두툼하게 살집이 오른 겨울 조끼를 추억하며 시린 옆구리로 팔을 둘렀다. 비난과 책망의 시선이 말 그대로 지역성 집중호우처럼 쏟아졌다.
『맙소사, 가우리. 넌 아직까지도 지명이 뭔지도 모른다는 거냐?!』
『으, 으응... 몰라서 미안.』
『쯧쯧. 잘 새겨 들으라고, 가우리. 지명이 뭔가 하니... 이름 지명, 성은 오. 배우 이름 오지명. 1939년 서울 출신으로 1966년 수양대군으로 탤런트 데뷔, 주요 등장 프로엔 오박사네 사람들과 순풍 산부인과 등이 있었...』
『이것들이 정말! 모노 볼트!!』
『우와악!!』

괜한 농담이 화를 불렀다. 반복적으로 들려오던 이마를 찧는 쿵쿵 소리가 일순간 끊어졌다 싶더니만 별안간 코앞으로 시퍼런 벼락이 내려쳤다. 근처에는 변변한 피뢰침 하나 없겠다, 가우리와 제르가디스는 왁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찌릿하다못해 째지는 듯한 고통. 엉덩이에서 한줄기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콜록 하고 가볍게 기침을 하자 입 밖으로도 새까만 연기가 통통한 어린양의 모습으로 새어나왔다.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면서 놀고들 있는 거야! 죽고 싶어?!』
저쪽에서 리나가 악을 쓰며 종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그런가. 가뿐하게 죽여놓고는「네 희망 사항이 정녕 죽음에 이르는 것이냐」물어보는 건 순서가 좀 틀린 듯 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페샬 모듬 정식 A를 테이블에 내려다 놓고「뭘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웨이터를 상상해봐라. 분명 잘못됐다.
하지만 여기서 순서가 틀렸다고 고지식하게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심장 튼튼한 인간은 없다. 말해서 어쩌려고? 기가 볼트의 벼락을 다시 맞고 싶어? 절대로 사양이다. 따라서 그냥 얌전히 땅바닥에 드러누워 새카맣게 탄 고기 흉내나 내고 있는게 안전하다. 가우리는 쓴 눈물을 삼키며 땅바닥으로 코를 박았다.

『도대체 지명이 뭐길래 리나 쟤는 저러는 거야... 훌쩍.』

그런데 그 지명이라는 건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배가 고픈 당신은 곧 음식을 주문하려고 한다. 짜장면을 먹고 싶은가? 그렇다면 중국집에 전화를 걸도록 하자. 그런데 집 주변으로 과연 중국집이 있기는 있는지, 가게의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고 있는 바가 없다. 그렇다고 손가락 빨면서「이런 제기랄」한숨만 쉴 수는 없다. 당신은 곧 생활 정보 안내지로 시선을 돌릴 것이다. 알뜰한 주부의 파트너, 생활 정보 안내지...;; 어쩐지 싸구려 광고 전단지의 문구처럼 되버렸지만 이게 바로「지명」이라는 제도다.

『순풍 산부인과의 오지명이라면서! 날 속인 거야? 제르가디스!』
『그건 단순한 농담이었어. 그런 썰렁한 농담에 동조하는 네가 더 이상한거지. 어쨌든 제대로 설명하자면 사실은 이런 거야. 다시 말해 급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도사 협회가 적당한 마도사를 추천해 주는 제도다. 일의 난이도와 중요도에 따라 레벨을 달리해서「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까? 그렇다면 이 마도사에게 일을 의외하도록 하세요」라고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거지.』
『뭐야~, 별 거 아니잖아.』
『그래. 별 거 아니라니까.』

그렇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다.
마도사 협회는 남편이 누구와 바람 피우고 있는지를 꼭 알아내야겠다며 활활 불타오르는 빨간 바지의 사모님에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아내는 일에도, 남 등쳐먹고 도망간 사기꾼을 붙잡는 일에도, 고장난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수리하는 일에도 일절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 건 탐정 사무소나 심부름 센타, 그리고 전파상에서 해결할 수 있다. 마도사 협회가 굳이 팔을 걷어부칠 까닭이 없는 것이다.
리나 인버스가 지명 제도에 진저리를 치는 이유라는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워 했다.
『적당한 마도사를 추천해 달라고 협회에 의뢰를 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눈 튀어나올 정도의 지도층 인사들이 대부분이야. 왕족이나 대 귀족... 엄청나게 고귀하신 분들이시지. 톱 클래스에 콥 클래스야. 따라서 그들의 골치 아파하는 문제라는 것도 거국적 수준일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구. 반역자를 암살하라는 의뢰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금방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화산의 움직임을 멈추게 해달라는 의뢰 같은 것도 있단 말이야. 알겠어?!』
『오~』
『오, 가 아니란 말이야! 정말이지!!』

대다수의 마도사들은 마도사 협회로부터 지명을 받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사실 이것은 대단한 명예다.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협회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지도 않았을 거다. 일을 성공하면 본인의 위상도 배로 올라뛴다. 이 명예 욕심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지명을 받고 싶다며 협회 간부에게 뇌물을 건네기도 하는 모양이다.
리나 인버스가 생각하기에는 완전히 미친 짓거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대단한 명예라며.』
『명예가 밥을 먹여주냐, 떡을 먹여주냐! 난 어디까지나 현실주의자라구.』
리나는 검지손가락을 눈 앞으로 해서 마구 흔들어 보이며 이렇게 주장했다.
『게다가 애시당초 왕족이니 뭐니 하는 사람들치고 짠돌이 아닌 사람을 못봤다고. 목숨이 아홉이라도 모자랄 일을 시켜놓고도 겨우 금화 100개로 입을 닦으려는 작자들이 바로 왕족이란 말이야. 벼락 갑부가 잃어버린 애완용 핑크 드래곤을 찾아주는 일만 해도 의뢰비가 3백인데 내가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못하지.』
『내 말이 바로 그거야, 가우리.』
『그러면 거절하면 되잖아? 뭘 그리 고민하냐, 너.』
가우리의 순진무구한 이 질문에 리나는 눈에 띄게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괴로워했다.
『이 등신. 그랬다간 당장 일류 마도사에서 삼류 마도사로 추락이야. 미안하지만 갑자기 배탈이 나서 당신 얘기는 못 들어 주겠어요~ 하고 해봐. 당장 보복하려 들 걸. 실력이 없으니 뒤로 꽁무니 뺀다고 소문 내는 거로 말이지.』
『오~』
『오, 가 아니라니까! 제발~ 이미 사흘 전에 협회로부터 일차 서신이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최후까지 모르는 척 한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불쌍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가우리는 잘 모르겠는데. 너, 불쌍해진 거냐?』
『이 멍청이!』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화산 폭발을 당장 멈추게 하라는 끔찍한 수준의 의뢰는 아니었다.
『화산이라뇨? 무슨 화산 말입니까? 우리 나라에는 활화산도, 휴화산도 없습니다만.』
리나 앞으로 서신을 들고 왔던 예의 밀짚 모자의 사내 리버트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나 혼자서 하는 혼잣말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리버트씨.』
『아, 예.』
리버트는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리나의 안색이 지나치게 좋지 않다. 마차 안이 지나치게 갑갑해서 멀미라도 일으킨 건지도?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 그들이 타고 가는 마차는 4인용이었다. 그런데 그 속으로 다섯 명이 들어가 앉아 있었다. 정원 초과였다. 당연히 엉덩이가 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다섯 명 중에서 넷이 덩치 큰 남자고, 단 한 명만이 어깨 가냘픈 여자였다.
짜부라진 모양새를 보자면 리나가 가장 심각했다. 조이고 눌러서 억지로 앉혀놨다. 뭐랄까, 그 애통함은 파리채로 철썩 휘갈긴 파리의 잔해를 연상시키고 있다.
엎친데 덮쳤다고 마차는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게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포장을 덧씌운 상태다. 덕분에 마차 안의 공기는 무척이나 탁했다.

- 등에 땀이 차서 기분이 나빠. 거기다 눌린 다리가 너무 아파 미치겠군.

질식의 위험에다 압사의 우려까지.
리나의 뺨은 그런 까닭으로 거품이 인 계란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밀짚 모자의 사내 리버트는 쩔쩔맸다. 어디까지나 그는 손님을 모셔가는 입장인데 이래서는 바늘 방석이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동료로 여겨지는 사내는 입술에 풀이라도 발랐는지 지금껏 입 한번 뻥긋하지 않고 있는데 리버트는 그와는 정 반대로 부지런히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따지고 보면 리나 일행이 세 명이라는 걸 사전에 전해듣지 못한 그에겐 잘못은 없다. 그의 상관은 명령하길, 문제의 지명 편지를 리나 인버스 본인에게 전달한 뒤에 동행하여 돌아오라고 했다.
편지의 수신인은 한 명인 것으로 되어 있었다. 당연히 그는 돌아갈 적의 총 인원 수를 자신들 두 명과 리나 인버스 본인을 합해 세 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합리적인 사고에 의해 제일 초라한 것으로 4인승 마차를 한대 빌렸다. 유명한 마도사, 그것도 흑마법 계열의 대 마도사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파티를 짜지 않고 혼자서 움직인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고 보면 그의 판단은 그리 잘못되지는 않았다. 일부러 덩치 큰 6인승 마차를 빌려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 거기다 비용 문제까지 더해졌으니 당연히 랜트할 마차는 4인승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아아아~~!!
스스로가 한심해 미칠 지경이었다. 사내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자기 비하 감정에 빠져 허우적댔다.
『여러분들이 정 힘드시면 전 지금부터 내려서 마차 옆에서 전속력으로 뛰어가겠습니다.』
『관둬요.』
『그렇다면 마차 지붕으로 올라가서...』
『관두라니까!』
『문짝에 매달려...』
『그냥 지금처럼 찌그러져 있어욧.』

아까부터 눈을 감고 잠 자던 시늉을 하고 있던 제르가디스가 힐끔 한쪽 눈을 치켜 떴다. 그리고는 무척이나 심드렁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리나, 힘드냐? 정 힘들면 내 무릎 위로 올라와 앉을래?』
『100만원 준다고 해도 싫어.』
『그럼 가우리 무릎에 올라가 앉지 그래.』
『그런 쪽팔리는 짓을 내가 어떻게 하냐! 하여간... 너도 그냥 쭈그러져 있어!』

리나의 강한 항의를 받고 푸른 눈동자의 키메라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소년은 다시금 눈을 감고 잠자는 척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표정은 시큰둥했고, 방어하듯 팔짱을 단단히 끼고 있는 자세였다.
마차는 변함 없이 같은 속도로 달렸다.
어쩌다 돌부리에 걸렸을 적에만 좌우로 덜컹 흔들렸을 뿐이다.

『리나.』
『왜.』
『그런데 그 의뢰라는 거...』
『응. 화산을 멈추라는 건 아니야.』
『그나마 다행이군.』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러면 그 내용이라는 건?』

바로 그 순간 밀짚 모자 사내 리버트는 깜짝 놀랄 만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대꾸 하기도 귀찮다는 투로 리나 인버스가「지명」의 편지를 통째로 제르가디스에게 넘겼던 것이다.
그게 뭐 대단한 거냐고 반문하지 말기 바란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자. 은행에서 당신의 신용 등급 평가서를 작성해 공문서를 작성, 등기로 보내왔다. 호기심 많은 누군가 편지 봉투를 뜯고 있는 당신을 향해 그게 뭐냐고 질문한다. 십중팔구 당신은「은행에서 날라온 거야」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결코 그 편지를 상대방이 읽을 수 있게끔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 내용이 뭔지도 일절 가르쳐주지 않는다. 뭐랄까, 그것은 일종의 자기 보호 본능과도 비슷하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날려보낸「오이 다섯 개를 이천원에 드립니다」라는 전단지야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돌려볼 수 있다. 하지만 일기장 공개는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자기에게 온 편지를 모조리 까발려 남에게 보여주는 일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밀짚 모자 리버트는 깜짝 놀라서 제르가디스 쪽을 쳐다봤다. 동시에 리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든 말든 제르가디스는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편지 봉투를 열었다.
언제나의 무표정, 무감동의 쌀쌀맞은 얼굴로 말이다.


리나 인버스 귀하.
이미 맡은 바 일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인지라 더 이상의 의뢰를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귀하의 메세지는 접수하였소.
물론 본인은 맡은 바 일을 성실하게 처리하려는 귀하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오. 당연히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귀하의 주장에도 수긍하는 바이오.
허나 협회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무터버스 백작 가문으로부터 정식 의뢰받은 일 - 잠시 가출한 그 집안의 자제인 무퍼더스 주니어를 기숙사로 무사히 돌려보냄과 동시에 애완동물로 기르던 레이크 드래곤을 학교 풀장으로 옮기는 일을 이미 한달 전에 무사히 끝마쳤다고 하더이다만.
한달 전 일이니 괜찮지 않겠소? 그러니 이제는 본인의 의뢰를 거절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믿소.
불명예스런 행방불명 사건이 연속으로 벌어지고 있소.
이미 세 명이 희생된 상황이라오.
협회에서 당신의 이름을 추천하였소.
본인에게 그 이름이 구원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오.
서명, 올렌더러스 공작.


제르가디스는 땀으로 끈쩍거리게 된 목덜미를 손톱을 세워 벅벅 긁어댔다. 그러길 한 수십 초, 멋진 필체로 서명이 들어간 편지지를 탁 소리가 나도록 튕겼다.

『행방불명 사건?』
여기서의 의미는「겨우 사람 찾기냐?」라는 것이다.
『뭐야, 그 반응은. 남들이 들으면 울컥하겠다. 사람 찾는 일이라서 실망이야? 상대가 마족이 아니라서 안타까워?』
리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제르가디스는 재빨리 표정을 바꿨다.
『아니,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행방불명? 그것도 대단히 불명예스런?』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말할 법도 하다. 사람이 없어졌는데 명예스럽고 자시고가 없는 것이다. 편지에 적혀진 표현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면 명예스러운 행방불명도 세상 어느 구석에 존재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제르가디스의 생각으로는 명예스런 행방불명이라는 표현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였다. 생으로 사람이 없어졌는데 그걸 가리켜 명예니 뭐니 미화어구를 사용해서 어쩌겠다고?

『뭘 그렇게 정색하냐. 불명예스럽다는 건 완곡어법일 뿐이야. 책임지고 처리하라고 종주먹을 들이미는 인간을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던가, 누군가 소송 같은 딴죽을 걸어올 것 같아 불안하다던가, 변호사가 등장하고, 행정당국이 눈을 부라리고, 집사가 항의서한을 한보따리 들고 나타나고... 뭐, 대충 그런 것이지. 한마디로 짜증난다는 얘기야.』
좁아터진 시트에 낀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조금이라도 편한 자세를 취해보고자 애쓰면서 리나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런 류의 사건은 치안 유지대가 해결할 일이 아니던가?』
『보통은 그렇겠지.』
『라고 하심은?』
대답은 하지 않았다. 대신 리나는 밀짚 모자의 사내들에게 흘끔 시선을 던졌다. 어느사이엔가 바통이 이쪽으로 옮겨졌음을 깨달은 리버트는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 가만히 있지만 말고 이참에 뭐라고 말 좀 해보시지?

에흠, 가벼운 헛기침이 뒤를 이었다. 남자는 나름대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미 들어서 알고 계시겠지만, 신데스에는 올렌더러스 공작 가문의 겨울 별장이 있습니다. 말로는 겨울 별장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들어가 산 적이 거의 없는 저택인데요... 지금의 공작님의 선대가 되시는 분이 지으셨고, 그분만 그곳에서 사셨습니다. 이게 책력 823년의 일인데요, 이분이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는 왕래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가만히 손가락을 헤아려봤다.
『책력 823년이면... 가만 있어 봐라, 그게 언젯적 이야기인고?』
『82년 전 입니다.』
『계속해봐요.』
『죄송하오나 저도 그리 자세한 건 모릅니다. 어쨌든 공이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공작 가문의 그 어떤 사람도 그곳엔 살지 않았습니다. 관리인은 모두 두 명이 있지만 2층에 깨진 유리창은 없나, 뒤뜰로 수상한 사람이 들어와서 울타리를 부수지는 않았나 정도로만 관리를 합니다. 그들도 문을 열고 집 안으로는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거 참 확실하고도 책임감 넘치는 관리로세.』
『아하하... 어쨌든 빈집이니까요. 그리고 그게 말이죠.』
남자는 머리를 긁었다.
『실은 소문이 나서 말입니다.』
『소문이라뇨?』
리버트는 갈대밭 여자 귀신처럼 음산하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게... 나온다는 겁니다.』

역시 그거였어.
리나는 우와~ 똥 밟았어 하는 표정을 짓고는 주먹을 쥐었다.
바퀴벌레가 나온다는 건 분명 아닐테고.
저택으로 유.령.이 나온다는 얘기다.

『워낙에 낡고 허름한 저택이다보니까요.』
『켁, 어쨌든 나온다는 거죠?』
『듣자하니 나온다고는 하더군요. 그러나 아무도 본 사람은 없습니다.』
밀짚모자 남자는 아무래도 유령이나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쪽인 것 같았다.
리버트는 심기가 불편한 듯 멀쩡한 두 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세상에 유령 같은 존재는 있을 리 없다고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신도, 악마의 존재도 믿습니다. 그러니 유령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겠죠. 다만 저나 다른 사람들은 저택 안에서 유령을 보지 못했다는 걸 말씀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수상한 기운이오?』
리버트는 넌더리가 난다며 손사레를 쳤다.
『왜 아시잖습니까. 낡고 오래된 집은 특유의 분위기라는 걸 가지고 있는 법입니다. 계단은 삐걱거리고 창문은 덜컹거리지요. 밤은 물론 대낮에도 으산합니다. 그러니 어쩌다 쥐가 튀어나와도 뉴스거리가 되는 겁니다. 찍찍 하고 판자가 움직이면 드디어 유령이 나왔다며 소동이 나는 거지요.』
『흐응... 매우 달갑지 않다는 말씀으로 들리는군요.』
『당연히 달갑지 않고 말고요! 요즘 젊은이들은 유령 탐험이니 공포 체험이니 하면서 사유지 불법 침입도 서슴치 않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된통 뒤집어 쓰는 건 모험심 강한 그 친구들은 절대 아니죠. 벌집은 곰이 건드리고, 벌침에 쏘이는 건 양봉업자가 되는 겁니다.』

오래된 유령 저택.
젊은이 특유의 객기를 부려가며 여섯명의 청년이 한밤중에 몰래 담을 타넘는다. 울타리를 넘고, 창문을 깨고, 계단을 올라가, 낡은 가구가 득실대는 방들을 탐사한다.
그러다가...
다음날 아침이 되어 일행 중 둘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이어지는 건 대 소동이다.

『알겠다. 그것이 바로 불명예스런 행방불명이라는 거군.』
제르가디스는 더 이상 흥미를 가질 것도 없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불법침입의 죄를 묻기 이전에 사람이 없어졌으니 변호사들이 밥그릇 들고 총 출동이다. 잘못은 분명 저쪽이 했는데 소방국과 건설관리청, 동사무소 민원관련 직원들이 떼거리로 몰려와서 서류들을 만국기처럼 흔들어댄다. 영예로운 올렌더러스 가문에 오점이 남는 순간이다.

『잠깐만 기다려봐.』
가우리가 잠시만 쉬고 가자며 재빨리 손을 들었다.
『궁금해서 그러는건데 오점이고 자시고 간에 집 안을 탐사하다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는 건가? 무슨 얼음 동굴 대탐험도 아니잖아.』
『아마 우물에 빠졌나보지. 그것도 아니라면 지하실에 갇혔거나. 어쨌든 일단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보자고. 그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가우리, 조금만 더 옆으로 갈 수 없겠어? 이러다 나 옆구리 터진 찐빵 되겠다!!』
『하지만 나로서도... 나도 죽을 거 같은 걸.』
『울지만 말고 노력을 해보라니까!』

마차는 그 동안에도 쉬지 않고 달리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