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전환용. 짧아서 좋아용~

『삼가 친애하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 자리에 앉아...』

제로스가 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일행의 눈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휘둥글 벌어졌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너무 놀라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디저트로 과일 케이크를 먹고 있던 리나가 실수로 가우리의 손등으로 포크를 (푸욱-) 박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금발 검사는 아프다 호들갑 떨지도 않았다. 차분한 바보의 눈을 가진 쿼터 엘프는 그저 마족의 입술이 마지막까지 어떻게 움직이는지만을 멍- 하니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기척도 내지 않으며 조용히 있다 별안간 귀신 씨나락을 까먹는다.
친애하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겠다?
아서라. 지금 그들이 자리한 위치는 예의 장례식장이 아닌 일반 음식점이다. 밥 먹다 트림 섞어 할 말이라 하기엔 상황이 지나치게 억지다. 요단강 건너서 만나리~ 가사의 찬송가는커녕 애사에 고개를 떨군 하얀 국화도 주변엔 없다.

아주 한참만에야 가까스로 리나가 입을 떼었다.
『뭐야, 정말. 그거... 매우 독창적인 농담이네. 아하하, 하하...』
농담일게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발 부탁이니 농담이라고 해라.
리나는 진땀이 베어난 손바닥을 무릎에 문질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농담이 아닌가 보다.
제로스는 장난스럽게 빙긋 웃는 대신, 침울하게 고개를 가로젖고는 침묵했다.
저 표정! 진눈깨비가 밤새 폭설로 변했다며 근심에 싸인 농부보다 더 심각하다.
무너지는 건 비닐 하우스인가, 아님 억장인가.
제르가디스는 올이 굵은 밧줄로 목이 졸리는 듯한 선명한 감각에 걱 소리를 냈다.
먹는 거라면 마다 않던 리나도 더 이상 케이크의 단 맛을 즐길 수가 없게 되었다.

『뭐냐고, 저건! 크아앗!』
제로스가 등 돌리고 사라진 뒤, 리나는 테이블을 마구 두둘겨댔다.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거 아니냐며 음식점 주인이 눈을 부라려도 불안함에 휩싸인 주먹은 무언가를 때려야만 겨우 진정될 수 있었다. 번뇌의 폭풍우가 외양간의 소를 하늘로 휭~ 하고 날려버리고 있건만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정 뭐하면 머리카락이라도 뽑아야 할 것이다.

그 반대편에 위치한 제르가디스 역시 양손을 기도하듯 맞잡고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장했다.
『저 녀석은 지금 우리에게 누군가가 죽었음을 암시하고 있는 거야.』
『죽어? 누가.』
『친애하는 고인...』
『그게 누군데.』
『녀석은 물론이고 우리 또한 잘 알고 있는 누군가라고 추측할 수 있지.』
「친애하는」이란 표현을 일부러 사용한 것으로 보아 생판 모르는 남은 아닐 것이다. 얼굴도 잘 모르는 이웃 마을 김 첨지네 다섯 번째 아들이 지난 밤에 변을 당했다는데「친애하는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며...」식으로 운을 떼는 건 왠지 어색하다.

『그렇다면 그 타깃이 누구라고 생각해?』
『이곳에는 없지만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 제기랄. 생각나는 사람이 딱 하나야.』
『맙소사, 세일룬이 여기서 거리가 얼마인데!』
새파랗게 질린 리나는 혼자서는 날지 못하는 가우리의 옷깃을 붙잡고 허겁지겁 레이윙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한편, 멀찌감치 식당 지붕에 올라간 제로스는 가만히 생각했다.
리나는 설탕 단지 아래로 살짝 드러난 바퀴벌레의 마른 뒷 다리를 눈치챘을까, 아님 눈치채지 못 했을까?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추측해봤다.
식사 중인 것을 감안하여 직설화법을 피하고 적당히 힌트를 줬으니 알아차렸을 법도 하지만... 어째서 그들은 얼굴색을 달리하며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가는 것일까.

『투철한 신고 정신에 불타 식품안전위생과에 고발이라도 하러 가는 건가?』
그리 한가롭게 중얼거리며 제로스는 식탁에서 집어온 바퀴벌레 죽은 것을 지붕 위에서 집어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