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은 해왕 다루핀입니다.

4월 14일에는 자장면을 먹는 거라고 하였다.
제로스는 정색하며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풍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가게 종업원들은 내가「자장면 한 그릇이오」라고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풉- 소리를 내며 웃음을 참느라 바쁜 걸까.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혹시나 뭔가 실수한 것이 있을까 싶어 메뉴판으로 허겁지겁 코를 박았다. 고급 호텔 바에서 겨자 소스 바른 핫도그 파느냐고 물어보면 욕 먹는다는 건 그간의 경험에 따라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 가게, 애시당초 자장면 요리는 취급 안 하는 거 아닐까.

「솔로 환영! 오늘 하루 특별 할인 10% - 자장면」

오오- 틀리지 않았구먼.
그제야 안도해하며 의자 등받이로 몸을 기댔다.
그럼 그렇지, 명색이 바다의 마왕님이신 내가 쪽팔리는 실수를 저지를 리는 없지 않겠는가. 그럼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젓가락을 준비하도록 하자. 이 날을 위해 젓가락으로 면발 잡는 동작을 수도 없이 연습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입안에 넣는 것보다 바닥에 흘리는 국수가 훨씬 더 많았다만. 그래도 난 마왕이라구? 한다면 한다 이거야.

『저어, 손님. 어째서?』
반찬 접시를 서빙하던 종업원 중 하나가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응? 어째서라니. 풍습이라며. 난 인간의 풍습을 아주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건 그거. 추석날 선물세트 돌리는 걸 아주 좋아한다. 왜냐구? 뭔가 재미있잖아.
『솔로... 세요?』
솔로? 잠시만. 도대체 그게 뭐지.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아. 설마... 그건가. 率輅. (거느릴 솔, 수레 로)
어떤 음식점에서는 마차를 타고 왔느냐, 말을 타고 왔느냐 하면서 작은 패를 나눠주는 일도 있다. 음식점에 딸린 마굿간을 무료로 사용해도 된다는 패다. 인간 귀족들을 따라 식사하면서 줄곧 보아온 적이 있다. 알았어, 알았다구. 그래서 이 아가씨는 나더러 수레를 거느리고 왔느냐고 물어보는 거군. 그럼 대답해주자.
『걸어왔소이다.』 
순간 수줍게 질문하던 종업원의 인상이 팍 달라졌다. 마치 찬 물벼락을 얻어맞기라도 한 표정이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뭔가 잘못되었군. 그래서 급히 덧붙였다.
『문제 없소. 내 일행은 나중에 올 거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2인용 테이블에 혼자 앉으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생긴 모양이었다. 저리도 눈살을 찌푸리는 걸 보면 말이다.
그거 참. 인간은 참 복잡하단 말이야. 뭔 놈의 규칙이 그리 많은지.
눈치를 슬슬 살피며 노란색 단무지 하나를 주워 입에 털어 넣었다.

한참만에야 해신관 다루안이 보고서 한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주문한 자장면을 거의 다 먹어갈 즈음이었다.
『해왕님! 어휴! 이곳에 계셨군요. 한참을 찾았습니다.』
『수고하시었네. 내 그대의 노고를 치하하고저 자네에게도 자장 한 그릇 주문하도록 하지. 아가씨? 여기 주문 받으시오. 자장면 부탁하오.』

그런데 예의 그 종업원, 또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쪽도... 솔로? 그렇게 잘 생기신 분이?』
흘러가는 뜻을 모르는지라 다루안은 멍청하게 입만 벌렸다.
그렇군! 주인된 나와는 달리 다루안은 인간에 대해 흥미가 없다. 당연히 그는 솔로가 뭔지 모른다. 그럼 가르쳐주자.
『그러니까 그건 수레를 타고 왔느냐고 묻고 있는 걸세.』
『아, 전 걸어왔는데요.』

어째서일까?
굉장히 잘 생긴 두 바보가 자장면을 먹고 있다며 자기네들끼리 귓속말을 하고 있다.

어렵다.
인간의 풍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