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글 먼저 필독. 맛...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또옥- 똑.
누구십니까.
마족입니다.
들어오세요.
죽었니, 살았니?
개구리 반찬.

어린애들의 뜻 모를 노랫가사는 그렇다치고, (그럼 왜 얘기한 건데?) 제로스는 잠시 당황했다. 이미 약속한 그대로 아침 8시에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문 저편의 인간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울트라 스페샬 파이팅 포즈로 가상의 적을 진압하려고 하고 있었다.
마족은 뒷통수를 긁어댔다. 근방에 있는 온천에 같이 놀러가자고 웃는 낯으로 손가락 걸고 약속한게 언제라고, 뒤돌아서서「미친 개는 포획해야만 마땅하다~」식으로 나오고 있으니 심히 슬프다.
하여 제로스는 선봉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키메라군을 점잖케 나무랐다. 설마하니 리나만 데리고 간다고 화가 난 것 같은데, 그런 치사한 짓은 안 한다. 온천 예약은 모두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밧줄은 저리 치워요, 제르가디스씨.』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후방에서 보내오는 압력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이 표정은 왜 그렇습니까. 미안하다는 표정이 전혀 아니잖수!』
고소해, 내지는 재미있어 죽는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참에 한 번 못 먹는 복숭아 찔러나 보자. 음? 그게 복숭아가 아니라 감이라고? 넘어가자. 어차피 과일이잖는가.

상대방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르가디스는 침착하게 말했다.
『이게 원래 내 얼굴이다.』
『그런 시퍼런 거짓말을!』
『시퍼래? 그 수식어는 정정되어야만 한다. 새빨간 거짓말이 맞는 표현이야.』
『말도 안돼. 당신 얼굴은 시퍼렇잖아요. 트집잡지 마세요.』

어쨌거나 일이 왜 이렇게 되었누.
이미 언급한 그대로 제르가디스는 밧줄을 들고 나와「죄인은 어서 오라를 받아라~」식으로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정말로 밧줄로 묶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시위하고 있었다.
가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불법시위에 나름대로 적극 동참하는 중이었다. 아마도 뉴스 리포터가 마이크를 들이밀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졸라대면 분명 이럴 것이다.「우리는 아침 7시에 일어났습니다.」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리포터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 가우리는 어깨를 으쓱일 것이다. 그리고는 마무리 한다.「좋은 아침이지요?」하여 뉴스는 망가진다. 애시당초 쿼터 엘프라는 족속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그래서 제로스도 가우리는 짐짓 무시하고 보았다.
아니, 마족은 앞서 두 남자 모두를 모조리 무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리나 님.』
『오냐.』
『난 이해가 안 가요. 지금 왜 이러시는 거예요?』
『지금 몰라서 물어? 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봐!』

리나의 고함에 제로스는 얼른 손을 가슴에 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음, 모르겠다.
하여 솔직히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넌 곧 죽어도 말단 관리직인 거야!』
리나는 펄펄 뛰며 팜플렛을 제로스 앞에 집어 던졌다. 어제 그가 같이 가자면서 건네준 그 팜플렛이 맞았다.
제로스는 던져진 팜플렛을 집어들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왜 나쁘다는 거지? 푸른 나무가 우거진 한폭의 그림 속으로 하연 연기 자욱한 120년 역사의 노천탕이 보이고 있다. 이름도 좋다. 선녀탕. 이름에 걸맞게 예쁜 아가씨들이 상체를 드러내놓고 바가지로 물을 뜨고 있다. 그 옆에서는 머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고. 팜플렛의 인쇄가 전반적으로 싸구려틱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이 괜찮아 보이는 건 순전히 이들 머슴들의 표정 때문이다. 얼마나 온천물이 좋으면 이렇게까지 좋아 죽는다 하며 헤벌죽 웃고 있을꼬. 제로스는 팜플렛을 손가락으로 따악 하고 튕겼다.
『좋기만 하네요.』
『뭐얏?! 이 늑대 같은 짐승 놈이!』
『어우야. 그러니까 왜 화내는 거냐니까요...;;』

그러다 제로스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하!』
재빨리 수첩을 꺼내 뒤져봤다. 그랬군, 그랬어~ 마족군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미리 체크하지 못한 이쪽의 잘못이 크다.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리나가 분노할 법도 하다. 그녀의 중요한 한달 일과, 빨간 하트가 그려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알았다. 그게 예정일보다 미리 터졌군요? 그래서 우리 달링이 화가 났었구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미리 터지다니? 혹시... 달거리? 아냐. 나는... 우업.』
당황하여 부정하려던 리나의 입을 제르가디스가 얼른 막았다. 그리고 대신 긍정했다.
『바로 그렇다!』

- 어이. 제르가디스? 나 아직 시즌 아냐. 아직 사흘 남았는데?
- 일단은 맞다고 해.
- 그치만 지금 이 상황에서...
- 저 바보(제로스)를 얌전히 돌려보내는 일이 먼저야.

그들만의 속닥거림을 뒤로 하고 제르가디스가 다시 긍정했다.
『리나는 시즌이라 갈 수가 없다!』
『그랬군요. 아이, 민망하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하네요.』
제로스는 뺨을 붉히고는 머슥하니 웃었다. 그리고는 연신 눈치가 없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등등을 반복하고는 가방끈을 고쳐 매었다.
그럼 다음으로 미루지요. 마족은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리나에게 마지막까지 사과했다.

이어 정확히 사흘 뒤, 선녀탕 주인은 갑작스런 스트레스성 위궤양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 으악! 부탁이니 이제 그만 날 괴롭히시오!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허공을 손가락질하며 횡설수설하기까지 했다.
듣자하니 3인조 괴한들이 침입, 노천탕을 하루라도 빨리 남녀분리하지 않으면 미풍양속 훼손으로 근방에 오크들을 떼로 풀어놓겠다고 했댄다.
- 노천탕에 남녀 구분 팻말을 세우기라도 하는 날엔 렛셔 데몬을 바가지로 풀겠다는 협박범은 또 어쩌고?
오크 무리들과 싸울 것인가, 아니면 렛셔 데몬들과 맞설 것인가.
선녀탕 주인은 꽥 소리를 내며 흰자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