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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우갸갸갸~!! 비과세 빼먹었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해... 아흑!
좌절은 금지라지만 살 맛이 도무지 안 난다. 밧줄로 목 매달고 쿠크로빈을 불러보자.
우리에게 점심 시간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도와줘, 엡손!!

확실히 정신이 사나우면 현실 도피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럴 때가 아닌데 딴짓하고 있다. (울음)


* 현실도피 2탄
하우스 3시즌 진도가 영 나가질 않고 있다. 요즘 내 머리가 바람구멍 슝슝이라 등장인물의 이름은 이미 죄다 말아먹은 상황인데, 아무튼 그곳에 체온계를 꽂은 것으로 대단한 원한을 품게 된 경찰 아저씨의 등장 이후부터가 꽉 막혔다.
무서워져서 보기가 싫어졌다. 11화까지 쭉 이어지는 거냐? 무서워, 무서워...

앞서 이사장님 납시었을 적엔 별다른 위협감을 느끼지 않았다. 돈이 많고, 충분히 권력을 휘두를 수 있고, 하우스와 대놓고 적대 관계였음에도 솔직히 난 그 사람이 하우스를 눌러버릴 수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했다. 막판에 닥터 윌슨이 방을 비워야 한다며 가방을 꾸릴 적엔 섬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제일 무서운 건 돈이 아니라고 나름대로 믿고 있었나 보다.
(어이? 현실에선 돈이 제일 무서운 거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번의 경찰 아저씨는 초반부터 위협감을 느꼈다.
배우분의 연기와 독특한 캐릭터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작용을 한 것도 있었으나, 오만한 하우스의 발언에 반응하여 제꺽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걸 보고 난 그대로 미디어 창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겁에 질려 외쳤다. 으아앗?! 몽구스가 독사를 만났다!

스포일러로 짐작해보자면 이 경찰 아저씨는 아낌 없이 자신의 솜씨를 발휘하여 하우스에게 반격을 시도하는 모양이다. 집 박사가 결코 잘한 점은 없지만 - 나라도 체온계를 직장에 꽂아넣고 사람을 조롱했다면 그 사람을 도끼로 찍어 죽여놨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계에 간계를 더하는, 진흙탕 싸움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점에서 이런 류의 사람은 가까이 하기가 무섭다. 속칭, 자기 심장에 총알이 박혔어도 자신에게 총알을 발사한 놈을 어떻게든 죽여놓고 보는 인간인 것이다. (<- 놀랍지만 기록에 의하면 이런 사람은 실제로 있다)
덕분에 5화에서 올 스톱. 암초에 걸려 이러지도 어쩌지도 못하고 있다. (<- 믿거나 말거나 나라는 인간은 무지하게 소심하다)
11화에서 떠나갔다니까 12화부터 볼까. 젠장.

덱스터도 결말을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겁에 질려 11화, 12화를 아직 못 보고 있다.
날 아는 사람들은 내가 이렇다고 말하면 다들 코웃음치느라 바쁘다.
그치만 이건 생쇼가 아니다.

아, 딴짓하는 사이에 12시 50분이 넘었다. 다시 일 하러 간다...

Posted by 미야

2007/01/23 12:54 2007/01/2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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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죽이는 감기 강림. 교회 목사님조차 다운당하시어 근방은 초토화의 물결. 듣자하니 면 마스크를 쓰고 자면 증세가 완화된다고 하던데 과연 믿을 수 있는 건가. 하루라도 빨리 낫기 위해 별 수작을 다 부린다 싶기도 하다.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거겠지. 약도 안 먹고 강제로 버티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감기약이 소화가 안 된다니, 이런 엽기적 사태가 세상에 어딨냐고.

* 이건 먹튀 정도가 아니다. A씨가 친절하게 주소를 알려주어 해당 사이트로 접속을 시도했는데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당] 으로밖엔 안 나왔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결론지려면 왜 시작했어. 하루나 이틀 정도는 단순 접속 불량일 수 있으니까 기다리기로 했지만 만약에 정말로 튄 거라면 지쟈스야.

* 대놓고 샘 안티는 할 수 없었다. 딘 윈체스터가 달려나와 [내 동생 괴롭히면 내 손에 죽어] 이럴 것이 뻔하잖아. 그치면 정말로 한 대 때리고 싶어. 확인사살은 진짜 심했거든.

* 꿈을 꾸었는데 나무 밑으로 새까맣게 썩은 시체가 누워있었다. 징그럽다는 걸 알면서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옛날 살던 우리집 안방에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푸드덕 소리를 내며 새가 날아다녔다. 이걸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그것보다 그 시체는 도대체?!

* [마인탐정 네우로] 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더니 다들 표정이 가관이다. 왜?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빨간 상자는 영 아니었지만 사이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고, 타조알 반숙을 혼자서 맛있게 먹어치우는 여고생 탐정씨도 딱 내 취향~ 맛은 어떨까, 타조알 반숙.

* 살짝 익힌 계란 반숙을 밥에다 비벼먹는 걸 무지 좋아하는 입장에서 조류독감 확산 뉴스는 악몽이다. 집에서 절대로 못 먹게 하고 있다! 먹게 해줘어어, 계란 덮밥!


* 수정으로 덧붙이기.
진짜로 지쟈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알짤없이 날리고 깨끗한 페이지로 재오픈한 걸 보니 허탈해졌음. 다신 거론을 말자. 입이 쓰다.

* 앗앗, 이거 큰 실수! 아몬드양, 정말 미안합니다.

* 우와아아악~!! 어째 맨날 사과만 하는 것 같어. 사람 이름에 커서를 가져가면 밑줄이 생기는 거였구나. 홈페이지 주소를 남기면 집 모양의 아이콘이 형성되던 옛날 방명록 생각만 하고 있었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즐겨찾기는 진작에 날아갔습니다. 불쌍히 여겨주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Posted by 미야

2007/01/22 09:21 2007/01/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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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루나+ 2007/01/25 14:17 # M/D Reply Permalink

    네우로;;; 저도 재미나게 읽었는데 주변 반응은 영 아니더라구요.;
    뭐가 문제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
    귀엽기만 하던데 <- (중반의 양키는 좀 짜증이 치밀었지만;;;)

    1. 미야 2007/01/26 07:35 # M/D Permalink

      네우로... 진짜 마니아틱한 그림체 아닙니까. (웃음) 찾아보니 팬들도 많더군요. 이번엔 드라마 CD도 발매되었다던데 꼭 들어보고 싶어요.
      7권에서 네우로가 그 특유의 표정으로 [내 구두를 핥아라, 야코] 라고 했을 적에 좋아서 죽는 줄 알았답니다.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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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redemption 08

※ 드라마가 착착 진행되면 될수록 팬픽과 원작이 점점 어긋난다는 문제점이... (으악!) 고백하자면 전《샘을 죽여라》는 아버님의 유언을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게이 커플로 오해받을 적의 딘의 반응도 정 반대로 나오더군요. 하지만 팬픽 줄거리가 이미 확정되어 있는 탓에 세부적인 설정을 다시 고쳐 쓸 여력이 없습니다. 눈 딱 감고 그대로 진행합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땅이 흔들렸네 지진 일어났네 난리났네요. ※


아르바이트 및 중간고사와 씨름하고, 엄청난 분량의 리포트 작업에 목을 매단 채 도서관에서 날밤 지새우던 학창 시절도 이보단 덜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니 헌팅 생활이 피곤하다고 불평해선 안 된다고 추슬러 보지만... 인정하자. 산재보험금 지급 신청도 불가능한 이놈의 직업 탓에 이가 닳아 곱게 부숴질 지경이다.
쏴아 하고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는 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샘은 이대로 침대에 달라붙어 나비 번데기가 되고 싶다는 욕구와 싸웠다. 그럭저럭 3시간 가량 눈을 붙였지만 과연 잠을 자기는 잤나 싶다. 끈끈한 당밀을 발라 팔과 다리를 고정시켜 놓은 듯한 느낌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시멘트를 온몸에 들이부어 돌덩어리로 굳혀놨다. 프렌치 코트를 입은 어둠의 신사들이 이대로 붙잡은 인질을 바다로 던져버리기만 하면 완벽할 것 같다. 마무리로 녹음기 버튼을 눌러 준비된 효과음「풍덩」소리를 틀면 곧바로 엔딩 크레딧이다.
바둥거리며 고개를 움직여봤다. 아직은 무리라며 굳은 근육이 새된 비명을 질러댔다.

『여, 허니. 일어났냐.』
욕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만장하신 가운데 아침 세수를 하던 딘이 끙끙 앓는 소리에 반응하여 바깥을 살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쓸어올리며「죽었니, 살았니, 개구리 반찬」을 외쳤다.
『젠장... 누가... 허니야...』
간밤에 카운터를 지키던 주근깨 투성이의 모텔 종업원이「라스베가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두 분, 사이가 겁나게 좋아 보이시네요. 결혼하러 오셨나요?」라며 짓궂은 농담을 했던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장난이다. 샘은 기겁했는데 딘은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정확하게는 우거지상을 하고「우린 형제입니다」라고 꼬박꼬박 정정하는 샘의 행동이 재밌다고 생각한 것이겠지만, 사정은 어찌되었든 호모 커플 취급을 받고도 즐겁게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끔씩 샘은 형이 보통 그릇이 아님을 깨닫곤 했다.
깨닫기만 했던가, 징그러워지기도 한다.
『우리 귀여운 잠꾸러기. 당신의 게으름이 신혼 여행을 망치고 있군요, 허니. 이리 와서 나랑 같이 같이 욕실을 쓰지 않겠어요?』
『꽥~!!』
하여간 동생을 골려먹기 위해서라면 기찻길에서 열차와 씨름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인간이다.
욕실에서 딘이 낄낄 웃음을 삼키며 수도꼭지를 잠궜다. 수건으로 머리에 묻은 물기를 탁탁 털어내는 기척이 들려왔다. 비누 냄새가 향긋하게 나는 것으로 보아 면도도 이미 끝마친 상태다. 누구는 아직 눈꼽도 처리를 못 했는데 하여간 바지런도 하다.

『어제 늦게까지 게임했지, 너. 다닥다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나까지 피곤해졌다고.』
『얼어죽을 게임. 밤새 인터넷으로 조사하느라 녹초가 된 동생에게 그게 할 소리야?』
샘의 반박에 엉망으로 헝클어진 까까머리가 스프링 달린 인형처럼 좌우로 뒤뚱거렸다.
『오우, 어쩐지 뿅뿅 소린 안 나더라니.』
말을 참 예쁘게도 한다.
유전자 돌연변이, 내지는 좀비에게 점령당한 도시 한복판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며 무차별 헌팅을 시도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는다. 마무리로 수류탄도 터뜨린다. 그리고 철조망을 단숨에 뛰어 넘는다. 실수로 형을 철조망 저편에 두고 왔지만, 그런 사소한(?) 잘못은 잊어먹고 재빨리 탄창을 갈아 끼운다. 철커덕 소리와 맞추어 뒤돌아 다시 기관총을 난사한다.

『여하간에 그 오쿠림바라는 거 말이야, 형.』
『오냐.』
방금 전에 샘의 상상 속에서 좀비와 세트로 총에 맞아 죽었다는 걸 알 까닭이 없는 딘은 계속 해보라는 식으로 손가락을 빙글 돌렸다. 무방비한 상태로 적에게 활짝 벗은 등을 드러낸 채 오늘 입을 셔츠를 골라 침대 위에 올려 놓았다.
여전히 눈꺼풀이 철썩 달라붙은 상태인 샘은 덕분에 곱절의 피곤함을 느꼈다. 형이 고른 건 맨날 입는 감청색의 T-셔츠가 아니라 반듯해 보이는 와이셔츠다. 목 조르는 넥타이는 다행히 생략되었지만 아무튼 단추가 줄줄이 달린 옷이다. 그 옷만 봐도 오늘 하루가 어떻겠다는게 눈에 훤했다. 실종자의 사진을 들고 다니며 관계자들을 족치는 거칠거칠한 형사 놀이는 끝이다. 오늘 그가 연기할 건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다.
그걸 깨닫자 개구리처럼 부운 눈이 번쩍 띄였다. 우와, 이거 큰일났다. 트렁크 속으로 샘이 입어도 괜찮을 와이셔츠가 남아 있는지 기억에 없다. 그들이 코인 셀프 세탁장에 들린 건 무려 일주일 전이다.

『오쿠림바는 파르카이 내지는 모이라이를 말하는 것 같아.』
『모이라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잖아. 운명을 관장하는 세 명의 여신 말이야. 한 명은 실의 길이를 결정하고, 다른 한 명은 물레로 실을 짓고, 다른 한 명은 가위로 잘라버려. 클로소, 라케시스, 아트로포스...』
『그래서?』
『거 참. 중간에 자르지 좀 말자. 여하간 사전을 찾아봤는데 일본어로「보낸다」라는 뜻의 단어가 오쿠리였어.』
뒤돌아본 딘의 얼굴은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놀란 것 같다. 반문하는 목소리가 곱절로 커졌다.
『일본? 스시와 초밥의 나라 일본 말이야?』
『응. 스모와 가라오케의 그 일본이야. 오쿠리는 보낸다, 바는 할멈을 뜻해. 이걸 더하면 오쿠리바는「보내는 할멈」이라는 뜻이 되지. 그걸 오쿠림바로 발음한 것 같아. 그쪽의 사투리거나 듣는 사람이 발음을 잘못 알아 들은 거겠지. 어쨌거나 스테이플러씨가 언급했던 오쿠림바는 사람을 저승으로 보내는 늙은 여자라는 의미야. 구전 전설에 나오는 아트로포스가 늙고, 추하고, 무겁게 다리를 저는 노파로 묘사되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다고 할 수 있지.*』
『흐응. 알겠다. 그러니까 오쿠림바라는 건 그리스 신화의 일본 버전이라는 거냐? 그런데 웬 일본?』
『토마스 스테이플러씨가 1944년 남브리스타 군도에서 죽어가는 전쟁 포로 어쩌고 했잖아?』
『그랬지.』
『그거 태평양 전쟁이야.』
『겍.』

실감이 요~만큼도 안 나는 모양이다. 태어나 초밥을 먹어본 역사가 없는데 갑자기 일본판 죽음의 여신이라니. 더하기 태평양 전쟁 어쩌고? 해도 너무한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끼우다 말고 멈칫한 딘은「우리가 지금 지나간 역사 공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 거냐?」라며 난색을 표했다. 학교 수업 참석을 등한시한 탓에 남북전쟁이 몇 년에 시작했는지조차 아는 바가 없는 사람을 붙들고 골동품 비슷한 역사 이야기를 꺼내다니. 그래서 징징 우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난《진주만》영화도 안 봤단 말이야, 샘.』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의《도라도라도라》는 봤을 거 아냐.』
『2001년에 나온 영화도 안 봤는데 1970년에 찍은 영화를 봤을 거 같어?! 제발...』
두 팔을 벌리고「날 살려달란 말이야」라고 애원하는 딘을 지긋이 올려다 보니 와이셔츠의 단추마저 서로 엇갈려 끼운 상태다.
『칠푼이.』
형에게 이리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이러다 정말로「허니」가 되어버리겠다 걱정하며 잘못 끼운 단추를 하나하나 다시 맞추어 끼웠다. 동생이 하는대로 얌전히 몸을 맏기고 있는 딘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더욱 심란해졌다.

『역사 공부까진 필요 없을 거야, 형.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는 건 태평양 전쟁이 아니라 오쿠림바니까. 그래서 말인데, 딘. 아트로포스라면 끝장을 내는 여신이잖아. 솔직히 말해 이번 일, 우리 힘으론 벅찬 건 아닐까 걱정이 되. 마담 라바도 섣불리 덤비지 말라고 사전에 경고했었고...』
『왜. 무서워?』
똑바로 쳐다보며 눈을 맞춰온다. 어둡고도 깊은 녹색의 눈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닌 자의 눈동자다. 친구는 더더욱 아니다.
『내가 있는데도 무서워? 내가 지켜줄텐데 그래도 무서워?』
바로 가까이에서 저음으로 울리는 그 목소리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여성용 붉은 립스틱을 손으로 만졌을 때의 느낌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 생생한 감각에 샘은 어쩐지 뒤돌아 10리 밖으로 달아나고픈 심정이 되어버렸다.
아닌게 아니라 샘은 방어적인 태도로 뒷걸음질부터 쳤다.
『혼자서 옷도 못 입는 형이잖아.』
『엥.』
『그러면서 누굴 지켜준다는 거야.』
『임마. 그래도 난 총도 잘 쏘고, 싸움도 잘 한다고. 어쩌다 단추 한 번 잘못 끼웠다고 못 미더운 놈 취급이냐.』
『섭섭해? 그럼 바지부터 제대로 입어.』
『어이.』
『이제 슬슬 비켜주지 않을래? 화장실에 가고 싶거든.』

찌푸린 형의 시선을 피해 샘은 허겁지겁 욕실로 달아나고 보았다.
문이 찰칵 소리를 내고 닫기자 이젠 살았다 안도의 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고개를 들자 깨끗하게 닦여진 거울 속으로 부도덕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낯선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맙소사, 뺨이 새빨갛게 상기되어 있다.
그것이 못 참게끔 혐오스러워 샘은 거울 위로 찬물을 좍좍 끼얹었다.
『지금은 일 하는 중이야. 실수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져. 정신 바짝 차려야만 해, 샘 윈체스터.』
가까스로 진정하고 오늘 그들이 할 일에 대해《정신 집중!》을 외쳤다.

불현듯 오늘의 운세란에 과연 무슨 내용이 적혀져 있었을지가 궁금해졌다.
갈색 지붕의 평범한 단층 집을 노크한 딘은 오늘은 신문을 읽지 않았다는 점을 후회했다.
점술가는 무어라 했을까.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거나, 하는 일마다 탈이 난다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다거나... 입안으로 욕설을 굴리면서 짜증이 치솟는 걸 참았다. 하여간 흉(凶)이다. 십중팔구 그건 확실했다.
「성 카틀레야 요양원 직원입니다. 문을 열어주시지 않겠습니까」라고 신분을 밝힌 딘을 눈앞에 세워두고 베버리 홀리는「진짜요?」라고 반문했다.
『외판원이 아니고?』
나의 이 어디가 화장품을 세일즈하는 외판원으로 보인다는 겁니까 - 딘은 와이셔츠 단추를 쥐어짜며 신음했다. 예순이 넘은 이 할머니는 도무지 의심을 풀려고 하질 않았다. 덕분에 5분 전부터 계속 같은 소리다.

『그치만 요양원에서 당신 얼굴을 본 기억이 없구려.』
늦은 아침 식사를 방해받았다며 베버리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해도 기억력 하나는 여전히 쓸만하다우. 그래서 하는 말인데 댁들의 말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아. 자, 그래서 말인데... 외판원이지? 자네들.』
『성 카틀레야 요양원에서 나왔다니까요. 그쪽에 취업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니 저희 얼굴이 익숙하지 않으실 거예요. 아까 신분증도 보여드렸잖아요.』
『나 같은 순진한 노인네들을 속여 물건을 강매한다는 이야길 들었어. 안 속아, 안 속아! 일주일 전에 카드 게임에 나왔던 앤소니 영감도 그랬다고. 혓바닥 굴리는 외판원에게 귀가 솔깃해져 쓸데 없는 안마기를 사고 말았으니 다른 사람들도 조심하라고 말이야.』
『속이긴 뭘 속인다는 거예요?! 나탈리 윙 여사님의 유품 확인의 건으로 도움이 필요해서 그럽니다. 저희가 일이 서툴러서... 어흠, 아무래도 신입이니까요. 그래서 작은 실수가 있었어요. 그걸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나탈리 윙 할머니는 잘 아시죠? 홀리씨. 요양원에서 부인의 아버님이셨던 토마스 스테이플러씨의 옆 방에 계셨던 분입니다. 인사도 여러번 나누셨잖습니까.』
강팍하게 팔짱을 끼고 있던 노부인의 표정이 살짝 바뀌는 순간이었다.
『옆방에 계셨던?』
그 표현이 과거형이라는 점에서 베버리 홀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알다마다. 참 좋은 분이셨는데... 돌아가셨수?』
눈 딱 감고 샘은 정중하게 거짓말했다.
『편안한 임종이었습니다.』

Posted by 미야

2007/01/21 08:45 2007/01/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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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2 15:46 # M/D Reply Permalink

    오, 맙소사 새미 보이.. ㅋㅋ 부도덕한 남자의 얼굴.....!!!! 형때문에 점점 동요하고 있는 새미가 오늘따라 왜이리 귀여워 보인답니까...! 크흐흐 사실 팬픽의 묘미란 원작에서 못 채우는 갈증을 채우기 위한것! 영 다른방향을 잡으신대도 저는 미야님의 추종자가 되렵니다~

    1. 미야 2007/01/22 19:08 # M/D Permalink

      사실은 벌을 좀 주고 싶었달까... (고개를 돌리고 땀을 닦는다) 라고 해도 딘 횽아에게 새미를 제물로 바치기 연맹에 이미 가입을 한 까닭에... (삽을 들고 땅을 파는 것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아무튼 달리는 거예요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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