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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폰이 칸에 체크카드 두 개를 꽂아두고 사용 중인데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보니 하나가 비었다.
순간 웨엥 소리를 돌아가는 두뇌. 내가 이걸 어디다 뒀더라.
업무용 가방을 뒤지고 머리를 긁적거린다. 있을 법한 자리에 없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쓴 건 언제지?
연휴가 끼면서 딱히 쓸 일이 없었는... 월요일에 편의점에 갔던 적은 있... 그 다음엔? 흐음.
분실신고를 할까 싶다가도 까똑 울리는 사용처 안내문자는 없었다는 점에 안도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둔 장소가 아무리 노력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책상? 서랍장 위? 겉옷 주머니 속? 워매, 깜깜하다.


- 피고는 지난 3월 19일 강남 압구정 모 처의 술집에 방문하여 이 땡땡 직원과 독대하고 신용카드로 이백십일만삼천이백원을 결제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기억이 날 거 같냐.
검사물 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혀를 찼다. 나이 마흔 넘어가면 그딴 건 머리에 안 남는다고.
아따, 내 체크카드. 이게 발이 달렸네.


빨래하려고 벗어둔 바지 주머니에서 찾음.

Posted by 미야

2023/05/04 10:26 2023/05/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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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졸업하고 싶다

손가락이 아프고 눈이 침침하다. 잠들기가 힘들고 어께가 늘 쑤시다.
걸을 적마다 근육이 당기고 피로가 풀리질 않는다.



노년기가 왔다.



의사는 나더러 20대를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다.
유산될 아이였지만 운 좋게 태어날 수 있었고 대신 건강을 잃었다.
어려서 남자옷을 입히고 남자이름을 지어 액을 면하고자 했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그만하면 명줄이 길어졌다.
그러나 내구도가 형편없기에 죽을 맛이다.
이러니 삼성에서도 프로포폴을 먹는 거겠... 먹어? 먹지는 않잖아? 그거 주사제 아녔어? 암튼 삭신이 너무 아프다. 이러니까 돈 있는 사람들이 안 아프려고 약을 찾는 거겠지.

끙끙 앓다보면 새벽이 온다. 이를 악물고 출근 준비를 한다.
내 또래의 다른 여자들은 밥 준비를 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꿈에 건강하고, 몸이 어린 고양이처럼 늘씬하고, 갈색 피부에 손가락이 네 개인 다른 모습의 날 봤어.
건강한 걸 보니 기쁘더라.

Posted by 미야

2023/04/26 16:14 2023/04/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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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정리" 키워드에 주룩 올라오는 영상의 제목은 "부자가 되려면 방 정리를 하라" "부자들이 방 정리를 하는 이유" 등등이었다.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한 듯한 일사불란함이었다.
그러나 방을 정돈한다고 부자가 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차라리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복권을 사라. 토요일 저녁이 되면 역시나 하겠지만 부자가 될 가능성은 복권 쪽이 더 높다.

다만 내 공간에 대한 지배력을 회복한다는 건 중요하다.
일주일 전 택배로 온 물건의 종류가 무엇인지,그걸 어디다 두었는지를 몰라서야 정작 써야할 곳에 물건을 쓰지 못하게 되는 일이 벌어질테니 중복구입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어보지도 않은 새 양말이 나에게 그렇게 많았는지 서랍을 정리하면서 놀랐다.
그리고 다수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주말동안 그렇게 총 60리터의 쓰레기를 비웠다.

- 뭐지. 겉모양은 어지러운 상태 그대로인데.

암튼 버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붙박이장 안에 있는 잡동사니는 건드리지도 못했지만 아무튼 쓰레기로 채워져 있던 공간을 약간이나마 비워냈다.
여전히 뭔가가 많아도 60리터의 물건을 덜어냈다는 점이 나에겐 중요했다.
공간에 대한 지배력 회복이라는 점에서 물건이 아닌 내가 방의 주체가 되어간다는 기분이 든다.

내일은 오래된 커튼을 버리자.
아직 할 수 있다.

Posted by 미야

2023/04/24 10:38 2023/04/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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